안녕하세요? 월요일 잘 보내고 계시나요? 지난번에 쓴 글에서 몇몇 분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셔서 2탄 써봅니다. (1탄 안 보신 분들은 위에 링크 확인해 주세요^^)
경기가 끝나고 저를 비롯해 지도자 선생님들은 의외로 덤덤했어요. 박살이 난 어깨 부상에 대해 특별히 체크하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요.
하지만 작은 징조가 몇 가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평소처럼 아주 커다란 골키퍼 장비 가방을 어깨에 짐머 매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다친 어깨에 힘이 툭 하고 풀리는 느낌. 후배에게 도움을 청 한걸 코치 선생님이 보더니 바로 느낌이 쌔 한지 후배들 붙여서 넌 그냥 몸만 가라고 하더군요
저녁 식사로 4강 올라간 기념으로 음료수로 건배하는데 오른팔이 안 올라가요.. 더 올리면 어깨가 빠질 거 같은 느낌.
뭔가 이상하죠? 6년 동안 후배들 부려 먹는 거 아니면 혼자 번쩍번쩍 들었던 장비 가방을 혼자 못 들고, 건배조차 못 올라가는 어깨 가동 범위.
보통 4강 경기는 다음날에 하루 쉬고 다음날에 경기가 있어요.
다음날 오전 휴식 후 오후에 간단하게 몸을 풀러 운동 준비를 하는데 도저히 어깨가 안 올라가는 겁니다. 선생님한테 보고 후 사색에 질린 코치선생님은 훈련이고 나발이고 감독선생님이랑 병원부터 가라고 하더군요. 바로 작은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현재 엑스레이로 보이는 건 없으나 이 정도 통증이면 선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음 경기는 절대 출전 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감독 선생님이랑 국밥 한 그릇 먹으면서 말씀 드렸어요 어떻게 올라온 4강인데 경기 꼭 뛰고 싶다고. 내일이 선수생활 마지막 경기가 되도 이 대회 제가 마무리 하고 싶다고.
감독 선생님은 코치 선생님이랑 상의 후 결정하겠다는 고 하시더군요..
현명한 지도자들이었으면 상의고 나발이고 부모님이랑 서울로 보내 MRI부터 찍고 시즌 아웃, 재수까지 고려했어야 해요.
하지만 현실은 4강을 뜁니다. 단 조금이라도 오른쪽 어깨가 무리가 간다 싶으면 교체를 조건으로. 경기는 선수단 전체가 제 부상으로 단호한 결의로 각성했지만 상대방 보다 한 골이라도 더 넣어야 이기는 경기 규칙상 골키퍼인 저의 치명적인 부상은 소극적인 플레이로 이어졌고 아쉽게 패했어요.
소년 만화 같은 대회 스토리와 주전 골키퍼의 기량 만개에 감독, 코치 선생님들, 팀원들 마저 들떠 다음 대회에는 우승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기대를 가졌지만 소프트한 훈련에도 어깨 탈골 - 2주 풀 휴식으로 컨디션 / 기량 저하 - 부상 우려로 인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이어지며 이후 출전한 2번의 대회에서 개박살이 나면서 제 선수 생활은 비극으로 끝났어요.
그럼 여기서 모두들 궁금하실게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는 왜 안 받으러 가지?" 일 텐데 당시를 기억하기로는 일단 선생님들은 큰 병원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고3이면 선수 기량이 월등하지 않으면 대회 하나하나가 수능처럼 관계자들 눈도장 받아야 되기도 하고 큰 병원에 가서 만약 상태가 안 좋게 나오면 당장 성적도 못 내죠 만약 미리 보내기로 한 대학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니까요.
결국 대회 다 끝나고 어깨 전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의사가 말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다고,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고, 불과 몇 년 전이면 외국에서나 수술 받을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 될 거 라고"
어깨를 처음 다쳤을 때 진작에 여기 와서 검사 받고 시즌아웃 시켜서 수술했으면 내년을 기약하고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필드하키 계속 했었을 텐데 참 아쉬웠어요.
초등학교 때 야구하고 싶어서 근처 초등학교 입단 테스트까지 받았는데 5학년이라 너무 늦었다고 하더군요ㅜ 그렇게 중학교에 갔는데 학업 성적도 적당히 안 좋은데다, 체육시간에 미친 듯 뛰어 다니니 권유를 받았어요. 원래 어떤 운동이던 할 인생이었던거 같아요. ㅎㅎㅎㅎㅎ 하키 레전드는 저도 궁금해서 현역 코치 후배한테 물어본 상태입니다 ㅎㅎㅎ 댓글 따로 남길게요!^^ ㅎㅎㅎ
@긱스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 밥이지 호주, 중국, 일본,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런 나라에서는 인기도 많고 리그도 활성화 되어 있어요! ㅎㅎㅎ 그렇게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고 부끄럽네요^^ 저는 되려 지난 달 마라톤 대회 나간거 빼고는 34년 동안 그 흔한 생활 체육 대회 나갈 생각조차 못했어요 ㅎㅎㅎ 뭔가 다칠거 같고, 그 긴장감이 너무 싫어서요ㅜㅜ 생활 체육 마스터분들 정말 부러워요
재활 운동도 재활 운동인데 부상 위험에 따른 적극성 저하, 트라우마도 진짜 크더라고요. 골키퍼가 공을 안에서만 막는 거 같지만 자세하게 보면 각각 타입들이 다 다르거든요. 저는 다른 선수들보다 움직이는 활동 반경, 피지컬적인 부분들이 많았기에 부상이후 컨디션 올리는 시간도 더 길어야 했으니, 시즌 내에 기량 하락은 피할 수 없었어요. 그걸 알다보니 소극적이게 플레이 하고 트라우마 때문에 완전 다른 선수가 되어 버리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어요 ㅠ
첫댓글 같은 회전근개 파열 수술 경험자로서 화가 나네요. 안타깝습니다. 재활도 쉽지 않은데…
재발도 잘 되고 완치는
불가능해서 평생 이 어깨랑 살아서 더 좌절감 들잖아요ㅜ
고생많으셨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스트레칭할때보면 회전근개가 저도 안좋은것 같네요...특별히 부상을 입은 기억은 없는것같은데여
생각해보면 멀쩡해보여도 어깨를 과도하게 뒤로 회전 시키는 동작만으로 부담이 되더라고요!
저도 탈구때문에 평생 재활하고 있네요
30분정도 밴딩으로 운동하고 무거운건 못들고요 ㅜㅜ
시간이 약인듯 싶어요
그나마 요즘 수술기법이 발달해서 예전보다는 회복기간이 짧다고 하더라구요
저때가 07년도였으니까
지금의 의술은 훨씬 좋아졌겠죠?
언젠가 완쾌 되는 수술이 나올날을 고대합니다
여러모로 고생 많으셨겠어요.....저 다니는 고등학교가 필드하키부가 있었는데 어후 하키채로 애들을 줄빠따 때리는데 무섭더라구요...20년 전이긴해서... 요즘은 안그러겠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7.11 17:5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7.11 17:5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7.11 17:59
하키라는게 저변이 넓은 운동은 아닌데 어떻게 하키선수꿈을 꾸게되셨는지 궁금하네요.. 거기도 레전드? 마치 농구의 조던 같은 사람도 있겠죠?
초등학교 때 야구하고 싶어서 근처 초등학교 입단 테스트까지 받았는데 5학년이라 너무 늦었다고 하더군요ㅜ
그렇게 중학교에 갔는데 학업 성적도 적당히 안 좋은데다, 체육시간에 미친 듯 뛰어 다니니 권유를 받았어요.
원래 어떤 운동이던 할 인생이었던거 같아요. ㅎㅎㅎㅎㅎ
하키 레전드는 저도 궁금해서 현역 코치 후배한테 물어본 상태입니다 ㅎㅎㅎ 댓글 따로 남길게요!^^ ㅎㅎㅎ
@스테픈 커리 후배한테 연락 왔는데
조던 처럼 인정받을 만한 선수는 인성과 성적으로 봤을 때 저는 없다고 판단되네요
라고 답을 보내왔습니다!
@스테픈 커리 아 ㅎㅎ 그렇군요.아쉽네요.. 하키도 나름 격렬하고 남성스포츠라 잘하면 인기가 있을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한분야에 뭔가 엘리트운동을 해보신게 부럽긴하네요.. 항상 뭐든지 생활체육 끝자락에서만 한 기분이들어서.. 부럽습니다.
@긱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 밥이지 호주, 중국, 일본,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런 나라에서는 인기도 많고 리그도 활성화 되어 있어요! ㅎㅎㅎ
그렇게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고 부끄럽네요^^ 저는 되려 지난 달 마라톤 대회 나간거 빼고는 34년 동안 그 흔한 생활 체육 대회 나갈 생각조차 못했어요 ㅎㅎㅎ 뭔가 다칠거 같고, 그 긴장감이 너무 싫어서요ㅜㅜ 생활 체육 마스터분들 정말 부러워요
예상에서 한치도 안벋어 나네요.
요즘운동계는 조금 이라도 나아졌을까요..
잔혹한 현실이죠 ㅎㅎㅎ 사실 슬램덩크 안감독도 제 상황 대입해서 본다면 지극히 미화 된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도 마찬가지 일꺼에요
보통 1년 계약직 인 고등학교 코치 선생님들은 그 해 성적, 대학 보낸 학생들이 성과로 잡히니까요
저도 테니스를 3년간 무리하게 치다가 회전근개파열(rotator cuff)로 아직도 고생중입니다. 매일 재활운동을 하는데 회복속도는 매우 더뎌서 힘드네요. 어깨 부상은 진짜 다른 부상보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운데 많이 힘드셨겠네요.
재활 운동도 재활 운동인데 부상 위험에 따른 적극성 저하, 트라우마도 진짜 크더라고요.
골키퍼가 공을 안에서만 막는 거 같지만 자세하게 보면 각각 타입들이 다 다르거든요.
저는 다른 선수들보다 움직이는 활동 반경, 피지컬적인 부분들이 많았기에
부상이후 컨디션 올리는 시간도 더 길어야 했으니, 시즌 내에 기량 하락은 피할 수 없었어요.
그걸 알다보니 소극적이게 플레이 하고 트라우마 때문에 완전 다른 선수가 되어 버리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어요 ㅠ
하... 저 처럼 아무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도 과거에 이랬다면 저랬다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스테픈 커리님은 대체 얼마나 많은 아쉬움, 원망의 감정이 있으실지... ㅠㅠ
네 맞아요 ㅜㅜ 너무 많은 생각과 번민에 시달리며 살고 있어요. 그 경기 때 준비 운동을 잘 했다면 안 다쳤을텐데, 차라리 그 공을 건들지 말걸 등 끈임 없는 만약에 만약 에라는 감정이 떠나질 않아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었어요 ㅠ
인사가 만사다..결국은 좋은사람 만나야 잘풀리는게 인생인거 같더라고요
커리님은 안좋은분을 먼저 만났으니, 앞으로는 좋은분들을 많이 만나실겁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