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알고 있는 것이 맞는가 ♤
당나라 때의 유명한 화백 대숭(戴嵩)은
전원 풍경과 특히 생동감 넘치는 소를
잘 그려서 이름을 떨쳤다
또 한간(韓幹)은 말을 그리기로 이름난 화가였다
이 두 명의 화가를 사람들은 한마대우(韓馬戴牛)
라고 칭했고, 그들이 남긴 작품에는 삼우도
(三牛圖)와 귀목도(歸牧圖)가 있었다
그 그림들의 가치는 평가 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대숭이 그린 투우도(鬪牛圖) 한 폭이 전해져
내려 오다, 송나라 진종 때 재상인 마지절
(馬知節)이 소장하게 되었다
그는 그림에 남다른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금의 그림을 수집하여 감상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특히 그가 소장한 투우도(鬪牛圖)는
당나라의 유명한 명인이 남긴 작품인지라
그는 이 그림을 극진히 아꼈다
혹여 그림에 벌레나 좀이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단으로 덮개를 만들고
옥으로 족자 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햇빛과 바람이 좋은 날을 택해
자주 밖에 내다 말리며 수시로 일광욕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청 앞에
그림을 걸어 놓고 바람을 쐬어 주고 있는데
소작료를 내려고 찾아 온 한 농부가
먼 발치에서 그 그림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글도 모르는 무식한 농부가 그림을 보고 웃다니..'
마지절은 화가 나서 농부를 불러 세웠다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웃었느냐?"
농부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림을 보고 웃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이놈아!
이 그림은 당나라 때의 대가인 대숭의 그림이다
그런데 감히 네까짓 게 그림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함부로 비웃는 것이냐?"
마지절이 불같이 화를 내자
농부는 겁에 질려 부들 부들 떨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같은 무식한 농부가 어찌
그림에 대해 알겠습니까 ?
하오나 저는 소를 많이 키워 보고
소가 싸우는 장면도 많이 보았기에
소의 성질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요
소는 싸울 때 머리를 맞대고
힘을 뿔에 모으고 서로 공격하지요
하지만 꼬리는 바싹 당겨 두 다리 사이의
사타구니에 집어 넣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빼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센 청년이라도 소꼬리를
끄집어 낼 수 없지요
헌데 이 그림 속의 소는 꼬리를
하늘로 치켜 들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절로 웃음이.."
농부의 말에 놀란 마지절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청에 걸어놓고 일광욕을 시키던
대숭의 그림을 내리며 탄식했다
“대숭은 이름 난 화가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보다 더 무식했구나 !
이런 엉터리 그림에 속아 평생 씻지 못할
부끄러운 헛 일을 하고 말았도다
그간 애지 중지했던 내가 정말 부끄럽구나 "
이 글은 중국 송나라때 유명한 학자인 증민행
(曾敏行 1118~1175)이 지은 독성잡지(獨醒
雜誌)의 고사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이 떠받들고 빼어난 지혜와
총명함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현실 생활이나 실천적 경험을 겸비하지 않으면
이렇게 웃어 넘기지 못할 실수를 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 되었거나
자신이 잘못을 알고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나 무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도 한다
과연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잘 살펴 볼 일이다
카페 게시글
─‥지보면 소식
농부가 유명화가의 소싸움그림을 보고 피식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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