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일 바람 불고
바람 속에 꽃 피고
꽃 속에 내 그리움 피어
세계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데
내 어쩌다 먼 산 바라
여기에 굳어 돌이 되었나.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06.28. -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이 생전에 펴낸 시집 <화개(花開)>에 실려 있다. 시인은 시집의 제목을 “‘한 송이 꽃이 피니 세계가 모두 일어선다(一花開世界起)’는 <벽암록>의 뜻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 시를 읽으니 시집의 제목이 이 시와도 맥락이 닿아 있음을 알겠다.
세계는 부단히 흐르고 바뀌고, 또 혼돈과 곤란의 시간이 있으나 그처럼 바람이 많이 일고 이는 때에도 꽃은 핀다. 꽃은 피어 바람 속에서도 고요한 중심을 잃지 않는다. 반면에 시인은 한곳에 박힌 듯 굳어져 꿈쩍 않는 돌이 되었다. 동태(動態)와 정태(靜態)가 이 세계의 양면(兩面)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