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과 베트남이 개방하기 직전인가, 두 나라 아주 가난한 시절에 가보았는데
그때 팬더 곰 처럼 생긴 땅딸만한 키에 까만 안경 테를 두른 양반이 중국에서 가장 높았던 시절이다.
사람보다 팬더곰 처럼 보이는 최고 지도자 동지와 악수도 한 번 해 보았다.
그때 속칭 재벌가의 황태자라 말하는 사람도 처음 보았는데 뭔 그룹의 기획실장이라고
나이도 한참 어린 사람 앞에 나이든 임원들이 몸을 사리는 걸 보았다.
그때 대학교 후배를 만나 이리저리 대접을 받으며 돌아 다니던 시절이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밥이 눈부시게 하얗고 투명할 정도로 빛이 날 정도로 환하게 보였는데
머리털 나고 밥이 밥 그 자체로서 맛이 있다는 걸 그때 맨처음이자 최후로 알았다. 그냥 기름이 좔좔
흐르는 윤기의 호수 속에 밥알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희안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밥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후배를 재촉하여
연유를 알아보았는데, 식당 사장이 와서 하는 말이 일본의 아끼바리(?)인가 한국의 경기여주미인지
한국과 일본의 최상 극상미 조차 발가락 사이에 낀 때조차도 여기지 않는 쌀이 중국에 존재하는데
만주쌀이라고 그랬다. 더 넓은 만주평야에 쌀 농사를 한 번도 짓지 않는 거름이 가득한 옥토가 지천인데
그기서 땅 힘으로 자라난 만주쌀이라는 것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그 밥을 먹고나서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
해지고 돌아간다는 말을 하면서 주인장이 물러 났다.
나는 한국인이면서 김치 냄새와 김치 먹기를 극히 꺼려하는 사람인데 그것은 냄새와 강한 양념이 싫어서이다.
뭐 내가 과수원에서 백골로 발견된 그 사람 처럼 스테이크나 에비앙 물로만 먹고 사는 빠다 발린 사람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나는 설렁탕과 라면 먹을 때만 김치를 찾지 평소 갓김치의 향만 좋아하여 그걸 조금 먹을 뿐
평상시 김치는 과히 먹지 않는다. 그러다 북한 식당이 있다길래 북한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육안으로 보고 싶어
찾아 갔는데 식당에서 부채와 장구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속칭 에미나이 동무를 난생 처름 보았다.
그기서 김치 한 쪽을 건성으로 한 번 들었다 먹어 보고 두 눈이 팽 돌아가고 대뇌에 전기가 찌리리 왔다.
세상에 김치가 달달하고 시원하고 아삭하고 청량하기 까지 한 것이 아닌가.........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역시나 처음이 되겠다. 눈이 한 번 뒤집히다 보니 진수성찬을 마다하고 김치만 눈에 아른 거렸는데
지금 기억으로 하자면, 김치만 접시에 담아 한 사람이 먹을 정도의 양이 지금으로 환산하자면 2만원, 3만원이였던 것
같다. 가격으로선 금치이다. 이미 미쳐 버린 놈 완전히 미쳐 버리자고 두 접시를 시켜서 김치만 먹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김치전 같은 붉은 변만을 구경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맨날 먹고 하는 음식 중에서도 지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중에서도 진상이 존재한다.
이미 수십년 전의 일이다. 그때 중국에 가서 들었던 말이 중국에서는 돈만 있다면 그 돈에 값을 하는 진상만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오직 중국에서만 가능하다고 그런다. 다른 나라에선 돈만으로도 구할 수 없다고
그랬다.
이 세상에 그런 밥과 김치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던 날들이다. 이건 겪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일 것이다.
첫댓글 ㅎㅎㅎㅎㅎ 만주쌀과 애미나이김치. 요하문명 혹은 홍산문명에 보면 그때 이미 치아에 신경치료한 흔적이 발견됩니다. 황하문명을 이천년 정도 앞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