斯雪淚落喫茶去(사설루락끽다거)-이렇게 눈이 눈물 되어 떨어지는데
차 한 잔 하고 가셔요.
此三淸閣片雲亭(차삼청각편운정)-여기는 삼청각 편운정입니다.
興亡盛衰皆何處(흥망성쇠개하처)-흥망성쇠 다 어디로 가고...
以景勝地待君迎(이경승지대군영)-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그대를 기다리리...
성하(城霞) 오복님(吳福任)
조각구름이 흘러가는 정자
성북동에 지난세월 요정(料亭) 정치(政治)의 산실로 대표되던 삼청각(三淸閣)이 있다.
시절이 변하여 이제는 세종문화회관이 인수하여 전통 문화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삼청각을 인수한 기념으로 작은 정자를 하나 지었다.
편운정(片雲亭) !
정자라고 하지만 기와를 올리지도 않았고 화려함이 배어있는 삼청각(三淸閣)에 걸맞은 모습도 아니다.
인고의 세월 속에 허리 굽은 노주(老柱) 네 개가 삿갓 같은 천정을 받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소박하고 조촐한 쉼터로 부담 없이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는 정자다.
얼핏 보면 창덕궁 후원(後苑)의 옥류천(玉流川)에 있는 청의정(淸漪亭)과 비슷한데
청의정은 단청(丹靑)이 있고 지붕이 짚으로 덮여있는 것이 다르다
편운(片雲)은 조각구름이다.
작고 가볍게 떠가는 구름이다.
구름이 다 그렇겠지만 저 편운(片雲)도 우리의 인생처럼 하염없이 떠간다.
이백(李白)의 대별정인(代別情人)이란 시중에
覆水不可收(복수부가수)-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行雲難重尋(행운난중심)-흘러간 구름은 다시 찾을 수 없다.
는 구절이 있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지난세월을 말한다.
또
고려말의 고승(高僧) 보우(普愚) 스님은 “지나가는 구름(過雲)처럼”이라는 그의 시에서
과운(過雲)
平生行止大無端(평생행지대무단)-평생의 몸가짐 크게 탈이 없고
是處無求是處安(시처무구시처안)-이곳은 바라는 곳이 아니라 그저 편한 곳
行滿天下沒蹤迹(행만천하몰종적)-행동이 천하에 채워도 종적이 없어
今日依然臥碧山(금일의연와벽산)-오늘도 여전히 푸른 산에 누워있노라.
보우(普愚)
고 소박한 편안함을 노래 하였다.
편운정(片雲亭)에 앉았다고 해서 비보이나 걸구룹들의 눈에도 조각구름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냥 눈으로 보인다고 해서 다 편운(片雲)이 아니다.
한잎 단풍이 가을 물에 떠 흘러가서
一到滄海不復還(일도창해부복환)-푸른 바다에 이르면 돌아오기 어려운 것
같이 이제 되돌아 갈 수 없는 황혼의 쉼터에 앉은 사람의 눈에만 조각구름이 보이는 것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