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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장 부자(父子)
궁륭산(穹?山).
무지개처럼 길게 휘어진, 즉 활과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 하여 궁륭이라 이름 붙여진 산이다.
이 산에서 보면 드넓은 태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태호의 물결을옆구리에 끼고 있는 궁륭산의 산정(山頂).
몇몇의 인물들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혈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문사풍의 한 청년, 그리고 남녀가 어우러진 가운데 색다른 분위기를 지닌 다섯 인물이었다.
청년이 다섯 인물 중 한 명을 돌아 보며 물었다.
"기사(機邪), 준비는 어찌 되었소?"
"거의 완성되어 갑니다. 대형."
기사라면 환우오사 가운데 백불범(白不凡)이다.
아울러 그가 스스럼없이 대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청년은 진일문뿐이다.
진일문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대들, 다섯 아우의 힘이 크게 도움이 되었소."
"별 말씀을. 대형이 추진하시는 일에 우리가 어찌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말하는 백불범의 표정은 거의 엄숙하기까지 했다.
진일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그를 향해 물었다.
"이번 싸움은 일월맹이 가담함으로써 삼파전(三巴戰)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어찌 될 것 같소?"
"아마도......."
기사 백불범은입술 꼬리를 기이하게 말아 올렸다.
"삼대 세력 모두가 큰 전력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그들을 평정하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정녕 기사는 그것을 바라오?"
진일문이 갑자기 안색을 차갑게 굳혔다.
"이들은 전부 중원무림의 동도들이오. 심지어 천의지회도 왕중헌과 일부 수뇌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중원인들로 구성되어 있소.따라서 구주동맹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몰살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오. 어떻게든 그들의 희생을 최소화시켜야만 되오."
"대형......."
기사의 고개가절로 숙여졌다.
"내 뜻은 이렇소. 혈겁을 일으킨 자들은 결국 그 수장들이니, 머리를 잘라 꼬리로 하여금 힘을 쓰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오."
"그럼 대형께선 직접 그들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환우오사 모두가 놀란 시선으로 진일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진일문은 더 말하지 않았다.
물처럼 담담한 그의 시선은 어느덧 태호를 향하고 있었다.
본시 태호는 대륙에서도 손가락 꼽을만치 넓은 호수이다.
가히 바다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넓이였다.
그런데 그 아스라한 수평선 쪽으로 붉은 화광이 언뜻언뜻 솟는가 하면 시커먼 연기가 줄곧 하늘로 뻗치고 있었다.
그 광경에 진일문은 내심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태호가 아무리 넓다 한들 중원의 일부분에 불과하거늘, 이 호상에서 세 개의 세력이 싸우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런 그의 망막에 한 인물이 환상처럼 떠올랐다.
'허형, 당신이 아니었다면 무림은 아마도 당대에서 단절되었을 것이오. 구주동맹이 괴멸되고, 이민족의 말발굽 아래 이 땅이 유린되었다면....... 우우!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오.'
진일문은 하나의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뒤는 내가 맡겠소. 그래야만 허형의 희생이 그 진가(眞價)를 발휘하게 되지 않겠소? 후후후.......'
그는 환우오사에게 명했다.
"앞으로 사흘 후에 출범하겠소. 차질이 없도록 그 안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주시오."
"존명!"
환우오사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들이 사라지자 진일문도 신형을 돌리며 걸음을 떼어 놓았다.
정자(亭子).
꽤 운치가 있는 이 정자 역시 태호가 잘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세워져 있었다.
진일문이 이 곳에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두 명의 인물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그 인물들이란바로 취화상과 만박노개였다.
"흘흘... 그래, 맹주는 결론을 내렸소이까?"
"어르신께서 제게 맹주라니요? 감당할 수가 없군요."
진일문이 얼굴을 붉히자 만박노개는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 대사를 앞둔 지금, 체계가 서지 않고 명령의 유서가 없으면 적을 제압할 수가 없네."
그의 어투도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이를 느낀 진일문은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고소를 지었다.
"그럼 두 분께서 큰일을 맡아 주셔야 옳지 않습니까?"
만박노개는 그답지 않게 심각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소린 관두고, 어디 맹주의 생각이나 말해 보시게."
"형세로 보건대 삼대세력은 상충하는 백중지세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무너지기 보다는 전반적인 피해가 우려됩니다."
"흐음, 우리도 방금 그것을 걱정했네."
"그들의 수장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낼까 합니다. 더 이상의 피는 무의미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만상팔진대둔진(萬象八陣大遁陣)으로 그 무리들을 서동정산에 몰아 넣기 위해서는......."
취화상이 말허리를 자르며 나섰다.
"우리 두 늙은이가 힘을 좀 써 달라,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허허... 이 화상은 맹주의 명이라면 언제든 사양치 않으리다. 설사 반야천의 먹이가 되라 해도 그대로 응하겠네."
"무슨 말씀을. 단지 금붕을 이용해 반야천을 이끌어 내시는 정도면 됩니다. 우선은 반무독을 고립시켜야 하니까요."
"이제 알겠군. 그러니까 맹주의 말씀은 동방교주가 개입된 것처럼 꾸며 반야천을 유인하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야 어려울 게 있나?"
"흘흘... 어디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취화상과 만박노개는 벌써 술잔을 내려 놓으며 일어서고 있었다.
이어 신형을 날리는가 싶자 그들 두 사람의 모습은 눈깜빡할 사이에 산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진일문은 정자에 남아 홀고 상념에 잠겼다.
눈은 호수를 보고 있으되 그의 손은 목걸이를 더듬어 꺼내고 있었다.
감회가 일렁이는 순간이었다.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절, 가문을 알아내고자 몸부림쳤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진일문은 목걸이에 새겨져 있는 무거울 중(重)자를 바라보며 안면 가득 의문을 담았다.
'허형, 당신이 보낸 서신의 뜻을 알 수가 없구려. 일월맹주에게 이 목걸이를 내보이라니, 대체 무슨 얘기인지.......'
그는 문득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 일월맹주가 아버님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언뜻 스쳐가는생각이었으나 그 충격파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진일문은 이내 그것을 부인하고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지나친 비약이리라. 설마 그런 일은.......'
그는 울적해진나머지 쌍기가 남긴 술을 훌쩍 들이켰다.
"만나지겠지, 언제고!"
자조적인 부르짖음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크핫핫핫...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일월의 형제들이여, 모조리 도륙해라--!"
한 인물.
전신에서 극사한 기운을 발하며 좌충우돌 쌍장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그는 바로 일월맹의 맹주였다.
장내는 어이없을 정도로 혼전(混戰)을 이루고 있었다.
일월맹이 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왕중헌과 반무독, 두 사람을 수뇌로 한 양대 세력의 접전은 치열하기는 해도 최소한 공격 대상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현재의전황은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양상을 띄고 있었다.
선후를 가리지 않는 일월맹의 공격은 급기야 맹목적인 살상극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찢어 죽일 일월맹의 무리들!"
대숭양수(大嵩陽手)라는 별호를 가진 천마신궁의 고수, 그의 이름은 구무기(九無忌)였다.
그는 지금 안면을 잔뜩 찌푸린 채 허리를 움켜 잡고 있었다.
왕중헌의 수하와 싸우는 중에 일월맹의 인물이 끼어 들어 상대를 죽이고 자신에게는 이렇듯 중상을 입혀 놓은 것이다.
"흐흐... 천마신궁도 별 것 아니구나!"
일월맹의 고수가 다시금 도를 휘둘러 왔다.
쐐액--! 파파팟!
무시무시한 도영(刀影)이 순식간에 허공을 뒤덮었다.
구무기는 그 막강한 공세에 가슴이 섬뜩했으나 당한 일을 생각하니 오기가 불끈 치밀었다.
그는 쌍수를 맹렬하게 휘둘렀다.
콰르르릉--!
잠경이 휘몰아치자 일월맹의 인물은 처음의 위세와는 달리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흐흐... 너야말로 별 것도 아닌 것이, 흡!"
구무기는 말하다 말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등이 화끈해 오는 느낌과 더불어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입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어림을 응시했다.
'검(劒)!'
그랬다. 피를 바른 채 날카로운 끝을 드러낸 한 자루의 검이 구무기의 시야에 쏘아져 들어왔다.
'빌어먹을! 관통당했군.'
그가 내심으로부르짖으며 부르르 경련을 일으킬 때였다.
한 가닥 음침한 음성이 그의 고막을 때렸다.
"흐흐... 구무기. 너는 나 우소(允蘇)를 잊었구나, 크악!"
음성은 갑자기비명으로 바뀌었다.
퍽 하고 피가 튀어 올랐다.
구무기는 흐릿한 눈으로 수급이 날아가 버린 우소의 몸뚱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결국 몸뚱이만 남은 우소와 함께 쓰러졌다.
또 다른 한 인물.
그 자는 우소의 피가 묻은 도를 닦으며 음산하게 웃었다.
"크크크! 일월맹에 거슬리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죽인다."
그는 신형을 날렸다.
다시 도에 피를 묻혀 줄 대상을 찾아서.
전세는 이런 식이었다.
그야말로 죽고죽이는 아수라의 대혈전, 죽는 자가 누구에 의해 죽어 가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저 서로 베고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직 그것만이 이 혼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싸워라! 흐흐흐... 태호의 물이 핏빛으로 변할 때까지 으흐흐...하하하핫......!"
일월맹의 깃발아래서 광소를 터뜨리고 있는 자.
진중서였다.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것 중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하게 변해 있었다.
그 특유의 회의나 고뇌 따위도 이 순간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것은 푸른 이리가 그려진 깃발을 펄럭이고 있는 한 척의 범선이었다.
하지만 그 범선은 태반이 부서진 채 옆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진중서의 신형이 그것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왕중헌! 안된다. 그대는 필히 내 손에 죽어야 한다."
휘이-- 이잉--! 콰르릉--!
먹구름을 동반한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뇌성벽력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하늘이 노한 것일까? 마치 혈전의 종막을 명하는듯 천지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엄청난 폭우였다.
쏴아아아--!
장대 같은 빗줄기가 허공에 사선을 그으면서 호면을 때렸다.
마침내 대자연의 힘에 의해 태호는 무력하게 함몰되었다.
그 바람에 보잘 것 없는 인간의 군상들은 지척을 떠나면 누가 누구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촤아아아--!
폭우 속에서 물살을 가르는 선단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유선형을 이루고 있는 그 배들은 여느 배와는 사뭇 달랐다.
하나같이 검은 빛을 띄고 있었으며, 표면이 거개의 배들처럼 목재로 된 것이 아니라 쇠로 되어 있었다.
일종의 철갑선(鐵甲船)이랄까?
그리 크지는 않었으나 그래도 족히 삼십여 명은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특이한 것은 전면이 창날을 연상케하리만치 뾰족하게 튀어 나왔다는 점이었다.
총 삼백이십 척, 여덟 척의 배가 한 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각기 같은 방위로 또 다시 한 단위를 형성하고 있었다.
즉 육십사 척의 배가 한 선단이되, 그것들은 다시 오행의 방위로 나뉘어져 다섯 개의 선단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철갑선단은태호의 중앙에서부터 혈전을 벌이고 있는 곳을 향해 나는 듯이 질주해 가고 있었다.
개중 선두에 해당되는 배에서 한 가닥 외침이 울려 나왔다.
"좀 더 속력를 내라! 어서 가서 이 기사(機士) 백불범이 만든 철갑포선(鐵甲暑船)의 위력을 보여 줘라!"
갑판에 서서 낡은 부채를 지휘봉처럼 휘두르고 있는 그 인물은 바로 기사 백불범이었다.
그가 또 한 차례 명인(名人)으로써의 솜씨를 발휘해 낸 것이었다.
"만상팔진대둔진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폭풍우까지 나를 도와주는구나. 흐흐... 천마신궁이든 일월맹이든 어디 맛 좀 봐라!"
콰르릉!
뇌성벽력이 폭우를 갈랐다.
산정에도 빗줄기는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한 청년이 읊조리고 있었다.
"으음, 드디어 시작이군. 반야천, 당신은 곧 무너지게 될 것이외다. 당신이 업신여기던 구주동맹의 동도들에 의해."
그는 구주동맹의 맹주인 구주신협(九州神俠) 진일문이었다.
"아울러 중원에 무수한 죄업을 쌓아 왔던 천마신궁의 존재도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오."
나직한 어투였으나 그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쏴아아아--!
비는 그 무서운 선언을 아는지 모르는지 줄곧 세차게 떨어져 내리며 그의 어깨를 때렸다.
콰르르릉--!
시퍼런 섬광이검은 하늘을 여러 갈래로 찢었다.
심혼을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광풍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촤아아아--!
기세에 떠밀려태호의 물결은 더욱 요동치고 있었다.
그 속에서 굉렬한 폭음이 잇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뇌성벽력이 아니었다.
"으음,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묵직한 신음성이 대기 중에 넓은 파장을 일으켰다.
서동정산의 중턱이다.
언제부터인가 은발은염(銀髮銀髥)의 한 금포인이 폭우 속에 우뚝 선 채 침중한 얼굴로 수상혈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에게 채 일 장도 접근하지 못한 채 모조리 튕겨 나가고 있었다.
전신에 강력한 무형의 강기가 충포되어야만이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의 뒤에는 역시 화려한 금포를 걸친 반무독이 서 있었다.
"본궁은 물론 일월맹과 왕중헌의 선박들도 그 괴이한 철갑선에 의해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선체에 철갑을 두르고 있는지라 충돌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더우기 폭풍우가 몰아쳐 방비도 어렵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아 냈느냐?"
"구주동맹입니다, 아버님."
반무독의 부친이라면 이 은발은염의 인물은 당연히 천마신궁의 궁주인 반야천이다.
그는 안색을 싸늘하게 굳혔다.
"구주동맹의 무리들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단 말이냐?"
"소자도 그것이 의문입니다. 진일문이라는 아이가 죽은 후로는 영도할 만한 인물도 없으련만......."
"으음!"
"상황으로 보건대 삼파 모두 배를 잃으면 이 곳으로 올라올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또한 구주동맹의 전략이 아닐지......?"
반야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상관 없다. 너는 놈들이 상륙하는 즉시 섬멸할 준비나 해 두어라."
"알겠습니다."
반무독은 고개를 숙이고는 신형을 돌렸다.
슷!
그가 사라지자반야천은 냉소를 흘렸다.
"너희들이 아무리 몸부림친다 해도 결과는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반야천이 버티고 있는 한."
크아아악--!
문득 폭우가 쏟아지는 암천을 가르며 괴조음이 울렸다.
반야천의 흰 눈썹이 불쑥 치켜 올라갔다.
"흐음?"
찬연한 금광이떠오르는가 싶더니 그의 시야에는 곧 거대한 금빛 붕조의 형상이 쏘아져 들어왔다.
"천산금붕! 그렇다면?"
반야천의 안면이 일순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심후한 공력이 깃든 음성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반야천! 그대로 인해 나는 조용히 쉴 기회조차 잃었다. 천산(天山)에까지 피비린내가 전해져 오니 어쩌겠는가?"
"동방절호!"
반야천의 눈이찢어져라 부릅떠졌다. 그가 이토록 놀라움을 표출시키는 일이란 그다지 흔치 않다.
"믿을 수 없다! 그대는 분명 죽었거늘......."
쏴아아아--!
천산금붕이 낮게 날며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는 다시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 위에는 한 인물이 타고 있었다.
"반야천, 드디어 그대와 내가 직접적으로 손을 나누게 되었군. 결코 사양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태가 이쯤 되자 반야천도 본래의 기세를 회복했다.
"물론이다, 동방절호! 적수가 없는 무림은 싱거웠다. 내 이제 그대를 정공(正攻)으로 꺾고 명실상부한 천하독패를 이루리라."
그는 말을 마치자 즉시 신형을 뽑아 올렸다.
파아--!
그의 신형이 빗줄기를 가르며 무한대의 공간으로 솟구쳤다.
그 빠르기란 실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것이었다.
"죽어라--!"
"어림없는 소리 집어 치워라!"
쉬쉭! 카카캉--!
폭우 속에서도살기 찬 외침과 더불어 병장기들이 서로 맞부딪치며 불꽃을 튕겼다. 이곳은 서동정산의 일각(一角).
철갑선의 출현으로 선박을 잃은 삼파의 세력들은 여기서도 여전히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크아아악--!"
비명소리 역시병장기가 허공에 예광을 토할 때마다 일었고, 그에 따라 피분수가 솟구쳐 올랐다가 금새 빗줄기 속에 흐릿하게 녹아 들곤 했다.
한순간, 그들 사이를 비집고 하나의 인영이 빛살처럼 쏘아져 갔다.
그 인영은 한 인물의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왕중헌, 주위를 물리치시오.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었소?"
그때까지 왕중헌은 수십 명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살수를 펼쳐 내고 있었다.
그는 음성을 듣자 흠칫 굳어졌다.
"자네는......!"
물릴 필요도 없었다.
괴인영의 음성에 깃든 냉엄함으로 인해 이미 왕중헌의 대적자들은 썰물처럼 그 자리를 떠버린 후였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어 고맙소. 왕사형."
그 음성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진중서였다.
그리고 이 순간의 그에게는 마기(魔氣)가 일체 배어 있지 않았다.
단지 왕중헌을 향해 슬프도록 고독한 눈빛을 흘려 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왕중헌은 그 눈빛이야말로 세상 어느 누구의 그것보다 더 두렵게 느껴졌다.
인간이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변하기 마련인 바, 변하지 않은 인간이 있다면 그 자는 아마도 철처하게 자신을 지켜온 자일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응시한 채 대치를 이루었다.
왕중헌은 기이한 격정이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진사제....... 일월맹의 맹주가 자네였나?"
"후후... 왕사형, 과거의 당신이 아니구려. 당신의 영민한 두뇌라면 그정도쯤은 벌써 파악하고 있을 줄 알았소."
왕중헌은 입술을 악물며 혈전장을 돌아 보았다.
"그럼 이 모두가 진사제의 짓이란 말이지? 후후... 정녕믿을 수가 없군."
"나를 그렇게 유도한 것은 바로 당신이오."
왕중헌의 안면이 괴상한 꿈틀거림을 보였다.
"흐음! 부인하지는 않겠다."
"솔직해서 좋구려. 그 쪽이 위선보다 훨씬 낫소."
진중서는 왕중헌이 더 뭐라 말하기도 전,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시간 끌 것 없소이다. 일월맹이든, 당신의 천의지회든 나와 함께 이 땅에서 사라져 주면 그뿐이오. 나는 중원의 마세를 모두 등에 업고 지옥으로 갈 작정이오."
왕중헌의 눈에일말의 감탄이 스쳤다.
"정녕 놀라운 발상이군. 과연 진사제답다."
"후후... 그것은 예전에도 들었던 말이오. 왕사형은 그렇게 겉으로는 나다운 것을 추앙하며 종내 나를 기만했소."
"으음......."
두 사람 사이는 분명 처절하리만큼 원한이 게재된 관계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에게는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왕중헌.
그가 엣센인으로써 중토를 가로채기 위해 암약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괴로워했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진중서를진심으로 아꼈으며, 그의 아들인 진일문의 존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구차한 변명은 할 필요도 없었고, 또 통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왕중헌은 단 한 마디 만을 덧붙여 말했다.
"해경(海瓊), 그녀가 나와 만났던 적이 있었다."
"뭐, 뭣이?"
"궁금하다면 말해 주겠다."
"갈(喝)! 그걸 말이라고......!"
진중서는 대노했다.
그러자 왕중헌은 처음으로 그의 눈 속에서 어른거리는 광기(狂氣)를 발견하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내가 실수했군. 사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르지 않으면서. 어쨌든......."
왕중헌은 잠시숨을 고른 후, 다시 말했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사제의 아들이다."
"설마!"
"내가 그 아이를 보았을 때는 이미 다섯살이었다. 그리고 이후로 나와 함께 살았었다."
"그럼 그 아이는 어디 있소? 내 아들이라는......?"
진중서는 거의이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왕중헌의 눈에 곤혹과 회한의 빛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불행히도... 그 아이는 죽었다."
"뭐, 뭐라고!"
진중서의 신형이 휘청하고 흔들렸다.
"거짓말이다! 또 무슨 헛소리로 나를 현혹시키려 하는 것이오? 아들이 있다더니, 그 아이가 죽었다고?"
"내 말은 모두 사실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진일문, 아주 귀엽고 총명한 아이였지. 그런데 장성한 그는... 천마신궁의 반야천을 맞아 싸우다 죽었다."
"으하하핫-- 으하하하하하--!"
느닷없이 진중서가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주위에서혈전을 벌이던 삼파의 고수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렸다.
개중에서 공력이 약한 자들은 아예 피를 토해내며 쓰러지기도 했다.
진중서는 광소를 그치더니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왕중헌! 그렇다면 더욱 용서할 수 없다. 아들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아온 것 또한 누구 때문인가? 내 그대를 처단하고 반야천을 찾아가 아들의 원혼을 달래 주겠다."
그의 쌍장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휘류류륭--! 콰우우우--
가공할 잠경이그의 쌍장이 춤출 때마다 노도처럼 뻗어 나오며 왕중헌을 몰아쳐 갔다.
왕중헌도 이에 맞서 쌍장을 날렸다.
콰콰콰-- 콰아--!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강자들, 그들의 대결은 가히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잠경이 부딪치자 천번지복의 굉음이 울리며 지축이 온통 뒤흔들렸다.
진중서의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학은 하나같이 희세의 마공이었고, 왕중헌의 무학 또한 손에서 몽고 비전의 절학들로써 진중서의 마공에 못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접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수가 가려졌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왕중헌이 차츰 밀려 나고 있었다.
쾅--!
"으윽!"
한 차례 굉렬한 폭음이 일자 그 속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왕중헌이었다.
그는 선혈을 왈칵 토해 내더니 계속 뒤로 밀리다가 하나의 거대한 고목에 등이 닿아서야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는핏기라곤 한 점도 없었다.
"사제,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군."
"후후후... 더 이상은 사제가 아니다. 그 말조차 역겨우니까."
진중서의 전신으로부터 핏빛을 띤 환영이 일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왕중헌은 얼굴에 은은한 놀라움을 떠올렸다.
"사제, 자네가!"
"왕중헌, 내가 지금까지 일각에서 고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는 복수를 위해 마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들의 존재를 알았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그것도 다 끝난 얘기지만. 후후후......."
단지 웃음소리의 여운으로 인해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왕중헌은 대경했다.
'오오, 대단한 마기다! 아직 무공을 떨쳐 내지도 않았건만.'
마침내 진중서의 쌍장이 떨쳐졌다.
그러자 시뻘건 혈강(血 )이 흡사 거악천봉과도 같은 기세로 왕중헌을 쓸어갔다.
콰쾅--!
엄청난 굉음이울리며 폭우에 갇힌 천지를 뒤흔들었다.
각기 다른 두 마디의 짤막한 비명이 그 뒤를 이었다.
"크윽!"
"헉!"
그런데 허공으로부터 휘황한 금빛이 쏘아온 것은 그 때였다.
크아악!
울부짖음과 더불어 천산금붕이 뇌락처럼 엄청난 속도로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내렸다.
"그만 멈추시오!"
진일문이었다.
그는 왕중헌과 진중서의 대치 현장에 그들 두 사람과 품자 형을 이루며 내려 섰다.
"아! 늦었구나."
그는 침중한 시선으로 왕중헌의 가슴에 사발만한 구멍이 뚫린 채 선혈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치명상이었다.
반면에 진중서역시 적지아니 타격을 입은 듯했다.
그는 연신 비틀거리며 신형을 가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진일문을 발견한 왕중헌이 눈을 크게 부릅떴다.
"너는... 문아(文兒)가 아니더냐?"
"왕사부......."
진일문은 곤혹스러운듯 말을 잇지 못했다.
왕중헌의 신변에 대해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통제가 되지 않는 감정의 흐름이 잔존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반야천에게 당하지 않았느냐?"
진일문은 고소를 지었다.
"하늘의 보우인지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오오! 정녕 하늘의 안배란 인간으로서는 넘볼 수가 없구나."
왕중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이제야 알겠다. 인간의 야망이 얼마나 물거품 같은 것인지. 엣센을 위해 수십 년을 노력했건만 하늘은 너를 지목했다."
"사부......."
이때, 진중서의 눈이 혈광을 띄더니 순식간에 그의 일신마저도 핏빛으로 변해갔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사이롭기 그지없는 장소성이 터져 나왔다.
"우우우우--!"
침착하게 가라앉았던 마기가 격발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상세를 억누르고자 무리하게 진기를 끌어올리는 바람에 잠재하고 있던 마공이 급격하게 증폭되었으니, 그 결과는 불문가지였다.
"피해라!"
왕중헌의 다급한 외침에 진일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 직후, 가공할 잠경의 회오리가 핏빛을 머금은 채 벼락같은 기세로 휩쓸어 왔다.
콰앙--!
이 엄청난 굉음은 왕중헌의 분시(分屍)를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짓이겨진 그의 살덩어리들이 피분수와 함께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흡사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왕중헌은 그렇게 죽어갔다.
진일문.
일시지간 몸을피했던 그는 어느덧 제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피하라는 외침이 그가 들었던 은사(恩師)의 마지막 말이었다.
덕분에 그는 왕중헌의 주검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심지어 다리가 떨려와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한 가닥 음성이 그의 귀에 전해져 왔다.
"너는 누구냐? 어찌 왕중헌을 알고 있느냐?"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스산한 그 음성에 진일문은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섰다.
그리고는 물었다.
"당신이 일월맹의 맹주요?"
"이르자면 마의 괴뢰지. 크크... 어떠냐, 흥미가 있느냐?"
진중서는 되묻고 나서 천천히 진일문에게로 다가섰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의 두 다리가 땅속으로 푹푹 파고 들어갔다.
그를 응시하던진일문이 불현듯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왜일까? 저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것은?'
생각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누군가... 내게 말했소."
진일문의 음성이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오고 있었다.
그는 목에서 목걸이를 뜯어 진중서에게 던졌다.
"이 목걸이를 당신에게 보여 주라고....... 그러면 당신이 그 목걸이를 알아 볼 것이라 했소."
부지중 목걸이를 낚아챈 진중서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듯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우우--! 너는 누구냐? 어떻게 이 목걸이를 지니고 있었느냐?"
진일문은 격정을 억누르느라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그것은... 내 아버님의 유물이오."
"뭣이! 그럼 네가... 왕중헌이 말했던 진일문이란 아이냐......?"
"그렇소이다. 이젠 당신이 말할 차례요. 당신은 어떻게 그 목걸이에 대해 알고 있소?"
"오오! 이 목걸이의 주인이 바로 나이거늘, 어찌 모르겠느냐?"
"함자를 말해 주십시오. 어서!"
"진중서....... 이것이 내 이름이다. 너는! 으아아--!"
격동으로 인해어쩔 줄 모르던 진중서가 갑자기 머리를 움켜 잡으며 비명을 발했다.
곧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뒤틀어지더니 눈에서 시퍼런 광망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아!"
진일문은 대경했다.
자신이 마주 하고 있는 그 얼굴은 도저히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악마라는 존재의 실체를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그러하리라.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아버님--!"
진일문의 입에서 마치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장장 이십 년을 묻혀 있다가 처음으로 세상 밖에 터져 나온 통한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외침은 막바로 진중서의 의지를 일깨웠다.
"오오! 내 아들......."
악마의 화신이던 그의 얼굴이 스르르 본모습을 회복해갔다.
"내 아들 문아(文兒), 몇 살이더냐? 그렇지, 해경과 생이별을 한 것이 이십 년이 넘었으니 스무살이 넘었겠구나. 그러나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오오, 하늘이여!"
뼈를 깎아 내리는 듯한 부르짖음이 진중서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고독과 체념으로 일관되었던 그의 인생에 아들이란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이를 받아들일 자격이 없다 여기고 한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그의 음성이 기묘하게 이어졌다.
"네 모친에 대해 얘기해 다오."
"어머님은... 제가 어렸을 적 가극단의 무희로써......."
"그럴 수가! 해경이? 도성(刀聖)의 딸이었던 그녀가 말이냐? 그럼 그 뒤로는, 그 뒤로는 어찌 되었느냐?"
도성 양원종(楊元鐘)의 무남독녀였던 양해경(楊海瓊), 즉 진중서의 정인(情人)이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일대기가 진일문의 입을 통해 간략하게 전달되었다.
진중서가 또 물었다.
"너는....... 왕중헌과 얼마나 지냈느냐? 내가 그의 소식을 접했을 때, 그는 분명 혼자였다. 그렇다면 오래 돌보아 주지 못했을 것인즉, 지금까지 어찌 지내 왔느냐?"
진일문은 자신에 관한 것은 말하지 못했다.
부친의 비분이 하늘에 닿고 있으니 또 무슨 말을 전하겠는가?
아니, 그에게는 말할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 않았다.
진중서의 얼굴이 다시 변하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두고 분노할 때와는 또 다른, 주체할 수 없는 살의(殺意)가 그의 마성을 다시 폭발시켜 버린 것이었다.
"아버님......?"
진일문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부친에게로 다가갔다.
진중서가 그를 향해 외쳤다.
"다가오지 마라! 내가... 내가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이기를 오래 전에 포기했던 자, 너는 나를 더 이상 아비라고 생각하지 마라."
휘우우우웅--!
진중서의 전신모공으로부터 핏빛 기류가 솟아 오르더니 종내에는 그의 피부색까지 핏빛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는 서서히 그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한 광경은실로 전율을 불러 일으키고도 남았다.
진일문은 완전히 달라져 버린 부친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저 무공은 천마혈영공(天魔血影功)과 매우 유사하다."
정확히 말하면그것은 동방불후의 역혈수라마인공(逆血修羅魔人功)이었으나 그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천마혈영공의 위력이라면 그 자신이 반야천을 통해 뼈저리게 통감했던 바였다.
그 두 가지의 무공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모두가 중원마도의 본맥인 파황교의 무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결과적으로 아버님께서는 이마제마(以魔制魔)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극단의 마공을......!"
진일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비록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했으나 서로의 언행을 통해 그들 부자(父子)는 각기 상대방의 지나 온 인생까지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아--!"
급기야 진중서는 악마의 호곡성을 토해 내더니 몸을 돌려 맹렬한 기세로 솟구쳐 올랐다.
"아버님--!"
진일문이 외쳐불렀으나 핏빛 운무에 가려진 진중서의 신형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폭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도우리라! 그리고 여생만은 반드시 함께 하리라.'
진일문은 내심피맺히게 부르짖으며 부친의 뒤를 따라 섬전처럼 신형을 쏘아 올렸다.
첫댓글 즐감요!!!!!
늘 감사합니다.
즐감했습니다.
극적인 재회,,그러나 안타까운 인연
굿,,즐감,,
ㅎㅎ
감사합니다
즐감요
쟴납니다
잘 보았습니다
줄겁게 열독하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