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대학야구 춘계대회가 열린 동대문구장. 좌중간 안타를 친 선수가 쏜살같이 내달려 베이스에 안착했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선수가 달려간 곳은 3루였다. 이 서울대 2학년생은 공식대회 첫 안타를 때렸다는 감격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느 대회에선 포수로 처음 나선 서울대 선수가 홈플레이트 부근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자 주심이 어이없어했다. “거기 아니야, 더 앞으로 앉아야지.” ▶서울대 야구부가 동아리 수준의 유일한 아마추어팀이라는 게 상대팀은 도리어 부담스럽다. 행여 지거나 적은 점수차로 이겼다간 큰 창피이기 때문이다. 86년 연세대가 4대5로 지다 9회말에 6대5로 역전승한 것은 서울대엔 ‘전설적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 직후 연세대 선수들은 삭발을 해야 했다. 94년 서울대에 ‘겨우’ 5대1로 이긴 계명대는 호된 수모와 질책을 받았다. 계명대는 가을에 다시 서울대를 만나자 작정하고 35대3으로 이겨 버렸다. ▶서울대 야구부가 마냥 천덕꾸러기만은 아니다. 다른 대학 감독이나 선수들은 서울대 선수들이 경기할 때 짓는 정말 행복한 표정을 부러워한다. 지치거나 짜증스러운 기색도 없이 그저 야구가 좋아서 즐기려 하는 게 다르다고 한다. 평범한 내야 땅볼을 치고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1루에 머리부터 들이민다. 서울대 선수들의 설익었지만 순수한 패기는 대학야구 전체에 참신한 자극이 됐을 법하다. ▶아마추어팀인 도쿄(東京)대 야구부가 메이지(明治)대에 24년 동안 92연패를 당한 끝에 99년 1승을 올렸을 때 일본 전체가 도쿄대의 경사(慶事)를 이야기했다. 그래도 서울대가 천신만고 뚫고온 역정에 비하자면 덜 놀랍다. 도쿄대는 그 도쿄 6개 대학 야구대회에서 1할대 승률이라도 내고 있다. 서울대 야구부가 창단 27년, 199패 만에 첫 승을 달성한 것은 세계에 다시 없을 질긴 기록이다. ▶서울대 야구부는 이미 20년 전부터 언론과 팬들로부터 격려와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늘엔 더 많은 꼴찌들이 1승에 대한 희망과 열망으로 버티고 있다. 1무승부도 올리지 못한 서울대 축구팀, 청각장애 학생들이 뛰는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 일본에 53대0으로 패한 여자야구팀 ‘비밀리에’…. 국민들이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을 가장 인상적인 경기로 꼽은 것도 그 투지가 핸드볼 불모지에서 솟구친 것이기 때문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보내는 사람에게도 행복이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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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대 다음경기에서 인하대한테 23:0콜드게임패네요.. 쿨럭;;
쿨럭;; 23점차라니 -_ㅠ
ㅡㅡ;;그래도 경기내용은 좋았다,,,모ㅡ;; 인하대 우리 깔보고 대충하는게 재수 없었다ㅡㅡ;;그날 역시 야구부는 열심히 끝까지 싸웠다~ 많은 점수차로 졌다고 말하기 전에 선수들이 경기를 임하기 전에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 알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기 바래요~..
서울대 4패로 예선 탈락했네요..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