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혼의 수호신 - 23 미스테리우스 VS 클라비스
민서우
- 23
환한 금발머리를 돌돌 말어서 바짝 올려묶은 황궁의 최고상궁을 보필하는 최고나인, 나미 샤이닝.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재주와 요리를 향한 정렬이 그녀를 만들었다 할 수 있다.
류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아닙니다. 저희도 막 왔습니다.”
“나미 샤이닝이라고 합니다.”
“다니엘 클립스입니다.”
“류 페이입니다.”
통성명부터 먼저하는 그들. 이어 다니엘이 대표로 점원을 부른다.
“음료수부터 시키죠. 뭐 드시겠습니까?”
“바나나주스 좋아해요.”
나미의 말 끝나기 무섭게 직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포도, 레몬, 바나나 한 잔씩 주세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가고 나자 나미가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받은 편지에도 분명 “나미 샤이닝 양” 이라고 되어 있었다.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미의 상대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만약 미행이라면? 둘도 볼 것 없이 자리를 뜨면 된다. 한 대씩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물론 다니엘과 류는 그녀가 던질 질문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만들어둔 상태이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죠? 난 댁들 같은 사람, 오늘 처음 보는데.”
나미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다니엘과 류는 각자의 자격증을 꺼내보였다. 나미는 곧장 두 장의 자격증을 뺐듯이 낚아채었다.
“이게 뭐죠? …!”
자격증 첫 번째 줄의 단 네 자를 읽자마자 나미의 눈빛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자격증
트러스터 Truster, 의뢰수행자
이름 : 다니엘 클립스
나이 : 23세
성별 : 남
급수 : 1급
직업 : 전사
의뢰 가능 범위 : 무제한(無制限)
정보 검색 범위 : 무제한
특별 임무 수행 범위 : 무제한』
다니엘과 류의 자격증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굳이 찾자면 류의 이름과 직업이랄까-. 자격증 내부에서 나미의 눈길을 끈 것은 급수와 무제한으로 표기된 곳들. 의붓 언니가 갖고 있는 자격증과 같다.
나미는 공격적인 눈빛을 하고 물었다.
이 남자들, 위험하다. 같은 1급이면 언니에게 갈 의뢰들이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멀리 해야 할 존재들. 1급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것도 무척 쉽게 알아냈을 것이다.
다니엘과 류가 제니퍼의 동료이자 친구라는 점을 잘 모르는 그녀로서는 당연한 생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 예상 질문이 날아들어왔다.
“댁들도 1급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음료수가 나왔다. 포도는 다니엘이, 레몬은 류가, 그리고 바나나는 나미가 챙겼다.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나미가 다시 물었다. 지금 자신이 던지는 질문 모두가 예상된 질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우리 언니를 아시나요?”
“당연하죠. 1급끼리인데요.”
“의뢰도 여러 번 같이 했습니다.”
다니엘과 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한 후에 다시 말했다. 이제는 자신들이 물어도 될 차례.
“안 그래도 만나자고 한 게 제니퍼 때문이에요. 나미 씨 어머니께서 사무소에 가서 제니퍼에게 의뢰를 멈추지 말라, 라고 말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니퍼는 지금 쉴 틈 없이 의뢰를 맡아서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겨우 쉬는 중입니다.”
어느새 류랑도 말을 놓았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계속 언니를 제대로 못 봤어요. 오늘 아침에 나오기 전에 잠시 방을 살폈는데 자고 있더라고요.”
‘뭐라고?’
계속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염탐을 하던 미스테리우스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럼 지금 리아는 혼자란 말인가. 위험하다. 클라비스까지 모습을 드러낸 마당에! 유에가 다니엘과 같이 있으니 얼른 리아를 찾아야 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미스테리우스는 투명인간을 지우지 않고 카페를 급히 나갔다.
사무소 앞에 서서야 투명인간을 중지한 미스테리우스.
“불쑥 나타나서 놀랐는데? 어디에 있었던 거야?”
댁도 불쑥 나타나긴 마찬가지잖아요! 흐리게 느껴지는 마기가 아니었으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미스테리우스는 자신을 살짝 놀라게 한 장본인을 돌아보다가 멈칫했다. 상대, 클라비스의 옷이 며칠 전과는 사뭇 달라져있다.
흑색 바지에 흰색 반팔 셔츠, 짧은 흑색 머리카락. 머리가 짧아지니 왼쪽 귀에 걸고 있는 은색 귀걸이가 눈에 띈다. 보라색 눈동자와 까만 얼굴은 바뀜이 없다. 다니엘과 류가 입는 평상복과 같은 옷차림.
그러고 보니 날개도 안 보이는데?
미스테리우스의 눈빛에서 “어떻게 된 거예요?” 라는 질문을 읽은 클라비스가 대답했다.
“인간 형으로 모습을 좀 바꿨어. 평소에는 이러고 돌아다니거든. 나도 호여관처럼 그런 투명인간을 하루 이상 하고 있으면 마력이 남아나질 않거든. 인간 형이 두 번째로 편해.”
“풋!”
미스테리우스는 살짝 웃었다. 투신태자의 “인간 형이 두 번째로 편해.” 이 말이, 인간계에 적응 다했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뭐, 10년이나 있었으니 투명인간을 길게 유지할 수는 없었을 터.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클라비스가 물었다.
“사무소는 웬일이야?”
미스테리우스는 두건 너머로 솔직하게 대답한다. 마계의 투신태자라고 할지라도 유에와 친구이자 대련상대인 그에게 숨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니퍼… 리아마마가 계시는 본가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혼자 계신다고 해요.”
“내가 아는데? 같이 가줘?”
이 악마가 정말 웬일이지? 인간계에 너무 오래있었나봐, 마음 씀씀이가 너무 다정스러워졌어! …적응안돼.
“뭐- 같이 가주면 편하죠.”
“그럼 가자. 이쪽이야.”
미스테리우스는 뒤따라 가면서 물었다. 리아가 있는 집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자신이 조금 전까지 행한 행동을 그도 했음을 알 턱이 없다.
“어떻게 알아요?”
“그 때 미행했지. 얼굴도 알겠다, 모습도 숨길 수 있겠다, 그 정도는 가능하지. 너랑 유에 태자가 사는 집도 봐놨는데? 언제 대련하자고 쳐들어갈지 모르니까 대비하고 있으라고. 류인가 하는 그 친구의 집도 봐놨고.”
“…….”
미스테리우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모든 걸 다 들켰다는 말이 되니까. 뚱해있는 미스테리우스의 귀로 클라비스의 결정타가 날아든다.
“은근히 글래머던데?”
뭐시라? 시방 내 몸을 다 본 것이여?
퍼억! 분노의 팔꿈치, 옆구리에 내리꽃히다. 클라비스는 손으로 옆구리를 쓰다듬으면서 외치듯 말했다.
“아윽. 역시 여장부야. Wow, PowerFull~”
별명이 괜히 ‘능구렁이’ 가 아니었다. 유에보고 깎아먹는다던 품위, 자신이 그 배로 깎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나?
“한 번만 더 그래보세요, 아주 국물도 없을 테니!”
“와하하하하! 미안, 미안.”
“흥.”
콧방귀를 크게 뀐 미스테리우스는 혼자 골목길로 들어섰다.
“어디 가? 거기가 아냐.”
미스테리우스는 등 뒤에서 들리는 클라비스의 목소리에, 부글부글 끓는 속을 주체하지 못 하고 동네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뭐 저런 태자가 다 있어!
“길 안내나 제대로 하세요,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웅성거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는 도심의 한복판이다.
“뭐야, 뭐?”
“무슨 일이야?”
“저 멀금한 청년이 뭐라고 했나보네.”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벌게진 채 몸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스테리우스.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꼼짝도 못 하는 미스테리우스의 덜미를 잡은 클라비스, 발을 세게 굴려 샤이닝 본가 앞까지 순식간에 내달렸다.
클라비스는 여전히 얼음이 되어 있는 미스테리우스를 바닥에 내려준 뒤, 이어 주먹을 살짝 쥐어서 그녀의 머리를 콩 때려 얼음에서 풀어준다.
“이그, 바보. 그러고도 호위무사야?”
지금 약점을 잡은 사람이 누군데? 미스테리우스는 눈에 불을 키고 바락바락 외쳤다.
“덜 떨어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함부로 말하는 변태같은 태자보다는 백 배 나아요! 클라비스, 유에 태자보고 뭐라 할 자격 없습니다! 당신은 그냥 능구렁이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덜 떨어진 변태 능구렁이에요! 내가 마계에 가면 …읍!”
마계라는 달랑 두 자짜리 단어에 놀란 클라비스는 얼른 손을 뻗어 미스테리우스의 입을 막았다. 안 된다! 인간계는 인간계고 마계는 마계다! 두 세계에서의 이름값이 다르거늘. 물론 악마계에도 능구렁이라는 소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곳에서부터 만들어져 올라온 별명이기 때문이다.
능구렁이가 된 사연! 지금 공개한다.
처음 만난 100살짜리 어린 리아가 천녀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로, 달콤한 말을 줄줄줄 읊으며 어린 영계를 꼬시려는 찰나! 미스테리우스가 나섰다. 마침 8살 차이의 누나도 같이 있었기에 더 했다.
“태자. 지금 천녀마마께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어떻게 천녀한테 그래? 너도 참.”
어린 천녀에게 마수를 뻗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계의 투신태자 클라비스에게는 직위와 전혀 다른 꼬릿말이 달렸다.
“능구렁이.”
처음 만난 리아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직후 돌이킬 수 없는 별명이 됐다. 끔찍하다면 끔찍한 별명에 얽힌 과거를 되살리고만 클라비스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달랬다.
“알았어, 알았어! 어떤 잔소리라도 다 들어줄 테니, 제발 그 짓만은 하지 말아줘. 응? 내가 이리 부탁할게. 투신태자의 최면이 뭐가 되냐고. 아악!”
비명이 가실 날이 없구만! 화가 덜 풀린 미스테리우스, 입을 벌려 클라비스의 손을 확 깨문다. 그리고는 그를 강하게 째려본다.
태자 맞아? 어이하여 천녀의 호위무사에게 벌벌 긴단 말인가. 뭐, 그럴만한 실수를 충분히 저질렀지만.
“글래머라는 말은 안 잊었거든요?”
Ace.Star.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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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왜 이번편은 밤분위기가 많이 날까요? ^^ 아, "불쑥 나타나서~"부분 아래에 " "가 쓰이지 않은 대화가 있네요.. ㅋ
아하~ 그 부분은 생각입니다.^^ 일부러 없는 거죠! 그 외에도 그런 부분 여럿 있을 터.^^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핫^^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