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7일 금요일 - 오스트리아
시립공원, 링거리, 쉔브른 궁전과 정원,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오페라 하우스, 성 슈테판 성당, 비엔나 숲 호리게이 석식
* 헝가리에서 버스로 국경선을 넘으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국경선을 넘어 갔다. 슬로베니아 루불라냐 공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넘었기에 버스로 국경선을 넘는 것에 대하여 매우 큰 호기심이 일었다. 왜 비행기로 빨리 가지 않느냐 하였더니, 슬로베니아에서 헝가리까지는 도로 개발이 안 돼서 버스로는 11시간 30분 걸리기 때문에 비행시간으로는 1시간, 수속시간까지 합해도 3시간이 소요되는 항공으로 이동하지만,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는 버스로 4시간 30분 걸리는데 비행기로 가도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수속시간을 따지면 거의 동일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아예 한번에 버스로 편하게 넘어간다고 한다.
오전 9시에 헝가리 플레멩고 호텔을 출발하여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부다페스트 시가지를 벗어나자 드넓은 헝가리 시골의 평원이 전개된다. 물이 전혀 없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들판이다. 논농사는 없고 모두 보리와 밀, 옥수수 재배지다. 더러는 유채꽃 노란 물결도 보이고, 보라색 꽃농원과 버드나무 모양인데 꼿꼿한 잎새의 가로수도 고속도로변에 스쳐 지나간다.
오전 11시경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시간상으로는 중간 지점인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했다. 휴게소 상점에는 이 지방이 고추생산지인지 자그마한 고추를 줄에 꿰어 팔고 있다. 무료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15분간의 여유로운 시간을 마지막 헝가리 땅에서 보냈다. 우리를 운전해주는 기사는 49세 슬로바키아 남자다. 미남형이고 키가 크고 아주 친절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그저 버스를 오르내릴 때 감사하다는 영어만 전한다. 우리 부부와 함께 기념 사진을 유럽형 대형버스 앞에서 찍고는 다시 출발했다.
오전 11시 11분, 버스는 멈추고, 어느새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선 앞에 이르렀다. 눈 앞에 보이는 국경선은 우리나라의 어느 톨게이트 출구와 흡사하다. 젊은 검색원 남자가 들어와 일일이 여권을 검사하도는 내려가고, 버스는 유유히 오스트리아 땅으로 달려간다.
기가 막힌 순간이다. 경계선이라고는 톨게이트와 그 곁으로 철조망이 약간 놓여 있고, 초소 건물에는 군복 입은 남자 두 명이 자유로이 서 있을 뿐인데, 이것이 나라와 나라가 대치하고 있는 국경선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의 남북한 동족이 몇 킬로미터의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는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순간이다.
어느 곳이 헝가리고, 어느 곳이 오스트리아인지 육안으로는 구별이 안 가는, 그냥 대륙으로 이어진 저 경계선, 내부적으로는 대치상태인지 모르나 외부적으로는 고요한 이음새다. 여행은 최고의 효과적인 투자라는 말이, 지금 두 나라의 국경선을 넘으며 본 평화스런 풍경만으로도 증명되는 대목이다.
이것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선...저 톨게이크만 넘으면 오스트리아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