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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쑈를 보고.hwp
5시 반에 광안리에 도착
어둠은 내리기 시작하고
온 바닷가가 사람들로 꽉 찼다.
이미 온 사람들이 돗자리를 모래사장에 펴고 진을 치고 있다.
통닭에 맥주 , 소주, 과자, 등등 을 앞에 놓고 같이 온 사람과 서로 얘기를 나누며
축제가 열리기를 기다린다.
주체 측 앰프에서는 가수들이 왔는지 보이지는 않고 사회자의 소개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멀리 바다위의 광안대교에서는 차들이 지나가고 다리 상판에는 축제를 스폰스한 회사의 로고와 선전 멘트가 영상으로 지나간다.
부산을 알리는 간단한 멘트도 있다.
간혹 두세 발의 불꽃이 어두운 밤을 가르며 올라갈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짓기도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긍정적으로 좋게 얘기하면 불꽃쇼를 기다리는 마음이 ‘설렘과 어떻게 펼쳐질까’하는 기대하며 기다리는 동안 오징어 다리를 뜯고 맥주를 마시고 과자봉지를 뜯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유롭고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게 아니었다.
몇 시간을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그나마 다행이라 여긴 것이 오히려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했다. 밤바람은 차고 불편한 것이 하나 둘 들어나기 시작한다. 늦가을이라 낮은 약간 더운데 밤바람은 차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체온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가지고 온 두터운 재킷을 입었다. 어떤 이는 점퍼를 가져왔다. 없었드라면 얼마나 추위에 떨었을지 모른다. 소변을 보기는 것도 불편하고 여기저기서 술 취한 사람의 고함 소리도 들리고, 불꽃쇼가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뭘 먹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보는데 나는 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보게 되었다.
모래사장에 앉은 이들을 보기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 느낌 같아서. 처음에는 의자인지라 불편이 없고 좋을 것 같았으나 오히려 긴 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으니 요통이 오기 시작하고 주리가 났다.
모래사장에 ‘돗자릴 깔고 앉았으면 편할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 티켓은 주체 측에 스폰서를 한 업체에 나눠준 것인 것 같았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 의자라고 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더러 있었지만 일반 시민 가족이 많아 보였다.
기다리다가 화장실이 급해 갔는데 임시로 마련한 화장실 앞에 50미터의 줄이 계속 이어졌다. 줄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여성 화장실 칸이 대여섯 군데 되는데 역시 대여섯 줄로 50미터 정도 줄을 지어 섰다.
간혹 술 취한 사람들이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기도 한다.
8시가 되어 불꽃쇼가 있기 전 부산 시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방송으로 인사말이 나온다.
줄잡아 45만 명이 백사장에 모였다고 하니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많이 모인 곳은 처음이다. 내가 봐도 인산인해다.
불꽃쇼가 열린다.
하늘에 터지는 불꽃은 그야말로 멋있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은 수놓으니 아름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불꽃 쇼 중간 중간 배철수의 사회 진행으로 간단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다른 음악이 나오기도 했다.
강렬한 음악이 나올 때는 불꽃이 수 없이 터지면서 온 하늘에 불꽃이 수를 놓고 잔잔한 음악인 경우는 불꽃이 하나 둘 잔잔하게 연속으로 터지기도 한다.
45분간 터지는 불꽃이 처음에는 볼만 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그게 그거였다.
8만발을 쏘았다니 가히 짐작이 간다. 아쉬운 것이 불꽃은 단순이 불꽃에 불과했다.
불꽃을 불꽃이 아니기를 바라는 내가 잘못인가. 불꽃이 하늘에 수를 놓을 때 불꽃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뭘 상징하는 불꽃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불꽃이 터지는 속도를 조절하여 인어가 내려온다든지, 바다 상어가 헤엄을 치고 간다든지. 유명 인물을 그려놓는다든지.
불꽃이 터지면서 하늘을 불꽃으로 수놓는 것 밖에 없었다. 대포 쏘는 소리처럼 펑하고 소리가 나면 크고 작은 불꽃이 하늘에 수를 놓는다. 대포소리가 많이 들리면 불꽃이 많이 핀다. 광안대교에는 깅 강물의 폭포처럼 흐르는 불꽃쇼가 있었다. 나야가라폭포라나.
한편으로는 전쟁이 났을 때 저렇게 대포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꽃 터지는 소리에는 함성을 지르지만 대포 터지는 소리에는 많은 이가 희생되어 울음과 불안,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불꽃 쇼가 끝나니 구경 온 사람들은 일시에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 나온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 내가 있기는 처음이다. 수만은 인파가 일시에 거리로 쏟아지니 거리가 마비된다. 골목마다 집으로 향하는 사람이 넘쳐 차들은 아예 움직일 수가 없고 큰 버스길도 마찬가지다. 교통신호가 있지만 이어지는 사람들로 차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광안리에서 수영역까지 걸었다. 남은 맥주 캔이 2개, 과자, 약간, 핫도그 하나, 기타 쓰레기를 든 봉지가 왜 그렇게 무거운지. 집어 던지고 오고 싶었다. 거리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발밑에는 쓰레기투성이다. 들고 있던 쓰레기를 버려 발밑에 칭칭 감긴다. 신문쪼가리, 비닐봉지, 과자봉지, 핫도그 막대, 굴러가는 캔 통.
역에 도착하니 지하철이 이렇게 비좁은 것은 처음. 서울의 아침 지하철 안 같다. 다 승차하지 못하고 다음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차 속은 콩나물시루 같다.
내 처음 본 불꽃 축제,
많은 경험을 했다.
불꽃을 불꽃으로 보아야지 그 이상을 본다는 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 화려함 뒤에는 어두움도 있다는 것. 때로는 사회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도.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본 것과 내 나이에 이런 경험을 피 끓는 청춘처럼 함께 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따른다는 것.
혼자나 하나도 멋지지만 함께 만든 세상이 더 아름답다는 것.
불꽃 하나가 만든 것 보다 8만 발이 자아낸 화려함처럼 우리도 함께 모아 화려함을 만들어 가는 사회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불꽃을 보고 넋두리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