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월 최고 이슈는 대선광고였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많은 제작편수와 물량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큰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 크리에이티브 역시 이미지 광고, 비방 광고 일색으로 큰 특징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다만 군소 후보를 중심으로 한 유머 광고, UCC 활용 광고 등의 신선한 시도는 돋보였다.상업광고에서도 거대 기업들의 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차별화하기위한 중소규모 기업들의 몸부림이 치열했다. 빅모델을 쓰거나,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하거나, UCC를 활용한 광고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결국 관건은 빅 아이디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사 회 -연말이라 많이 바쁘실 텐데 광고비평을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광고비평에서는 최근 2달 동안 새롭게 집행된 광고들을먼저 살펴보고, 2007년 크리에이티브 동향을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11, 12월에는 아무래도 대선 광고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먼저 대선광고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요? 여러 후보자들의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평가나, 승인(勝因)과 패인(敗因) 등을 분석해 주셨으면 합니다.마 정미 저는 개별 후보들의 광고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Made 人 Korea’ 캠페인 광고가 더 크리에이티브했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자가 던진 한표 한 표가 노예해방을 이루었고, 2차대전을 승리로이끌었으며, 인종차별을 철폐했다는 내용이 정치에관심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상대적으로 개별 후보들의 광고는구체적인 전략 없이 비방 광고 중심으로 진행돼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김홍탁-이명박 후보는 도덕성 문제로 공격을 받으면서도 계속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었잖아요.그래서 다른 후보들이 네거티브 공세를 해도 그것에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경제 대통령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어요. 이 전략이 결과적으로 통했던 겁니다. 반대로 정동영 후보는 스스로 이명박후보의 청계천 신화에 버금갈 만한 공적이 없었던 데다가, 지지율 역시 큰 차이로 뒤져 있었기 때문에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네거티브 전략은 일종의 극약 처방입니다. 그 극약이상대방을 한 번에 보내버릴 수 있는 치사량이 못 되면 도리어 역풍을 받기 쉽습니다. ‘좋은 대통령’이라는 슬로건도 너무 두루뭉술했어요. 광고를 통해 후보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규명해 줄 수 있는 날이 선메시지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지원배 -광고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던 지난 16대 대선에 비해 이번 대선에서는 광고의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물론 후보 간 지지율이 현격하게 벌어져있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 국민들도 광고만 보고 지도자를 선택을 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눈물을 흘리는 TV광고는 많은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것이 표로 이어졌지만, 지금의 유권자에게 그런 극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 미디어의 발전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도 영향을 주어서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 광고가 보다 활발하게 활용되었습니다. UCC를 활용한 캠페인도 등장했죠. 이런 추세는앞으로도 점점 강해져 2007년 4월 총선에는 인터넷광고로 무게 중심이 더욱 옮겨갈 것으로 생각됩니다.다만 선거법의 통제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광고회사나 후보측에서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같아 아쉬웠습니다. TV광고나 신문광고에서는 네거티브한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인터넷에서는 보다 조심스러워하더군요.
마 정미 -지원배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대선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상당히 많은 광고를 집행했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대세가 결정 나기도 했고, 선거법 제재가 너무 심해서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할 수 없었던 탓도 있죠. 이런상황에서 과연 정치광고가 효과가 있을까, 라는 회의가 들더군요. 선거라는 것이 제품으로 말하면 고관여 제품이어서 광고 한 편으로 유권자들의 태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광고를 해도 효과를 발휘하기가 힘들죠. 이제는 다른 차원의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병희 요즘 광-고들을 보면 재미나 유머를 강조하잖아요. 뚜껑 속에 범인이 있다고 말하는 왕뚜껑광고나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라고 외치는 엑스피드 광고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허경영 후보의 광고를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허경영 후보의 광고를 보고 예전에 신바람 이박사가 출연한키움닷컴 광고를 떠올렸어요. 잘 만든 광고라고는할 수 없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고 머리 속 깊숙이 각인되잖아요. TV광고뿐만 아니라 UCC를 활용하기도 하고 홈페이지도 그럴듯하게 꾸며놨던데, 힘없는 군소후보로서 자신을 알리는 방법으로 그런 식의 광고를 집행한 것은 나름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해본다면, 지지율 상위 후보들의 광고보다 군소 후보들의 광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판문점에유엔본부를 설치하겠다는 허경영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광고만 놓고 본다면, 판문점에서 한국 군인과 북한 군인이 함께 텔미 춤을 추는광고는 정말 놀라웠어요. 금민 후보도 UCC 광고를집행했는데, 유재석과 이영애가 나오는 신한금융그룹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였습니다. “제가 펀드에 대해서 좀 아는데…”라는 신한금융그룹 광고 속 대사를 “제가 대선후보에 대해서 좀 아는데…”로 바꿔 놓았더군요. 결국 “나의 대선후보는 금민입니다.”라는메시지였어요.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선거 운동을 해서인지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반면에,이회창 후보의 광고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더군요.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고,사람들 감성도 변하는데 안전, 반듯함을 내세우는메시지나 광고의 톤앤매너가 어쩌면 저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사 회-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지난 16대 대선과 달리 광고가 큰 역할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다보니 광고 크리에이티브 역시 큰 전략의 틀 안에서실행되기보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들이 많았어
요. 오히려 군소후보들의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던 대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