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사시가.hwp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맹사성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ㅣ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냇가 쏘가리, 싱싱한 물고기
이 몸이 閑暇(한가)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춘사(春詞) - 강호에서 즐기는 봄의 흥겨움
강호에 봄이 찾아드니 깊은 흥이 절로 일어난다.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다. 이 몸이 이렇듯 한가하게 지내는 것도 또는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은사들이 지내던 초가, 별채
有信(유신) 江波(강파) 보내니 람이다.
신의가 있는 강의 물결 보내는 것이
이 몸이 서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하사(夏詞) -초당에서의 한가한 생활
시원하게 지내는 것도
강호에 여름이 드니 초당에 있는 이 몸이 할 일이 없다. 신의가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로다. 이 몸이 이렇듯 시원하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江湖(강호)에 이 드니 고기마다 져 잇다.
小艇(소정)에 그물 시러 흘리 여 더뎌 두고
이 몸이 消日(소일)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추사(秋詞) - 고기 잡으며 즐기는 생활
한가로이 세월을 보내는 것도
강호에 가을이 찾아오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라 있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 가 물결 따라 흐르게 던져 놓고, 이 몸이 소일하며 지내는 것도 또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비스듬히 띠풀 등으로 엮어 만든 비옷(도롱이)
이 몸이 칩지 아니옴도 역군은(역군은)이샷다. ▶동사(冬詞)-설경 속에 안빈낙도하는 생활
강호에 겨울이 찾아드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덧옷을 삼으니, 이 몸이 이렇듯 춥지 않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 핵심 정리
▶갈래 : 연시조(전 4수)
▶성격 : 풍류적, 전원적, 낭만적
▶주제 : 자연을 즐기는 멋과 풍류,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를 생각함.
▶특징 :
① 계절에 변화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② 초장과 종장의 형식을 통일함.
③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주제를 강조함
▶의의 :
① 우리나라 최초의 연시조로,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 영향을 미침
②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가 됨
● 작품의 이해와 감상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를 생각하는 내용을 춘하추동 4계절로 나누어 노래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시조이다. 춘사에서는 흥겹고 한가한 풍류적 생활을, 하사에서는 강바람을 마시며 초당에서 한가로이 지내는 강호의 생활을, 추사에서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소일하는 즐거움을, 동사에서는 설경을 완성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연 속에서의 4계절의 즐거움을 각 계절마다 한 수씩 읊은 것으로 유유자적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은사(隱士)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각 연의 끝에 나타나는 ‘亦君恩(역군은)이샷다’는 작자 미상의 ‘감군은’이나 송순의 ‘면앙정가’, 농암 이현보의 시조 등에서도 보이는 것으로, 조선 전기 사대부들의 유교적 이념과 자연애를 결합시키기 위한 표현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