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구 사는 감잡니다~
형식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양해하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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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들은 정태춘, 아니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노래는 봉숭아였다.
(아마 86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박은옥의 허스키하면서 맑은 목소리가 좋았고,
다음엔 따뜻한 노랫말이 좋았고,
그 뒤엔 은은히 깔려 나오는 정태춘의 빽 보컬(?)이 좋았다.
그 뒤에 큰형이 사들고 온 "떠나가는 배"(지구84)와 "북한강에서"(지구85) 앨범으로
그의 노랠 더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또래 사이에선 이문세의 노래들이 잘 나갔던 것 같은데,
정태춘과 박은옥의 LP를 크롬 테잎에 떠서 자율학습시간에 마이마이로
듣는 나를 보고는 다들 칙칙한 노래듣는다고 한마디씩 하곤 했다.
그 뒤엔 내손으로 "무진 새노래" LP를 샀다.
내 기억엔 내 돈을 주고 산 최초의 LP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시대에 뒤늦게) 통기타를 두들기며(진짜 두들기며^^) 그의 노랠 부르곤 했다.
그 때는 보충수업(자율학습 이었나?) 빼먹고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 공연을 보러갔었다.
한번은 한돌, 신형원과 함께 나온 공연도 있었는데...
공연 끝무렵에 신청곡을 받는데 다들 "촛불", "떠나가는 배", "서해에서" 등이 었다.
지금도 내 책상 옆에는 낙원상가에서 30여만원 주고 산 클래식 기타가 놓여있다.
기실 노래를 그다지 잘 하는 편이 못되지만,
어쩌다 노래를 하게 되거나 노래방이라는 곳엘 가게 되면
떠나가는 배, 사랑하는 이에게를 자주 부르게 되었고,
어느덧 그럭 저럭 비슷하게 흉내까지 내는 경지가 되었다.
요즘도 노래방을 가게 되면 나를 아는 사람들과 으례 그 노래들을 듣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애써 띄워 놓은 분위기 망친 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김경호의 고성방가도 준비해 두고 있다^^)
내가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노래를 들을 때 가사에 많이 집중하는 편인데,
그래서 라디오을 틀어 놓으면 계속 가사를 곰곰히 듣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잠을 잘 못잔다.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혹은 댄서들)의 노래에선 아무리 애를 써도 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주로 정태춘, 박은옥, 그리고 안치환, 김광석 들의 노래다.
그들의 노래말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을 자리가 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그렇고, 안치환의 "시인과 소년"이 그렇고, 정태춘의 "이 사람은"이 그렇다.
오늘도 안치환의 노래를 듣다가 김남주 시인의 시가 문득 읽고 싶어 네이버에서 김남주를 검색했더니~
아 글쎄~ 키가 얼마고 몸무게가 얼마며 하는 소리를 해대는 거다.
(감동 검색엔진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_-;)
엘리베이터에서 어쩌구 저쩌구...
오 마이 럽 오 마이 럽 쏼라 쏼라...
내가 설 자리가 없는 노래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노래들...
그저 들리는 리듬에 몸을 맞길뿐이라면...
대중가요라는 것은 대중의 노래일 것이므로, 그리고 대중이라는 것은 꼭 사춘기 열병을 앓고 있는
10대만을 칭하는 것이 아닐 것이므로, 지금의 대중가요는 대중가요가 아니다.
노래말만을 놓고 말하자면 남녀상열가요(男女相熱歌樂)라 할만할 것이다.
그다지 핵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다시 정태춘과 박은옥의 노래 얘기로 돌아가자.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밖만 바라 볼 뿐
무너지는 저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건너간다.
내가 정태춘과 박은옥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그들의 노래엔 내가 설 자리가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는
최근 앨범에 수록된 "건너간다"와 그 이전의 앨범 중에는 "떠나는 자들의 서울",
그 이전의 앨범에 수록된 "그의 노래는", "이 사람은" 등이다.
그의 많은 노래들 중에서도 이런 부류의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그다지 사회적인(대인관계가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못되는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라 할지라도 늘 듣고 사는 노래와 현실과의 괴리라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정신 건강에 이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한민국 TV", "대한민국 신문", "대한민국 언론"이라고하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간 사고 통제 장치"에 넋을 놓고 사는 것이 아닐까?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들은 진정한 가수(노래꾼)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최소한 성의있게 불러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태춘과 박은옥은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 하는 - 한 개인의 주관으로 최고는 아닐지라도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그 부류에 넣는 데 이견이 없을 - 가수들이며, 개성적인 음색의 소유자들이다.거기에 덧붙여
그들의 새 음반은 나를 포함하여 그들을 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기쁘게해주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다.
예전의 노래들을 한 두 곡씩 끼워넣는 것이 단순히 끼워 넣기로 들리지 않고, 하다 못해 당시에는 의무적으로
넣어야만 했던 건전가요마저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성의, 다시 말해 진지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나는 들국화나 부활,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윤도현, 이정렬 등의 노래들 또한 즐겨듣는 편이다.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권진원이나 남궁옥분같은 가수도 그 나름의 가수로서의 위치가 있다.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 중에서 감히 스스로를 가수라, 노래꾼이라 칭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클론이라는 듀오가 스스로를 가수가 아닌 엔터테이너이며 댄싱팀이라고 한 것이 훨씬 현실적으로 들린다.
물론 나는 돈을 내면서까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부류가 아니어서, 엔터테이너이자 댄싱팀인 그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에서 가사(라고 하긴 뭣하지만)를 인용했던 몇몇 대상처럼
혐오하지는 않는다.
이유야 어찌됐건 정태춘과 박은옥의 삶을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있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 내 바램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져도 은행잎은 은행잎인 것처럼
시대와 함께 이렇게 저렇게 흘러 가면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 "노래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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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서 글이 산만해 졌네욤^^
밤새 본업을 하면서 계속 쓴 글이라 앞뒤가 안맞고 자꾸 옆길로 샜네요~
이 짧은 글을 쓰면서(물론 본업도 하면서^^) 오늘 또 밤을 지새봅니다~
오늘의 교훈: 해떴~다 저기~ 밤새지 마라 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