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내가 직접 막걸리를 담궈서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전 부터 부지런히 재래시장을 다니며 누룩을 구해놓고 엿기름 도 사놓았다
수소문 하여 막걸리를 잘 담는 할머니를 찾아가 방법을 듣고 메모해 두었지만 선뜻 용기나 나지않았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막걸리를 담아보기로 작정을 했다
누룩을 빻아야 하는데 동탄에 떡집에서는 빻을수가 없다고 수원으로 나가 보라고 했다 수원으로 달려갔지만 그 곳에서도 딱딱한 누룩은 못 빻는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집에서는 망치질을 하면 아래층에서 달려 올까봐 현관 밖으로 들고 나가더니 망치로 잘게 부수어 주었다 난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잘 섞어두었다 항아리에 미리 준비해둔 가제로 만든 자루에 누룩과고두밥을 넣고 엿기름 걸러서 않힌 그 물을 항아리에 붓고 국화꽃을 한 주먹을 넣어서 자루를 꼭 쪼매어서 랩으로 밀봉하여 뚜껑을 덮어놓았다
나 어릴적에 할머니와 자는 큰방에 는 일년에 몇번씩 막걸리 항아리가 구들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항아리는 이불에 둘 둘 말려서 덮혀서 있었고 잠잘때는 발아래서 부딫치기도 했다
시골에 작은방에 그 항아리가 귀찮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는 어린 나에게 막걸리가 익을쯤이면 항아리에 귀를 대어 보라고 하신다 뽀글뽀글 소리가 나는지 귀를 대어보라고 하셨고 발효가 잘 되었는지 국자로 술을 떠서 어린 나에게 맛을 보라고 주시기도 했었다 나는 얼떨겨레 먹어보곤 했다 그래서인지 막걸리는 술인데도 나에게는 정겹고 향수마저 느낀다 결정적으로 용기를 낸것은 흑산도 여행에서 홍어회와 직접 담근 막걸리 맛에 여운이 있어 행동으로 옮기게 된것이다 . 내가 담근 항아리에서 뽀글뽀글 소리가 나면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국화 향이 가득한 막걸리 파티를 할 생각을 하니까 지금 부터 행복해진다 시월의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마음이 센치해진다 갑자기 할머니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엄마 대신 나를 사랑으로 길러주셨기에....오늘따라
잠은 오지 않고 이생각 저 생각으로 .... 막걸리는 과연 얫날의 그 맛을 나에게 선사 할지도 궁금하고 이불을 뒤집어쓰도 잠이 오지않아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 넣어둔 와인을 한잔 들고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홀짝 홀짝 마셔본다 감미로운 맛이 입안 가득 퍼져온다 블로그 음악도 내기분을 아는지 달콤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웬지 마음이 시려오고 스산한 가을밤에 외로움이 밀려온다 와인을 마신 탓인가 ? 눈물이 나올정도로 외로움이 가슴 을 파고든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가끔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아침에 반석산에서 주워온 낙엽으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볼까보다 잠 올때까지^^^^
오늘밤 꿈에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첫댓글 할머님의 애뜻한 손녀 사랑과 묵향님의 애절한 할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눈에 선하네요.! 아마도 그윽한 국화향 막걸리는 동네 잔치상에 틀림없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것임니다.! 정성이 곧 감읍이라 했지요.! "묵향"님.! 걱정 접으시고, 할머님의 손길로 빚어지는 막걸리에 총력을 다하시고,, "와인"대신의 <막걸리 향의 제2편>을 기대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