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촌 아이 중 외국어고를 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흔히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그 '영어영재'인 셈이죠.
그것도 지방 출신인 아이가 영어 학원 별로 안 다니고 공부해서 서울에서 제일 경쟁이 치열한
외국어고를 들어갔다고 하니, 참 그 재주가 신통하지요.
이 아이의 남다른 재주는 아이가 5살 정도부터 친척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아이가 초등 1학년 때였나, 저한테 당돌하게 영어 단어 말하기 게임을 하자고 하더군요.
번갈아 아는 영어단어 말하기 게임을 했는데 제가 졌습니다.ㅋㅋㅋ 부끄러운 일이죠.
그리고 한 10분 정도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거 같습니다. 쪽팔리지만 영어를 업으로 하는 저랑
초등 1학년의 대화, 근데 대화가 잘 이어지더라구요.ㅋㅋㅋ
이 아이의 부모님이 영어랑 친하신 분들도 아니고 영어적 환경을 제공한 것도 아닙니다.
세째 막내라 귀여워는 하셨어도 뭘 다잡고 시키신 거 같지는 않더라구요.
얼마 전 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영어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나 물어봤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더군요.
그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고색창연한 60년대 뮤지컬 영화 말입니다.
그 영화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보다가,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계속 따라부르고
나중에는 무슨 뜻인지도 알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한글 배우고 영어 단어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엄마한테 영어단어책 사달라고 해서 외우고 형이랑 저같은 어른 보면 단어 말하기 게임도 걸면서
혼자 영어랑 놀았다고 하네요. 아~아버지 출장 가는 길에 사다주신 디즈니의 그 촌스런 원서 그림책도 한몫 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 아이가 좋은 영어 그림책을 알고 그걸 엄마가 읽어주고 했다면
더 재미있게 영어를 즐길수 있었을 거 같아 안타깝더군요.
영어의 시작,
그건 바로 아이의 혼을 빼놓는 '죽이는 영어책'에서 시작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만 해도 에릭칼의 열렬한 팬인 덕에 몇 편의 에릭칼 책은 제본이 다 뜯기도록 보고
또 보고 따라하는 덕에 요일 개념, 색깔, 모양, 신체 부위 이름, 수세기, 날씨 등을 자연스레 책읽기 만으로 익혔습니다.
그 흔한 영어 카드 한번 안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냥 재미있으니 혼자서도 책 보고 노래부르고 하면서 익히더라구요.
그런 '죽이는 영어책'이 만화영화라도 좋고 그림책이라도 좋고 디즈니의 조악한 그림책이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맘을 사로잡는 '죽이는 이야기'들을 계속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아이는 즐겁게 영어 속으로 들어가 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아이에게 영어 거부증 따위는 있을 수 없는 거랍니다.
하지만 그런 죽이는 이야기는 아이마다 다 제각각이겠지요. 어떤 아이는 마더구스에 혹해서 영어에 꽂힐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노부영이 너무 좋았을 수도 있죠. 또 어떤 이는 남들이 별로라 여기는 우중충한 영어그림책 한권에
맘을 뺏길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읽히고 검증된 '명작'들 (여기서 명작은 아기돼지 삼형제 류의 명작이 아니라,
버지니아 리버튼이나 레오 리오니, 에릭칼 같은 작가의 작품을 뜻합니다.)을 읽히는 게 가장 확실한
'죽이는 영어책'찾기가 아닐런지요?
시중에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영어그림책(튼튼이나 윤선생, 기타 한국사람이 만든 영어책들),
한국의 2류 작가들이 그린 개성없는 일러스트에 생활영어 가르치기에 급급한 조악한 내용의 책들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 입에서 몇 마디 영어를 뱉어내게는 할지 몰라도, 영어를 즐기고 가지고 놀게 하는 힘은 없다고 봅니다.
조목조목 생활영어 가르치기에 적합한 그 그림책들, 이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일까요?
아님 영어를 그림책으로 가르치겠다는 부모들이 더 좋아할 만한 책일까요?
혹시 책장에 꽂혀 있다면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영어 가르치겠다는 맘 비우고 순수하게 그림책으로써 재미있냐를 보시라는 말입니다.
첫댓글 아이들 영어 그림책도 저는 어려울 때 있더라구요. 게다가 노래도 어려워요. 아이가 외국에 살다보니 본인아니게 영어를 쓰는 환경으로 유치원을 보내야 하다보니 요즘 영어 거부감을 좀 줄어주려고 신나는 영어노래 함께 듣거든요.. 노래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저는요. 무슨 말인가? 한참 들어요. 이러면서 엄마 무식을 또 한번 깨닫기도 하는데, 저희 아이는 흥얼 흥얼 그걸 듣고 혼자서 막 부르는 걸 보고 방법은 하나 재미로 해야 한다는 거~!! 아이들 눈치가 정말 빨라서 엄마 욕심이 개입되면 바로 흥미 접거든요.루나님 좋은말씀 해 주셨어요. 저도 공감해요.
애들 게 더 어려워요 >_<)/ 세서미 스뜨릿 어려워~~ 엘모 어려워~~
저는 애 한테 읽어주기 전에 책들고 다음 사전 뒤지져서 발음 익힙니다. 아휴 그래도 며칠 지나면 도로묵 ㅡ,ㅡ; 어려운 책도 아니고... 단어 몇개가 한 페이지인데... 모르는 단어 투성이... 발음도 어눌하고... ㅠㅠ 슬픕니다 ㅠㅠ ㄱ나마 우리 애는 그것도 재미있다고 보니 다행...
언니, 쉼표 좀 달아주지. 난 애들 잡는 나쁜 영어책얘긴 줄 알고 깜딱 놀랐잖아. 맞아맞아 영어는 무슨 애들 죽일셈이야, 이러구 덧글 달 준비 하고 들어왔다 김빠졌어. 쳇...다들 영어 좋아하는구나. -,.- 뿌~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안좋은 얘기 있나 해서 들어 보려고 왔다가,,,,ㅋㅋㅋ
뿌~뿌루뿌뿌뿌~ 뿌~ 미~ 난도난도~ 김샜음~~
저 요번에 원서로 산책,오늘 읽어 줬어요. 제가 영어는 음악이나 틀어주고,가끔 영어동요, 한두곡 불러준게 다거든요.그런데,읽고 있는데, 울아들 녀석은 그림 열심히 보고 있고, 울딸은 제얼굴을 보면서 웃더라구요.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서 영어로 읽어 준게 처음이라 그런지 신기한가봐요.그래서, 제가,,,예담아,,그림봐,,,응?...그림봐...했더니, 그림 한번 보더니 계속 저를 보면서 웃네요.. 도대체 왜,그럴까요?...ㅋㅋㅋ
신기해서ㅋㅋㅋ 첨엔 애들도 엄마도 어색할 수 있는데요, 계속 하다보면 굳이 영어그림책, 우리말 그림책 구분 안 하고 잘 봐요. 이게 리딩책 같은 걸 외우게 하고 학습지 시키는 것보다 아웃풋은 느려요. 근데 언젠간...그게 있을 거라고 믿고 가는 거에요.
그거?? 지대로 한방 말이죠...ㅋㅋ...
아이들도 신기하고 좋았나봐요. 처음 느낌이 좋아서 계속 잘 볼것 같은데요. ^^
오늘 있었던 일인데요. 애들한테 미니약과를 줬어요. 울아들 녀석이 한입 베어 먹고는,,엄마,,달,엄마,,달, 이러면서,,또한입 베어먹고 엄마,,달,엄마,,달, 이럼서 먹네요.(베어 먹었을때 약과 모양이 초승달 모양..) 울애들은 달이 둥그런지만,, 알아요. 그런데, 영어원서 한번 보여 줬더니 초승달도 달이란것을 알았나봐요..엄마, moon 이라고 할날도 오겠죠?..여튼 요 그림책 너무 좋아해요. 완전 시선집중에 반접힌 책 서로 넘길려고 하구요. 원어로 읽어주는데도 그림이 좋아서 그런지,,말이 신기해서 인지 울아들 녀석 내팔짱 까지 끼면서 헤헤 거리더라구요.애들 행복해 하는거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요.
ㅎㅎ 21개월 된 둘째 동그란건 패스..(별로 아는척 안해요^^) 반달이나 초승달 모양은 파파문(papa please get the moon보고는 그런줄 알길래 냅두고 있어요)이랍니다.
좀 부끄럽지만 영어 생활동화 전집이 한질 있답니다. 딸아이 좋아해서 잘 보긴 하는데 제가 읽어주면 '이거 뭐야?? 어떤거야?' 이렇게 내용을 되 물어보는데 영어책을 읽어줄때 영어로만 읽어야 하나요??? 이렇게 물어본게 아이 아빠가 읽어주면서 아이 아빠는 영어로 안읽어주고 그냥 그림을 이야기 해주더라구요... 그때부터 제가 읽어줘도 영어로 읽어주면 다시 내용을 묻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만 28개월입니다.
좋은 그림책은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영어그림책을 읽으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엉성한 생활영어책은 그림이 설명해주는 부분이 없으니 자연 아이가 내용에 대해 물을 수 밖에 없지요. 노부영에서 인기 있는 원서책을 한번 아이와 읽어보면 어떨까요? 아래 향기나무님이 좋은 영어원서를 골라 놓으셨네요.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영어 가르치겠다는 맘 비우고 순수하게 그림책으로써 재미있냐를 보시라는 말입니다. " 요 말이 내게 영어책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