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하지 정맥류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오랜 병원생활(불과 3일에 불과하지만...)을 마치고 어제 퇴원을
하였습니다.
아! 병원생활 정말 힘이 들더군요.
뭐 지루함이랄까. 그런 게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누워 있는 것도 그렇고 한 방울씩 떨어지는
링겔 주머니를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병실의 환자들을 지켜보는 것도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오른쪽 종아리에 나타난 하지 정맥류 수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건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였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맥류의 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를 해 두면 계속 번지게 되며, 그 여파로 합병증
도 유발된다는 것 이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라톤을 할 때마다 30키로 미터 이후
근육이 굳어지면서 나의 체력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정맥류였다는 사실을 각인하고 있던 바, 되도록 이면 빠른 시일 내
치료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된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정맥류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 서울과 지방의 대도시
의 병 의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으로 나와서, 치료하는데 거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보도에 의해 다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
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 집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인 원병원에서 시술을 한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진찰을 받아본 결과 그곳 병원장이 정맥류에
전문가라는 소식에 기뻤고 더욱이 비용도 예상했던 금액(약 기백
만원)보다 훨씬 저렴한(기 십 만원)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받으면서 다소 통증 때문에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 동안
마라톤으로 갈고 닦은 내성으로 인하여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치료를 받고 오늘 즐거운 마음으로 퇴원을 하게 되었
습니다.
이제 저는 당분간 달리기를 중단하고 치료부위를 치켜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호전이 되면 다시 예전과 같은 열정으로 마라톤
을 위해 매진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약 1주일 이상은 푹 쉬어야
할 듯 합니다.
분당 가족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했다.
삼성물산 창립 65주년 기념으로 분당 중앙공원에서 열렸는데,
참가접수도 대회장에서 할 수 있었고 참가비도 무료이고 해서
부담 없이 연습을 겸해서 달릴 수가 있었다.
대회장에서 강호도 만났고 런클 회원 몇 사람도 만났다.
역시 혼자 연습을 하는 것보다 대회에서 러너들과 경쟁을 하며
달리는 게 훨씬 흥미가 있고 달리고 나서 만족도 도 높다.
중앙공원에서 모여 탄천 변에서 달리기가 시작된 건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 늦은 10시 40분에 이루어 졌다. 참가한 사람은 대략 1000여명
정도 될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려고 했지만 막상 총소리가 나니 마음이 달라
진다. 초반 500미터 가량은 천천히 달려가다가 점차 속도를 내어
페이스를 유지한다. 2키로 미터까지 추월을 하며 달리다가 한 러너와
경쟁을 하게된다. 계속되는 추월과 추월이 이어지고, 거의 10여 회
이상은 족히 될 듯 하다.
나도 질세라 끝까지 경쟁의 끈을 놓지 않는다.
키가 약 16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대략 50키로 그램이 조금 넘을 것
같은 날렵한 몸매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해 보이고...
강호은 오늘 최고조로 달리지 않고 적당한 페이스로 달리는 것 같다.
앞서가다가 급수대에서 멈춰서서 물을 마시고 나에게 물컵을 들고서
물을 마시겠냐는 사인도 보내고... 그러다가 다시 나의 곁으로 와서
몇 마디 이야기를 건네며 달리다가 앞으로 질주해 나가고....
또 멈춰서서 물을 마시다가 내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는 다시
나를 앞질러 나가고.... 이런 게 고수의 펀런인가.^^
나는 그 러너와 끝까지 경쟁을 하면서 엎치락뒤치락 끝에 100미터를
앞두고 둘 다 스퍼트를 하여 남은 힘을 소진하며 골인하였는데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동시에 골인한 것 같다.
오늘 달린 거리는 주최측에서는 8키로 미터라는데 시간을 보니 대략
7키로 남짓 될 것 같다. 시간은 25분 45초가 걸렸다.
오늘도 체력에 버거운 에너지를 방출했는지 골인하고 나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 같은 증세 때문에 한참동안 허리를
구부리고 배를 잡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니 속이
진정이 되고 호흡도 정상에 가까워 진 것 같았다.
경쟁했던 러너와 인사를 건네면서 마라톤 경력에 대해 물으니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를 했고 그 후로 성인이 되어서 마라톤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1980년대부터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줄곧 마라톤을 생활화 해 왔다고
한다. 가장 좋을 때의 기록은 하프가 1시간 15분까지 달렸는데
최근에는 1시간 20분 초반 때의 기록을 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마라톤을 오래 하다 보니 훈련은 열심히 하지 않고 요령만
늘어가서 실력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몇 마디 거들었더니 장황한 마라톤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다시 가방을 들쳐 매고 중앙공원을 빠져 나와 서현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다리가 조금 뻐근하다. 특히 오른쪽 다리만...
조만간에 하지 정맥류 치료를 해야 하는데.....
마라톤 대회에서 30키로 미터만 지나면 속도가 떨어지는 고질병(?)
은 이번 동아마라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동안 여러 마라톤
대회에서 이미 경험을 했기에 이번에는 최대한 속도를 늦추어 30키로
미터까지 달리다가 그 이후로 속도를 내야 되겠다는 전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회들의 그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속도의 저하는 급격하게 감소되지는 않은 것 같다. 갑자기 속도가 뚝
떨어진다면 레이스 전략의 잘못이나 그 동안의 훈련의 부족이라고
간주하겠지만, 20키로 미터가 넘는 시점부터 1키로 미터 당 5-6초,
그리고 5키로 미터 당 대략 30초 정도씩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러한 속도저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늘 결과는 좋지가
않다. 이것은 각자의 운동능력이 주요한 원인이 되겠지만 정신적인
면도 크게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일종의 최면요법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정신에 자극을 주어
힘들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상태에 더 빨리 달려야 하는 이유를
주입하는 이른바 충격요법을 쓰는 것을 말한다.
나도 예전에 충격요법에 의해 후반을 무지하게 빠르게 달린 적이
있다. 화려한 나의 과거를 이야기함으로 해서 현재의 모습이
초라해 지는 것을 감수(?)하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2년 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2001년
가을 문화일보 통일 마라톤에서이다. 풀 코스 마라톤에 세 번째
도전한 그 때, 그 때만 해도 런클의 고수들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나 정도의 실력도 준 고수에 들어갈 정도였으니까.
그 대회에서 떼제베와 치우를 처음으로 만났다. 물론 모임에서는
자주 만나 많이 친해진 상태였으나 함께 같은 대회에 참가한 것은
그 대회가 처음이라고 기억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치우와 떼제베는
나보다 실력이 뒤지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더 빨리 달렸던 화려한 기록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20키로 미터까지 줄곧 1키로 미터정도 앞서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며 골인 역시 그들보다 앞서서 해야 된다는
생각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25키로 미터를 지나자 둘 다 지친 나를
뒤로하고 가볍게 추월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자존심이 구겨졌지만, 지쳐서 어쩔 수 없었기에 멍하니 바라보면서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시 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한 것은
35키로 미터를 지난 지점 이였다. 떼제베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치우는 1키로 미터 전방에서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치우에게 까지(까지란 말을 쓰니까 치우에게 미안하네^^) 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존심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정신무장을 하고 치우 공략에
나섰다. 거리를 조금씩 조금씩 좁혀서 결국 골인 점 200미터를 남겨두고
치우를 추월하는데 성공을 하여 알량한 자존심(?)을 추켜세우는데 성공을
하였다. 이것이 유일하게 치우에게 추월을 당한 후 다시 재 추월에 성공한
대회이다.
그 뒤로 작년 춘천 마라톤대회전까지 치우는 늘 내 뒤에서 달리고 있었고
그렇게 순서대로 골인을 했다. 그러나 작년춘천대회와 올 동아대회를
끝내고 이제 치우의 실력이 엄청나게 신장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동아대회에서 그다지 연습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기록
으로 골인하는 것을 보고 작년 춘천의 기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자존심으로 치우를 이겼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길게 쓰느라고 고생을 했다.^^)
다시 충격요법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그러니까 후반 10키로 미터를 남겨두고 힘이 들 때에 충격요법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방법과 이유를 강구해 보자는 이야기인데...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 골인 지점 근처 건물에 불이 났는데, 그 안에 아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대한 빨리 가서 아내를 구해야 되는데, 달려가는 방법보다
더 빨리 가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2, 목표하는 시간보다 늦게 달리면 회수 차를 타야되며, 회수 차를 타는
것을 최대의 치욕으로 생각한다.
3, 35키로 미터 지점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목표 시간 안에 다리를 통과
하지 못하면 다리가 끊어지며, 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면 3시간을 기다려
야 하고 수영을 해서 건너려면 2시간이 걸린다고 생각을 한다.
4, 목표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앞으로 모든 마라톤 대회 참가권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5, 목표시간 안에 들어오면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로또복권 1등
당첨번호를 알려주기로 약속했다고 생각한다.^^
충격요법을 생각하다 보니까, 별 희한한 생각들이 다 떠오른다.
이럴 시간 있으면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게 더 지혜로워 보이는데..^^
지난 동아마라톤을 달리면서 웃겨서 배꼽을 잡고 뒤로 자빠질뻔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엽기 페이스 메이커 때문에.
아! 정말 이런 페이스 메이커도 있단 말인가.
이야기인 즉슨 다음과 같다.
나는 그날 서브 쓰리를 목표로 하여 5키로 미터당 21분을 목표로
달렸다. 이러한 구간 목표는 비교적 30키로 미터까지 잘 지켜졌는데.
글쎄, 내가 그 엽기 페이스 메이커를 만난 건 3키로 미터를 조금 지난
지점 이였다.
웬 풍선을 서너 개 단 러너가 꼬랑지에 주자 5-6명을 달고 나를 추월
해 가면서 힘을 외쳤다. 순간 놀라 그 주자의 등뒤를 보니 분명 3시간
30분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 페이스 메이커를 불러
"아니! 3시간 30분 페이스 메이커가 이렇게 빨리 가면 어떻하냐"고
했더니... "아! 그래요." 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빨리 앞으로
달려가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이였다.
꽁무니에 붙어 가는 러너들은 그야말로 x나게 달려가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흡사 군대서 유격 받을 때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엽기 페이스 메이커를 다시 만난 건 20키로 미터 지점.
그러나 꽁무니에서 뒤 따라 달리던 러너들은 한 명도 없고 이 엽기
페이스메이커 혼자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구부린 채 걷는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더구만.
도대체 이 페이스 메이커는 누구를 위하여 달렸단 말인가.
상상해 보건데, 자기의 기록갱신을 위하여 페이스 메이커를
자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고???
이 페이스 메이커의 지난 기록을 내가 대충 아는바 그의 최고
기록이 아직 3시간 30분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놀라
자빠질 것이다. 그래서 3시간 30분 종이쪽지를 등 뒤에다 붙어놓고
머리 위에다 풍선을 띄워 놓으면 목표시간대의 주자들이 모이지
않캇서? 그러면 함께 죽어라고 달리면 혹 목표기록을 달성할 지
도 모르거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반에 자기의 10키로 미터 최고기록 페이스로
달리고 나서 중간지점도 못 가서 퍼저 버리면 뒤따라가던 주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아! 욕 나온다. 그래 성질난데 욕 한번
해 버리자. '애이 이 페이스 메이커 강아지야^^
물론 페이스 메이커가 처음에 만난 주자를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고
간이역을 통과하는 기차처럼 구간구간 손님을 태우고 내리고 또
태우는 거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반부터
죽자살자 달려 중간에 퍼저 버리면 뒤따라가던 순진한 러너들은 도대체
뭐가 되냐고?
그들도 겨울 내내 동아마라톤에서 기록한번 내 볼라고 죽어라고 연습을
한 마라톤 동지들 아니갔서. 망가지려면 저 혼자 망가지지 왜 순진한
동지들을 골탕 먹이냐고? 아! 정말 열받네....^^
결국 그 페이스 메이커는 대회를 포기하고 회수 차를 타고 온
듯 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록을 뒤져도 그의 기록이 없으므로....
김형락은 63년생으로 72년생인 신동역보다 9살이 더 많다. 운동
선수의 나이로 따지자면 김형락은 이미 환갑을 지난 셈이고
신동역은 지금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이봉주 선수와 비슷한
나이이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개최된 서울마라톤 우승자도 49세의 노장이라
는 사실에 한편으로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훈련만 열심히 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 준다.
그래서 김형락도 신동역과의 나이 차가 있는데도 나이로 인하여
밀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년 11월 창원마라톤 이전에도 신동역과 김형락이 피 말리는
대결을 한 적이 두 번이 있다. 두 개의 대회모두 최고의 상금이
걸린 대회였고 상금을 떠나서 최고의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이였다.
2001년 가을, 춘천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하루전날 토요일 남도의
광주에서 제 1회 김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마스터스들 대부분이
춘천마라톤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그곳에서 처음으로 국내 아마
추어 최고수인 김형락과 신동역의 피 말리는 대결이 이루어 졌다.
거의 종반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접전 끝에 . 결국 신동역이
1시간 07분 31초로 우승을 하였고 김형락은 그보다 6초가 늦은
1시간 07분 37초로 골인하였다.
그리고 한달 뒤 다시 충남 홍성에서 이봉주 하프마라톤 대회가 개최
되었는데, 이곳에서 또 다시 두 사람의 경쟁이 펼쳐졌고 결국 신동역
1시간 08분 07초로 우승, 그리고 김형락은 7초가 늦은 1시간 08분
14초로 2위를 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작년 11월 창원마라톤 역시
신동역에게 져서 김형락은 신동역에게 하프에서만 3연패를 당한
셈이다.
그래서 그 동안 김형락을 빛나게 했던 하프의 황제란 칭호도 퇴색이
되었고 황제란 칭호를 되찾기 위한 돌파구가 이번 동아마라톤 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풀 코스 마라톤은 신동역의 주 종목이다.
국내 아마추어 최고기록인 1시간 27분의 기록도 신동역이 세웠고,
풀 코스 마라톤대회를 가장 많이 우승한 사람도 신동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동역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형락은 그 동안 줄곧 하프만
달리다가 갑자기 풀 코스를 달리기 때문이다.
다시 동아마라톤 현장으로 돌아가 본다.
여전히 앞쪽에선 중국의 장수징이 달리고 그리고 장수징을 에워싼
남자 등록선수들이 대열을 갖추어 달리고, 그 대열의 맨 뒤에 중개
하는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아마추어의 최고수
신동역과 김형락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이러한 레이스는 종반까지 계속되었다. 대열이 흐트러진 건 종 후반
장수징 선수가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부터이다.
둘은 장수징 선수를 따라가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서로를 견제하면서 상대를 따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
하다. 결국 김형락이 신동역을 따돌리는데 성공을 했고 운동장 초입에
들어섰을 때 둘의 차이는 200여 미터 차이가 났다.
김형락의 모습은 팔팔해 보였으나 김형락에게 뒤진 신동역의 모습은
완전히 지친 상태로 한발 한발 뛰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드디어 골인 점. 두 손을 높이 쳐든 김형락의 모습에서 마스터스 최고기록
으로 우승을 거머쥔 즐거움보다도 신동역을 이겼다는 통쾌함이 더 큰
기쁨을 주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김형락 2시간 25분 33초로
1위, 신동역 2시간 26분 13초로 2위. 이로서 김형락의 승리로 끝이 났다.
3연패 뒤 1승. 그것도 풀 코스의 대결에서 승리. 또 국내 최고기록으로
승리한 김형락은 이제 다시 황제의 칭호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황제란 칭호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존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라톤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신동역 역시 다시 김형락과의 경쟁을 원할 것이며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연마를 계속할 것이다.
두 사람의 지존 싸움은 피 말리는 경쟁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아마추어
들에겐 솔솔한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이제 몇 개월, 아니 몇 년 후에
둘의 대결이 또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 때에도 멋진 승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어제의 동아마라톤대회 녹화경기를 보면서 순간 깜짝 놀랬다.
등록선수 여자 선두그룹 뒤편에서 아마추어 최고수인 김형락과
신동역이 나란히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존은 한 명만 있는 것. 그래서 이들이 한 경기에 참가하여 자웅을
겨루는 것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작년에 국내에서 300개 가까이
대회가 열렸지만 그들 둘이 함께 대회에 참가한 것은 내가 알기로
1개 대회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2002년 11월 3일 창원에서 열린 창원마라톤 대회
에서 이다. 이 대회 하프부분에서 신동역 1시간 07분 22초로 1위,
그리고 김형락 1시간 07분 32초로 2위를 하여 신동역의 승리로
돌아갔다.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 한판 이였지만 신동역에는 즐거움을
그리고 김형락에게는 아픈 상처를 안겨준 대회였다.
사실, 그 동안 김형락에게는 황제란 이름이 항상 따라 다녔다.
그래서 그를 하프의 황제 김형락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황제의 이름은 그가 동아마라톤 하프대회에서 연거푸
5회의 우승으로 자리 매김 하여 얻어진 값진 이름이다.
그래서 하프 하면 김형락, 김형락 하면 하프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 김형락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하였으니 김형락으로선
여간 가슴아픈 게 아니었다.
김형락은 그 동안 줄곧 하프만을 고집하며 하프경기만 즐겨
달렸다. 그래서 그의 풀 코스 기록도 2시간 44분으로 제 4회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얻은 기록이 전부이다. 그것도 아마추어
고수들을 MBC에서 초청하여 참가하였는데, 아쉽게 3위로
골인하였고 악조건의 날씨 속에 아마추어 고수로서의 기록으론
내놓기 낯간지러운 기록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게 2년 전인데 2년 동안 김형락은 풀 코스 마라톤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프만 묵묵히 달리면서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 후반기부터이다.
대구에서 바둑사범으로 일하던 신동역이 창원에 있는 (주)위아에
에 스카우트 되면서 라이벌인 김형락과 같은 동네에 살게 된 것
이다. 이 때부터 서로의 경쟁심은 더욱더 발동을 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참고로 주식회사 위아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마라톤
고수가 가장 많은 회사로 이해를 하면 된다. 그 회사방침이 마라톤
을 잘 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을 하고 업무 프로그램에도
마라톤 훈련이 포함되었다고 하니 마라톤 훈련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회사에 취직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주식회사 위아가 마스터스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동아대회로서 이 대회에서 풀 코스 10위안에 위아 소속 사원이
5명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로 마스터스들 사이엔
'노인들과 여자들, 그리고 위아 선수들을 따라가지 마라'는
우스겟소리까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회사에서 신동역 같은 특출한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그냥
놔둘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스카우트를 했고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예견된 것이었다.(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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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일요일(42km, 124km)
2003년 동아마라톤 대회가 끝났다. 약간의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많은 반성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고 싶다.
마라톤은 역시 만만하지가 않다. 기록을 위해 달려도 그렇고
완주를 목표로 해서 달려도 그렇다. 천천히 달린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은 것이 아니며 어차피 같은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달려야 하는, 그래서 고통의
시간을 더 오래 지속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늘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시간계획에 맞게
달려보자는 강한 의지를 갖고 대회에 임했다. 그래서 30키로
미터까지는 매 5키로 마다 21분에 달리고, 30키로 미터에서
42키로 미터까지는 매 5키로 미터 마다 22분내지 22분 30초에
달리는 계획아래 레이스를 전개했다.
첫 5키로 미터는 20분 45초에 통과를 했다.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달린다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15초가 빨라졌다. 그래서 속도를
더 늦추어 달렸다. 10키로 미터까지는 21분 06초가 나왔다.
적절하게 속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랩
부터 21분속도로 30키로 미터까지만 가자고 생각했다.
15키로 미터까지는 20분 56초이다. 그리고 20키로 미터까지
21분 19초의 기록이 나왔다. 20키로 미터까지 토탈 15초가
오버된 셈이다. 그러나 25키로 미터에서 21분 21초가 나옴
으로서 후반에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0키로 미터까지는 22분 07초가 나왔다. 이제 남은 거리는
12.2키로 미터. 매 5키로 미터마다 22분 이내에 달려야 한다.
그래서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다. 그 만큼 몸에
피로도 많이 느껴지는 것 같고.....
거기다 비까지 내려 온몸은 빗물로 젖고 신발도 고인 웅덩이
물에 빠져 발을 내 딛을 때마다 미끄러진다. 35키로 미터
통과기록 24분 20초. 체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달리기로 한다. 목표가 아니라도 빨리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다. 몸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저한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은 7키로 미터를 빨리 달리자고 독려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무겁다.
40키로 통과기록 24분 50초.
이제 2.2키로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드디어 운동장이 보이고 그 운동장의 품으로
내 몸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트랙을 돌아서 결승점을
밟는다. 3시간 08분 06초.
서울마라톤에 이어 또 다시 8분대이다. 오히려 작년기록보다
후퇴를 하고 있다. 원인은 연습량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훈련방법도 잘못된 것 같다.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일요일 한번만 야외에서 훈련을 하고
나머지는 트레드 밀을 이용했다. 트레드 밀에 너무 많은 시간의
훈련을 의존한 게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량 또한 월 200키로 미터 남짓한 훈련으로는 기존 기록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몸무게 또한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량이 된 것도 기록단축을 하지 못한
원인중의 하나이다.
기록이란 늘 단축할 수는 없다. 달리기로 일상을 열고 닫는
전문선수도 그럴진대 하물며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야....
그래서 기록에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는 것이며 아무 부상
없이 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 퇴근 후 트레드 밀에서 8키로 미터를 달렸다. 동아를
대비하여 마지막으로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16으로 5분 인터벌
3회를 하고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 해 주었다.
몸은 가볍고 컨디션도 좋다. 몸무게도 서울대회전보다는 2키로 그램
감량된 것 같다. 그래도 춘천대회전과 비교하면 2키로 그램이나 더
나간다. 기록은 몸무게와 비례를 하는데, 몇 분 차이로 목표기록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몸무게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제 저녁식사에 아내가 소 등심을 구어서 내놓았다. 웬 고기냐고
했더니만,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사람이 식이요법도 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자기가 일부러 구입을 했다고 한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하는 구만....
마라톤 초년병시절 하프 마라톤을 달리고 거의 탈진해서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아내가 보온병에 챙겨준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면서
갑자기 보온병에 담긴 물 속에 아내의 미소짓는 얼굴이 아른거려
눈물이 날려고 하더니만 오늘 또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구만.
여하튼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식이요법 흉내내느라고
고기를 구어서 소금만 곁들여서 배불리 먹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오늘이 목요일 저녁이니까 내일 아침까지만 먹고
점심부터 고 탄수화물을 섭취할 계획으로 다른 음식은 일체 먹지
않았다.
그러나 고기 먹은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속이 메스껍고 갑자기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나 이대로 버티느냐 아니면 식이요법을
포기하느냐의 기로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영양갱 두 개 먹고
오랜지 주스 마시고 식이요법의 동굴 속에서 탈출을 했다.
아! 동굴 속에서 나오니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말 식이요법에 성공한 러너들 존경스럽다. 역시 나는 초식 동물
인가봐... 그래서 사람이 이렇게 조용하고 온순한가?^^:
기록도 좋지만 아무나 식이요법을 할 수 없는 것 같고
식이요법도 체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내일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동아대회 준비를 마무리해야겠다.
어제 저녁에 마라톤 온라인 사이트의 게시판에 들어가 김병문님이
올린 '마라톤 벽 허물기...마지막10km' 란 변역 글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전혀 새로운 글은 아니며 지금까지 내가 읽은 많은 마라톤의 벽에
대한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1, 마라톤은 32km와 마지막 10키로 미터로 양분하여 달리기의 작전을
세워야 한다. 32키로 미터까지는 최대한 힘을 비축하고 그 비축한
힘을 마지막 10키로 미터에 쏟아야 한다.
2,초반 5키로 미터까지는 자기의 예상 페이스보다 키로 미터 당 6초를
늦추어 달린다. 대략 5키로 미터 당 30초를 늦추어야 될 듯 하다.
3, 연습 시 목표기록 보다 30분 정도 적게 달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3시간 이상 달리는 것은 좋지 않으며, 3시간이 넘는 거리는 두 번에
나누어서 달리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의 내용은 초보자나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러너들을 기준으로 하여 언급한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4, 대회전 장거리 달리기는 6회를 해야 하며 마지막 10키로 미터를
잘 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4회의 장거리 달리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6회의 장거리는 최소 12주에서 16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5, 마지막 10키로 미터를 잘 달리기 위해서는 힘의 안배도 중요하지만
정신 집중이 더욱더 중요하다. 10키로 미터를 달릴 때는 10키로 미터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시선을 분산시키고 머리 속을
여러 아름답고 즐거운 생각들로 채우면서 달리는 게 달리기의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산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오는 생각. 주위의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숫자를 계산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소개했다.
6,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식이요법과 워터로딩,
그리고 달리면서 급수를 적절하게 하는 것이 달리기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 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 놓고 있다.
이상과 같이 간략하게 정리를 해 보았는데, 마라톤 이론들은 아는
내용이라도 반복해서 읽어보아야 하며 늘 자신이 대회전이나 대회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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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일요일(10km, 66km)
한국체대에서 800미터 인터벌 훈련을 했다.
야소의 800미터 인터벌 훈련 법칙에 의해 10회를 하고 풀 코스
예상기록을 산출해 보고자 했는데 6회를 달린 이후에 체대생들이
많이 나와 트랙에서 훈련하는 바람에 7회로 마감을 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대회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
몸 관리를 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인터벌 훈련을 중단하고
마무리 달리기를 하고 운동을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아식스 매장에 가서 새로 마라톤화를 하나 구입을
했다. 듀리스트 시리즈 중에서 285미리 미터를 사려고 했는데,
280부터는 10미리 단위로 나와서 280은 너무 딱 맞고 290은 너무
커서 적절하지가 않았다. 지금 신는 신발도 290인데, 신발이 너무
크니 킥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어서 대회용으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새로운 모델이라고 해서 연두색 신발을
한번 신어보았는데 대체적으로 발이 편안하여 구입을 했다.
시합 전에 몇 번 신고 달려보고 대회 참가를 결정해야겠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하는 것과 연습으로 마라톤 거리를
완주하는 것과는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름을 느낀다.
전자의 경우 회복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4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
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2일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대회에선 자기의 몸을 최고조까지 몰아 부치니 몸이
받는 스트레스도 그만큼 크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일요일 달린
피로가 이제야 풀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트레드 밀에서 달릴 때까지 만해도 종아리가 경직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모는 신체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
간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서울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일주일을 잘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했다. 우선 식사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또 수목금의 훈련은 너무 강도가 높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을 강으로 훈련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의
훈련은 약으로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번 동아대회에서는 서울마라톤의 교훈을 거울 삼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해야 되겠다. 이제 남은 기간은 일주일.
지금부터가 몸을 최고조로 올리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트레드 밀에서 6키로 미터를 달렸다. 아무리 늦게 퇴근을 해도
꼭 운동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9시에 집에 들어와 10시에
운동을 마쳤다.
우리가 기록을 목표로 할 경우 시간계획에 대하여 골몰하게 된다.
서브쓰리의 경우 키로 미터 당 4분 15초의 페이스면 가능하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면 1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골인을
하게 된다.
어떤 러너는 실제로 처음부터 이 페이스로 끝까지 달려 골인하는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등속 페이스인데, 등속페이스로 달린 다는
것은 많은 훈련이 필요하며 달리면서 속도의 제어는 물론 속도감을
정확하게 알면서 달려야 하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러너들이 다른 러너와 그룹을 이루어 달리게 되는데
이러한 그룹의 속도는 대체적으로 30키로 미터까지는 잘 유지가
되지만 그 이후에는 점점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간혹 몇몇 주자는 30키로 미터까지 그룹을 지어 가고 그
이후에는 자기의 페이스로 기량 껏 달리는 작전을 구사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작년 중앙 때도 그리고 이번 서울 마라톤에서도 30키로
미터까지는 대체적으로 그룹을 이루어 순조로운 페이스가 유지가
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레이스인데, 함께 한 러너들 중에 대체적으로
10명중 1명 내지 두 명만이 목표기록을 이루게 되고 나머지 8명은
아쉬움 속에서 또 대회를 마치게 된다.
스피드가 워낙 좋은 주자는 지구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서브쓰리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30키로 미터까지 5키로 미터 랩
타임을 19분대나 또는 20분 초반대로 달리다가 마지막 12키로 미터를
남겨두고 23대나 24대로 달려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드나 지구력이 서브쓰리를 하기에 간들간들한 러너들에게는
매 5키로 미터 페이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30키로
미터까지 5키로 미터 랩 타임이 전부 21분 이내에 통과되었더라도
마지막 2개의 랩 타임에서 22분을 넘어버린다면 기록 달성은 또 물 건너
간 셈이 된다.
그래서 초 중반에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후반에 조금만 느려지면
계산상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목표기록을 이루기
위해서는 후반 5키로 미터 랩 타임을 21분대로 달려야 하는데, 이렇게
달리기 위해선 지구력 연마가 필수적이고, 또 후반에 에너지가 고갈되고
지쳤을 때도 빠른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트레드 밀에서 천천히 8키로 미터를 달렸다. 종아리가
딱딱한 게 느낌이 좋지가 않다. 자주 스트레칭을 해주어 이완을
시켜 주어야겠다.
어제 마라톤을 달렸지만, 오늘 몸을 점검해 보니 상태가 비교적
좋았다. 특별히 몸에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고 단지 종아리만
약간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몸이 풀 코스 마라톤에도 많이 단련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사실 어제 5키로 미터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
고자 했다. 최대한 고통을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생각들을 머리 속에
가득 채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2키로 미터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그러한 노력도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사실 2키로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아무리 지쳐도 spurt를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서울마라톤 코스에서는 속도가
더 내려가니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만 들뿐이다.
오늘 어제의 레이스를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 보아도 크게 잘못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달렸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기록이 저조함은 분명 문제가 깃 들어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어제 훈련일지에서 제기한 하지 정맥류도 원인중의 하나
이겠지만, 그것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기에 문제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몸무게에 비중을 두고싶다. 4키로 그램이나 늘어난 몸무게!
지금으로선 감량이 쉽지가 않다. 어차피 이 몸무게를 가지고 동아에
나가야 한다면 목표를 수정하여 서브쓰리가 아니더라도 서울마라톤
보다는 좋은 기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오늘 동아마라톤 배 번을 택배로 받았다. 배 번호를 받고 나니 또
마음이 설렌다. 벌써부터 서울의 한 복판을 많은 러너들과 어울려
달리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튼 마라톤은 달리기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완주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을 안을 수 있다. 거기에다 좋은 기록이면 금상첨화
인데...^^ 그것도 또 다른 욕심에 욕심을 낳은 건가.
서울 마라톤에서 서브쓰리(3시간 이내의 기록)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즐거웠고 기분이 좋았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완주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즐거운 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체력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한계
가 있는 법, 그래서 '최선을 다해도 목표를 이루지 못 할 수 있는
게 마라톤이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두 가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거나, 둘째로 목표를 이루어 내려는
의지력이 부족했거나...
그러나 목표를 높게 잡지도 않았고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력이
부족하지도 않았다면 문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아마도 여러 가지 마라톤이 가져다주는 변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단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그렇게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나의 신체에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나는 신체적으로 마라톤에 취약점을 많이 안고 있다. 그 취약점이라는
게 182cm의 키에 몸무게가 77kg이나 나가는 마라톤에 부적합(?)한
신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얼마전 발목에 통증이 있어서 마라톤에 대해 잘 하는 정형외과 의사
분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런 상태로 어떻게
마라톤을 하느냐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른쪽 종아리에 나타난 '하지 정맥류'이다.
지렁이처럼 튀어나온 핏줄이 종아리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지가 않다.
이러한 현상은 20여 년 전의 고교시절부터 생긴 현상이다.
생겼다가 없어졌다 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마라톤을
한 뒤로 심하게 달리기를 한 후에는 늘 선명하게 하지 정맥류가
나타난다.
의사님이 달리기를 하면 쥐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늘 쥐가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을 참고 달리면서 이것은
훈련부족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인내로서 극복하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하지 정맥류 때문에 그러한 원인이 발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훈련부족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마라톤 대회 후기를 쓰려다가 목표달성을 하지 못한 것에 변명을
하다 보니까 별 이야기를 다 끄집어서 쓰는 것 같다.
아무튼 즐거운 하루였고 즐겁게 달린 마라톤 대회였다.
다시 마라톤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배 번호 101번...A그룹
11시가 되어 총소리와 함께 출발을 했다.
첫 구간 5키로 미터는 최대한 천천히 달리자는 생각에 되도록
속도를 줄여 달렸다. 5키로 미터 통과기록이 예상시간보다 10여
초가 빠른 20분 27초이다. 페이스에 만족하며 리듬을 살려 그룹
을 지어 달려갔다. 다음 5키로 미터는 20분 42초이다.
15키로 미터지점에서 1시간 2분 40초를 체크하고 계획된 시간에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속도에 비해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종아리도 부드럽지 못해 달리면서 겅중겅중 뛰면서
스트레칭을 해 주었다. 하프지점을 반환하면서 시계를 보니
1시간 28분 초반 대이다.
후반을 적어도 1시간 31분대에 통과를 해야 목표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후반기록이 가장 빠른 기록이 1시간 34분이기에 목표기록
달성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지력만은 충만해 있었다. 꼭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곧추
세우고 달리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후로 시계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달리기에만 전념을 하고 내가 달릴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른
속도로 꾸준히 달리고자 했다.
한 명 한 명 추월을 하며 달렸다. 그러나 25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다리가 묵직해지며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개의치 않고
달리면서 쥐를 풀면서 열심히 달렸다. 28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37키로 지점까지 단 두 명에게만 추월을 허용하고 십여
명을 추월하며 꾸준히 달렸다. 물론 이 구간에서도 종아리의 경직은
반복을 거듭했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달리기에만 열중했다.
반환하프지점에서 시계를 본 후 37키로 지점까지 무려 16키로 미터를
달리는 동안 전혀 시계를 보지 않았다. 이유는 시간체크로 인하여
무장된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이였다.
5키로 미터를 남겨두고 시간체크를 한 뒤 3시간까지 21분
이상이 남아 있으면 정말 거품을 물고라도 달려야겠다는 계획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서 물을 먹으면서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겨우 18분 30초이다. 이제 목표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마라톤 코스의 대회 최고기록이라도
갱신해야 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달리기로 했다.
4키로, 3키로, 2키로, 서울 마라톤 코스는 마지막이 좋지가 않다.
마지막엔 spurt를 할 수 있도록 주로가 시원스럽거나 또는
약간 내리막이면 좋은데, 이것은 구불구불하고 약간의 오르막
으로 되어 있으니 마지막에도 힘을 낼 수가 없다.
기록은 3시간 8분 43초로 작년기록보다 4초가 늦다.
대회 최고기록을 갱신하지 못하고 목표기록을 세우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존 기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기록으로 완주를 해서 대체적으로 만족을 한다.
대회를 마치고 마라톤 동지들과 천마산 아래 산촌갈비에서
뒤풀이를 한 시간은 정말 즐거웠고 유익했다. 조기축구를
즐기는 폭차님이 즐거운 분위기 속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축구를 하고 나면 너 잘했니 못했니 하면서 남의 흉을
보기 일색인데, 마라톤은 늘 서로를 칭찬해 주는 분위기라서
모일 때마다 더 애정이 느껴진다고....'
수요일 수동의 별장에서 서울마라톤대회 정식 뒤풀이를 하
기로 약속하고 각자 집으로 귀가를 했다.
행복한 마음을 가득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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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토요일 (휴식)
드디어 서울 마라톤 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긴장감이나 뭐 특별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회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이발소에 들려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집에서 손발톱을
손질했다. 오전에 집에서 쉬다가 점심때쯤 동대문에 가서
신발을 한 켤레 구입을 하고 오랜만에 토달에 나가
런클 식구들이나 만나야겠다.
첫댓글 캡틴님은 회복도 빠르신가봐요 벌써 다음경기 준비중이신걸 보면요...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