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강 붉은 집에서 들려오는
울음을 모른다
천 날 벼르고 별러 환생한
도둑고양이,
빗소리보다 더 애잔한 강을 나는
모른다 여태껏 한번도
귀 기울여 듣지 못했으니
척추도 없이 뒤척이는
물의 속뜻 모른다
야윈 팔뚝과 발목에 여울진 물살,
가슴에 빽빽이 자란
갈대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푸는,
하얗게 풀어 젖히는 저 불면(不眠)
모른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꺾고 또 꺾으며 흐르는
강의 뒷모습,
관절을 밟으며 서둘러
밤이 오면
야금야금 내 가슴 물어뜯는 고양이
나는 모른다 강은
연신 거품 뱉아 내고
겨우 바다에 가 닿은 빈집들,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내 곁을 떠난
애인을 모른다
잔소리처럼 비가 오는 가을을
모른다 모른다
첫댓글 세상에 대한 관심, 그것이 곧 사랑 아닐까요? 제목도 그렇지만 '잔소리처럼 비가 오는 가을'이 참 좋습니다!
갈대 한올 한올 머리카락 푸는 하얗게 풀어 젖히는 저 불면(不眠) 뒤 생명의 진덕함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