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판·검사등 선발방식과 교육제도가 크게 바뀌게 된다.
그동안 판·검사, 변호사의 배출 창구는 사법시험이라는 유일한 통로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대부분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법학 전공자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되면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법률지식을 배우고 법조계로 배출된다. 이는 폐쇄적인 법조계의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검사의 임용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이들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법조인의 직역별 교육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신규 판·검사의 교육에 기존의 사법연수원과 법무연수원을 활용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로스쿨을 졸업한 신규 변호사들의 교육이다. 신규 변호사 교육을 맡아야 할 대한변협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적·물적 시설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판사의 선발과 교육= 대법원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바로 판사로 임용하는 방안과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방안 또는 두 가지 방안을 병행하는 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즉시 임용할 경우 이들에 대한 판사 직무교육이 문제가 된다.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제도 만으로는 임관 후 재판업무에 투입될 수 있을 만큼의 재판기록 검토능력, 민·형사판결문 작성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사법연수원에서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무게를 얻고 있다. 현행 사법연수생 판사수습교육에 준하는 연수프로그램을 가동하되 8개월의 집중적인 원내교육과 4개월의 일선 법원 실무수습과정이 제안되고 있다. 임관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방안에는 모집인원을 채울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해마다 신규 판사 선발은 170여명. 우수한 변호사가 판사지원을 해야 하는데 과연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변호사가 필요한 숫자 만큼 지원할 것인가 고민이다. 자칫하면 사법인력의 배분에 심각한 결원이 생기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이들도 재교육은 필요하지만 원내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4개월로 줄이고 4개월 실무수습을 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의견이 검토되고 있다.
사개추위는 로스쿨 시행 이후 법관임용과 관련해 “모든 법관은 법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5년 이상 변호사, 검사, 기타 영역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의안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2012년까지 신규 임용법관의 50%를 변호사 등에서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해마다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단계적 법조일원화정책을 유지하자는 것이 즉시 임용과 변호사 임용을 병행하는 안이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대법원은 로스쿨을 수료한 뒤 치르는 변호사시험과는 별도로 판사임용시험을 도입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판사임용시험을 치지 않는다면 로스쿨 학부성적과 변호사시험성적,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하겠지만 시험을 치르게 되면 임용시험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수험생에게 과중한 시험부담을 준다는 것과 임용시험에 열중한 나머지 로스쿨 수업을 등한시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신임판사들의 선발과 교육문제는 전적으로 로스쿨에서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로스쿨의 학습성과 등을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검사의 선발과 교육= 검사임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후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임용 시험 등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로스쿨 도입법안의 통과가 갑작스러워 선발 방식에 대한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도 “지금 실시되고 있는 변호사 경력자 대상 검사 임용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검사임용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검사 선발에 완전한 법조일원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 선 것은 아니다”며 “로스쿨 재학 성적이란 구체적인 기준이 있으므로 그 성적을 검사 임용 과정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둘 것인지, 그리고 로스쿨을 막 수료한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로스쿨 수료 후 일정 경력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경우와 같이 선거를 통해 검사를 선발하는 식의 파격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경력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자칫 이윤추구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우수한 인재를 임용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홍보관리관은 “검사 임용제도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고 졸업자가 배출되는 2012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공청회를 거치는 등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교육도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현행 사법연수원에서 맡고 있는 검찰실무, 수사절차론, 과학수사론 등 여러 검찰관련 과목들이 검찰교육을 담당하는 법무연수원으로 옮겨올 수 밖에 없다. 또 로스쿨에는 특별히 검찰실무에 대한 커리큘럼이 존재하지 않아 6개월 내지 1년간 신규검사 대상 집체교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법무연수원은 검찰 교육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하게 되는 기관으로 그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경호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은 “법무연수원은 Cyber 교육(e-Learning system) 체계구축 등 검찰교육의 혁신을 추진해왔다”면서 “앞으로 검사교육혁신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검사양성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 변호사 교육=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 전 연수제도가 함께 도입될지 주목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경우 무경험으로 인해 의뢰인에게 예기치 않는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런 우려 때문에 1년 내지 2년동안 단독개업을 제안하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도 법조계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협 최태형 대변인은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이 충분할 경우 변호사 등록전 교육은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로스쿨의 교육정도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교육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으로서는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변호사등록전 연수제도 도입에 난감한 입장이다. 대한변협 김현 사무총장은 “일단 지방변호사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사법연수원 등에 위탁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있다”고 설명했다. 사법연수원 역시 변호사위탁교육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신규변호사들의 사법연수원 위탁교육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