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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성당 TV 방송국
연향동 성당에 TV 방송국을 차렸다. 이름하여 ‘연향성당 TV 방송국’이다. 나 혼자 이렇게 불러본다. 하도 신기해서 그렇다. 이런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세 번째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대면 미사를 중단하고, 가톨릭 평화방송(TV)이나 광주평화방송(라디오)에서 제공하는 유튜브 미사를 보면서 신령성체 하시라고 했다. 이제는 벌써 6개월만에 이런 일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엉겁결에 8월 27일 목요일부터 연향동 성당에서도 온라인 방송미사를 하게 된 것이다.
1. 방송사고
9월 8일 화요일, 오전 9시 30분.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미사를 카카오 TV로 생방송하는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다. 어제 월요일 새벽 미사 그리고 그저께 주일 미사 때에는 아무런 잡음 없이 잘 되었는데? 평소대로 미사 시작 15분 전에 미사 방송을 준비한 후, 두 분 수녀님이 교황님의 지향대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두 가지 기도’에 이어서 입당송을 바치는 동안 입당하였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미사를 생중계하는 함재용 프란치스코(약칭 함코: 컴퓨터, 전기, 기계 전문가)님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영상은 나오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제대 앞까지 행진해왔기에 나는 그대로 제대 앞에서 인사드리고, 제단으로 올라와 성호경으로 미사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함코님이 조치를 했으리라 생각했다. 성호경을 마치고 인사말을 한 다음 눈빛을 보니, 아직 조치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사무실에 있던 사무장이 스마트폰을 들고 함코에게 갔다. 아마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알려주려는 것 같다. 이미 시작된 미사인지라 그대로 진행했다.
미사를 마치고 나서 함코에게 물어보니, 마이크 부분에 연결하는 잭이 꽉 끼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월요일과 그제 주일에는 스마트폰의 덮개(커버)를 씌우지 않은 채로 마이크 잭을 연결했는데, 오늘은 폰에 흠이 나지 않도록 덮개를 씌웠다. 그 두께는 한 2-3mm 정도 될 것이다. 마이크 잭이 그 두께만큼 끝까지 쏙 들어가지 못해 접촉이 잘 되지 않아서 이런 방송사고가 난 것이다. 덮개를 벗기고 마이크 잭을 연결하여 실험해보니 소리가 잘 들렸다. 사제관에 돌아와 연향성당 단톡방을 열어보니, ‘안들린다’는 댓글이 겁나게 올라와 있었다. ‘잘 들린다’는 댓글도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실수를 통해 또는 불편함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고자 원인을 찾아 고치고 더 좋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다. 어떤 때는 귀찮아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내버려 두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그러나 성가셔도 애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에 달라지고 변화하고 좋아진다. 내일부터는 신자들이 소리 문제로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자의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미사에 집중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뿌듯하다. 어제 월요일 새벽미사에는 43명이 접속했고, 오늘 화요일 오전 미사에는 61명이 접속했다. 그제 주일미사에는 106명이 참여했다.
카카오 TV 미사는 일주일 전인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에 시작했다. 이때 화질은 아무런 문제 없이 좋았는데, 소리에 문제가 있었다. 잡음이 섞여 들렸던 것이다. 이날 성당에서 드린 미사에 참석했던 음향담당 김바오로님과 함코 그리고 류하백신부는 스마트폰의 마이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평일에는 사제관 주방의 식탁을 제대로 삼아 미사를 드리는데,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했다. 이어폰이 두 개인데, 하나는 내가 끼고, 다른 하나는 수녀님이 끼었다. 미사경문을 주고받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좁은 공간인 사제관 주방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넓은 성당에서는 소음과 잡음이 크게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핀 마이크를 사용하거나 성당 음향기기의 본체와 연결하자고 했다. 소음이 들리더라도 이정도만 해도 어디냐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보다 더 기계나 스마트폰 사용에 전문가인 이들의 생각이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빠른 시일 안에 두 가지를 시험해본 후 결정하기로 했다.
8월 31일. 월요일. 사목의 달인 손대철 신부님이 줌(ZOOM)으로 나를 초대했다. 들어가보니 나주 본당 주임인 이재술 신부님이 함께 있었다. 줌으로 세 개의 화면을 한 화면으로 보면서 이야기하다가 자랑삼아 카카오 TV 미사를 말하고, 관심 있어 하자, 자세히 설명해 줬다. 곧바로 손신부와 이신부가 카카오 TV를 설치하고 첫 실험방송까지 했다. 나도 손신부의 자랑에 박수쳐주는 셈으로, 그리고 며칠 전에 우리 본당 신학생 모친께서 줌을 추천하셨기 때문에 줌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어 즉시 손신부와 이신부에게 실험방송했다.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로 성공했다.
2. 이어폰 마이크 실험
9월 1일 화요일. 오전 9시 15분경, 미사 준비를 위해 카카오 TV를 실행하니 나주성당의 미사가 떴다. 화질은 물론 음질이 아주 좋았다. 늦게 배운 도둑이 더 잘한다더니 꼭 그짝이다. 블루투스 이어폰 마이크의 문제가 있다는 말을 생각하고,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마이크를 쓰기로 했다. 사제관 주방에서 이어폰 없이 미사했다. 신자들은 소리가 좋았다고 했다. 오후에 혼자서 음성 녹음을 실험했다. 스마트폰 자체 내장 마이크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그리고 유선 이어폰 이 세 가지로 녹음했다. 유선 이어폰과 스마트폰 자체 녹음이 비슷하게 좋았고, 무선 이어폰은 음량이 아주 작았다.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의 마이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성비가 좋다고 하여 구입한 값싼 이어폰인지라 역시 제값을 한 것 같다.
9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미사 후에 마이크 실험을 했다. 음향담당 김바오로씨가 성당 음향기기 본체에서 연결한 선을 제대 앞까지 길게 끌어와 내 스마트폰의 이어폰/마이크 잭에 연결했다. 제대 마이크와 독서대 마이크 그리고 무선 마이크 등 여러 마이크로 실험을 했는데 기가막히게 잘 들렸다. 성공이다. 그래서 9월 6일 주일미사 때부터 김바오로씨가 준비해준 방식으로 미사를 드렸고 아주 좋았다. 월요일 새벽미사에도 화질, 음질 모두 아주 좋았다. 그런데 오늘 화요일에 스마트폰 덮개 2-3mm 두께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방송사고가 난 것이다.
3. 라이브톡 미사 생방송
사실 카카오 TV 미사를 하기 전에 먼저 단체 카톡의 ‘라이브톡’으로 미사를 생방송 했었다. 그러니까 연향동 성당에서 처음으로 라이브톡으로 미사를 생방송하게 된 것은 8월 27일 목요일이었다. 이것이 ‘연향성당 TV 방송국’의 시작이다. 하하하.
그동안 잠잠하던 순천시에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5번)가 발생하더니 5번 확진자로 인해 추가로 감염자들이 증가하면서 순천시에서 재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고 종교시설에서 대면활동을 중단해달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8월 22일 토요일부터 9월 3일 목요일까지 세 번째로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서 순천시에서 완화 발표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하여 두 분 수녀님과 조촐하게 사제관 주방 식탁에서 미사를 드렸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는데 8월 23일 연중 제21주일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에 코로나19 이후 있었던 사목사례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온라인을 통한 미사였다.
2월에 한국 천주교 260여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중단 조치가 내려졌을 때, 우리 교구에서도 여러 신부님들이 각자의 본당에서 유튜브나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미사를 드렸다. 특히 사목의 달인 손대철 신부님은 유튜브를 통한 녹화방송이 아니라, 줌(ZOOM)을 통해 생방송으로 그것도 신자들과 쌍방향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어느 선배 신부님이 그 소식을 알려주면서, ‘황신부도 온라인 미사를 할 줄 알았는데 왜 황신부는 온라인 미사를 하지 않느냐’고 한 말씀 하셨었다. 그때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 사태가 곧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분들 하는 것 보니까 날마다 하고 있었다. 한 번 온라인 미사를 하면 계속해야 할텐데, 주일미사만 하기도 그렇고, 날마다 하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는 하지 않았었다. 게을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 번째로 미사 중단을 하고 보니 고민이 되었다. 더구나 사목회 임원들을 비롯하여 신자들에게, 코로나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우리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의 사목만이 아니라 비대면 사목도 고민해보고 의견을 주시라고 했고, 그 주제로 사목회 연수까지 계획했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두 번째 미사 중단으로 코로나 사목을 위한 사목회 연수는 기약없이 연기하였다. 그러면서도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온라인을 통한 주회를 시도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에 전국 각 교구의 여러 신부님들이 각자의 본당에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한 사례들을 보면서 그때에야 온라인 사목을 고민하면서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교우들이 쉽게 참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봤다.
단체카톡의 ‘그룹콜’이 생각났다. 가끔 전 신자들에게 연락해야 할 사항이 있을 때 단체카톡과 그룹콜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내 카톡에 만들어져 있는 사목회단톡과 구역반단톡 등을 포함해서 연향성당 단톡방을 만들었다. 실험삼아 그룹콜을 했는데 나를 포함하여 10명만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8월 26일 수요일. 본당 주보인 ‘닮다’ 편집부원인 황모니카님이 라이브톡을 알려줬다. 즉시 닮다 편집부원들과 라이브톡을 실험했다. 성공이었다. 오메 좋은 거. 곧바로 사목회 단톡방에서 다시한번 라이브톡을 실험했다. 회장님을 비롯해서 몇 분이 참여했는데 역시 좋았다.
드디어 8월 27일 목요일 연향동 성당 역사상 처음으로 라이브톡으로 미사를 생방송했다. 연향성당 단톡방의 모든 분들을 초대하려는데 되지 않았다. 순간 당황했다. 어제 실험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깝깝했다. 얼른 대상을 바꾸어 사목회 단톡방에서 시도했다. 성공이었다. 미사 후에 몇몇 분들이 의견을 보내줬다. 카톡의 오픈방을 활용하자는 분도 있었고, 대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줌(zoom)을 사용하자는 분도 있었다. 라이브톡은 40명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연향성당 단톡방에서 라이브톡이 안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등록된 분들이 250여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오픈 방을 들여다보니 영상을 보내는 것이 문제였다. 줌은 100명까지는 무료이고, 100명 이상은 월 사용료를 내야 한다. 실험해보니 쌍방향이어서 좋은데 접속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왔다. 누구나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4. 카카오 TV 미사 생방송
황모니까님과 함코님이 카카오 TV를 소개했다. 8월 29일 토요일 오전 세 번째 라이브톡 미사를 마친 후에 카카오 TV를 실험했다.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다음날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에 처음으로 카카오 TV로 미사를 생방송 했다.
온라인 미사를 하는데 이런 일들이 있었다.
무엇이든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나 보다. 그 과정이 기쁨이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되면 안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임시방편이 더 익숙해지기 전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임시방편을 본질로 생각하고,
진짜 본질을 놓아버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 (2020. 9. 8. 화)
첫댓글 어디에서나 온라인 활용을
해야는가 싶은것이 답답합니다.
그나마 소통의 방법이 있다는것이
고마운걸까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