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보미오름탐방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아주 귀한 분을 만났다. 누런 황소들 틈새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그분은 바로 얼룩소 '칡소'였다.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어렸을적 동요 속에 나오던 그 얼룩소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많은 소들 중에서 오직 혼자만 얼룩무늬 옷을 입고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칡소를 보면서(실물로는 처음보았다.) 나는 한참을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우리가 어렸을 적 가장 많이 불렀던 동요 중의 하나가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룩송아지를 외국에서 들여온 알록달록한 젖소로 알고 있는데 얼룩송아지는 젖소가 아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우인 '칡소'이다.
▼ 우리 나라 토종 ‘칡소’는 온 몸이 황갈색 바탕에 칡넝쿨이 우거지듯 흑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온 몸에 얼룩무늬가 있는 칡소는 힘이 아주 세고 용맹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로 호랑이와 싸워서 이겼다는 전설도 있다.
▼ 그런데 이 용맹스럽던 칡소는 일제시대 때 일본사람들이 전쟁물자(고기와 털)로 사용하기 위해 칡소 150만 마리가 수탈됨으로써 그 씨가 말라 버렸다. 특히 1910년대 한우는 현재 흔하게 볼 수 있는 황색의 한우뿐 아니라 칡소와 흑소 등 다양한 모색이 존재했으나 일제가 1938년 한우 심사표준을 지금의 한우처럼 모두 황색으로 정하면서 칡소와 흑소는 거의 모두 사라져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칡소는 불과 2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우의 색상을 적갈색으로 통일하라고 강제로 정함에 따라 털이 검은 흑우, ‘얼룩백이 황소’인 칡소 등 재래 한우가 거의 사라졌다. 현재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우리 토종 한우 ‘칡소’가 지금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 토종 한우의 일종인 ‘칡소’는 말 그대로 검은 칡덩굴이 온몸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체중은 700kg이 넘을 정도로 건장해 일소로도 제격이다. 칡소는 머리와 온몸에 칡덩굴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마치 호랑이 무늬처럼 보인다고 하여 '호반우'(虎班牛)'라고도 부른다.
▼ 칡소는 화가 이중섭의 소 그림이나 시인 정지용의 '향수'에도 '얼룩빼기 황소'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많이 있던 친근한 토종 소였다. 잊혀져 가는 토종 소 칡소와 흑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촌진흥청이 우리의 토종 한우의 일종인 칡소와 흑소의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15년 만에 복원에 성공한 토종닭처럼 몇 년 후에는 얼룩배기 칡소와 까만색의 흑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이다.
아래 사진은 좌보미오름 입구 모습이다. 이곳에 가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우리 전통의 소 얼룩소인 칡소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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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를 사랑하는 심공의 여행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심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