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아들인 박종채가 쓴 박지원의 전기. 박종채는 4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초고를 집필했으며, 그후 몇 년에 걸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이 책을 완성하였다.
아버지 박지원을 후세에 제대로 전하기 위해 고심했던 박종채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위대한 문학가로서의 면모만이 아니라 그 인간적 면모와 함께 목민관 시절의 흥미로운 일화들도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박지원이 활동했던 18세기 영·정조 시대의 지성사와 사회사에 대한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보고서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朴宗采) - 박지원의 차남으로 자(字)는 사행(士行)이고 호는 혜전(蕙田)이다. 벼슬은 음직(蔭職)으로 경산현령을 지냈다. 개화사상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박규수(朴珪壽)의 아버지이다.
한 사람의 기록은 개인적인 삶의 넘어서 당대의 삶을 구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민식이라는 작가가 담아내는 얼굴은 우리 당대의 삶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최민식씨의 사진을 보고 이해를 한다는 것은 당대의 삶에 대한 총체성을 가진 눈을 지녔을 때에야 비로소 가슴에서 진정한 울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난 삶이 앞선 시대의 삶을 볼 때에는 아련한 향수 내지 기록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하일기』를 싸두고 아직 잃지 않고 있는 나, 그러기에 앞서 조금은 부담이 덜 되고 가벼운 박지원의 알들이 적은 아비에 대한 기록을 읽어갔습니다. 아비에 대한 기록이 자칫 미화되거나 숨겨짐이 있을 지언정 들어냄이 없는 줄 알면서도 나는 그냥 읽어갑니다. 마냥 아비에 대한 아버지의 글을 읽으가면서 나는 무엇인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버지]
누구처럼 세살에 시를 지어 임금을 놀라게 하거나, 책을 많이 읽어 당대의 선비로 부터 "너는 필시 큰 인물이 될 것이야"라는 가슴깊이 새길만한 말도 듣지 못한 우리 아버지.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힘겨우셨던 해방둥이. 소학교를 1년도 채우시지 못하고 "너무집(남의 집)" 살이를 하시면서 밥 한끼를 들어셨던... 70년대 보릿고개를 거치면서도 꿈과 희망을 품으셨던... 결혼 전 까지 "너무집"을 살면서 '꼭' 자기 집을 짓겠다는 꿈을 버리지시 않으셨던... 결혼하시고도 10여년을 여섯짜리 방에 머물렀던... 너무 힘든 일을 이기기 위해 한 두 잔 마신 두꺼비(진로), 학(무학)이 몸을 떠나지 않아 끝내는 짓눌려셨던... 오직 아침 저녁으로 마시는 술 한 잔이 힘겨움을 이겨내는 버팀목이셨던...
소학교를 오래다니지 않아서, 혹은 책상물림이 짧아서 문장을 남기시지는 않았던 것이 아니다. 먹고 살기가 하루하루 힘에 겨우셔셔... 그러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지니셨던 분.
누구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높은 학문을 이룩하여, 좋은 직책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 존경스러운 것이 아니라,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 희망의 돛을 올리렸기에 나는 존경합니다. 내 삶의 힘겨움이 과연 아버지의 무게에 1/10의 만큼이나 되나 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이 같이 마시자는 술에 과연 세상의 힘겨움을 들어내기 위한 약이 첨가되어 있는지 나는 묻습니다.
『나의 아버지 박지원』
박지원에 대한 평가는 정규 교과를 걷쳤다면 어느정도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선조들 가운데도 올바르고 곧은 사람이 있다고 내세우고픈 우월감도 있었습니다.
나는 박지원이 누구의 손(孫)이며, 무슨 장원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씁니다. 다만 한낱 군수에 지나지 않는 직책에 있으면서 그가 보여준 행동입니다.
안의현(84쪽)이나 면천군수(131쪽)로 있으면서 그가 보여준 행동입니다. 그는 민중의 곁에서 그들을 먼저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아프면 왜 아픈가를 고민하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니 쓸데가 없는 인물이구나라고 구박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의현에서 보여준, 아전들이 포탈한 곡식을 본래대로 창고에 쌓아둔 그의 지혜는 가히 손자가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듣었습니다. 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최상책이라 했습니다. 이를 몸소 실천한 이가 박지원인것입니다. 또한 순이라는 임금이 어느날, 백성에게 묻길, "네 임금이 누구냐?"하니 "그런건 모른다"했습니다. 박지원이 현의 군수로 있을 때, 백성들은 그가 있는지없는지 모른체 한가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윗사람이 보여주어야 모범을 실로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굳이 오늘의 현실을 들추어내는 것은 사족이라 생각되어 줄입니다)
"다스림은 구차히지 않으나
가끔 꾀병을 부린다"(137쪽)
박지원에 대한 가장 명확한 평가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물불을 안가리는데, 스스로 낯추기만 하려는 그의 풍모에서,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한 시대를 이해한다는 건, 당대의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힘들것입니다. 마찬가지라 한 인물에 대한 삶을 구현 할 때에 당대의 현실을 묘사하지 않고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박채원이 아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당대의 삶을 얼마나 포용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나는 단순히, 고등학교 입시시험 마냥 당대의 삶에 대한 총체성을 배제한 체 박지원만 쫓고 있습니다. 그의 삶이 당대의 삶 속에 어우러진 모습을 볼 때에 그의 풍모가 더 들어나지 않을가까 생각합니다. 내가 박지원만을 만난 부분은 지극히 일면이지만 내 마음이 풍요로운건 그의 깊이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열하일기를 읽고 싶은데 너무 방대하여 시작 못하고,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맛보기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올립니다. 저도 아직 읽진 못했는데, 돌베개에서 나온 책은 보지 않고도 사는 편이라 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다 읽었는데 담담하게 서술해간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여러사람들의 이야기나 자료등을 섞어 서술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박지원의 문재를 아들이 이어받았다는 느낌을 많이 갖게 합니다.
그리고 책이 두권으로 나왔습니다. 한권은 번역만 된 것이고 한권은 원문과 해제가 같이 있는 책이니 한문에 관심이 있는 분은 좀 비싸더라도 원문이 있는 책을 사세요...그런데 책방에는 한글판만 나와있더군요 작은 서점이 아닌데도 미리 알아보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