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경제특구' 투자 광풍
덩샤오핑 선전·장쩌민 푸둥처럼 수도 기능 옮기는 당의 역점사업
계획 발표 직후 투기꾼 몰려 주택거래 중단되고 수혜주 급등
"15년간 인프라에 330조원 투입"…국유기업도 사업부 이전 서둘러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160㎞가량 떨어진 바오딩시의 슝셴현·안신현·룽청현. 지역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총 200억위안(약 3조300억원)으로 베이징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세 지역이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로 떠올랐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거래가 중단됐다. 시노펙 알리바바 동방항공 등 중국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이곳으로의 사업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열흘여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은 ‘시진핑(習近平)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시진핑이 주도하는 국가신구
중국 국무원은 지난 1일 슝셴현·안신현·룽청현 세 지역을 묶어 수도 베이징의 경제 기능을 분산하는 국가급 신구인 ‘슝안신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에서 국가급 신구 조성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슝안신구는 19번째 국가급 신구다.
불을 댕긴 것은 국무원 발표문이었다. “슝안신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내놓은 중대하고 역사적인 전략적 선택으로 국가의 천년대계이자 국가 대사”라는 표현이다. 중국 언론들은 “슝안신구는 선전경제특구, 상하이 푸둥신구에 이어 최고 지도자가 직접 주도하는 세 번째 신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주도한 선전경제특구는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란 별명을 얻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작품인 상하이 푸둥신구는 홍콩을 대체하는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슝안신구의 급성장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무원 발표 직후 전국의 부동산 투기꾼이 이 지역 부동산을 쓸어담으면서 하루 새 집값이 70% 폭등했다. 슝안신구 인근 바저우시와 랑팡시 등은 즉각 주택거래 중단 조치를 내렸다.
주식시장도 들썩였다. 화샤싱푸 이둥시멘트 등 슝안신구 수혜주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슝안신구 관련 수혜주를 매수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중국 언론 신경보는 슝안신구에서 자동차 번호판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지역이 향후 대도시가 되면 베이징 상하이 등처럼 자동차 번호판 추첨제가 도입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다.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슝안신구를 둘러싼 과열현상이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15년간 슝안신구 인프라 건설을 위해 2조위안(약 330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전체 고정자산투자증가율도 이 기간 연평균 0.3%포인트 오르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0.13~0.1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구 조성계획이 발표된 직후 중국 주요 국유기업들은 이 지역에 일부 사업부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중국중처 차이나유니콤 동방항공 중국국가전력망 등 31개 기업이 슝안신구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제일 먼저 슝인신구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일부 전문가는 슝안신구가 선전 푸둥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선전특구와 푸둥신구를 조성할 때와 달리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 국면에 접어든 데다 주변 기반시설도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슝안신구 조성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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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부 소속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이하 국자위)도 시진핑(習近平) 주석 주도로 추진되는 국가급 신구, 슝안(雄安)신구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뜻을 천명했다.
중국증권망(中國證券網)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국자위는 이날 베이징에서 '중앙 국유기업 당 건설 사업 책임제 추진방안 좌담회'를 열어 '슝안신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자위가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오펑(鶴鵬) 국자위 서기는 이날 좌담회에서 "최근에 중앙 당국이 허베이성에 슝안신구를 조성해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 이전을 결정했다"면서 "중앙 소속 국유기업은 징진지(베이징 ·톈진·허베이) 수도권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슝안신구 조성과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자위는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슝안신구 지원에 나섰으며 국유기업, 특히 하이테크 기업 입주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오 서기는 ""중앙 국유기업의 슝안신구 조성 사업 참여는 절대로 외면하거나 저버려서는 안되는 역사적 사명이자 정치적 책임"이라며 "국자위는 국유기업이 한층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기화와 넓은 무대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자위의 진두지휘 아래 실제로 수 많은 중앙 국유기업이 슝안신구로 향하고 있다. 지난주 10일까지 중국중철, 차이나유니콤, 시노펙, 시누크, 페트로차이나 등 31곳의 국유기업이 슝안신구 개발사업 동참을 선언했다.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5G 통신 관련 사업을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시누크 등은 친환경에너지 공급 인프라 확충 및 개발에 나선다. 중국 4대 국유은행도 지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슝안신구 '광풍'이 일면서 중국 당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부작용 차단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부동산 가격 급등하고 투기세력이 몰려오자 현지 당국은 즉각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중단하고 관련 중개업체, 불법거래, 불법 광고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최근에는 증권 당국도 투기 성행 등 부작용 단속을 선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증권 당국이 슝안신구 수혜주와 신규 상장 주식에 대한 실시간 감독 강화의 뜻을 밝혔다.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지난 주말 증권거래소의 관리감독 강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증감회와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슝안신구 수혜주와 신규 상장 소형주가 투기세력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허베이성은 슝안신구 입주 기업의 증시 진입 문턱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SCMP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 당국이 "특구 개발을 위한 '금융지원 조치'를 요청할 것이며 지방 기업 IPO 신속처리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 당국이 단속 강화를 천명한 만큼 이러한 제안이 수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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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문예성 기자 = 새로운 국가급 특구로 지정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예정인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신구에서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 당국이 해당 지역내 투기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슝안신구 준비위원회는 첫 기자회견을 열고 "슝안신구 조성 소식이 1일 공개된 이후 부동산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교통이 혼잡해지고 집값이 폭등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우리는 관련 법에 따라 각종 불법 거래를 처벌하고 부동산 시장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주택은 주거를 위한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기고 이런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신구에 포함된 슝(雄)현, 룽청(容城)현, 안신(安新)현 3개현의 토지·건설사업·부동산 거래 등을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단속을 벌여 부동산 건설 위반 행위 765건을 적발하고, 불법 건축물 125곳을 철거했으며 분양사무실 71곳과 부동산 중개사무소 35곳에 대해 폐업 조치를 취했다.
이밖에 불법 부동산 판매 오프라인 광고 1597건과 불법 인터넷 광고 9건을 삭제했으며 투기를 조장한 10곳의 부동산 기업을 조사했고 불법행위로 7명에게 형사구류 처벌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슝안 신구 발표가 나오자마자 한밤 중부터 각종 부동산 중개업소와 투기꾼들이 이곳에 몰려들면서 투기붐이 고조됐다.
슝현에서 평소 ㎡당 3000~4000위안에 거래되던 중고주택 가격은 단숨에 ㎡당 1만 위안 이상으로 뜄고, 이마저도 하룻밤 사이에 매물이 동이 나서 헛걸음을 치고 돌아가는 투기꾼들도 적지 않다.
3개 현(顯)내에서 부동산 구매에 실패한 투기꾼들은 주변 지역으로 나가면서 부동산 매물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신구에 포함돼 3개현 당국은 부동산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발표 다음 날인 2일 긴급회의를 열어 부동산 거래중지를 명령하고, 외부인의 전입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