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의 천주교 성지를 찾아
당진에는 유독 천주교 성지가 많다. 내포지방으로 불렸던 이 곳은 외부의 문물이 자유롭게 유입되었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적었을 것이다.
오늘 찾은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이 태어난 ‘솔뫼성지’와 마을 사람 대부분이 순교했다는 ‘신리성지’다. ‘솔뫼(소나무가 많은 뫼)라는 이름처럼 아름들이 소나무가 아름답게 경관을 꾸미고 있었다. 원래는 솔뫼에서 신리를 잇는 약 12km의 ’버그네 순례길‘을 걸으려는 계획을 갖고 왔지만 숨을 막는 열기가 오늘의 답사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종교에서 ‘성지’라고 불리는 장소적 상징성은 중요하다. 종교는 철저하게 믿음과 상징의 결합을 통해서 전달되고 강화되기 때문이다. 종교를 창시한 인물과 종교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장소는 ‘신성함’이라는 신화를 통해서 신자들의 신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대한민국의 천주교 성지를 방문하는 일은 고통스런 경험이다. 대부분 조선말 박해에 의해 죽음을 당한 순교자들의 자취들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들의 순교가 맹목적인 신앙의 결과라 비판하기도 하지만 많은 정보와 이해가 신앙의 핵심은 아니다. 비롯 이들은 ‘기독교’의 이해에는 접근하지 못했더라도 ‘기독교’ 신앙을 통해서 시대에 저항했던 것이다. 탈출할 수 없는 억압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선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두려움 없이 ‘죽음’의 길을 들어선 이들은 ‘천상’의 믿음을 통하여 ‘지상’의 불의와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종교는 매우 위험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억압된 현실과 맞설 수 있는 힘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때론 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종교 또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야만 좀 더 긍정적인 지점으로 인도될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의 지위와 힘을 소진한 사람에게 종교는 분명 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종교가 소중한 기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을 이용하는 거짓된 종교적 위선과 폭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종교는 철저하게 개별적이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공동체의 관심은 중요하다.
첫댓글 솔뫼, 이름이 참 좋다!
예전에 성지 찿아 돌아다닌 기억이...
오대산 선재길 걷고 음악제 보고 지금 잘 준비...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