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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세시풍속(歲時風俗)
○ 제1절 세시의 본질
○ 제2절 과천의 세시
▣ 제1절 세시(歲時)의 본질(本質)
『사원(辭源)』과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에 의하면 세(歲)는 1년을, 시(時)는 사시(四時)를 뜻하고 있다. 사시는 춘하추동의 사계를 이루고 각각 맹(孟)·중(仲)·계(季)의 구분이 있는 바, 세시는 1년 사시를 뜻한다. 그러나 민속에 있어서의 세시는 일반적인 무시(無時)와는 달리 특정한 날, 즉 명절(名節)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옛 문헌에도 이와 같은 뜻으로 세시(歲時)·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등으로 쓰이며 계절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세시란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생활행위를 말하는데, 주기적으로 전승되는 의례적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주기(週期)란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 주기는 어디에 근거하는 것이며 왜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는가, 또 관습적인 행위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것을 이해하면 세시의 본질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주기는 해와 달과 지구의 운행에서 근거하고 있다. 즉, 지구는 자전을 하고 있다. 지구가 한 바퀴 도는 시 간은 24시간이며 하루라고 한다. 그리고 지구는 태양주위를 돌고,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이들이 돌다 보면, 태양·달·지구의 순서대로 일직선 상에 놓이는 합삭(合朔)이라는 현상이 생긴다. 이렇게 합삭이 된 날을 그 달의 첫날로 잡는 방법을 태음력(太陰曆)이라 한다. 합삭과 그 다음 합삭 사이의 날 수가 음력 한 달의 길이가 되는데 대개 29일과 30일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본다. 이러한 달의 주기적인 변화의 현상을 보고 제의(祭儀)를 행해 왔다. 농사가 풍년들기를 기원하고, 몸이 몹시 아플 때나 괴로울 때, 그리고 각자 개인의 소망을 바랄 때 달을 보고 빌어 왔던 것이다. 특히 농사를 짓고 사는 농촌사회나 고기를 잡고 사는 어촌사회에서는 달의 운행이 생업과 세시행사의 주기성을 부여하는 기본적이었다.
한편 지구가 태양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잡는 방법을 태양력(太陽曆)이라고 한다. 태양주위를 도는 지구의 이동 간격을 춘분점을 기준으로 15도씩 동쪽 방향으로 24등분해 이름을 붙인 것이 24절기이다. 즉, 24절기는 태양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농사를 짓는 데 있어서 척도인 것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말하는 “곡우(穀雨) 때 못자리하고 소만(小滿) 때 모내기한다”라는 것은 태양력을 중심으로 농사를 지어 왔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것이다.
수 천년 역사를 지녀온 우리 민족은 농경생활을 근간으로 하여 살아 왔다. 이 농경생활은 세시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요인으로 해마다 연초에 풍흉을 미리 점쳐보기도 하고 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예축의례(豫祝儀禮)를 행한다. 그리고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파종의례(播種儀禮)를 행하며, 여름이 오면 곡식들이 잘 자라라고 성장의례(成長儀禮)를 행하였다. 또 가을이면 곡식을 수확하여 하늘과 땅에 감사하는 수확의례(收穫儀禮)를 드린다. 이러한 과정이 세시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즉, 달을 보고 풍흉을 점치고 기원하였으며, 해를 보고 농사의 시기를 정하여 농사를 짓고 살아왔던 것이다. 제의력은 달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농사력은 해를 기준으로 하는 력(曆)을 사용하였다. 태양력과 태음력의 주기마다 일상적인 삶의 양식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매듭을 지어 살아왔던 것이다. 이것이 세시를 형성하고 또 전승시켜 왔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과천지역을 중심으로 월별로 생산력과 세시행사를 나누어 서술하고자 한다.
▣ 제2절 과천(果川)의 세시(歲時)
○ 1. 정월
○ 2. 2월
○ 3. 3월
○ 4. 4월
○ 5. 5월
○ 6. 6월
○ 7. 7월
○ 8. 8월
○ 9. 9월
○ 10. 10월
○ 11. 11월
○ 12. 12월
○ 13. 윤달
▣ 1. 정월
1) 정월의 생업력
정월달은 농사에 있어서 일년 중 가장 한가한 달이다. 농사력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24절기 중 입춘(立春)과 우수(雨水)가 이 달에 들어 있다. 입춘은 정월의 절기로서 동양에서는 이날부터 봄이라고 하지만 추위는 아직도 강하다. 그리고 입춘의 전날이 절분인데 이것은 철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이날 밤을 ‘해넘이’라고 부르고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서 귀신을 쫓고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입춘을 마치 연초처럼 보기도 한다. 농사일도 입춘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다. 밭에 씨뿌리기가 시작되는 88야(夜), 태풍시기인 210일·220일 등은 각각 입춘날로부터 88일·210일·220일 째 되는 날이다. 우수는 눈대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후가 되었음을 알리는 절기이다.
「농가월령가(農歌月令歌)」 정월분 가사에 보이는 정월의 농사력을 보면 농기구 손질, 거름 장만, 보리밭에 오줌주기, 이엉엮기, 새끼꼬기 등이다. 이것은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내용들이다.
근래의 과천지역에 있어서의 생업은 농번기나 농한기가 따로 있지 않다. 근교농업의 발달로 인하여 비닐하우스 재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요즈음에 더 바빠진 경향이 있다. 주로 채소를 많이 재배하고 과일이나 화초도 재배한다. 보름을 전후해서는 고추씨를 담가 모를 붓고 참외나 토마토 씨를 뿌린다. 싹이 트면 옮겨심기를 하며 무척 바쁜 일손을 놀린다. 과거에는 정월이면 관악산에서 나무를 해다 서울장에 내다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2) 정월의 세시
① 설날: 설날 아침에는 일찍 설빔으로 갈아 입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각자 자기 집에서 먼저 지내고 종가집에 모여 조상님들께 합동으로 제를 지낸다. 이 때 함께 모인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德談)을 듣는다. 세배는 아침 일찍 자기 집에서 할아버지·아버지·어머니·형님들께 차례로 드리고 종가집에 모여서는 웃어른들부터 차례로 드린다. 그리고 이웃 간에도 세배를 다니는데, 특히 과천지역에서는 초상이 난 집이 있을 때에는 먼저 다닌다고 한다. 세배를 드리러 갈 때에는 과일·고기·떡 담배 등의 세찬과 세주를 들고 다니면서 어른들을 대접한다.
② 정초의 점복: 정초에는 토정비결을 보거나, 윷으로 일년 동안의 운세를 점쳐 보기도 한다. 대개 정초에는 개인 각자의 신수에 관한 점을 주로 쳐 본다.
③ 정초의 놀이: 정초의 놀이도 점복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스스로 즐기는 놀이나 짝을 지어 승부를 가리는 겨루기 놀이를 많이 한다. 주로 윷놀이나 연날리기, 널뛰기 등이다. 특히 연을 날릴 때에는 연에 생년월일을 적어 날려 보내는데 이를 ‘액막이연’이라고 한다.
④ 입춘: 입춘날에는 각 가정마다 입춘첩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 문설주 등에 붙인다. 그 내용은 주로 ‘立春大吉 建陽多慶’·‘國泰民安 家結人足’·‘雨順風調 時和年豊’ 등이다. 그리고 입춘날 보리밭에 가서 보리뿌리를 캐어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미리 점쳐 본다. 보리뿌리가 셋이 나와 있으면 풍년이고, 둘이 나와 있으면 평년작이고, 하나이면 흉년이라고 한다.
⑤ 12지일: 설날부터 열이튿날까지 12지에 따라 자일은 쥐날, 축일은 소날, 인일은 범날, 묘일은 토끼날, 진일은 용날, 사일은 뱀날, 오일은 말날, 미일은 염소날, 신일은 원숭이날, 유일은 닭날, 술일은 개날, 해일은 돼지날 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행위를 하거나 금하는 것이 있다. 즉, 쥐날은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놓고 쥐주둥이 지진다고 하여 쥐불놀이를 한다. 그리고 이날 가정에서는 검정콩을 볶아서 먹는데, 검정콩은 쥐알을 의미하기 때문에 쥐가 새끼를 못치게 쥐알을 볶아서 먹는다고 한다. 소날은 쇠를 만지지 않는다. 심지어 칼질도 하지 않으며 쓸 일이 있으면 전날에 미리 준비해 둔다고 한다. 토끼날에는 여자들을 이웃집에 가지 못하게 한다. 여자가 아침부터 그 집에 드나드면 재수가 없다고 한다. 용날에는 아침 일찍 물을 긷지 않는다. 물을 길으면 그 해에 장마가 진다고 하여 물 긷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닭날에는 별다른 금기는 없고 이날 바람이 불면 봄내내 바람이 분다고 하여 걱정한다 한다. 그리고 12지일과는 관계 없이 보름 안쪽에 든 날에 ‘홍수매기’라 하여 만신을 집으로 초대하여 키를 북북 긁으면서 주문을 하며 조상님께 집안이 편안하도록 빈다.
⑥ 정월 열나흘날: 정월 열나흘날에는 나무 시집보내는 것이 있다. 감나무나 대추나무 등 과실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둔다. 그러면 과일이 많이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에는 나무를 아홉 짐하고 밥을 아홉 번 먹고 모든 하는 일도 아홉 번씩 한다. 또 이날에는 ‘제웅’이라 하여 액을 막는 풍속이 있다. 남자는 10살, 여자는 11살과 19살에 제웅직성(直星)이 드는데 짚으로 인형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나이 수대로 돈이나 쌀을 넣고 생년월일시를 적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버린다. 그러면 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화직성이 든 사람은 이날 굴뚝에 불을 넣고 닥쳐올 액을 미리 막는다고 한다. 또 이날 저녁에는 오곡밥을 해서 불을 켜기 전에 일찍 먹는다.
⑦ 대보름날의 기풍과 기복: 정월 대보름날은 일년 중 첫번째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로서 저녁달이 떠오를 때면 사람들은 달맞이를 하러 높은 산으로 올라가 각자 바라는 소원을 빈다. 그리고 월직성이 든 사람은 저고리의 동정을 뜯어서 횃불에 태우며 달을 보고 절을 한다 또 달이 뜨는 자리나 달의 엷고 두터움과 색을 보고 점을 친다. 과천에서는 새술막 즉, 외점에서 달을 보았을 때 막깨폭포에서 달이 뜨면 흉년이고, 폭포 골짜기에서 달이 뜨면 풍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달이 북쪽에 치우치면 가물고 남쪽으로 치우치면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보름날 새벽에는 전날 떠오른 달이 아직 지지 않고 우물 속에 비치고 있을 때 이 물을 길러 정한수를 떠놓고 빌기도 하고 이 물로 밥을 해 먹는다. 이 때 달이 우물에 비친 물을 뜨는 것을 ‘용알뜨기’라고 한다. 또 보름날 아침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 돌아보며 대답하면 ‘누구누구야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 그러면 내 더위가 대답한 자에게 팔린 것이 되는데, 이 때 당한 사람은 ‘오뉴월에 거적입고 양지쪽만 찾아다녀라’고 한다. 또 이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귀밝이술’이라고 하여 술을 한 잔 마신다. 그러면 귀가 밝아지고 일년 동안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고 한다. 또 이날에는 김치를 먹지 않는다. 김치를 먹으면 살색이 변한다고 하여 이날 만은 먹지 않는다. 저녁에는 부럼깬다고 하여 호두나 잣·밤 등의 껍질이 단단한 것을 딱 소리가 나도록 깨물어서 문을 열고 내던지면서 ‘부럼이야’ 하고버린다. 그러면 그 해에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름날에는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데 이유는 이날 개가 밥을 먹으면 눈꼽이 많이 낀다고 한다.
⑧ 대보름의 놀이: 대보름날 과천지역에서 줄다리기와 무동답교놀이를 한다. 자세한 것은 민속놀이편을 참고하도록 하고 여기에는 개략적인 것만 살펴보기로 한다. 줄당기기는 암줄과 숫줄을 따로 만들어 빗장으로 고를 끼워서 남쪽과 북쪽으로 편을 갈라 서로 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무동답교놀이는 현재 과천국민학교 앞에 있는 관문교나 배랭이마을 있는 곳과 홍천교 등지에서 많이 했다. 이 때 다리에서 우선 고사를 지내고 무동을 하여 답교놀이를 하는데 다리를 밟으면 그 해에 다리가 아프지 않고 농사도 잘 되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처럼 대보름의 놀이는 편놀이로서 기풍의례적 성격이 강하다.
⑨ 귀신당날: 정월 열엿새날은 귀신당날이라 하여 이날에는 남자들은 일을 하지 않고 외출도 삼간다. 그리고 저녁에는 신발을 방안에 들여 놓아 감추거나 체문을 대문 기둥에 걸어 둔다. 귀신이 왔다가 발에 신이 맞는 것이 있으면 신고 간다고 하며, 체를 걸어두는 것은 귀신이 와서 체의 구멍을 세다가 잊어버리고 다시 세다가 날이 새면 방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냥 간다고 한다. 또 이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데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한다. 잠을 자는 아이들을 눈썹에 분을 발라 놀리기도 한다.
【동영상】무동답교놀이-1
【동영상】무동답교놀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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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월
1) 2월의 생업력
정월이 갖가지 의례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달이라면 2월은 실제 농사일이 시작되는 달이라고 할 수 있다. 계절은 중춘(仲春)이고 절기로는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이 해당된다. 이 무렵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땅이 풀리고 봄기운이 완연하여 초목의 싹이 돋아나는 때이다.
경칩(驚蟄)은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며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는 음력 2월의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3월 5일 전후가 된다. 여러 세시기에 나타나 있는 이 때으 풍속을 보면 농촌에서는 논이나 물이 고인 곳을 찾아가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데 개구리의 정충은 몸을 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흙일을 하면 일년 내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새로 쌓기도 한다. 이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바르기도 한다. 그리고 경칩일에 보리싹의 발육상태를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며, 단풍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춘분은 양력 3월 21일경이 춘분입기일이다. 음력으로는 2월 중기이므로 음력 2월에는 반드시 춘분이 있게 된다. 태양이 이날 천구(天球)의 적도 위를 남에서 북으로 끊고 지나가며 황경 0도, 즉 황경의 시발점에 있고, 이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다. 춘분을 전후한 7일 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불교에서는 극락왕생의 때라고 보고 있다.
과천지역의 농사일에서는 비닐하우스 재배에 온갖 정성을 다한다. 이 곳에서는 이모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봄보리를 간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대신 원예농업의 발달로 이에 필요한 일들을 주로 하며 퇴비내는 일 등을 한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암탉에게 알을 품게 하여 병아리를 깐다. 그러나 이러한 일도 잊혀진 일이다. 양계도 전문적인 양계업자들이 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과천이 이미 도시화되었기 때문에 위생상 병아리를 부화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2월 1일을 중화절이라 하여 나라에서 이날을 기념하여 자를 만들어 재상과 시종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농업을 권장하는 뜻에서 이렇게 하였다. 그리고 이날을 민간에서는 ‘머슴날’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마련해 주어 위로를 하며, 20세가 된 머슴은 성인머슴에게 한 턱을 내어 신고를 하였다고 한다. 이를 미루어 보아 2월은 농사의 시작을 뜻하며 농사일을 담당하는 농민들에게는 1년 동안의 농사일을 계획하는 가장 중요한 달이라고 할 수 있다.
2) 2월의 세시
① 나이떡: 음력으로 이월 초하룻날에는 나이떡을 해 먹는다.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집안 식구 나이를 모두 더한 만큼 쌀을 세어 떡을 해 먹는다. 또 다른 집에서는 송편을 해서 식구마다 제각기 자기 나이 수 만큼 담아서 먹게 하기도 한다. 이 때 아이들은 제 나이 수 만큼 송편을 모두 먹는데, 노인들은 다 먹지 못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집집마다 각각 달리하는데, 앞의 방법을 택하는 집이 더 많다. 이 방법은 유대감과 일체감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훨씬 유리한 방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솥에 떡을 해서 다같이 나누어 먹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때와 장소 그리고 방법에서 오는 차이에서 효과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② 콩볶기: 이월 초하룻날 콩을 볶으면 새나 쥐가 없어져서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어진다고 하여 집집마다 콩을 볶아 먹는다. 이 때 콩을 볶을 때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하고 주문을 외운다.
③ 좀생이점: 이월 초엿새날 밤 하늘에 떠 있는 좀생이별을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친다. 좀생이별은 28숙 중의 앙성(昻星)으로서 여러 개의 작은 별이 모여서 별무리를 이룬 것이다. 좀생이가 달을 바짝 쫓아가면 흉년이 들고, 멀리 떨어져서 쫓아가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달은 밥광주리이고 좀생이는 아이들을 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배가 고프면 밥광주리를 바짝 쫓아가고, 배가 부르면 멀리서 천천히 따라 간다고 하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제보자는 좀생이가 멀리 앞서 있으면 풍년이고 달과 평행으로 가면 평년작이고, 달보다 뒤떨어져서 가면 흉년이라고 한다. 또 좀생이의 빛깔이 붉으면 가뭄이 심하고, 희게 보이면 비가 많이 와서 풍년이라고 한다.
④ 개구리알 먹기: 경칩에 논이나 물이 고인 곳을 찾아가서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다. 개구리의 정충은 몸을 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3. 3월
1) 3월의 생업력
음력 3월은 늦봄으로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해당된다. 청명에 대해 옛 중국에서는 오동나무가 피기 시작하고,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나라와는 계절감각이 맞지 않으나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농가에서는 바빠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청명은 하늘이 맑고 높게 보이는 절후이고,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절후이다. 즉 성장의 계절에 접어들었음을 뜻하는 절후다. 그리고 우리 속담에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고 하여 곡우에 가물면 그 해에 큰 가뭄이 든다고 하여 비가 내리길 바란다. 이 때가 되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 또 이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떼가 북상하여 격렬비열도 근처까지 올라온다. 이 때 서해안에서는 조기잡이가 한창이며 잡히는 조기는 특별히 ‘곡우살이’라고 하여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좋다고 하여 이름난 특산물로 꼽고 있다.
과천지역의 농사력은 우선 논둑과 밭둑을 새로 정리하고 물꼬를 트는 등 가래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곡우 무렵에는 볍씨를 7∼8일 간 물을 담가 싹을 틔우고 못자리를 한다. 못자리를 끝내면 풀을 베어 논에다 펴고, 다시 쟁기로 논을 갈아 모내기를 할 수 있게 한다. 논은 2월에 봄갈이한 것을 다시 간다고 한다. 이 밖에도 오이·참외·호박·고추·파심기 등 밭농사일이 많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물들의 재배시기는 일정하지 않다.
3월에 빼놓을 수 없는 일로 장담그기가 있다. 책력에도 장 담그는 길일(吉日)이 있는데 흔히 3월 첫 말날(午日)이 좋다고 한다. 가을에 농사가 끝나고 주를 쑤어 달아 메둔 것을 이 때 떼어 내는데, 황적색에 곰팡이가 약간 피어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이것을 흐르는 물에 빠른 속도로 씻어 햇볕에 바짝 말린다. 그리고 소금물을 하루 전에 풀어 앙금을 가라 않히고 장독을 깨끗이 소독하고 말린다. 그 다음 메주를 독에 넣고 소금물을 부을 때 앙금이 없도록 체에 받힌다. 장을 다 담으면 독 맨 위에 숯·빨간고추·대추를 띄고 양지바른 곳에 둔다. 그리고 부정을 막기 위해 장독대 언저리에 금줄을 치고 장독에는 버선모양으로 한지를 오려서 꺼꾸로 붙이기도 한다.
2) 3월의 세시
① 3월의 삼짇날: 3월 삼짇날은 양수(陽數)인 3이 겹치는 날이다. 봄철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서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뱀이 나오기 시작하는 날이다. 이 날 뱀을 보면 길하고, 제비를 보면 오곡이 풍년든다 하여 제비를 보고 손을 흔드는 풍속이 있다. 그리고 흰나비를 보면 상복을 입는다 하여 흉하고, 노랑나비를 보면 길하다고 한다. 또 이날은 부녀자들이 관악산에 올라 화류놀이를 하였다고 하나 무척 오래된 이야기라고 한다.
② 한식: 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어느 해나 청명(4월 5, 6일) 안팎에 든다. 따라서 음력으로는 2월에도, 3월에도 들지만 24절기는 아니다. 언제나 양력으로 4월 초순에 든다. 주로 한식에는 성묘를 하며 무덤이 헐었으면 떼를 다시 입히거나 묘 둘레에 식목을 하고 개사초(改沙草)를 한다. 그러나 한식이 음력 2월에 들어야만 사초를 한다. 3월에 들었을 때에는 하지 않는다.
과천지역에서도 한식 때에 한식제(寒食祭)라 하여 조상님들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찬밥으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것은 중국 고사에 나오는 것을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고사는 중국 진(晉)나라 충신인 개자추(介子推)가 간신에게 몰려서 금산(綿山)에 가서 숨었는데 진문공(晉文公)이 개자추의 충성을 알고 불렀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금산에 불을 놓고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서죽고 말았다. 불에 타죽는 충신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 더운밥을 삼가고 이날 만은 찬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③ 화류(花柳)놀이: 3월 중 날씨가 화창한 날을 잡아 관악산에 올라 하루를 즐겁게 놀다 온다. 진달래꽃을 따다 쌀가루에 버무려 참기름을 발라 지져 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가사를 지어 부르기도 하는 바 미리 통문(通文)을 돌려 장소와 날짜를 정하였다. 이것은 대개 부녀자들이 놀았다고 하지만 보통 민간에서는 생각치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부녀자회나 계를 조직하여 관광을 다니는 일이 많은데 과거 화류놀이와 다를 바가 없다.
▣ 4. 4월
1) 4월의 생업력
「농가월령가」에는 ‘4월이라 맹하(孟夏)되니, 입하(立夏), 소만(小滿)절기로다’ 라고 하였다. 입하는 여름이 들어왔다고 하여 입하라고 하고, 소만은 만물이 점차로 성장하여 가득찬다는 뜻을 지녔다. 기후는 첫여름이고 모내기가 시작되며 보리베기에 바쁘며 비가 오지 않아 가물기 시작한다.
과천지역은 논에 벼와 보리를 이모작하는 곳이 없다. 논에는 벼만 심는데, 그래서 이모작하는 남쪽지역보다 모내기가 약간 빠른 편이다. 대개 소만 무렵이면 모내기를 시작한다. 이 때부터 시작한 모내기는 5월 초순이면 한창이고 중순에 접어들면 거의 끝이 난다. 모판에서 모내기하기 전까지는 보통 45일 내지 50일 정도 성장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근래에는 비닐로 모판을 덮어두기 때문에 40일이면 충분하고 날씨가 좋으면 35일까지도 단축된다. 모판도 요즈음에는 기계로 모를 심기 때문에 여기에 맞도록 된 모판을 사용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모내기를 하는데 일손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집약적으로 일을 하기 위하여 품앗이를 하였으나 요즈음에는 기계로 모를 심기 때문에 노동력이 훨씬 절약되어 모내기하는 기간이 단축되었다. 한편, 밭농사는 주로 김매기가 주 일거리이다. 그러나 이것도 처음 씨를 뿌리고 옮겨 심을 때 비닐을 씌우기 때문에 별도로 김매기를 할 필요는 없고 농약을 뿌리는 일이 주 일거리로 바뀌었다.
▣ 5. 5월
1) 5월의 생업력
5월은 중하(仲夏)로서 망종(亡種)과 하지(夏至)의 절기이다. 망종은 까락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적당한 시기이다. 하지는 1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클 때로 태양이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점에 있다. 하지날에는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남중 때의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다. 하지날에 태양의 남중고도는 관측지점의 위도의 보각과 태양적위가 클수록 일남중 고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하지날은 1년 중 태양적위가 가장 크므로 일남중 때의 태양고도가 1년 중 가장 높다. 이에 반하여 동지날의 일남중 때의 태양고도는 관측지의 위도 보각에서 태양위도를 감한 값이 되어 가장 낮다. 예를 들면 서울(북위 37° 30′)에서 일남중 고도는 하지날에는 75° 57′이고 동지날에는 29° 03′이다. 하지 때는 일반적으로 태양의 고도가 높고 또 낮의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구 표면이 받는 열량은 일년 중 가장 많다. 이 열량에서 방사열을 감한 나머지가 쌓이고 쌓여서 하지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므로 삼복 때에 가장 더워진다.
한편 농사일에 있어서는 과거에는 모내기를 망종 때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예전보다 한 절기 빨라져서 소만에 시작한다. 그러므로 망종 때에는 과천 지역에서도 모내기가 거의 끝나는 시기이다.
2) 5월의 세시
① 단오: 5월 5일은 단오·수리·천중절(天中節)·중오절(重午節)·단양(端陽)·수릿날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옛부터 우리나라에는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등 월일이 양수인 홀수가 같은 날을 대개 명절로 정해 즐겨왔다. 그 중에서도 5월 5일은 양이 가장 강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정해 왔다. 그러나 과천지역에서는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이므로 그다지 큰 명절로 여기지 않았던 같다.
② 그네뛰기: 4월부터 그네를 매어 놓고 부녀자들이 즐겨 뛰어오다가 단오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③ 씨름: 남자들이 가끔씩 동네에서 술을 받아놓고 씨름판을 벌렸으나 농사일에 바쁜 나머지 그다지 즐겨 할 수 없었다.
④ 창포: 단오날에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이 나고 또 빠지지 않는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많이 한다.
⑤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단오날 정오[午時]에 대추나무 가지가 벌어진 곳에 돌을 끼워 놓는다. 그러면 그 해 대추가 많이 달린다고 한다. 이것은 양이 가장 강한날 정오에 이러한 행위를 하면 더욱 강해진다는 뜻에서 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 6. 6월
1) 6월의 생업력
6월은 늦여름으로서 소서(小暑)와 대서(大暑)의 절기이다. 소서는 양력 7월 7, 8일부터 7월 23, 24일 경까지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라는 기압골의 불연속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좀체로 벗어나지 않아 습도가 높고 장마철을 이루는 수가 많다. 대서는 양력 7월 23일 경이다. 태음태양력에서는 6월 중기인데 입기일 이후 8월 8일 경의 입추(立秋) 전날까지 약 15일간이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中伏) 때이며 더위가 몹시 심하고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큰 장마를 이루는 적이 많다.
한편 농사일에 있어서는 퇴비를 장만하고 논두렁을 깎고 김매기를 주로 한다. 모내기 후 20일 정도가 지나면 호미는 애벌 논매기를 하고, 또 한10일 후면 손으로 두벌 논매기를 한다. 두벌 논매기 후 10일 후에 세벌 논매기를 하고 김매기는 끝낸다.
논농사 뿐만 아니라 밭농사도 이 때 한창 김매기를 하여 콩밭·조밭·깨밭 등을 맨다. 그러나 근래에는 비닐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기 때문에 그다지 김메는 일이 없다. 그리고 이 무렵에는 오이·호박·참외·수박 등을 따먹게 되며 또한 감자도 캐게 된다.
2) 6월의 세시
① 유두: 6월 15일은 유두인데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약자라고 한다. 동방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므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가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 이날 수박·참외를 따서 국수·떡과 함께 진설하여 사당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일부 계층에 국한된 일이고 민간에서는 국수를 해 먹는데 장수하고 더위를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② 복날: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3번의 절기이다. 첫번째 복날을 초복(初伏)이라고 하고, 두번째 복날을 중복(中伏), 세번째 복날을 말복(末伏)이라고 한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번째 경일이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삼복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간이므로 복날이라는 절기의 매듭에서는 보신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다. 특히 개를 잡아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 영계백숙을 해 먹기도 한다.
▣ 7. 7월
1) 7월의 생업력
음력 7월은 초가을로 입추(立秋)와 처서(處暑)의 계절이다. 입추는 양력 8월 8일 경이며 이 때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친다. 처서는 양력 8월 23일 경이며 입추를 지나서 백로(白露)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 서퇴(暑退)의 시기이다. 처서를 정점으로 만물의 성장이 멈추어지고 오곡백과는 결실을 재촉하게 된다. 처서는 관한 속담으로 ‘처서에 비가 오면 항아리의 살이 준다’고 하여 이 때의 날씨는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의 농사일은 논에는 벼이삭이 피기 시작하므로 피를 뽑고 논두렁을 깎는다. 피는 벼가 이삭이 필 때 거의 동시에 피이삭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이삭이 퍼져 다음해에 다시 올라오기 때문이다. 밭에는 콩이나 고추 등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때인데, 수시로 붉은 것을 따서 말려야 한다. 입추나 말복 무렵에는 무우나 배추를 갈아 김장에 대비한다.
이처럼 7월의 농사일은 그다지 바쁘지 않다. 그래서 생긴 말로 과천 지역에서는 ‘어정 7월’이라고 하고 있다.
2) 7월의 세시
① 칠석: 7월 7일을 칠석(七夕)이라고 한다. 이날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는 날로 저녁에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날 저녁에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날에 특별히 행하는 민속행사는 별로 없으나 민간에서는 이날 옷을 햇볕에 말린다고 한다.
② 백중일: 7월 15일을 우리말로 백중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백종(百種)·백중(百中)·백중(白衆)·중원(中元) 등으로 쓴다. 과천지역에서의 이날 민속행사는 그다지 별다른 것은 없고 가끔씩 씨름판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③ 호미걸이: 그간 농사일에 매달려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농부들이 7월 보름을 전후해서 적당한 날을 잡아 음식과 술을 마련하여 그 간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고 함께 모여 하루를 즐긴다. 호미걸이라는 말은 호미를 다 썼으니 걸어 둔다는 뜻이라고 한다.
▣ 8. 8월
1) 8월의 생업력
8월은 중추(中秋)이고 백로(白露), 추분(秋分)의 절기이다. 백로는 양력 9월 8일 경이다. 이 시기에 밤에 기온이 내리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이슬이 되어 풀잎에 맺힌다. 추석이 되면 낮에는 서늘하고 만곡이 무르익는다. 또 이 시기에는 장마가 걷히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곡식을 넘어뜨리는 피해를 주는 수도 있다. 그리고 추분은 양력 9월 23일 경이다. 태양은 이날 천구의 적도 위를 남에서 북으로 끊고 지나가며 밤낮의 길이가 같다. 곧 이 시기는 추수기이며 백곡이 풍성한 때이다.
과천지역에서는 ‘어정 7월’, ‘동동 8월’이라는 말도 있지만 추수할 때까지는 그리 바쁜 일은 없다. 논에서는 피를 뽑는 일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고, 밭에서는 7월부터 익어가는 고추따는 일과 콩·수수·녹두·참깨·들깨 등을 거두는 일을 한다.
2) 8월의 세시
추석: 아침 일찍 일어나 새옷으로 갈아 입고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 떠오르는 달을 보며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다.
▣ 9. 9월
1) 9월의 생업력
음력 9월은 늦가을로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의 절기이며, 한로는 양력 10월 8일 경으로 이슬이 찬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되려는 직전이다. 또 이 때에는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등의 여름새와 기러기 등의 겨울새가 교체하며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이다. 상강은 양력 10월 23일 경이며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데 결국 서서히 추위가 닥쳐옴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 때의 농사일은 우선 제일 큰일이 벼베기이고, 그 다음은 밭일로서 고추를 따는 일이다. 고추는 무서리를 맞으면 모두 물어 버리기 때문에 시기를 놓쳐 버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콩도 잎이 거의 떨어지면 뽑아서 며칠 지낸 뒤 집으로 가져 가서 타작을 한다. 무우 배추는 이 때 한창 굵고 속이 차는데 배추는 포기마다 짚으로 묶어 두어야 속이 제대로 잘 찬다고 한다.
2) 9월의 세시
중구: 음력 9월 9일을 중구라고도 하며 ‘중양절(重陽節)’이라고도 하는데 양수인 9가 겹쳤다는 뜻이다. 이 때 절기가 늦어 추석 무렵에 곡식이 익지 않으면 추석 다례를 이날로 물렸다가 올리기도 한다. 그 이외의 민속행사는 별다른 것이 없다.
▣ 10. 10월
1) 10월의 생업력
10월은 초겨울로서 입동(立冬)과 소설(小雪)의 절기이다. 입동은 양력 11월 7일 경에 드는데 이 때부터 겨울이라는 뜻에서 입동이라고 부르고 동양에서는 입동 이후 3개월을 겨울이라고 한다. 늦가을을 지나 낙엽이 쌓이면 찬바람이 살 속을 스며 든다. 과거에는 입동 전후 1주일 간을 김장시기라 했지만 근래에는 김장철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 소설은 양력 11월 22, 23일이며 이 시기에는 벌써 겨울의 증후가 보인다.
농사일도 이 시기가 되면 추수가 거의 끝난 셈이다. 콩이나 팥 등의 작물은 수확하고 타작하는 시기가 거의 비슷하고 고구마도 다 캐서 갈무리할 때이다. 한편 무우·배추도 이 때 뽑아서 저장해야 하는데 무우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얼게 되어 배추보다는 약 1주일이나 열흘 정도 빨리 뽑아서 땅 속에 저장한다. 그리고 근래에는 수확이 끝난 논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고추나 오이, 상추 같은 채소를 심을 준비를 한다.
2) 10월의 세시
① 시제: 5대 이상의 조상들에 대해서는 10월 보름을 전후해서 한번에 제사를 지낸다. 같은 피붙이끼리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데 위토답(位土畓)에서 나온 경비로 제물을 장만한다.
② 성주제: 10월 중 길일을 택해 가정에서 간략하게 집안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집안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성주신께 비는 것인데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 무당을 불러 성주굿 또는 안택굿을 한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거의 이를 하는 집이 없다고 한다.
▣ 11. 11월
1) 동지달의 생업력
음력 11월은 한겨울로서 대설(大雪)과 동지(冬至)의 절기이다. 대설은 태양력에서 매년 12월 7, 8일이다. 이 시기는 눈이 많이 쌓인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것은 원래 중국 화북지방의 기상에서 연유된 것이다. 그러나 눈이 많이 쌓이는 것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르므로 꼭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춘하추동의 4계절의 구분은 동양에서는 입동 이후 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까지를 겨울이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추분 이후 대설까지를 Autumn 즉, 가을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서양의 역법에 따르면 대설 후 반달이 지난 때, 즉 동지부터 겨울이 되는 셈이다.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2일, 23일 경이 되며 태양이 적도 이남 23.5°의 동지선(남회귀선), 황경 270°에 도달하는 시기이다. 태양이 천구상으로 황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하지점과는 정반대로 위치한다. 동양의 태음력법에서 역의 기산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동지는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남쪽에 이르는 남기일이 되고 태양의 정오 남중고도는 1년 중 가장 낮아 해가 짧고 밤이 가장 길며 남반구에서는 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이 시기의 농사일은 모두 끝난 때이지만 가정에서는 무척 바쁘다. 근래에는 하고 있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고, 땔감을 마련하고, 지붕도 새로 이고 하였던 것이다. 근래에는 비닐하우스 재배에 신경을 써야 하고 콩을 삶아서 메주를 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메주는 장을 담는 원료로서 식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었다.
2) 동지달의 세시
① 동지: 동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태양력에서 비롯된 절기이다. 항상 매년 12월 22, 23일에 드는데, 이날을 태음력과 결부시켜 음력으로 하순에 들 경우 노동지(老冬至)라 하고, 중순이면 중동지, 초순이면 애동지라고 한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하나의 풍습이나 애동지에는 이를 생략하는 것이 관습이어서 아이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팥죽은 귀신이나 잡귀들이 무서워하는 붉은 빛으로 팥죽을 쑤어서 집안과 동네 어귀에 뿌려 닥쳐 올 재앙을 미리 막으려는 뜻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날부터 낮이 차차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태양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하고 이날을 새해 첫날로 삼는 민족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 동지를 신년원단으로 하였으며 조선시대 이후에는 ‘작은 설’이라 하고 팥죽을 쑤어 먹는 등 각종 세시행사가 오늘날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1) 12월의 생업력
음력 12월은 늦겨울로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의 절기이다. 겨울 중에서 가장 추울 때이고 또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양력으로 1월 5일 경부터 1월 20일까지 동지 15일 후 대한 15일 전에 소한입기일이 있다. 대한은 1월 20일부터인데, 절후의 이름으로 보아 대한 때가 가장 추운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소한 때가 가장 춥다. 우리 속담에도 ‘추운 소한은 있어도 추운 대한은 없다’는 말이 있다. 또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대한은 겨울의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농사력에 있어서도 별로 할 일이 없으나, 이 말은 옛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계절의 변화는 없지만 농사일에 있어서 방법의 변화에 따라 농한기가 농번기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비닐하우스 재배라는 방법이 나오면서부터 한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맛볼 수 있듯이 겨울철에 일손이 더 바빠진 것이 현실이다.
2) 12월의 세시
① 납향: 동지로부터 세번째 미일(未日)에 농사일에 대해 신에게 고하는 제사를 납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가에서 실제 이러한 관행을 행하는 집이 지금은 거의 없다고 한다.
② 섣달 그믐: 일년의 마직막 날로서 묵은 해의 헌 것을 버리고 새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하여 목욕을 깨끗이 한다. 부녀자들은 설날에 쓸 세찬을 장만하고 남자들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한다. 그리고 그 동안 이웃에 빌려 주었던 연장들을 찾아오는데, 이것은 연장들이 집 밖에서 설을 세면 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 밤에는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여 늦도록 잠을 자지 않는다.
▣ 13. 윤달
1) 윤달의 원리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더 보태진 달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윤달에 관해 『동아대백과사전』에서 이은성씨의 글을 전재하기로 한다.
1삭망월은 29.53059일이고, 1태양은 365.2422일이므로 음력 12달은 1태양년보다 약 11일이 짧다. 그러므로 3년 한 달, 또는 8년에 석 달의 윤달을 넣는 것이다. 예로부터 윤달을 두는 방법이 여러 가지 고안되었는데 그 중 19태양년에 7개월의 윤달을 두는 방법이 19년 7윤법이라 하여 가장 많이 쓰던 방법이다. 이에 의하면 19태양년이 235태음월과 같은 일수가 된다.
여기에서 6.939일을 동양에서는 장이라고 하여 기원전 600년 경인 중국의 춘추시대에 발견되었고, 서양에서는 메톤주기라 하여 기원전 433년 그리스의 메톤이 의하여 발견하였다. 장 주기 즉, 메톤 주기는 계절과 월상이 먼저대로 복귀되는 주기이다.
【19태양년=365.2422일×19=6939.6018일
235삭망월=29.53059일×235=6939.6887일
차이는 0.00869일, 이것은 2.09시간이다.】
2) 윤달의 세시
윤달은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으로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맞출 수도 없다. 그리고 농사에도 지장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조절하기 위하여 치윤법을 고안하여 윤달을 만들어 졌다. 8태양년에 윤달 석달을 보태는 것인데, 윤달이 드는 빈도는 5월이 가장 많고 11, 12, 1월은 거의 없다. 그래서 생긴 말이 빚갚는 일을 ‘윤동짓달 초하루날 하겠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1년 12달 외에 몇 년 만에 한번씩 윤달이 들기 때문에 여벌달·공달·덤달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달과는 달리 걸릴 것이 없는 달이고, 탈이 없는 달이라고 한다. 속담에 ‘윤달은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만큼 탈이 없는 달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주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의(壽衣)를 하는 것인데 나이 많은 노인이 있는 집에서는 수의를 만들고 산소를 손질하며, 이장하고 집수리나 이사도 한다.
특히 과천 지역에서는 윤달 한 달 동안 3군데의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면 집안의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절을 찾아 가는 것이 하나의 행사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집필자】 徐昇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