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 다리가 불편한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의 귀엽고도 애달픈 연애 이야기 제목에 드러난 동물들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호랑이’는 조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물고기들’은 방 안에 갇혀 사는 조제가 자유롭게 세상을 헤엄쳐 다니고 싶은 욕망을 투영시키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사랑이 끝난 후 묵묵히 생활을 이겨내는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치 조근조근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펼쳐지는 두 사람의 자잘한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애틋함과 감동을 선사한다. (상영시간 117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란의 쿠르드 족 최초의 감독이 만든 최초의 영화이다. 키아로스타미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에서 아름답게만 바라봤던 쿠르드의 마을, 그 안의 비극적인 삶으로 카메라를 깊숙하게 들이대었다. 그곳에는 눈으로 길이 끊어져야 비로소 밀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폭설을 기다리는 아이들, 노새와 말조차도 술에 취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혹독한 추위, 술에 취해 갈지자로 비틀대는 말고삐를 따뜻한 장갑 하나 없이 바투 쥐는 아이들이 있다. 쿠르드 인들의 삶의 속살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그려낸다. (상영시간 82분)
“네비게이터” 끈끈한 동료의식과 유머로 고된 노동의 스트레스를 버텨내며 노동현장을 지켜온 한 무리의 철도노동자들은 갑작스레 민영화된 철도산업이 가져온 파멸적인 결과를 서서히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이 영화는 이미 재난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영국철도의 상황에 대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만들어졌고, 그래서 영화는 소름끼치도록 건조하고 잔인한, 노동자들에겐 완전 ‘공포영화’이다. 작업현장에서 암에 걸린 철도 노동자의 대본을 기초로 만들어진, 그리고 그의 죽음에 헌정된 영화. 영국의 좌파 사회주의자 감독 켄 로치는 올해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대표 작품으로 <빵과 장미, 2000>, <랜드 앤 프리덤, 1995>, <레이닝 스톤, 1993> 등이 있다. (상영시간 92분)
별별이야기 인권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인권(차별)을 주제로 애니메이션 감독 여섯 명이 참여하였다. 장애인의 현실을 다룬 “낮잠”(유진희 감독), 사회적 소수자 차별이야기 “동물농장”(권오성 감독), 사회에 만연한 고정된 남녀 성역할을 지적한 “그 여자네 집”(5인 프로젝트팀), 외모차별을 다룬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이애림 감독) , 이주노동자를 다룬 “자전거 여행”(이성강 감독),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를 꼬집은 “사람이 되어라”(박재동 감독)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고등학생들이 보기에 좋다.(상영시간 7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