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薰 그가 누구인가. 남한산성으로 이 곰에게까지 문학의 즐거움을 깨우치게 한 [자전거 레이서] 아닌가. 둘이 합쳐졌으니 책값은 밑져야 본전일 것이라 확신하고 몇 권의 책에 끼워서 yes24.com에서 구입했습니다.
渡太平洋 길은 항상 가장 가치가 없는 것을 제외시켜야 하는 짐을 울러매고 떠납니다. 공무도하는 당당히 손가방을 찾이할 정도로 가치가 높았습니다. 자주 들락이다 보면 duty-free shop 따위는 힐끔 보고 지납니다. 차라리 텅 빈 의자에 앉아 공무도하를 꺼내지요.
아니나다를까 엉뚱하게 시작합니다. 창야의 강둑이 떠지는 것으로. 범람하는 이 강을 건너다가 님이 익사하나, 궁금증을 시작시킴니다.
그러나 끝내 강을 건너는 님은 없습니다. 창야는 경주와 가깝다고 적었습니다. 다 읽고 나 생각하니 창야가 창녕인가 싶었습니다.
대학친구가 창녕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농삿군인데 홍수가 나면 재방둑이 넘쳐 돼지가 떠내려오고 닭이 죽어 퍼덕이고 수박이 떠내려간다고 했는데 소설의 장면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소설의 그 강이 낙동강이였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갈 길없이 배회합니다. 특별한 주제도 없습니다, 적어도 저 눈에는. 창야에서, 미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된 바닷가 마을 해망으로, 후에의 고향 베트남 어느 바닷가로, 중국 타이웨이 교수의 추천으로 창야 출신 노목희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장면까지, 이리저리 장면이 바뀝니다. 해망의 굴은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하룻밤을 기다리는 원효, 의상의 얘기까지 겹쳐집니다. 해망의 바다에 방조제가 만들어지고 그러는 과정에서 크레인바퀴에 깔려죽는 여고생까지 등장합니다. 이를 계기로 농성을 하고,,,,,, 후에는 베트남에서 팔려온 아가씨로 집을 뛰쳐나와, 사랑하던 개에게 목을 물려 아들을 잃어버린 오금자와 비닐하우스에 마련한 간이거처에 함께 기거합니다. 후에는 베트남에서 익힌 물길질 솜씨로 창야출신 주민등록미필자 장철수가 불법제조한, 경운기엔진을 단 1.x 톤짜리 목선에 올라 해망앞바다에 미공군이 솓아퍼분 탄피를 건져올립니다. 탄피를 무게를 달아 팔고 장철수가 끄는 손수레 뒤켠에 타고 비닐하우스로 들어와 오금자와 함께 삼각형 젓무덤을 아래로 드리우고 등목을 하는 후에.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칸막이 방에서 지켜보는 이를 지켜보는 장찰수. 전부 언제가 전부 9시 KBS 뉴스에서, 아니면 전원주가 나오는 드라마에서 듣고 보았던 듯한 장면입니다. 진부하고 특별함이 없는 평이한 현대한국사입니다.
그런데 작가의 손을 거친 이 장면들은 소설이 됩니다. 짧게 끊어치는 어퍼컷트같은 문장. 현란한 어휘. 도대체 작가의 어휘는 몇 단어일까. 사전을 찾아 읽어야할 단어들이 연방 튀어나옵니다. 평이한 사건이지만 김훈의 손을 거치면 속독을 허락하지 않는. 아니 제 특유의 소 풀뜯어먹듯 읽고지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 모든 것을 취재하는 서울매일신문기자 문정수. 그가 야근하고 습관적으로 찾아가지만 거절하지 않고 라면을 끓여주는 노목희. 젖가슴에 얼굴을 묻게 해주고 취재현장에서 딸려온 각종 냄새를 싫다 않고 맡는, 실패한 미대출신이지만 책표지그림으로 자신의 특기를 살리려 타이웨이교수가 추천하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요즘 처자. 대학시절 데모대 언저리에 얼씬거리다가 창야를 떠났다가 후에와 함께 탄피를 건져올리는 그 처자의 대학선배 장철수.
강은 어디에 있고 건너다 익사하는 님은 누구인가. 건너지말라고 애원하는 나룻터 사공의 아내 여옥은 어디에 있는가. 작가는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책뒤까풀에 적었읍니다. 그러고보면 공무도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고 작가는 제목과 무관한 소설을 쓴 것일까.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라고 뒤까풀 맨 위에 휘갈겼습니다. 이 책을 너무나 잘 설명한 자평.
추천할까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