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도 환상적인 섬 강화를 다녀와서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매일이 그날 같이 지루하던 일상사. 더위를 피해 휴가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름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모처럼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소중한 인생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여행이란 것은 기대감과 설렘 같은 기분으로 한층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어디를 가고자 목적지를 굳이 정해놓지 않아도 순간적인 충동으로 뜻하지 않게 떠날 수 있음도 좋고,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준비하는 동안의 차분함도 괜찮은 듯싶다. 올해는 전북 고창 선운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는 남도의 빼어난 풍경과 함께 그곳 특유의 맛깔 난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뜻하지 않게 여행지가 강화도로 향하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강아지를 키우던 터라 전 날 밤에 강아지를 애견센터에 맡겨두게 되었다. 자신을 버리려는 줄 알고 매달리던 강아지를 유리상자 안에 넣어두고 오던 그날 밤은 애처로운 눈망울이 떠올라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친구를 만나고 늦게 들어온 남편과 학원에서 밤늦게 집에 들어섰던 아이는 허전함에 무척이나 쓸쓸해했다. '있는 자리는 티가 난다더니...' 같이 있을 때 몰랐던 그러한 것들이 문득문득 스쳐가자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인천의 시댁을 갔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우리식구 포함하여 다섯 명의 인원이 자동차 한 대로만 출발하기로 했다. 이전에 강화도는 인천과 가까웠던지라 수시로 드라이브 삼아 자주 둘러 본 곳이기도 했다. 강화도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특산물, 관광지 등을 꿰뚫고 있었던 터라 올 때마다 맘먹고 가보지 못했던 보문사를 이번엔 반드시 가보리라는 작정 하에 마음은 급해졌다. 좁은 도로 탓에 늘 밀리는 차량과 수많은 사람들 배 시간이 맞지 않아 선착장에서 사람들과 자동차의 뒤 꼭지만 쳐다보고는 되돌아서던 발걸음. 그런데 지금은 여기저기 확장된 도로가 넓고 환하게 뚫려있어서 손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풀 냄새와 시골냄새가 매우 정겨웠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던 논과 밭 사이로 초록빛으로 물든 너른 벌판들이 '하늘하늘' 춤추고 있는 듯했다. 강화도! 지리적인 위치로 보아 고려의 서울인 개성과 조선의 서울인 한양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중요지역으로 일컬었던 곳. 고려, 조선시대, 근대사까지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며 1995년도 3. 1 자로 인천광역시에 편입되었다는 섬. 물을 끼고 있는 좋은 고을이라는 뜻으로 강화(江華)라 칭했다고 하듯이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도로 옆으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 많았다. 한참을 달리니 바다를 끼고 성곽으로 둘러싸인 초지진(草芝鎭) 이라는 곳이 보였다. 때마침, 아이는 학교 숙제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 다음 검색창- 초지진 이미지 - 오참판님 블로그 펌 관람권을 구해 조그만 철문을 통과하니 커다랗고 시커먼 대포 하나가 중심에 전시되어 있었다. 사방에는 든든한 성으로 둘러 쌓여있고, 방공호처럼 파놓은 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을 향하여 대포를 쏠 수 있는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있었다. 이곳에서 열세한 무기로 외세에 대항해 싸웠다고 한다. 초지진 외부에는 커다란 노송이 포탄 흔적을 맞았다는 위치에 하얗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 노송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가 천만 원이 든다는 역사적 애환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초지진> 바닷물이 빠진 질척한 곳에는 나물로 무쳐먹을 수 있는 나무새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는 것을 시어머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무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투리인지/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 한참을 달리다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할 즈음에야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
▲ 새로 만든 외포리 출발지점 여객터미널. 가족끼리 연인끼리 휴가 나온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한참동안 바닷물을 바라보며 보문사를 오가는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수시로 오가는 커다란 배안에 가득 사람과 자동차를 싣고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갈매기들은 '푸~두~득' 거리며 날고 있었고,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물가의 먹이를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남편의 권유로 갈매기 먹이를 주기 위해 슈퍼에서 새우깡과 팝콘을 준비했다. 한 시간 여 동안 기다리자 드디어 우리가 승선 할 차례가 되었다. 자동차와 함께 우리는 배 안을 향해 들어갔다. 갈매기들은 우리가 탄 배를 향하여 몰려오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새들은 다가오지 않았고, 차에서 나와 뱃전 앞에서 바다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는데,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여름더위를 맘껏 식혀 주었다. 섬이라 그런지 그다지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한 10 여분 정도 지났을까? 배가 움직이는 속도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한 물살에 이끌려 방송을 듣고서야 섬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통나무와 근사한 목조 건물로 섬의 앞부분을 장식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 되어 있음을 보고, 이곳이 유원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음을 짐작했다. 신작로 길을 따라 보문사를 향해 달려갔다. 바닷바람(해풍)을 쏘이고 잘 자란 쌀이라는 김포 해풍 쌀을 소개하는 간판과 현수막이 자주 보였고,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은 땅과 해안선이 환상적이었다. 땅 끝 마을의 보길도, 영종도의 을왕리 해수욕장 가는 길, 강화도의 보문사 가는 길까지 자동차를 배에 싣고 떠나게 되는 세 번째의 섬으로의 여행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커다란 여객선에 자동차를 함께 싣고 떠나는 섬 여행은 그동안 우물 안에 갇혔던 사고방식에서도 탈피를 해 준 경험과 소중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생각된다. 국내의 섬 중 다섯 번째로 넓다는 강화도.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뽐내던 강화도. 강화도를 대표하는 보문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사찰로 신라 선덕여왕 때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이곳에 와서 절을 창건하고, 산 이름을 낙가산, 절 이름을 보문사라고 하였다 한다. *낙가산 보문사 일주문 낙가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산 이름이고, 보문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는 것이라 했다. 보문사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30여분 달리니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곳곳의 상가에는 새우젓과 조개젓, 밴댕이젓 등 젓갈류로 가득 채운 냉장고가 보이고, 보문사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할머니들이 커다란 플라스틱 고무 통 앞에 각가지 산나물과 특산물로 관광객을 유혹했다. 특히나, 나무새라는 나물을 고추장과 각가지 양념으로 무쳐놓고, 길가는 관광객들에게 선심을 쓰듯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약쑥을 튀김옷에 입혀 지나가는 사람들 입 안에 넣어주기도 했다. 보문사 매표소에 도착해서 표를 샀다. 시부모님은 경로 우대증으로 표를 구하지 않아도 관람할 수 있었다. ▲ 입장료 1,500원을 내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깊은 숲속을 거닐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입구에서 보문사를 향해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아스팔트를 깔아 차가 다닐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는 하나 오르기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경사가 높게 이어져서 노약자들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보문사 절 마당에 이르렀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먼 곳까지 발걸음을 할 줄이야! ▲ 보문사 희한한 자태를 맘껏 뽐내며 마치 용트림을 하듯이 비틀어 꼬여있는 향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채, 관람객을 반겼다. 안쪽으로는 산중턱 쯤 커다란 암벽이 드러누운 채, 깔리는 지붕처럼 받치고 있었고, 23개소의 감실을 마련하여 석가모니를 비롯한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보문사 석실 입구에 있는 보문사 향나무 오른쪽 계단 옆에 있다. 인천광역시민속자료 제1호. 시어머님은 경내에 불전을 놓으시며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합장을 하시고 염원을 하셨다. 굳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모습을 보니 어른들을 모시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은 아버님의 권유대로 경사가 높고, 아주 가파른 돌계단이 놓여져 있는 산길로 난 층층계단을 올라갔다 왔다. 문득 경주의 석굴암이 연상되었다. 비좁아 보였던 석굴암 경내 외의 기억보다는 이곳 보문사의 석실은 넓어 보였고, 누구나 볼 수 있고 들어갈 수 있어서 한결 수월한 느낌이 들어 좋았던 것 같다. 보문사를 내려와 입구에 호객행위를 하는 상가의 안내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산채 비빔밥과 인삼 동동주, 감자전을 주문했다. 누렇게 뜬 동동주가 얼음을 얼린 상태로 조그만 항아리에 담아져 나왔고 걸쭉한 맛의 동동주 한 대접들을 시식하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각가지 나물로 비빈 산채 비빔밥은 고소한 들기름 냄새를 풍기며 향긋한 냄새에 미각을 자극해서인지 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의 특산물인 나무새에 젓가락이 수시로 가서 몇 번을 주문해서 먹었는지 모르겠다. 서비스로 나온 약쑥을 튀긴 튀김과 도토리묵 맛도 산뜻하고, 맛깔스러웠다. 집에서 만들어 온 시원한 냉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니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오던 방향과 반대로 해안선을 따라 섬 전체를 둘러보고서야 우리는 섬에서 아쉬운 작별을 할 수 있었다. 선착장 입구에서 조개젓과 손수 농사를 짓는다는 할머니에게 싼 가격에 토마토를 한 아름 샀다. 도시의 가격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싸고 푸짐했다. 여행이란 이렇듯, 볼거리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도 한 몫 단단히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언젠가 누군가의 자서전에서 강화의 석모도 마을을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한 부분이 있어 꼭 한번 다녀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짧았던 순간이었지만 그곳 강화를 한 아름 눈과 입과 귀와 뇌리에 기억을 담고 떠나온 이번 여행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마도 시부모님과 함께 했었기에 더 의미가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육지와 바다가 한데 잘 어우러져 탁 트인 넓은 가슴과 환상적인 기분을 맘껏 취하게 해준 강화도 여행. 여행이란? 이렇듯 늘 예기치 않는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고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되기에 고마운 건지도 모르겠다. ( 2003. 8. 1 여행 )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 올해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휴가 계획이 없어 이전에 쓴 글로 대신 휴가 기분을 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추억 많이 쌓아두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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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흔, 그 보랏빛 향기 원문보기 글쓴이: 인샬라-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