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야생화 꽃향기에 취해 용인 한택식물원
고향 꽃동산 아스라한 추억… 희귀·멸종 위기 식물까지
20여개 화원에 6000여종 입구서 주는 지도 꼭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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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거름에 한택식물원을 찾은
여행객들이 피나물 군락지를 거닐고 있다. 양귀비과의 피나물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줄기를 자르면 붉은색의 유액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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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 애기나리, 앵초, 금낭화, 윤판나물, 종지나물…. 4월 중순부터 우리네 들과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야생화들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벚꽃이며 목련,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 등 인기 높은 꽃들에만 쏠려있을 때에도 야생화들은 절기의 흐름을 정확히 감지하고
키 큰 나무 아래에서 혹은 햇볕 따사로운 언덕에서 저마다 홀로 피어나 이 산하를 화사하게 장식한다. 고향마을 뒷동산의 아스라한 추억들을 되살려주는 그 야생화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한택식물원(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이다.
이 식물원은 1979년에 개원, 24세의 나이를 먹었다. 한때 일반 관람객들의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으나 장기간의 단장을 마치고 올해 4월
1일 다시금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식물원은 용인과 안성시 경계에
솟은 비봉산(372m) 자락 서쪽편에 위치하며 양지와 음지, 계곡 등이
고루 갖춰져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30만평 규모의 땅에 자생식물, 희귀·멸종위기식물, 외래식물 등
6천여종이 자라고 있다.
한택식물원은 옥산리와 안성시 죽산면을 잇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원·서원으로 나뉘며 일반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은 동원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아이리스원을 만나게 되고 전망대를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관람객들은 다양한 꽃들과 나무, 새소리, 계곡 물소리 등을 만난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식물원 지도를 필히 지참해야만 20여개에 이르는 화원들을 빼놓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자생 붓꽃과 꽃창포 등이 자라는 아이리스원, 자생 원추리 등 120여품종의 원예종을 볼 수 있는 원추리원, 1000여종의 자생식물이 각각의 생태 환경에 맞게 식재된 자연생태원, 절벽을 이용한 정원인 월가든, 500여종의 고산성 식물이 자라는 암석원, 관목원, 숙근초원, 자생
비비추와 유럽 교배종 120품종이 전시된 비비추원, 남해안과 울릉도에 자생하는 고사리류와 수목이 식재된 침상원, 잔디화단, 구근원, 모란작약원, 억새원, 덩굴식물원, 수생식물전시원, 백합원, 약용식물원,
음지식물원, 희귀식물원, 수생식물원 등이 줄기차게 나타나 방문객들의 넋을 빼앗는다.
잔디화단은 길이가 120m 정도이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다. 육각형의 유리 온실 4개가 연결된 전시 온실에서는 바오밥나무 등 100여종에 달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반원형의 야외극장은 일명
중심단지로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공연장 주변에는 구상나무와 주목을 심어놓았다. 전망대는 봄부터 가을까지 숱한
꽃들이 번갈아 피고 지는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꽃들의 합창을 음미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식물원을 한 바퀴 돌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또 겨울을 제외하고 1년 동안 매주 한번씩은 찾아가야만 식물원의 그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규모면에서 가히 동양 최대의 식물원이라 해도 좋을 한택식물원을 설립한 이는 이택주(63)씨. 그는 1979년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식물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한택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 한택식물원은 재단법인으로 변모했고 2002년에는 자생식물 현지 외 보전지역 및 국가 지정 수목원 반열에 올라섰다. 연중무휴로 개관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일몰 시각까지이다. 식물원 전역이
금연지역이며 식물 보호를 위해 카메라 삼각대를 가져갈 수 없다. 관람 문의 (031)333-3558.
한택식물원에서 꽃과 나무들을 감상하고 연계해서 가볼 만한 명소로는 세중돌박물관,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031-288-5300), 정몽주묘소와 충렬서원 등이다. 세중돌박물관은 전국 각지의 석물 6000여점을 모아놓은 곳. 박물관 초입에는 마을의 안녕을 빌고 악귀를 쫓아내던 장승과 솟대가 서있고 관내 주차장 맞은편은 희로애락의 언덕으로 조성돼 문인석, 무인석, 벅수, 동자석상 등이 촘촘히 세워져 있다. 지역별 돌조각 전시지구에는 제주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지방에서 모아온 조각들이 배열돼있어 한자리에서 각 지방별 특색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문의
(031)321-7001.
(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 )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문의처=용인시청 문화관광담당관실 329-2067
■한택식물원 가는길=용인시외버스터미널(338-3181)→백암면터미널(10번 하루 4회 운행)→옥산리 종점 도착→도보 5분 거리. 승용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양지IC→일죽 방면 17번 국도→백암면소재지→안성시 삼죽 방면 329번 지방도→장평초등학교→한택식물원(총 25km), 또는 중부고속도로 일죽IC→안성시내 방면 38번 국도→죽산면소재지→농협LG주유소→한택식물원(총 10km)
■식물원 입장료=평일 어른 7천원(주말과 공휴일 8천5백원), 청소년 5천5백원(6천원), 어린이 4천원(5천원). 단 4월 말까지는 50% 정도 할인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늘 무료 관람이 가능하고 동반자 1인도 무료 입장할 수 있으며 매년 15종류의 식물 종자를 분양받고 관리방법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맛집=백암면 소재지에는 옛날백암순대(332-4023), 중앙식당(333-7750) 등 순대를 잘 하는 식당이 예닐곱 개 있다. 대부분 순대국밥과 모듬순대, ‘막창’볶음 등을 판다. 백암순대국은 시장통에서
흔히 보는 벌건 국물의 순대국이 아니라 설렁탕처럼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숙박=한화리조트 용인(332-1122), 양지파인리조트(338-2001), 에버랜드 유스호스텔(320-972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