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육젖의 대간길 (미시령-진부령)
미시령-상봉(▲1,239)-신선봉(1,204)-▲869.5봉-대간령(큰새이령)-암봉-병풍바위-마산(▲1,051.9)-진부령
(16.44Km)
오늘의하루, 백오동, 요물, 월간山 기자 2명, 맑은하늘+2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다음카페 "태극을닮은 사람들"은 6년 전 몇몇이 지리산 태극종주를 모태로 하여 만들어진
산을 무대로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처음엔 지리산 태극종주를 시작으로 수양태극, 남강태극, 진양호
태극을 시작으로 영남알프스 7개봉과 가팔환초, 가야천지종주,호남알프스, 여수돌산종주를 개척하여 전국의
산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많이 발전하여 지금은 800여명의 회원과 전국 6개지부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온 마음을 모아서 동시에 백두대간을6월 4일 00시 회장의 문자메세지 소리와 동시에 각 지부별 동시출발 도상거리
683Km를 6개 지부로 나누어 각지부별 구간별 회원들의 능력과 사정에 맞게 산행을 하게 되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부터 설악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길위에서 태달사의 단합과 자부심을 그리고 나라의 기둥인 지리에서 백두까지
라는 그 의미에 모자람이 있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일시종주하기로 맘을 모았다.
5만 지형도만도 26장, 실제거리 포항 셀파산장에서 50m 줄자로 실측한 총거리가 734.65km에 6개 지부로 난이
도를 감안 지역안배하여 가까운 거리에 구간구간 회원들이 산행하여 사진이 들어간 산행기를 올려 증표로 남
기며 백두대간 전 구간에 산행기가 모아질 수 있도록 하는 테마 산행을 계획했다.
산행하기 며칠 전 회원의 바람으로 월간 山에 취재요청을 하였더니 이틀 후 기쁜 소식이 날아 들어서인지 이
번 테마 산행에 더 멋진 추억거리가 되리라 생각하니 어느 때보다 산행할 즐거움에 마음이 부푸러 있었다.
콩국을 만들어 팻트병에 넣어 수달사 회원들에게 주면 힘든 산행에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아 주섬주섬 봇짐을
메고 회기역에 닿았다.
이번 취재하기로 되어 있는 기자님은 3번째 뵈는 분이어서 금방 전철역 에스카레이터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난
봉도님과 일행을 만나 어두운 밤 길을 따라 강원도 미시령 옛길 위에 닿았다. 앞서 온 일행들이 모여들자 미시
령 고갯길은 우리들을 몰아 내려는지 세찬 바람이 불어 날아갈 듯 잠시 서 있을 수 없었다.
여기 저기 전국 각 회원들이 구간에서 00시를 기다리며 소주 먹으며 달달 거리는 문자소리로 날아 들었고
쉬운 구간을 배정받은 회원들의 푸념소리도 들렸고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고 있는 효령대군 부부의 뜨거운 박수
소리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미시령은 설악산의 통제구간으로 산행 할 수 없는 구간을 감안하여 우린 00시가 되기 전 자물쇠가 잠겨져 있는
철문을 기고 넘고 하여 사선을 넘었지만 험한 철조망을 넘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둘러 보았지만 상봉 오르는
길은 쉽게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 넘는거다. 엎어져 있는 사다리를 놓고 저 높은 담장을 넘으면 곧 상봉 오
르는 산길이 되는 거다."
누워있는 향나무의 뾰족한 가시가 있는건지 전쟁터같이 살벌한 사면을 올랐더니 미시령의 바람이 어느 새 우릴
따라 왔는지 발걸음 옮기기 조차 힘들다. 앞장서 올랐지만 뒤에 따라오는 산우를 뒤돌아 보기 힘들 정도로
날려 보내려 했다. 해드랜턴이 벗어질까 한손으로 움켜쥐며 흔들어 대는 바람을 가로 저으며 상봉으로 걸었
다.
깜깜한 하늘에 별이 있는지 달이 떴는지 아무 생각도 없이 바람과 싸우다 연분홍 철쭉이 환하게 밝혀 주었다.
그때서야 찍사님이 사진기를 꺼내어 철쭉과 곁들인 모델요청을 하셨다. "그래 우린 오늘 모델이 되는 거구 찍
사가 하자는 대로 해보는 거다. 어차피 오늘 산행은 글쟁이와 찍사가 하자는 대로 해보자"
세찬 바람을 이겨낸 우리를 쉬어가라는 손짓인 듯 조그마한 물바가지 위에 졸졸 흐르는 샘터에서 우린 한 상 펼친
다. 양은 그릇에 콩국을 말았더니 알수 없는 벌레들이 몰려 콩국안으로 들어간다. 펼쳐놓은 떡에도 달려들고
내 입으로 들어 가려고 안간힘을 쓰다 내 목구멍에서 들켜 나온다. "그래 쉬어가자. 쉬며 놀며 먹고 하다보면
날이 새면 사진찍고 꽃구경하며 가지"
철쭉이 만발한 상봉에 섰다. 거센 바람이 뿌리 깊은 나무를 만들 듯 모진 역경을 이겨낸 철쭉꽃이 어두운 상봉에
밝히며 돌탑을 지키며 있었다. 속초 고성의 불빛이 보이자 쌓이고 묻어둔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것처럼 밤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우리가 같이 가고 있는 오늘의 하루님은 동해가 뒷마당인 천진해수욕장에 살고 있으니 상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곳의 속세의 생할은 정서와 꿈은 무진장 많을 것 같았다.
캄캄한 비탈길을 철쭉꽃이 환하게 밝혀 어려운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너덜길을 조심스럽게 되집고 불빛을 사방
으로 비치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세찬 바람이 너덜길 위에선 더 세게 우릴 방해하며 불어왔지만 진부령으로 가는 우리의
바램은 다행이 날아가지 않았다.
찍사님의 해드랜턴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신선봉 갈림길에 섰지만 어두운 너덜길위를 걷는 건 위험과 볼 풍광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쳐 가기로 했다.
큰새이령 안부에도 아직 어두컴컴하였다. 날이 새길 기다리기로 하였다, 샘터에서 먹은 국수배가 아직 꺼지지 않았어도
떡과 과일 막걸리 한 잔까지 곁들이며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먹을 것 같지 않던 글쟁이님과 찍사님도 콩국수를 한그릇 비
우더니 어서 가잖다. 동이 터오는 마산봉을 향하여 ,,,
아마도 빛은 먼데서 부터 부지런한 걸음으로 달려 오고 있겠지. 하늘끝 매봉산, 칠절봉, 동굴봉, 향로봉이 보이고 암봉사이로 마
산봉이 숨어 있는 산들이 어둠에서 걷힌다. 새벽을 여는 지상천국이 여기 있었다. 걷는 기분이 남다라 보이는 백오동이를 불러
세운다. 나도 찍사가 되어 한컷 인증샷하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 피로가 몰려 왔는지 하루님이 대간령에 이르자 베낭을 요삼아 눕는다. 베낭이 요도되고 베게도 된다.
우린 어두운 산에서 무얼생각하며 무얼 위해 걸었는지 난 잠시 생각해 본다. 얻은 것은 얻은 대로 잃은 것이 많으면
아무래도 서운할 것이나.. 묻지도 말아라 ..
"두 산의 큰(大), 사이(間) 고개란 뜻이겠지요, 신선봉과 마산봉의 큰새이령이겠지요?"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에 길게 퍼져 나갔다.
밝은 해가 솟아 오른다. 이제서야 높은 산에 오른 느낌이 들었다. 설악조팝나무꽃, 병꽃, 철쭉꽃이 어울어져
너덜길에 수를 놓은 듯하다. 산꼭대기에 오른 듯 넓은 산하가 펼쳐져 푸른 실록으로 우거진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깨끗해지고 푸르러지는 듯 싶다.
찍사님도 이곳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동안 머물러 있다.
여명으로 시작되는 이른 아침, 자연이 빚어낸 구름과 함께 이곳은 가장 찬란한 모습이다.
혹독한 바람 이기며 모진살이에도 나무가 하늘 거린다.
큰 바위가 설악조팝나무 화분이 되었다.
큰 바윗덩이 너덜겅을 쉼없이 오른다. 세상사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일년이 가고 몇 해가 가고 한발 한발 발자욱
띄우는 걸음마다 힘들었던 시간을 되집어 보게 된다. 살면서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렸던 그 때가 생각나고 너무
기뻐서 웃었던 그 때가 그립고 다시 그 길을 가게 된다면 슬픈 일은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다고 ...
앞서가는 친구의 굽어진 등을 보며 걷는 것이 나의 이정표가 된다.
새벽을 여는 병풍바위에서 바라보는 운해가 너무 좋다. 소간령쪽으로 새벽운무 동이 아직멀리 있고
휘감고 있는 희뿌연 구름이 바다처럼 보이는 것도 잠시겠지.
병풍바위가 우리를 붙잡는다. 마산봉을 가려고 하는데 소간령으로 가고 싶은지 발길을 그쪽으로 내몬다.
안돼, 안돼 그쪽으로 가면 우린 진부령으로 어떻게 가려고 , 저 앞으로 보이는 진부의 들판과 학교, 리조트
와 건물들, 군부대, 비닐하우스등 이 산골짜기의 사는 모습이 어느 곳과 다를리 없다.
땅위엔 솜대, 연영초, 은방울꽃, 둥굴레, 은대난초, 조개나물, 큰앵초, 박새,관중, 쥐오줌풀, 봄꽃이 피었다.
이제사 왔구나, 마산이 지났을 꺼란 일행의 짐작도 잘못된 생각이었고 이제사 왔구나,
철쭉꽃이 만발하여 지고 너무 늦게 왔구나,
밤새 놀며 먹으며 입방아 찧으며 찾아 왔구나
마산봉에 오르는 모델 한컷 사진 찍고 걸어갈 산을 보면서 글쟁이님한테 설명해 드렸다.
군부대때문에 돌아가야할 산행 길, 구불어져 있는 대간 길을 바라다 보면서 먹거리가 널린 저건너 들판에
천연한 햇살이 드리운다.
널퍼져 앉았다. 언제 진부령으로 내려갈지 먹다 남은 밥과 간식꺼리가 아직도 한 상 차릴 수 있었다.
밤새 웃으며 걸으며 아직도 못다한 웃음꺼리가 남아 있는지 마산안부서 떠나질 않는다.
내가 물었다. "여자 둘이 모이면 뭐지?"-아무 대답이 없다. 우이 "질투"
또 물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뭐지?"- 한참을 무얼 생각하는지 대답이 없다. 우이씨 "육젖"
하하하 ,,,,푸 하하라, 우린 한목소리로 웃었다.
생각해보니 우린 오늘 육젖이 모여 이곳에서 웃으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홀딱벗고새가 울었다. 우리 웃음소리에 홀딱벗고새가 울고 있는 소리를 4음절로 표현해 보라는 글쟁이님다운
문제를 제시하셨다.
홀딱벗고새는 백오동이가 한때 좋아하던 새였다. 지리산 태극종주때 들려주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오늘 홀딱벗고새의 울음소리가 사람과 때와 장소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틀리다.
더 하나 배웠다. 우리내 인생사를 산으로 비유한다면 20대를 설악산으로 왜냐고 "너무 화려해서".
30대를 지리산으로 왜냐고 "골짜기마다 물이 흐른다고", 40대를 북한산으로 왜냐고 "개나 소나 다 간다고",
50대를 남산이라고 왜냐고 "남산도 산이라고", 60대를 동네산이라고 왜냐고 "가끔씩 생각나면 간다고".
더 웃긴거 배웠다. 임금님의 얼굴을 "용안"이라, 임금님의 옷을 "용포"라 , 그럼 임금님의 용x을 뭐라 하지요?
푸하하하,,, "드래곤볼"이란다..
이렇게 이렇게 우스갯소리로 시간을 보내며 맑은하늘님이 오길 기다린다.
리조트와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된 콘도를 지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길에서 우린 맑은하늘님을 기다렸다.
미시령를 통과하지 못하여 대관령부터 왔다는 맑은하늘님과 친구 두분을 기다려 조금이나마 진부령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맑은하늘님은 거제도에서 오셨으니 우리나라 땅 끝에서 끝을 이어주는 고리라 생각하니 더할 나위없이 반가웠다.
지루한 대간 길을 임도를 걷고 하얀집을 지나 산길을 또 걷고 찻길을 두번이나 건너 향로봉이 보이는 저 백두산가는 길
을 내려 놓았다. 진부령-지리산에서 설악산을 걷고 걸어서 온 맑은하늘님이 오늘 대간졸업하는 줄도 몰랐다,
같이 하고픈 한줄 메모장을 보았을 때 그냥 봉정암 가는 길에 같이 걷는 구나라고만 생각했지. 그냥 바라다 볼수 밖에
없었던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진부령 표지석앞에서 찍사님의 사진 인증샷을 날리며 우린 웃고 웃으며 산행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거센 바람이 미시령을 호령했고 어두운 너덜길에서 더듬더듬 더듬작거리며 환하게 웃어준 철쭉꽃에 반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전국의 회원님들 소식에 우리나라 대간길 위에 걸었던 산우들을 생각하며 우린 진부령
종지부를 찍었다.
캔맥주를 맞대며 택시를 기다렸는데 택시를 타고 천진으로 가는 동안 운전기사가 얼마나 빨리 돌리는지 어안
이 벙벙했다. "고성에서 제일 운전잘하는 분이 오셨다"했더니 더 씽씽달린다, "괜히 말했나 보다"
하루님이 운영하는 천진해수욕장이 있는 도리수로 왔다. 저녁에서야 설악산 구간을 마무리 한 수달사 회원님
들이 모였고 우린 바닷가 모래밭에 돼지고기와 맥주와 소주를 곁들여 하룻밤을 보냈다. 하루님 신세만 지고..
처음뵙는 범천님 내외분 인제에서 영업하신다는 이유만으로 먼 이곳까지 오셔 대간일시종주에 참여하는 마음은
우리가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 우리산 백두산 천지에 태극깃발을 꽂을 그 날을 기원하고 태달사의 단합된 일시종주가
백두까지 갈 그날을 회원 모두가 온 맘으로 기원하리라.. 오늘 나 진부령에서 걸음을 멈추는 아쉬움은 바람에 날린
다.
수달사의 산행신청자가 적어 힘든 설악산 구간을 걱정했다는 지부장과 총무님의 마음도 한짐 덜은 듯 환한 미소
를 이제 볼 수 있었다.
첫댓글 누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보리수로 갈예정이었는데
가지못해 아쉬움이 남네요
글 재미있게 읽었어~~
나방이 먼저 맛본 콩국수 넘 맛있더라.......
수고많았어.
친구들아 수고마니했어 같이하지 못해 미안하넿ㅎㅎㅎ . 역시 글하면 요물 잼나게 읽고 그넘의 육젓 냄새가 여기까정 난데이~~~~
"이리오러라 같이 놀자. 사랑사랑 설악아~~~ 그래 요물은 명창이요. 설악은 고수가 되어구~~려. 마당쇠와 춤꾼과 한바탕 질펀한 마당극에 이몸은 소고라도 치면서 장단놀음이라 하련다. 어쑤~~신명난 마당극 잘 봤다...어쑤 덩덕꿍 어 더~덩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