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가 게을러 졌나보다
가급적이면 매일 너와 조금이라도 애기한다고 다짐
했는데 바쁠때보다도 여기에 오는 시간이 줄어드니
말이다.
금요일부터 내린눈은 토요일밤까지 계속 내려 17Cm나
되었다더구나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이 온 눈이다
세상은 온통 순백색이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수채화나 산수화를 보는듯하나
생활하기에는 어찌나 불편한지 모른단다
그리도 많던 차들은 움직일줄 모르고 사람들의 움직임
도 둔해진듯하다.
토요일 그렇게 많이 눈이 와서 어미에게 택시를 타고
오라하였더니 택시가 광천에서 대천을 오지 않는다
하여 굳이 차를 운전하고 왔더구나
병원에 가는 날만 아니더라도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네거 어찌 자라고 있는지 검진을 받아보겠노라고
험한 길을 달려 왔단다 글세
네 어미 대단하지 않니. 넌 오늘을 잊지 말아야 할거야
병원에서 어미를 만나 진료를 받고 집에 오자마자
어미는 감기기운까지 있어 잠이 들었단다
병원에서 녹화해준 테이프를 잠시 봤는데 너 참 건강
하더구나
활동도 대단하구 그렇게 어미가 입덧으로 고생했는데
두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다니 우선 다행이다마는
어미가 감기까지 걸렸으니 얼마나 힘들겠니
점심을 먹지 못했다하여 핏자를 주문해서 어미와 먹고
어미는 침대로 아비는 거실에서 낮잠에 취해 버렸다
일어나보니 저녁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어미도 깨서
저녁을 먹을려니 어미가 생각이 없다하여 오렌지주스
를 사다 주고 아비는 라면을 긇여 저녁 한끼를 때웠다
일요일에도 눈은 녹지 않았더구나
어미가 갈일이 걱정인지라 점심때 일찍 서둘러
궁촌동 할미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워있는다
는게 4시가 돼 버렸더구나
할미는 어디가셨는지 안계시고 시간은 늦고해서 할미
집을 나서 아비가 어미 차를 몰고 광천 외할미 집에
까지 어미를 데려다 주고 아비는 친구 차로 집에
왔단다
참 무미건조한 부모지
널 갖고부터는 이렇게 산단다 아비와 어미는
궁촌동 할미도 기름이 아까워 혼자계실때는 틀지도
않는 보일러를 팡팡 틀어대고 그러신단다
아비도 할미와 살때는 그렇게 사는건줄만 알았구
네거 나중에 이글을 읽을때가 되면 의문을 갖겠지
왜 따뜻하게 살지 못했냐구
할미에게는 그게 생활이었단다. 절약하는 습관이
아비도 그렇게 생활하는게 불편은 했지만 현실이
그러했구
지금 그래도 아비와 어미는 따뜻한 아파트에서 생활
하고는 있지만 아비는 난방도 잘되지않는 30년된
집에서 보일러도 기름이 아까워 틀지 못하는 할미를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아프단다
항상 불효만 하구 사는 아비의 모습이 고통스럽기까지
하구말이다
70이 넘은 할미를 그렇게 혼자 살게하다니
나중에 네가 아비에게 뭐라해도 할말이 없을것 같구나
오늘두 날씨가 무척 춥더구나
목도리에다 코트까지 입고 출근했는데두 찬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날이더구나
저녁을 먹으러 할미집에 갔는데 할미는 전기장판
한장에 이 추위를 견디고 계시더구나
얼마나 추운지 수도관도 얼어붙어 물도 나오지 않은
날인데 말이다
지금 아비는 따뜻한 집에서 팬티한장만 걸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수 없지
참으로 너에게 자랑스런 아비가 될수 있을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늦게까지 잠이 안올거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