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교소식 제 18 호 ♧
생각은 크게, 그러나 실천은 작은 것에서부터
정 호 진(인도농업전문선교사, 생명살림의 농부목사, 우리의학연구가) 2004 년 9 월 2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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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샬롬!
추석입니다. 그러나 이곳 인도는 우리 같은 추석이 없어서 평상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다 사랑하는 여러분들게 소식을 전합니다. 우기인 9월로 접어들고부터는 그래도 이런 것이 우기로구나를 실감할 정도로 몇 년 만에 자주 흐리고 비도 가끔씩 내리곤 합니다. 더운 땅에서 가끔 비가 내린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은 벌써 가을 기운을 선연히 느끼는 계절이 되었겠지요. 4계절이 분명한 한국에서의 삶은 자연의 분명한 변화를 통해 인생의 변화도 실감하고 고난의 때를 대비하게 해주는 참좋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번 소식을 통해 맑은 가을 하늘에 한가로이 떠가는 구름 한 점 만나는 기쁨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자그마한 생명농업 시범농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부터 제가 사는 집 주변의 비어있는 땅을 이용해 작지만 알차게 생명농업 시범농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6월 중순 잠시동안 저희집을 방문했던 이희운목사님, 김동기집사님과 더불어 큰 나무들 사이에 나 있는 작은 풀들을 자르고 낙엽들을 긁어 모으고 그동안 모아온 오줌을 붓고 두둑을 만들어 한국에서 가져온 배추랑 무랑, 상추, 쑥갓 알타리 들깨 등을 심었습니다. 배추 무랑 알타리만 싹이 나고 나머지는 발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거름도 부족하고 잦은 출장으로 잘 돌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번 생저리랑 물김치를 담을 정도는 자라주어 기뻤습니다.
그 이후 좀 더 본격적인 농사를 위해 주변 마을에서 거름도 10수레 정도 사다 넣고 땅속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기계를 이용한 깊이갈이 대신 저와 조수 두명이 오직 삽과 괭이로 밭을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시내에 있는 종자상회에서 갖가지 인도산 씨앗들(양배추/토마토/고추/메리골드/붉은 무/수박/비터가드/가지/해바라기 등)을 사다가 심고,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도 호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또 심었습니다. 한국산은 기후가 맞지 않은지 호박 무 배추 알타리를 제외하곤 싹이 나지 않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법 농장다운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옆에는 거름을 사다 깔고 지렁이 양식장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출장을 가는 동안에도 조수 하나가 남아서 돌보기도 했고 비도 몇차례 내려준 덕분에 싹이 난 것들은 모두 잘 자라주었습니다.
요즘은 그동안 그렇게도 소망했지만 잘 안되었던 유기농(생명농)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무 잎이랑 얼갈이 배추로 생저리도 가끔 해먹고 김치랑 물김치도 담았습니다. 저희는 인도 음식도 좋아해서 2-3주 정도의 장기 출장을 가도 고추장 하나 들고 가지 않지만 다만 싱싱한 야채 생저리가 그리워 집으로 얼른 돌아오고픈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싱싱한 야채를 별로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맛있게 생저리를 해서 먹어보라고 권해도 한 두 점 외에는 먹지 않습니다. 대신 야채를 푹푹 삶아 죽처럼 된 커리를 만들어 먹지요. 때마침 우기라 비도 가끔 내려주니 거름이 잔뜩 들어간 우리 야채밭에는 지렁이들이 우굴거리고, 여기 저기에 맛있는 버섯들이 돋아나 있어서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고, 호박잎쌈을 싸먹는 맛도 기막힙니다.
게다가 그동안 묘목을 사다 심기만 했지 직접 생산하지는 못했는 데 곳곳에 돋아난 카스타드 애플과 어린 망고나무를 묘목으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수백그루의 다양한 나무들(님나무/불꽃나무/카스타드 애플/망고/티크/템플트리/아쇼카 등)의 묘목이 만들어져 자라고 있고, 교육을 위해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토종 나무들을 묘목으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묘목을 만들게 합니다. 나무를 심는 운동은 묘목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우리 농장에서 수백그루의 님나무와 티크나무 묘목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 조수들 이야기론 어디에서도 티크 묘목이 저절로 자라고 있는 곳을 보지 못했는데 우리 농장은 단지 몇 달만에 자연적인 복원력이 뛰어나 곳곳에서 새로운 생명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생명농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다고 감탄을 합니다.
제대로 된 시범농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물들도 있어야 하지만 동물들도 함께 있는 복합영농이 되어야 서로 상생하며 순환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각종 작물의 잎이나 줄기 혹은 열매를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사람과 동물의 분비물들이 다시 땅으로 순환되어 작물들의 양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석날 아침 동물 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전문가를 대동하고 나가 1년이 약간 넘은 암소 두 마리(한마리에 20만원 정도)를 사 왔습니다. 하나는 갈색, 다른 하나는 검정색입니다. 좋은 친구가 되고 한가족이 되자면 이름이 필요하겠다 싶어 누렁이는 브라우니(Brownie), 검둥이는 블래키(Blacky)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년 생 암소 한 마리를 잘 키우면 1년 뒤부터 거의 한 사람의 임금에 가깝도록 수익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마리(블래키)는 제 여자 조수가 키우며 우유와 송아지로 얻어지는 소득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고, 브라우니는 제 조수 하나가 스스로의 소유로 하고 자기집에 데려가 키우며 한달에 10분의 일씩 원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가난한 인도 농민들의 자립을 위한 방안을 두가지로 실험해보자는 것입니다. 뜻있는 분들의 동참과 후원을 바랍니다.
그리고 오는 주말 장날에는 병아리도 좀 사오려고 합니다. 지금도 계란을 사다 먹기는 하지만 모두가 양계장에 갇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방부제와 항생제 잔뜩 든 사료 먹고 낳은 것들이어서 마지 못해 먹고 있습니다. 한 20마리만 사와서 잘 키워서 좋은 닭알도 얻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맛있는 닭죽도 해드릴 예정입니다. 마침 지난 6월에 심은 파파야나무에도 열매가 맺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아주 시골이라 그동안 손님이 오시면 반찬에 신경이 쓰였지만 앞으로는 풍성한 야채와 생명의 에너지를 지닌 계란과 신선한 우유랑 맛있는 파파야가 준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입니다.
중인도 지역 교구 순회 방문 및 교육
지난 8월 말과 이번 9월 한달 간에도 인도의 여러지역을 다니며 교육활동과 순회방문 지도를 했습니다. 8월 24일부터 29일까지는 카르나타카 중앙교구를 방문하여 직업훈련센타와 농장들을 돌아보며 교육지도를 하였습니다. 이 교구는 벵갈로라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지향적 교구여서 농업과 관련된 땅이나 시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때는 고아들을 위한 학교 겸 기숙사로 시작했던 곳이 그 지역 농업지도의 센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전부터 농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저의 방문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변 지역 농민들을 위한 단기교육을 10월 30일에 제 주관 하에 하는 것을 필두로 하여 다시금 시범농장 겸 교육센타로서의 역할을 다해가려고 합니다.
가는 길에는 모처럼 방가라페트에 있는 참새들의 둥우리에 들러 패트머리와 글로리아 목사님을 만나서 이틀을 함께 지내며 새로 건축하는 도서관과 공동모임장도 둘러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작한지 8년밖에 안된 공동체이지만 언제나 그 땅에 들어서면 영성적인 분위기가 풍겨나와 마음이 평화로와지며 스스로 옷깃을 여미고 경건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벵갈로에서는 새로 인도선교의 꿈을 품고 그곳에 정착해가고 있는 이희운목사님 가정을 방문하여 새로운 인도생활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덕분에 인도 영화도 함께보고 가까이 있는 아시아 신학교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밤을 같이 지낸 다음 날이 주일이어서 함께 이용범 선교사님의 교회에 가 예배도 드리고 해바라기씨를 잔뜩 얻어올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 때 얻어온 씨를 심었더니 잘 자라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집 농장에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9월 2일부터 14일까지는 주로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속한 중인도 지역을 순회하며 교육활동을 벌였습니다. 가는 길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한번도 공식방문을 하지 못했던 마드라스 교구를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몇차례 오라는 요청을 받고서도 기회를 못 잡다가 가게 되어서인지 데바샤하얌 비숍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는 달릿-민중신학 심포지움 때문에 한국에 두 차례 다녀온 바도 있습니다. 그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교구에 속한 여러 간부들에게 그동안의 저의 활동에 대해서 잘 소개도 하고 꽃 목걸이와 선물도 안겨주었습니다. 좋은 잠자리도 제공해주어 이틀밤을 잘 지냈습니다. 이 교구에서는 2002년부터 교구 내의 비어있거나 방치되어 있는 땅들을 찾아내어 좋은 유기농업 시범농장도 만들고 교육센타도 만들려는 계획하에 전문 담당자를 두고 1년에 몇 곳씩을 새로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년째인 지금은 벌써 20개의 좋은 농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농장을 맡은 이들을 불러 모아 유기농업 교육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중에 8곳을 돌아보며 생명농업 지도도 하고 아직 계획만 하고 있는 곳들에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컨설팅도 해주고 지하수맥도 찾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10월 8일에 있는 정기적인 교육시간에 제가 가서 체계적인 생명농업 교육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 때 비숍도 참여하고 20개 농장 맡은이들 뿐 아니라 담당 목사님들도 함께 참석하여 생명농업의 중요성에 대하여 배우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던 내용을 많은 부분 현장에서 적용하며 실천하고 있는 마드라스교구의 사례는 다른 교구들에 널리 알리고 참여를 독려할 만한 좋은 모범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박 3일을 보낸 후에야 유기농업에 대해 대단한 애정을 가진 비숍의 저에 대한 극진한 환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안드라프라데시의 동북쪽에 있는 크리쉬나-고다바리 교구에서 3박 4일(9월 4-7일)을 지내며 비숍 데바시르바담과 그 교구의 하는 일들과 여러 농장들과 교회 및 학교들도 돌아보고 교육활동을 벌였습니다. 이 비숍은 남인도 교단 내에서 가장 젊은 비숍(54세)이며 넘치는 의욕을 지닌 분입니다. 평소 여러 모임에서 보았을 때 좀 정치적인 측면이 강해 만나기가 꺼려졌지만 직접 만나 며칠을 함께 보내보니 가난한 달릿들에 대한 애정이 많고 바른 정신으로 교구를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많이 보였습니다. 남인도 교단내의 비숍들은 한 번 선출되면 만 65세가 되는 달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여서 비숍이 어떤 성향과 생각을 가졌는가가 대단히 중요한 편입니다. 그는 예장 통합의 초청으로 이번 9월 중순 한국을 방문하여 통합총회와 기장총회에 참석하여 인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이 교구는 크리쉬나 강과 고다바리 강을 끼고 있어서인지 물이 제법 풍부해 보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며칠간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은 오래 더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제게 거는 기대도 많지만 따뜻한 마음들이 배어나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다시 오기를 기약하며 다음 교구로 향했습니다.
세 번째 교구는 도나깔 교구입니다. 교구 본부가 있는 곳이라 제법 큰 도시에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착오였습니다. 일개 면 단위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곳이어서 어두워진 길을 찾아들어 가느라 꽤나 헤매다닌 후에야 도착했습니다. 2박 3일간 머물며 두 개의 미션 컴파운드와 작은 교회에 붙어 있는 땅, 5년 동안 문을 닫았다 다시 문을 연 병원 등 세 지역을 돌며 지하수맥을 찾아주고 어떻게 땅을 관리해나가야 하는지를 컨설팅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이 지역에서는 물을 찾는 곳마다 좋은 수맥을 발견할 수 있어서 대단히 기뻤습니다. 둘째날 저녁엔 농촌 오지 병원을 다시 열어가느라 애쓰는 병원장 의사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모처럼 농부들로부터 놓아 기르는 닭한마리를 선물받아 제 아내가 인도 재료이지만 한국식 닭백숙을 만들어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네 번째 교구는 카림나가르 교구였습니다. 알리어 지역을 중심으로 두 개의 마을과 한 미션 컴파운드와 교구에 속한 땅을 돌며 현장지도도 하고 지하수맥 탐사작업도 벌였습니다. 4곳의 땅을 돌며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수맥 찾기 작업을 벌였으나 성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한 미션 컴파운드 안에만 좋은 물이 있을 뿐 나머지 세 곳은 아예 물이 없거나 적은 양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어느 곳이든 그 땅에 좋은 지하수맥이 있다면 제가 물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5-20분이면 족합니다. 그러나 좋은 물이 없을 경우에는 땅 전체를 다니며 땀을 뻘뻘 흘려도 못찾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시켜 미안한 마음도 크고 정말 제게서 진이 다 빠져 나간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피로에 젖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참담한 기분에 젖어 오래도록 우울한 마음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다면 아예 물찾는 일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물을 간절히 원하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눈빛을 마주하면 그 일을 아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림나가르 교구를 떠나 메닥교구로 향하다가 하이데라바드의 죤 스탠리 목사님 댁에 들러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도심 안의 작은 땅(20평정도)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나무를 심고 그 잎을 계속 덮어주고 음식물 찌꺼기와 오줌을 이용하여 정말 기름진 정원 겸 텃밭을 만들어 놓은 할아버지 한분(82세)을 만났습니다. 그는 인도에 퍼마넌트칼쳐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보급해온 분인데 80이 넘은 지금도 건강하게 일하시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즐겨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씨알아쉬람/간디아쉬람/비노바 바베 아쉬람 방문
메닥교구 방문 후에 낙푸르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메닥교구 방문을 취소하고 제 차와 조수 둘을 하이데라바드에서 카삼으로 돌려 보내고 아내와 저는 11일 밤 기차로 낙푸르로 향했습니다. 기차에서 밤을 보내고 13시간 후에 낙푸르역에 도착하여 씨알아쉬람 건립을 위해 본격적인 인도선교의 길에 들어선 후배 김진 목사를 반갑게 만났습니다. 2박 3일 간 그의 안내를 받으며 건축 중에 있는 씨알아쉬람과 다른 두 곳의 아쉬람 및 바바 암티 공동체와 탕가벨씨의 농장, 낙푸르교구 사무실, 인도교회협의회(NCCI) 사무실, 씨크교 성전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씨알 아쉬람 터를 돌아보며 건축현장도 살펴보고 물자리 탐사도 하였습니다. 아직은 머물 수 있는 숙소 하나 없지만 현재 건축하고 있는 집이 완성되면 좋은 숙소도 생기고 교육과 훈련이 시작될 것입니다. 월드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으로 와 있던 청년들이 있던 때에는 경작도 했던 땅이 풀들만 무성한 곳이 많았습니다. 이제 그 땅을 사람들이 와서 지내며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도장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 김진 목사의 몫입니다.
간디가 세운 세바그람 아쉬람과 비노바 바베가 세운 여성들을 위한 아쉬람과 출판사를 돌아보았습니다. 간디 아쉬람은 넓은 땅과 간디가 거쳐하던 집들과 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세워져 있어 볼거리도 많아 다음에 하루를 머물며 더 찬찬히 살펴보고 훈련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목화로 만든 무명옷 한 벌씩을 사서 기쁜 맘으로 돌아나왔습니다.
간디 아쉬람에서 6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비노바 바베 아쉬람은 자그마 했지만 강을 끼고 있어 참 좋은 곳에 자리잡았구나 싶었습니다.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비노바의 숨결과 기운들이 내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정성스레 우리를 맞이하고 설명해주던 비노바의 여 제자분이나 비노바의 자서전이 나올 수 있도록 그의 이야기를 모으고 편집한 제자분의 인상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을 듯 합니다. 자매님들이 정기적으로 드리는 오전 기도회에도 참석하여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곳의 일상생활과 의사결정방법, 노동의 모습, 손님을 하나님으로 생각하는 자세 등 아직도 비노바의 깊은 사랑과 생각에 기초한 훌륭한 모습들이 잘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정신과 삶의 자세를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이같은 공동체가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글로 읽고 큰 감동을 받았던 비노바의 영문판 자서전을 비롯하여 한보따리의 책을 사가지고 다음에 꼭 다시 와 며칠을 보내며 비노바의 숨결과 기운을 더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나왔습니다.
청주제일교회 100주년 기념교회 건축차 방문
청주 제일교회가 교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교회당을 인도에 짓기로 결정하고 저와 몇 차례 협의를 거쳤습니다. 마침내 적당한 곳을 물색하여 건축을 위한 기념식을 가지기 위하여 이건희 목사님과 장로님 두분이 인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제 사역지로부터 기차로 38시간이나 떨어진 수도 델리로 들어오신다기에 쉽지 않은 여정이라 생각했지만 아내와 기쁘게 마중을 나갔습니다.
우리는 그 분들이 도착하기 하루 전에 델리에 도착하여 오랜 빚을 지고 있던 델리 한인교회(임마누엘교회)에서 건강에 대한 특강도 하고, 주일에는 예배 설교도 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3월에 건강강좌를 하기로 김광선목사님과 약속하고 일정을 잡아두었지만 비자만기로 한국에 나간 뒤 인도로 들어오지 못해 결국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프로그램을 어렵게 그러나 은혜 중에 잘 마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게다가 선교사인 저희 부부를 위해 잠자리와 맛있는 한국음식을 대접해주신 민왕식/백정혜집사님의 따뜻한 배려도 결코 잊지못할 것입니다. 그 분들은 저희 부부뿐 아니라 청주제일교회에서 오신 분들까지 2박 3일간을 정성스레 대접해주셨습니다. 이국에서 체험한 참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라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그분들과 함께 델리 시내의 간디 화장터와 무슬림 사원, 힌두교와 시크 교도들의 화장터도 돌아 보았고, 인디아 게이트와 대통령궁, 연꽃 모양으로 된 바하이 사원과 굽타미나르도 돌아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그라에서는 아그라의 성과 타지마할 그리고 리틀 마할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두 번째였지만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아서인지 훨씬 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델리에서 첸나이까지 처음으로 인도 국내선 비행기를 타볼 수 있었습니다. 첸나이에서도 현대차 관련 사업을 하시는 송태헌집사님을 만나 많은 사랑을 입었습니다. 한국식당에 가서 한국식 요리를 맛있게 먹은 것이나 처음으로 현대식으로 지어진 멋진 호텔에 묵어본 것이나 성 도마사도의 순교지와 은신처와 무덤을 함께 돌아본 것들도 잊을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저희집에 도착하자마자 이곳 벨로르교구의 인간자원개발센타 봉헌식 끝자락에 참여할 수 있어서 비숍과 부회장과 총무 목사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 분들과 다음 날 있을 100주년 기념교회당 건축 기공식에 대해서도 최종 논의를 하였습니다. 제 사역지에서 하루를 지내며 농장이랑 교회랑 기숙사와 학교를 돌아보았습니다. 9월 21일 3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한 오라투르 교회에서의 건축을 위한 기념식도 참 감동적인 자리였습니다. 그리스도안의 한 형제라는 이유 하나로 국경과 인종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서로를 위해 가진 것들을 나누고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여겨집니다.
오라투르교회는 120년 된 오래된 교회입니다. 모두가 아주 가난한 변방의 천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서 그 중 260가정이 기독교인인데 95%가 땅이 없어 일용노동에 의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교회를 짓기 위하여 낡은 교회당이 너무 비좁아 밖으로 더 넓게 기초공사를 하고 벽체도 제법 쌓아올라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가난한 인도교회들이 교회당을 짓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립니다. 돈이 좀 모아지면 기초를 하고, 또 모아지면 벽을 쌓고, 또 시간이 지나 지붕도 하고, 내부 공사도 하고 하다보면 거의 10년 이상 걸리는 곳들이 많습니다. 청주제일교회가 처음에는 다른 곳에 단독으로 새 건물을 짓기를 바랬지만 이곳 교구와의 몇차례 협의를 거쳐 비록 처음으로 기공식을 하는 교회가 아니지만 이곳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서로의 사랑이 무르익어서 마침내 112평 정도되는 새 교회당과 종탑이 완성되어 모두의 축복속에 아름다운 교회당봉헌식을 거행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합니다.
맺는 말
지난 호 소식을 보낸 뒤 한달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가지 한가지 일들이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체험했습니다. 우리가 이상은 높게 가지고 생각은 세계적 규모로 할찌라도 사랑하는 일은 아주 사소해보이는 작은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느껴지는 한 달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더 많은 사랑을 체험하는 아름다운 가을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습니다.
2004 년 9 월 30 일
인도 카삼 평화의 집에서
기도제목
1.저희들을 통한 인도선교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인도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 되도록.
2.저희 아이들(하룡-동양대학교/한솔-작은누리에서 고입 검정고시 합격/아림-샛별중학교 )이 방황하지 않고 신앙안에서 청소년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3.남인도 교단이 진정 이땅의 가난하고 멸시당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터전이 되고, 현재 교구마다 좋은 시범농장을 만들어가는 일이 잘 추진되도록
후원요청사항
1.나무심기운동(과일나무 100그루 - 30만원)
2.지하수 개발(1곳 개발 - 200만원)
3.신학생지원(매월 10만원)
4.농촌마을 중심센타 역할을 할 수 있는 교회 건축(50-60평규모 - 2000만원)
5.농민지도력 교육훈련(40명 정도/3박4일 합숙 훈련 - 200만원/1일 단기훈련- 50만원)
6.농민 자립을 위한 소 한 마리 사주기(1년 생 암소 20만원)
* 후원을 원하시는 분들은 제게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전 선교소식이나 기타자료는 cafe.daum.net/smnuri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인도전화 : 001(혹은 002 기타)-91-94433-85635
*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1202-04-032108 정호진/농협 893-12-102976 정호진)
사진자료
1.우리집 작은 농장
2.새로 사온 소들(누렁이와 검둥이)과 조수들
3.도나깔 교구에서 학교를 방문하고
4.우리집을 방문한 이희운 목사님가정과
5.오라투르 교회 건축 협력식 후에
6.옥수수를 수확해서 도로에 널어 말리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