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sia Times Online 2009-10-30 (번역) 크메르의 세계
급변하는 캄보디아의 이슬람 공동체
기사작성: Brendan B. Brady (프놈펜 거주 자유기고가)
(우덩) - 이맘 산(Imam San)은 아마도 캄보디아에서 가장 혜택을 받았던 무슬림이었을 것이다. 19세기의 전설에 따르면, 엉 두엉(Ang Duong: 1840-1859 재위) 국왕은 숲에서 명상 중인 그와 조우하여, 이 이방인의 영성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도성 내에 봉토를 하사했다고 한다. 이 전설에 대한 보다 냉소적 해석은 당시 기울어가던 왕가가 기꺼이 무슬림 지도자와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기도 한다.
매년 10월에 맞이하는 이맘 산의 탄신일이 되면, 현재의 수도 프놈펜에서 약 30 Km 떨어진 옛 도성 우덩(Udong)으로 그의 추종자들이 찾아와, 기도와 공물을 헌납하며 그의 업적을 기린다. 형형색색의 마울룻(mawlut) 의식을 통해 이 종파는 자신들의 특권적 유산을 재확인하고 캄보디아 내 다른 이슬람 공동체와의 고립성을 유지해나간다. 짬족(Cham) 사회에서 이 종파는 특별히 지배적인 그룹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맘 산의 후계자들은 캄보디아 정부가 임명하는 이슬람 지도자인 뭎띠(Mufti) 영역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뭎띠는 1988년부터 캄보디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맘 산 종파의 지도자는 옹 크누(Ong Khnuur)라 불리는데, 왕실로부터 "옥냐"(Okhna)라는 특권적 칭호를 하사받았다.
캄보디아에는 전국적으로 37,000명 정도의 이맘 산 종파의 사람들이 불과 수십 개 마을에 나눠져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적으로도 이들의 고립화는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마울룻 의식은 우호를 증진하고, --- 공동체의 존속에 보다 본질적인 요소인 --- 결혼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연례행사를 통해 아직 출가를 하지 않은 10대나 젊은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은, 다른 이맘 산 종파 부락에서 온 부모들과 만나 자녀에게 적당한 배우자감을 구한다. 이 날이 결혼을 준비하는 날로 사용된 것은 이 종파가 오랜 기간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캄보디아 내 주류적 공동체는 물론 해외로부터도 도전과 압력을 받게되면서 더욱 중요성이 부여되었다.
이맘 산 종파의 많은 구성원들은 다른 무슬림들과의 접촉을 자신들 고유의 삶의 방식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생각하는데, 다른 무슬림들이 그 고유의 신앙에 기반하여 이들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해대기 때문이다. 이맘 산 공동체의 원로 중 한 사람인 엑 보운(Ek Bourt)은 여타 이슬람 공동체가 가하는 차별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는 "다른 무슬림들이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신앙을 실천한다고 해서 깔보고 있다. 나는 다음 세대가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을 상실할까봐 두렵다"고 말한다.
이맘 산 종파가 캄보디아의 불교도 및 왕실의 중요한 성지이기도 한 우덩의 프놈 까떼라(Phnom Katera)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다른 무슬림들이 보기엔 이들이 이슬람에 불경스러운 방식으로 주류민족인 크메르족에게 문화적 접근을 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이한 점은 프놈 까떼라에 위치한 이들의 모스크는 크메르 국왕들의 묘와 매우 인접해 있고, "이맘 산의 이슬람 짬족 사원"이란 이름도 크메르어와 짬어, 그리고 영어로는 표기되어 있지만 아랍어로는 적혀있지 않다.
순수성의 개념
이맘 산 종파는 베트남에서부터 이동해온 짬 바니(Cham Bani) 분파의 후손으로 17세기 무렵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일부에서 보기엔 다소 이상한 방식일지 몰라도, 이들은 자신들이 헌신적인 무슬림 신앙자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맘 산 종파는 꾸란의 신앙과 애니미즘(정령신앙)과 같은 여타 종교적 관습을 혼융하여 실천하므로, 다른 무슬림들이 보면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
아마도 이맘 산 종파의 구성원이라면 일주일에 한번만 기도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을 것이지만, 정통파 무슬림들은 하루 5회 기도를 하고 있다. 이맘 산 종파는 소유재산 중간에서 때로는 무기의 자루를 움켜쥔 채 춤을 추는 짜이(chai) 의식을 진행하는데, 종교적으로 이보다 더 기묘한 장면도 드물 것이다.
캄보디아 무슬림에 대해 거의 10년간 연구한 노르웨이 학자 브요른 블렝슬리(Bjorn Blengsli)에 따르면, 캄보디아 무슬림의 약 85% 정도가 이맘 산 종파를 거의 무슬림이라 말할 수 없을만큼 이단적인 종파로 보고 있다고 한다. 프놈펜에 거주하는 살라피(Salafi) 파 무슬림인 후세인 빈 이브라힘(Hussein Bin Ibrahim)은 "그들은 마호멧(Mohammed)의 진정한 계승자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들은 무슬림이라 볼 수 없다. 캄보디아에서 우리와 같은 무슬림들은 현재 아랍국가들과 점점 더 유사해지고 있다. 우리는 보다 더 메카(Mecca) 친향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경우 프놈펜 인근의 "노룰 에산 모스크"(Norul Ehsan mosque)에서 기도하는데, 이 모스크는 최근 쿠웨이트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했다.
|
2008년 8월 3일 세익크 나세르(Sheikh Nasser al-Mohammad al-Sabah) 쿠웨이트 총리가 캄보디아를 3일간 공식방문했다. 위의 사진은 프놈펜 국제공항에 나온 환영인파들 중 캄보디아 무슬림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 REUTERS/Chor Sokunthea) |
캄보디아의 무슬림 대부분은 인종적으로는 짬족들이다. 원래 이들의 종교적 실천은 전통적으로 온건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짬족 공동체 내에서 근본주의도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기원한 금용주의적 형태인 와하비즘(Wahhabism)이 두드러진다. 현재 캄보디아와 아랍 국가들 사이에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2008)에 고위급 국빈 방문이 있은 직후,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캄보디아 농업 부문에 저금리 차관 수억 달러를 특혜로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은 서방측 관료들이 보기엔 단순히 캄보디아 내 농업 부문 육성 뿐만 아니라, 무슬림의 급진성도 조장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상당히 솔직한 표현을 좋아하는 당시 캄보디아주재 미국대사 조셉 무소멜리(Joseph Mussomeli)는 2008년 8월 가진 이임 기자회견에서, "현재 여기에는 중동에서부터 발원한 매우 급진적이고 무관용적인 일부 조직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현재 캄보디아 무슬림 공동체의 태도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매우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공식방문들은 주로 통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문화적 결연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쿠웨이트는 캄보디아 이슬람 공동체를 위해 500만 달러를 기증했는데, 여기에는 프놈펜에 있는 낡은 "국제 두바이 모스크"(International Dubai Mosque) 리모델링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블렝슬리는 아랍국가들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캄보디아 내 이슬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그는 "캄보디아와 아랍국가들 사이의 관계 강화는 캄보디아 내 이슬람 조직들에도 보다 많은 자금지원이 있게 해줄 것이다. 이들은 때때로 캄보디아 내의 이슬람 신앙 실천의 순수성에 대해 불만스럽게 여긴 점이 있었기 때문에, 국내 이슬람계에 대한 아랍권의 영향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 말했다.
이슬람 복고주의
짬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스페인 연구자 알베르토 페레즈(Alberto Perez)는, 캄보디아로 이슬람 선교단이 들어오고 교육기관들이 확대되면, 이러한 외래 세력이 장려하는 타 문화권의 이질성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맘 산 종파는 거의 35만명에 달하는 주류 무슬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더욱 더 소외당할 수 있다. 이맘 산 종파는 과거에 부유한 중동국가들로부터의 지원을 거부했고, 보다 정통적인 신앙으로 귀의하라는 외래 선교사들의 압력도 이겨냈다. 이러한 전도사들은 주로 새로운 모스크를 지어준다는 재정적 후원자들을 등에 업고 있다.
블렝슬리에 따르면, 외래적 영향을 받아 전세계 이슬람권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캄보디아 주류 무슬림들의 동향에 비춰, 이맘 산 종파의 오랜 고립은 그 세력을 보다 약화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맘산 종파는 살라피(Salafi) 파, 자마트(Jamaat) 파, 타블릭(Tabligh) 파, 아흐마디야(Ahmadiyya) 파 등의 여타 무슬림 종파에 구성원들을 뺏기고 있는데, 이러한 종파들은 국제적 표준의 신앙 형태를 갖고 있고 재정도 넉넉하다고 블렝슬리는 말한다. 특히 공부를 하기 위해 프놈펜으로 간 젊은 이맘 산 후계자들이 타 종파로부터 정통 이슬람에 귀의하란 압력을 많이 받게 된다고 한다.
이맘 산 종파의 현 옹 크누(Ong Khnuur)를 맏고 있는 까이 땀(Kai Tam)은 "우리는 특히 젊은이들이 재정후원을 잘 해주는 다른 종파로 옮겨갈 것을 염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그의 종파가 지켜온 신앙 실천 방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까이 땀 씨는 "우리는 우리의 조상님들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그들이 실천해온 신앙의 실천방식을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 부족은 강인하다. 변화한다는 것은 조상님들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다른 무슬림들과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단지 그 실천방식이 다를 뿐"이라 말했다.
"캄보디아 이슬람 발전연합회"(Cambodian Islamic Development Association) 회장이자 짬족 문제에 관한 정부 자문위원이기도 한 아흐마드 야히야(Ahmad Yahya) 씨는, 이맘 산 종파가 더 이상의 고립을 혁파하고 관습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히야 회장은 캄보디아 무슬림들이 국내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외국의 기금들에 대해 공격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해왔다. 그는 이맘 산 종파의 후계자들 역시 동일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이맘 산 마을들은 새로운 모스크를 지어준다는 외국 기부자들과 타협하여 하루 5회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옹 크누와 같은 마을에 사는 19세의 끄 사랏(Keu Sarath)은 조상님들이 실천한 신앙방식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는 다른 이들만큼 신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 대해 당신들이 어떻게 신앙을 실천하는지 혹은 우리와 동일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