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펌, 김구라 `막말`과 박명수 `호통`개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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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막말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사실 김구라가 방송에서 막말 실수로 곤욕을 치룬 것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막말’이 김구라의 예능 트레이드가 되다 보니 어느새 방송에서 막말이 통하는 세상이 되버린 느낌입니다. 방송통신심의의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5월에 지상파 3사 심야 오락프로그램의 막말 방송에 대해 심의한 결과 유재석이 가장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막말 등을 가장 많이 사용한 진행자는 김구라였습니다. 회당 무려 42회로 1위였습니다. 일주일에 42회가 아니고 회당 42회라면 방송에 나와 하는 말들이 거의 막말이라는 얘기입니다.

예능프로에서 어느 정도 막말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용인해줄 수 있다 해도 김구라에게는 ‘막말이 곧 예능’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 합니다. 김구라가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얻기전 캐이블 방송에 출연할 때는 막말로 좀 튀어보이는 것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상파 방송은 어느 정도 막말을 걸러줘야 하는데, 이런 필터링 기능이 전혀 없었습니다. 막말이 통하던 시대가 지났음에도 아직 김구라는 막말 예능으로 연명하는 진행자입니다.

김구라의 막말은 올드개그맨 최양락이 김구라의 막말을 두고 "당하는 사람까지 재미있게 웃어야 진짜 개그다"라며 진정으로 충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김구라는 선배 개그맨 최양락의 막말 지양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은 듯 합니다. 오직 ‘막말만이 내가 사는 길’이라고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막말은 한 두 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꾸 들으면 불편하게 들립니다. 시청자들이 김구라의 막말에 대해 불편하다고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구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하다가 급기야 ‘방통위’로부터 ‘방송계의 막말 1인자’라는 불명예를 안게되었습니다.

막발은 아니더라도 출연자들에게 호통을 치는 버릇없는 개그로 인기를 얻은 박명수는 상대에게 기분 나쁜 호통을 치더라고 듣는 사람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호통을 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김구라의 막말은 상대방을 비판하고 거세게 몰아붙이는데, 자신은 전혀 망가지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박명수는 호통을 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치부인 탈모 머리까지 보여줘가며 아낌없이 망가집니다. 상대방 앞에서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박명수 모습을보고 비록 호통을 받더라도 상대방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박명수 호통개그는 상대방에게 한 호통이 먹혀들지 않을 때는 미련없이 꼬리를 내린다는 겁니다. 호통이 통하지 않는데 계속 호통을 치면 짜증납니다. 그러나 김구라는 막말이 먹히지 않더라고 상대방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려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것입니다. 막말도 비빌 언덕이 있을 때 통하는 것입니다. 김구라보다 입담이 센 출연자가 나올 경우에 바로 꼬리를 내립니다. 즉 ‘강자 약, 약자 강’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김구라에게 거부감이 드는 것입니다.

김구라에게 독설, 막말은 웃기기 위한 필요악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방송에도 격이 있습니다. 아무리 예능 프로라 해도 재미를 위해서 막말이 남발된다면 그 프로는 예능이 아니라 ‘막말’ 오시범 방송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김구라의 이런 ‘막말’ 개그가 속시원하다고 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방송에서 내숭 떨며 가식적인 면만 보이는 진행자보다 있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 내지르는 속시원한 말이 마음에 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바른말을 사용하는 진행자 유재석도 있는 반면에 김구라의 막말도 다양성 측면에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팬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구라의 막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김구라는 유의해야 합니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인입니다. 김구라가 독설로 인기를 얻었다지만 독설은 말 그대로 들으면 독이 되는 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독설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합니다. 김구라의 독설은 독이 되는 반면에 박명수의 호통이나 윤형빈의 독설은 듣는 사람에게 오히려 약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독설을 해도 진중권교수의 독설은 강자에 퍼붓는 독설이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김구라의 막말은 듣는 사람이 불쾌하고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즉 그의 말은 ‘싼티’가 나기 때문입니다.

방송이든 일상생활이든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습니다. 아주 잘못된 말실수는 편집해서 방송하면 그만이지만 막말을 무기로 먹고 사는 김구라에게 ‘막말’ 예능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 합니다. 예능에서 유행어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구라는 ‘막말’로 시작해서 연예인 끝날 때까지 막말로 먹고 살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예능 무기를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