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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14 - Y2K전주곡
S#1. 캠퍼스
날씨 좋고.. 꽃도 좋은...
그 봄 풍경 위로 들리는 소리.
채영 : (E) 이번 딱 한번만 ...어?
민재 : (E) 글세 안돼.
채영 : (E) 야아..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인간이 숨은 쉬고 살아야되잖아아..
잔디밭.. 민재는 잔디에 누워서 책으로 얼굴을 덮고 있고.
채영은 그 옆에서 잔뜩 부어있다.
민재 : 서울은 공기 나뻐. 가봤자 매연만 잔뜩 마시구 올걸.
채영 : (민재의 얼굴을 덮고 있는 책을 확 채며) 너 정말 이럴거야?
민재 : 글세 난데없이 서울은 왜 가겠대는거야? 로봇 축구 예선이 바루 코 앞인데.
채영 : 프로그램은 이상없이 다 잘 돌아가구 있단 말야. 일요일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올게. 꼭 가보고 싶은 데가 있다구.
민재 : (일어나 앉으며) 어디? 거 괜히 신촌에 가서 입만 헤 벌리구 다닐 거 아니야? 촌닭같이 두리번거리면서...
채영 : 신촌 갈 거 아냐.
민재 : 그럼.. 동숭동? 야야 관둬. 니가 연극을 볼거냐. 무슨 데이트를 할거냐. 관두고 로봇 속도나 다시 체크해보자구.
채영 : ... 성민씨 만나러 갈거야.
민재 : ... 약속했어? 만나기루 한거야?
채영 : 그건 아니지만.. 집이 어딘지 아니까...
민재 : 이 사람아. 정신 좀 차려. 그 형은 좋아하는 여자가 있대매. 너 거기 껴서 무슨 삼각관계 만들 일 있냐?
채영 : (노려보더니) 넌 정말 하루에 한번씩은 꼭 정떨어지게 만들어. 그거 알어?
민재 : 글세 정 떨어지는 건 좋은데 지금 우리 로봇 속도가 자꾸 떨어지는 게 문제라구. 그러니까..
소리 : ( 호출기의..)
민재 주머니를 뒤져서 호출기를 꺼내 본다.
채영 : (미워서) 염라대왕이 친 거 아냐? 너더러 빨리 오라구 안그래?
S#2.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앞에 서 있는 민재와 진수.
이교수 : 다음 주 월요일.. 시범경기를 해줘야겠는데..
민재 : 다음 주 월요일이요?
이교수 : 그래. 느네 MR팀하고 레드존팀, MR팀은 이제까지 전적이 아주 좋았고.. 그리고 여기 레드존팀은 자원해왔어.
시범경기에 꼭 참여해보고 싶다고.
민재 : (진수를 돌아본다)
진수 : (느긋하게 이교수를 보고 있다)
이교수 : (진수에게) 물론 자신이 있으니까 자원을 한거겠지?
진수 : 물론입니다. 지난 주 대학원 팀하구 연습경기도 해봤습니다.
이교수 : 그랬어? 결과는?
진수 : 5대 1로 이겼습니다.
이교수 : 그래애?
민재 : (다시 진수를 돌아보는)
이교수 : 내가 알기로는 MR팀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거 같고..
민재 :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월요일이면..
진수 : 충분합니다. 준비해놓겠습니다.
이교수 : 그래. 부탁한다. 이번에 국회의원하구 그외에두 중요한 분들이 오실거야. 앞으로 우리가 세계대회를 치룰 때 많은 도움을
주실 분들이니까.. 경기 도중에 로봇이 꼼짝도 안한다든가.. 연기내면서 모터가 타버린다든가 그런 꼴을 보이진 않겠지?
민재 : 철저히 체크해놓겠습니다.
진수 : 국회의원이라면 어느 분이신지요?
이교수 : 에.. (잊어먹었다)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드라.. 어..이..뭐였나. 아니지 안? 오? 하여간 이응자가 들어가는 성이었는데..
(혼자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유씨였나..
S#3. 이교수 연구실 앞 복도
나서는 민재와 진수.
민재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기다리던 진수.
진수 : 저 산업경영학과 3학년입니다. 이민재형이지요?
민재 : 어? 어... 3학년이었구나. 레드존팀에 대단한 팀장이 있다구 그러더니. 반갑다. (손을 내미는데)
진수 : (악수 받으며) 정진수입니다.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전산학과구요.
민재 : 그래? 그럼 채영이 알겠네.
진수 : 채영이 누나 알죠. 그 누나가 프로그램을 맡고 있대면서요?
민재 : 어. 왜?
진수 : 그냥 걱정이 되서요. (빙긋 웃더니) 형도 걱정되겠어요.
민재 : ...무슨 뜻이냐?
진수 : (얄밉지는 않게..당연한 말 하듯이) 채영이 누나하구 같은 과목 들은 적 있어요. 성격은 좋은 거 같던데..실력은 별로잖아요.
뭐 이번 토요일날 보면 확실히 알겠지만요. 그럼.. 먼저 갑니다.
묘한 미소를 남기고 가버린다. 남은 민재 별로 기분이 안좋다.
S#4. 동아리방
지원, 채영은 테이블에서 자료 넘겨보고, 마이클은 옆의 컴퓨터에서 게임하고 있고.
정태는 다른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다운받고 있다.
채영 : 에..오늘 스터디는 통신모듈 맞습니까?
정태 : 이 자료, 마저 다운받구 시작하자. 아직 민재두 안왔잖아.
지원 : 우리 말이지. 단한번이라도 제시간에 스터디 할 순 없는거니.
채영 : (정태쪽으로 붙으며) 교수님이 부르시는데 민재라구 별 수 있겠냐. (모니터 들여다보며) 어? 여기 어디야?
정태 : 할(HAL)서버.
채영 : 첨보는 서번데?
마이클 : (자기도 옆에서 기웃거리며 본다)
정태 : 일리노이대 전산과에서 만든 서버야. 통신모듈 자룐 여기께 젤 낫드라구.
민재 들어온다.
민재 : 어 늦어서 미안.
채영 : 이교수님 뭐라셔?
민재 : 박채영. 서울 가는 건 일단 취소해줘야겠다.
채영 : 무슨 소리야? 이교수님이 나 서울 보내지 말라고 널 불러서 얘기했단 거야?
민재 : 다음 월요일에 로봇축구 시범경기 할거야. 국회의원이 와서 보실거래.
채영 : 다음 월요일? (손가락 꼽아본다) 금토일월.. 뭐야. 삼박사일 남았잖어어.
민재 : 김정태. 너 저번에 로봇 축구 도와준다고 분명히 얘기했지?
정태 : 내가? 언제? 내가? 왜애?
지원 : 잠깐만. 무슨 이유든지 앞으로 스터디를 연기하는 일은 없었음 좋겠는데..
민재 : 그럴 일 없을거야.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 이거니까.
(전화기 들어 호출기 번호를 누르는..)
채영 : (벌써 피곤해지는거 같다) 이 얘긴 또 며칠 날밤 새자는 얘기잖 아. 아,..잠...내 잠...으으으.
(하더니 그대로 테이블 위로 쓰러진다)
민재 : (전화하는) 재명이냐. 나 민재다. 이 메시지 받는대로 바로 동아리방으로 와. 비상소집이야.
S#5. 석학의 집
테이블 정리 중인 진영을 따라다니면서 거들어가며 얘기를 붙이고 있는 마이클.
마이클 : 진영 쉬는 날이 언제에요?
진영 : 첫째, 셋째 일요일이요.
마이클 : 오 노우 미국은 일주일에 5일만 일해요. 나쁜 사장이에요. 유니온 만들어야 되요. 사장 나빠요. 이거 사보타쥬 해야되요.
진영 : 아이 조용히 좀 해요.. (마이클의 뒤를 보며 안절부절인데)
마이클 : 사보타쥬 어떻게 하는 건줄 알아요? 내가 가르쳐 줄게요. 우선 내일 토요일에 나하구 영화를 보러 가는거에요.
미순 : (마이클 뒤에서 팔짱 끼고 듣는)
마이클 :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며) 내가 어디서 무슨 영화하는지 다 적어왔어요. 이 중에 하나 골라요. 나쁜 사장 혼자 일하면
아주 힘들어요. 힘들면 진영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그럼 진영씨 페이 올려줄거에요. 무슨 영화 볼래요?
미순 : 나쁜 사장도 한마디 하자.
마이클 : 오우 싸장님.
미순 : 내일 세시간 정도.. 진영이 내보내줄 수 있어.
진영 : 아녜요. 괜찮아요.
마이클 : 오우 그레이트 맴. 아이 라이크 유 소우 머치.
미순 : 그대신 우리 컴퓨터 좀 손 봐줘. 알았지?
마이클 : 컴퓨터요?
미순 : 어제밤에 재고 정리를 하는데 말이야. 이게 갑자기 깜깜해지더니 아무 것도 안 보이는거야. 그냥 먹통이 됐다구.
마이클 : 오케이 지금 당장 보겠어요. 어디 있어요? 이쁜 컴퓨터.. (신이 나서 움직이는데)
소리 : (호출기 신호 소리)
마이클 : (호출기를 꺼내 번호를 확인해보더니) 오우 갓.. 동아리 방 넘버야. 민재형이 틀림없어. 우리 동아리 유니온 필요해요.
S#6. 낮 캠퍼스
오가는 학생들..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보이고. 그 위로 들리는 민재의 소리.
민재 : (E) 오늘 밤 안으로 각자 맡은 부분 테스트 끝내는거다.
S#7. 동아리방
민재와 동아리 회원들 다 모여있다. (정태와 지원 빠진 상태)
민재 : 특히 채영이 너 연산프로그램 다시 확인해 봐.
채영 : (바닥에 놓여있던 라면이 가득 든 비닐 봉지 하나를 번쩍 들어보 인다) 걱정 마. 라면 열두개. 밤샐 준비 완료.
민재 : 그리고 내일 낮 3시에 다시 모여서..
마이클 : 오오 노우 프리즈으..
민재 : 건 또 무슨 비명소리냐.
마이클 : 나 내일 데이트해. 진영씨하고 데이트해야 돼.
민재 : 연애는 시범경기 끝나구 해.
마이클 : 여자하구 약속한거야. 이거 캔슬 못해.
민재 : (무시하고) 재명아.
재명 : 어?
민재 : 옥주 딴데로 못새게 잘 감시해.
재명 : (웃으며) 걱정 마. 내 옆에 꼭 붙여놓을게.
옥주 : (입이 나오는데)
민재 : 오옥주.
옥주 : 옛썰.
민재 : 재명이랑 몸체 좀 마무리 잘 해놔. 저 녀석 사포질 시키면 대충 해버리니까 너의 그 디자인 감각으로 잘 체크하라구.
옥주 : 알았스. 0.00001 밀리도 안 틀리게 해놓겠스.
민재 : 그리구.. (또 뭐 시킬 게 없나.. 둘러보는데)
채영 : 이민재.
민재 : 뭐.
채영 : 오늘 저녁 식당 메뉴가 돈까스래. 좀 늦게 가면 다 떨어질 거 같거덩. 그러니까 일단 밥 먹구 하자. 응?
아이들 옳소.. 찬성.. 박수를 보내고.. 민재 할 수 없다는 듯..
S#8. 캠퍼스
민재 걸어오고 있다.
머리 속으로 뭐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 손가락으로 허공에 수식을 그려가며 걸어오는데.
소리 : (호출기의)
민재, 생각에 잠겨서 건성으로 호출기 꺼내 번호 보고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몇걸음 더 걸어가다가 멈춘다.
다시 호출기를 꺼내서 번호를 확인한다.
S#9. 교내 공중전화
좀 멀리 보이는 공중전화박스.. 민재가 뭔가 전화를 하고 있다. 격앙되어서 얘기하는 분위기.
그러다가 수화기도 제대로 얹지 못하고 뛰쳐 나와 달리기 시작한다.
S#10. 교문 근처
민재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고 있다.
그러다가 마악 학교 안에서 달려나온 빈 택시를 발견하더니 그대로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팽개치고는 택시를 잡아 탄다.
달려가는 택시.
그 뒤에 조용히 나타나는 백곰. 팽개쳐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더니 뒤주머니에서 길쭉한 노트 한권을 꺼낸다.
노트의 겉 표지에는 서툰 한글로 [블랙리스트]라고 큼직하게 적혀있다.
백곰 여전히 서둘지 않는 태도로 볼펜을 꺼내더니 앞주머니에 끼어놓았던 휴지를 꺼내서 볼펜의 끝을 조용히 닦고 노트를 펼친다.
다도라도 행하고 있는 듯한 부드러운 얼굴.
S#11. 밤 기숙사 전경
그 위로 들리는.
소리 : (전화벨소리)
S#12. 정태/민재의 방
전화벨은 계속 울리는데.. 정태의 침대 옆에 흩어져 있는 대여섯권의 무협지. (김용의 것 정도..)
그리고 침대의 정태는 읽다 만 무협지 한 권을 가슴에 펼쳐놓은 채 잠이 들어있다.
정태 잠결에 찌푸리며 할수없이 기어가 수화기를 든다.
정태 : (눈 감은 채) 누구야 이 밤중에. ...채영이냐? ...민재?
(겨우 눈을 뜨고 민재의 침대와 방안을 둘러보고는) 없는데. 동아리방에 없어?
S#13. 동아리방
채영이 하품을 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
방안 저만치에서는 마이클이 컴퓨터 앞에서 잠이 들어있다.
채영 : 여기가 동아리방이라니까. 이 나아쁜 놈. 밤 새자 그래놓고 지 혼자 도망칠 수 있는거야? ....그래 알어. 민재 걔는
지 결혼식장에서 도망을 치는 한이 있어도 축구로봇에게서 도망을 칠 애는 아니지. 근데.. 그럼 어디루 갔대는 얘기야?
S#14. 국립병원 앞 밤
택시에서 내린 민재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민재가 달려가는 곳에 응급실의 네온 혹은 간판이 보이고 그 뒤로 병원 건물이 보인다.
S#15. 응급실 내부
민재, 급하게 침대들을 살피며 걷는다. 그러다가 한 곳에 멈춘다.
링겔과 코에 산소호흡기를 꽂고 잠이 들어있는 모친의 모습..
민재, 겁에 질려 다가가 모친을 내려다보다가 조심조심 모친의 팔을 건드리며 나직하게 불러본다.
민재 : 엄마.. 엄마 민재 왔어요. 엄마..
반응이 없는 모친. 민재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다. 간호사 한명이 급하게 지나쳐가는데 달려가 잡더니.
민재 : 저기 저분이 제 어머니거든요. 근데 상태가 어떤 겁니까? 그냥 저렇게 냅둬두 되요?
의사분들 다 어디 계세요. 왜 어머니 혼자 누워계시냐구요.
간호사 난처해서 보는데.
새댁 : (E) 민재학생.
민재 : (돌아보면)
새댁 : (30대 초반. 세들어 사는 여자.. 다가오며) 아유 우리 놀라서 죽는 줄 알았어.
민재 : 아주머니.. 어떻게 된거에요?
새댁 : 마당에서 빨래 걷으시다가 갑자기 주저앉으시면서.. 땀을 흘리구 말을 못하시드라구.
마침 우리 애기아빠가 비번이라서 집에 있었거든. 그래가지구...
민재 : 어디가 안좋으신 거래요? 예? 왜 저렇게 누워만 계세요. 지금 주무시구 계신 거 맞죠?
새댁 : 심근경색증이래나.. 검사받구 수술 받으셔야 된대. 응급실에 의사들이 다 달려들어서 지금은 좀 괜찮으신거야.
민재 : (그제야 울음이 나오려는 거 겨우 삼킨다)
새댁 : 그래두 아들이 왔으니 다행이야. 난 애를 남편한테 맡기구 와서 들어가봐야 되거든. 괜찮겠어?
민재 : 예.. 고맙습니다. (절을 꾸벅 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S#16. 병실
링거에서 떨어지는 액. 간호사가 링거를 조절하고는 나간다.
이제 모친은 병실의 침대에 눕혀져 있고,
민재, 나가는 간호사에게 또 절을 꾸벅하고 모친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모친은 아직도 깊은 잠에 들어있다.
민재, 이불을 잘 덮어주고, 모친의 머리칼도 넘겨주고, 모친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모친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나직하게 불러본다.
민재 : 엄마.. 엄마?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 천장을 본다)
S#17. 병실 복도 공중전화 (밤)
민재 전화를 하고 있다.
민재 : 미국에 콜렉트 콜 부탁합니다. 전화번호는요.. 254... 698에 2420번이요.
저만치 보이는 복도의 풍경..
(간호사가 뭔가를 들고 지나가거나 어느 환자의 보호자가 잠결에 물통을 들고 걸어가거나) 그 위로.
민재 : (E) 형수님이세요? 저 민재에요. 형 들어왔어요?
민재 : 세미나 갔다구요? 어디루요? 로마요? 아 네.. 그럼 언제 돌아와요? ..형수. 어머니가 아프세요. 예. 여기 병원인데요.
..심장이 좀 안좋으시대요. 예.. 형한텐 말하지 마요. 우리 어머니 아시잖아요. 형이 세미나 중인데 연락했다구 그럼,
나중에 어머니가 저 혼내실 거에요. 그냥 형수님만 알구 계세요. 예.. 아뇨.. 제가 있으니까 여긴 괜찮아요. ....괜찮아요.
S#18. 병실
창문으로 어슴프레 새벽빛이 새어들고 있다.
민재, 모친의 침대 옆에 앉아 고개를 침대에 얹고 있다.
한손은 모친의 손을 꼭 잡고 있는데.. 민재의 얼굴 쪽을 보면 민재 잠들지 못하고 눈을 뜨고 있다.
S#19. 지원/채영의 방 (아침)
몇 개의 자명종이 일제히 울리고 있다.
이불 속에서 채영의 손이 나와서 이것 저것 자명종을 끈다.
지원 책을 챙기며 어이가 없어서 구경을 하고 있다.
채영, 다시 이불 속으로 손을 넣고 계속 잠을 자는데.. 이번에는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채영 꿈쩍도 않는다.
지원 수화기를 든다.
지원 : 여보세요. 네? 아 채영이 어머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전 구지원인데요. 잠깐만요. 채영이 바꾸겠습니다.
지원이 전화기 줄을 끌고 채영에게 가서 이불을 벗기고 수화기를 쥐어준다.
지원 : 전화 받어.
채영 : (수화기를 들고 아무데나 꾹꾹 누르더니 던져놓고 계속 잔다. 자기 딴에는 또 하나의 자명종을 껐다고 생각하는 것)
지원 : 박채영.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주며) 느이 어머니셔.
채영 : (눈 감은 채) 엄마? 으응 좀 있다 내가 전화할게. 안녕.. (수화기 내려놓으려다가 다시 귀에 댄다.
잠시 후 눈이 번쩍 떠 지더니) 뭐? 누가 입원을 해?
S#20. 캠퍼스 (낮)
자전거를 타고 오는 채영, 걱정스러워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코너를 돌아나오던 폴리스차가 끼익 급브레이크로 서는데 채영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 차 앞을 가로질러 가버린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백곰. 눈을 가늘게 뜨고 가는 채영을 보며 뒷주머니에서 블랙리스트 수첩을 꺼낸다.
그 위로 들리는 박교수의 소리.
박교수 : (E) 오늘은 벌레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어요.
S#21. 박교수 강의실
박교수 :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아주 커다랗고.. 못생기고. 아니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 위력이 얼마나 셀지..
역시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벌레. 인류의 대부분은 이 벌레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오늘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상 이 벌레는 이미 35년전부터 알에서 깨어나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꿈틀꿈틀..
오늘날 우리 지구를 위협하는 대부분의 위험물체가 다 그렇듯이 이 벌레 또한 인간이 창조해낸 대 실수 중에 하납니다.
(음침하게) 사람들은 이 벌레를 밀레니엄 버그라고 부릅니다.
아이들.. 에에이..하는 얼굴로 웃으며 본다.
지원은 옆을 돌아본다. 채영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앉아있다.
박교수 : 조오기 딴데 보고 있는 학생.
지원 : (놀라서 돌아보면)
박교수 : (지원을 가르키며 노인 목소리로) 난 일흔살 먹은 할아버지야. 나한테 그 밀레니엄 벌레가 뭔지 가르쳐 줄 수 있겠나?
지원 : (할 수 없이) 컴퓨터 부품중에는 메모리 부분이 있습니다.
박교수 : 메모..뭐라고?
지원 : 메모리.. 기억장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메모리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초기 컴퓨터 사용자들은 이 메모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네자리 연도를 두자리로 줄인 것인데요.
그러니까 1930년은 그냥 30이라고 표시를 하는거죠.
박교수 : 스톱.. 고기까지 좋았어요. 그럼 이 두자리 표기가 왜 문제가 되는가.. 요거는.. 조오기 모자 밑의 머리를 긁고 있는 학생.
정태 : (머리를 긁다가 본다)
박교수 : 자아 시작..
정태 : ....2000년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컴퓨터가 2000년을 00으로 표시해버리는 거죠. 그럼 이게 1900년하고
구별이 안되게 됩니다. (너무 쉬운 얘기라 자존심 상한다) ...이 설명, 계속 할아버지 버전으로 해야 됩니까?
S#22. 석학의 집
마이클이 낡은 컴퓨터에 부팅 디스켓을 넣고 부팅을 시키며 떠들고 있고.
옆에서는 미순과 진영이 듣고 있고.
마이클 : 99버그라는 거 있어요. 9999버그라고도 하는데요.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 9를 여러개 쓰면 스톱명령이 되는 거 있어요.
그래서 99년 4월 9일은 99년 중에 99번째 날이 되니까 컴퓨터가 스톱해버릴 수도 있다구요.
오우 9999 이라고? 오케이 스톱.. 이런 거에요.
미순 : 그럼 이 컴퓨터가 그래서 스톱이 됐단 얘기야?
마이클 : 팬티엄 이상이 되면 그런 거 알아서 방지하는 시스템이 되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386은 그런 시스템 없어요.
미순 : 하여간 그래서 99버그인지 뭔지 땜에 이게 섰단 얘기냐고.
마이클 : 개인 PC는 날짜 잘못 알아도 스톱 안해요. 그런 문제 없어요.
미순 : 그럼 대체 뭔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마이클 : 내 말은 이 컴퓨터가 너무 늙었으니까 새거 한 대 사라고요. 나한테 돈 주면 싸게 하나 만들어줄 수 있는데..
미순 : 으이그.. 그깐 날짜 하나 고치자고 컴퓨터를 새로 사란 말야?
마이클 : 오우 그깐 날짜 아니에요. 그거 아주 무써운 거에요. 저번 4월 9일에 인공위성도 돌아버렸어요.
그래서 위성통신이 스톱됐어요. 스웨덴 비행장에서 사람들 비행기 못탔어요. 사람들 여권이 다 날짜 지난 걸로 나왔어요.
그래서 사람들 다 돌아버렸어요. 그거 다 99버그 때문에 그렇게 됐어요. 컴퓨터 돌아버리면 무서워요.
미국에 핵미사일이 날짜 잘못 알아서 삐융 날라버리면 우리 다 죽어요.
미순 : (멍해서 보다가 진영에게) 얘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진영 : 뭔지 몰라도 무서운 얘기 같은데요.
S#23. 박교수 강의실
칠판에 세로로 Y 2 K 라고 적혀있다.
박교수 그 옆에다 각각. Y - Year, 2 - 2000, K - Kilo 라고 쓰면서..
박교수 : 자아 밀레니엄 버그.. 다른 말로 Y2K! 오늘 실컷 얘기를 해봤으니 이제 과제를 내야죠. 오늘의 과제입니다. 뭐냐..
시나리오 쓰기. 밀레니엄 버그를 놓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박진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써오는 게
오늘의 숙제라 이거에요. 점수를 더 잘 받고 싶은 학생은 현재 우리나라의 밀레니엄 버그 대책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도록 해요. 가장 현실감있게 써온 학생 꺼는 내가 책임지고 영화감독에게 보내주겠어요.
나중에 이거 영화되서 돈 벌면 나 술사주면 돼. 그럼. 좋은 주말! 행복한 추억!.. 안녕.
박교수 나가고 아이들 분분이 흩어지고..
지원 일어서려다 보면 채영이 아예 책상 위에 엎드리고 있다.
정태 : (다가오며) 어제 잠 못잔거야? 왜 빌빌대구 그래.
지원 : (채영에게) 그만 일어나. 니가 이런다구 누구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 것두 아니잖어.
정태 : 누구한테 무슨 도움? 무슨 얘기야.
채영 : (갑자기 후다닥 일어나더니) 아무래도 내가 가봐야겠어. (그러다 다시 주저앉아 책상에 엎드리더니) 아니야. 내가 가면
시범경기는 어떻게 해. (다시 상체 세우더니) 그래두 인간이 먼저지. 로봇이 먼저일 순 없잖아.
정태 : (지원에게) 얘 뭘 잘못 먹었냐?
지원 : (채영에게) 박채영. 니가 왜 결정을 못하고 있는 줄 알어?
채영 : 왜?
지원 : 양쪽 모두한테 칭찬을 들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둘 중에 하나만 택해. 그리고 나머지는 단념해. 알았니?
채영 : (아아..해서 지원을 보는)
S#24. 캠퍼스
작은 가방을 등에 맨 채영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그 위로.
정태 : (E) 이렇게 해서 이번 시범경기는 느이들끼리 준비해야겠다.
S#25. 로봇 실험실
정태, 재명, 옥주, 마이클이 모여있다.
재명 : 뭐..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있으니까.. 문제없어. 그보다 민재형 놀랐겠다. 어머님이 입원했다 소리 들으면...아유..
난 상상도 하기 싫네.
옥주 : 근데 채영이 언니까지 꼭 갈 필요는 없지 않나? 간호해 줄 사람이 그렇게 없대?
재명 : 너 몰랐어? 민재형네는 아들만 셋이래잖어. 민재형이 막내구.
옥주 : 아들은 간호를 못한다는 건 성차별이야. 왜 여자만 간호해야 돼?
재명 : 그 집 큰 형은 미국 가 있구. 둘째형은 군대 가있대. 민재형밖에 없다구.
옥주 : 아버진? 남편두 간호할 수 있는거야.
재명 : 어유우.. 조용히 해. 민재 형 아버님 돌아가셨어.
옥주 : 어머.. (자기 입 막는데)
정태 : 채영이네 집하구 민재네 집은 바로 옆집이잖아. 채영이 말루 민재 어머님은 자기 이모나 마찬가지랜다. 그러니 가보는 게
당연하지. 그 래 서! 이번 시범경기를 위한 준비는 내가 감독하기루 했다. 자.. 테스트는 어디까지 해봤지?
마이클 : (이제껏 열심히 듣고 있다가) 이거 너무 뷰리풀 스토리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옆집에서 같이 그로우업했어.
두 사람 친구야. 그런데 남자 엄마가 아팠어. 여자가 달려가서 간호했어. 남자 엄마는 그 여자 좋아해. 남자도 그 여자가
고마웠어. 갑자기 친구가 사랑이 됐어. 그래서 프로포즈하는 거야. 윌 유 메리 미? 오우 나 이런 스토리 너무 좋아.
아이 러브 잇.
애들 한심해서 보고.. 정태 좀 굳어서 보다가 들고있던 회로설계도로 마이클의 머리를 퍽 친다.
정태 : 자 준비됐어? 재명이.. 튜닝 시작해볼까.
S#26. 병실 (낮)
민재, 새로 채운 물병을 들고 조용하게 들어온다.
물병을 침대 옆 정리함 위에 얹어놓고 돌아서다 보면..모친이 미소를 지으며 힘겨운 듯 민재를 보고 있다.
(엄마는 아들 셋을 키워낸, 한석봉 어머니 스타일)
민재 : 엄마 깨셨어요?
모친 : 너 학교는 어쩌구 온거야?
민재 : 오늘 토요일이잖어요. 몸은 좀 어때요?
모친 : 누워있으면 답답하지 뭐. 가게는 어쩌구 있나 모르겠다.
민재 : 오씨 아저씨한테 전화했어요. 가게 걱정말구 쾌차하시래요. 이따 가게 문 닫구 오신대요.
모친 : (말할 힘도 없지만 깐깐하게) 다시 전화해서 올 필요없다구 해라. 육수물이나 제대로 끓여놓으라구 해.
덤벙덤벙 색깔만 누렇게 해서 내놓지 말구. 가만있자.. 김치는 담가놨나 모르겠네.
민재 : (보다가 픽 웃는.. 옆에 앉으며) 나 아무래두 엄마 닮았나봐. 나두 꼭 엄마 같거든요.
채영이가 나보고 뭐래는 줄 아세요? 좁쌀이 영감이래요. 잔소리 많이 한다구.
모친 : (힘겹지만 웃고) 채영인 잘 있구?
민재 : 걔야 어디 던져놔두 씩씩하게 잘 있을 앤데요 뭐.
모친 : (문득 링거 꼽지 않은 손으로 민재의 셔츠를 집어보며) 이거 언제 빤거냐. 옷 하나루 며칠씩 입구 다니는 거 아니야?
민재 : (모친의 손을 떼서 놓아주며) 제발 여기 들어오신 김에 아무 생각말구 푹 쉬세요. 예?
엄마가 너무 안 쉬니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거다.. 그렇게 생각하시라구요.
모친 : (민재를 흘기다가 숨이 가쁜 듯 좀 가쁜 숨을 쉰다)
민재 : 어디 불편해요? 숨 쉬기 어려워요? 의사 불러요? (일어서려는데)
모친 : (민재를 잡고 겨우 숨을 안정하더니) 수술해야 된다니?
민재 : ... 우선 검사 받구요. 좀 있다가 심장혈관촬영이란 거 한대요. 그리구 몇 개 더 검사를 받아야 되나봐요.
모친 : 니 형들한텐 알릴 거 없다.
민재 : .... 예.
모친 : 맹장수술 같은거야. 쓸데없이 공부하는 아이, 군대 간 아이 심란하게 할 거 없어.
민재 : ..알아요.
모친 : 너두 오래 있을 거 없어. 월요일날 수업받아야지.
민재 : (대답없이 보고만 있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해서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태)
S#27. 병원 수납실
민재, 진료 영수증을 보며 돈계산을 해서 내고 있다. 그러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채영 : (E) 이자 명자 선자 아주머니신데요. 어젠가 그저께쯤 여기 입원하셨어요. 병실이 어딘지 어디서 물어보면 되요?
민재 돌아보면, 채영이 안내계 앞에서 큰소리로 떠들며 묻고 있다.
민재 : 박채영.
채영 : (돌아보더니 와아 반갑게 달려온다) 너 왜 여기 나와있어. 아줌만 혼자 계시는거야? 너 뭐하는거야?
민재 :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거야.
채영 : 나? 아줌마 문병하러 왔지.
민재 : (어이없다) 너 정신 있어? 로봇 축군 어떻게 하고.
채영 : (먼저 무작정 가며) 몇호실이야? 응? 계단이 어느 쪽이야? (뒤돌아 씩씩하게 걸어오며 두리번대며) 엘리베이터 타구
가야되냐? 몇층이야 어?
S#28. 엘리베이터 내부
나란히 서 있는 민재와 채영 둘 다 말없이 층수 표시만 올려다 보고 있다가..
민재 : 인사만 하구 당장 내려가.
채영 : 싫어.
민재 : 시범경기 안할거야?
채영 : 너나 내가 없어두 지구는 돌아가.
민재 : 지금 지구를 돌리는 문제가 아니잖어.
채영 : (민재를 돌아보더니) 아줌마 정말 괜찮으신거지?
민재 : (말이 막혀 보는)
S#29. 병실
문을 빠금 열고 들여다보는 채영. 민재모가 자지 않고 있다가 돌아본다.
채영 금방 얼굴이 울상이 되며 달려와 모친을 끌어안는다.
채영 : 아줌마아 놀랐잖아요. 왜 아프시구 그래요오..
민재 : (얼른 달려와 채영을 밀어내며) 야야 주사바늘 빠지잖어. 조심해 좀.
채영 : (무시하고) 아줌마. 많이 아프세요?
모친 : 넌 또 왜 달려와. 학굔 어뜩하구. (하면서 기분이 좋은)
채영 : 어어.. 아줌마 목소리에 힘이 하나두 없네. 진짜 아프신가부다. 민재 얜 나한테 알리지두 않구 지 혼자 온거구요.
울 엄마가 전화해 줘서 아침에 알았어요. 얘 아주 나쁜 애에요. 지만 문병 와서 귀염 받을라구 그런 거 있죠.
모친 : 형님은 아직 서울 계시지?
채영 : 네, 언니 해산날이 오늘 내일 한 대요. 그래서 아줌마 소식 듣고도 못 오신다구 너무 미안하다구 전하랬어요.
모친 : 아이구우 오긴 뭘 와.. 내가 뭐 큰병 걸린 것두 아니구.
채영 : 에헤. 큰 병 아니지요? 야아 아니구나. 난 많이 아프신가하구 진짜 걱정했어요.
(옆의 민재를 탁 치며) 정말 다행이다. 그치? (하고 보는데)
민재 : (썩 밝은 얼굴이 아니다)
S#30. 병실 앞 복도
채영과 민재가 서서..
채영 : 심근경색증? 그게 어떤 건데?
민재 : 아침에 컴퓨터 하나 빌려서 인터넷으로 알아봤어. 우리 심장엔 피를 공급하는 동맥이 크게 세 개가 있대.
그 중에 하나두개가 막혀버리는 거래.
채영 :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민재 : 뭐가 어떻게 돼. 그럼 심장에 피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게 되는거지.
채영 : 글세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구.
민재 : ...수술하셔야 될거 같어.
채영 : .....
민재 : 의사 선생님 말로는 오늘 검사결과 나오는대로 시간 잡아서 내일 중으로 수술을 하자고 하셔. 급하대.
채영 : 내..일?
민재 : (끄덕)
채영 : (다리 맥이 풀리는 거 같아서 뒤 벽에 기대고) 별 거 아니야. 요즘 의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그깐 수술 후다닥 해치울 수 있다구. 그럼. 암것두 아냐. 걱정 마. (민재를 보면)
민재 : (우울해지는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돌아서더니 몇걸음 간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학교에 전화해봐야겠다. 준비들 제대로 하구 있는거야?
S#31. 로봇 실험실 (밤)
정태 인상을 잔뜩 쓰며 돌아본다.
정태 : 다시 스타트 시켜봐.
재명 : (명령어를 치는 순간, 혹은 스위치 조작하는 순간)
순간 경기장 위의 로봇들이 미친 듯이 뱅뱅 돌거나 벽에 가서 부딪혀버린다.
지켜보던 정태, 거칠게 스위치를 끈다.
정태 : 도대체 뭐가 문제야. 마이클 연산프로그램 체크 제대로 한거야?
마이클 : 백번도 더 했어. 나 데이트도 캔슬하고 봤어. 아무 문제 없어.
옥주 : (로봇 하나를 들어 몸체를 살핀다) 정말 귀신이 붙었나. 야호 거기 귀신 있니?
정태 : (뺏어서 내려놓는다. 잠시 머리를 굴려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다가) 좋아. 처음부터 다시 보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결과 가 나오는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할 일은 그 문제만 찾으면 돼 알았지?
소리 : (전화벨 소리)
정태 : (거칠게 받아서) 여보세요 ... 민재냐? (얼른 목소리를 진정시켜서) 어머님은 어떠셔?
S#32. 병원 공중전화 있는 곳
저만치 옆에서 채영이 건들거리며 보고 있고. 민재 전화중.
민재 : 정태 니가 봐준대니까 좀 안심이다. 근데.. 테스트할 때 비전이나 파워시스템은 신경 안서도 돼. 내가 제대로 확인해놨어.
통신모듈하고 전략 프로그램 있지? 그거 중심으로 테스트해봐. 너만 믿는다.
S#33. 로봇 실험실
정태 : 니가 날 안 믿으면 누굴 믿겠냐. 어..근데 옆에 채영이 있어? 좀 바꿔봐. (기다리는) 어.. 채영이냐?
지금부터 민재가 니 얼굴 못 보게 돌아서서 들어.
S#34. 병원 전화
채영 : 왜?
정태 : (F) 글세 니 얼굴은 속에 것이 그대로 드러나니까 얼굴 좀 숨기고 내 말 들으라구.
채영 : (민재 흘낏 보고 돌아서서 저도 모르게 나직하게) 왜?
정태 : (F) 로봇들이 미쳤어.
채영 : (큰소리) 뭐야?
민재 : (저 뒤에서 돌아보는)
채영 : (얼른 소리를 낮춰서) 그게 무슨 소리야?
정태 : (F) 지금부터 증세를 설명해줄테니까 너두 머리 굴려보구 뭐 짐작 가는 거 있으면 바로 전화해줘. 알았지?
우린 여기서 밤샐거니까 민재 모르게 전화하라구. 민재 그 녀석이 알면 머리통이 터질지 모르니까.
채영 : (조그맣게) 알았어. 알았다구.
민재가 다가와서 채영의 얼굴을 살펴본다. 채영 얼른 활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S#35. 채영/지원의 방 (밤)
공부하던 지원이 돌아보는데..
옥주가 비틀거리며 들어서더니 채영의 침대로 가서 엎어진다.
옥주 : 언니 나 두시간만 있다가 깨워줘.
지원 : 니 방 놔두구 왜 일루 와.
옥주 : 내 방에서 자다가 못 일어나면 어뜩게 해. 내 룸메는 나보다 더 잠보란 말야. 언니는 잠 안자구 공부할거잖아.
지원 : 그래서 로봇 오류는 아직 못 잡았어?
옥주 : 으으.. (베게를 머리위에 덮었다가 다시 던지며 일어나 앉는다) 정말 귀신이 붙은 거 같아. 민재오빠 없다구 로봇 귀신들이
다 들구 일어난 거 같다구.
지원 : 그 머리좋은 김정태는 뭐하구 있는데.
옥주 :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보구 있어. 정말 민재오빠한테 전화안해두 되나. 나중에 와보구 이렇게 되있는 거 알면
오빠 머리에서 막 김날거야. 있잖어 왜. 회로가 타면 막 김나는 거. 그리구 모터가 타버린 거 처럼 꽈당 넘어질지두 몰라.
지원 : 민재... 아버지가 안계시다구 했니?
옥주 : 어 민재오빠 고등학교때 돌아가셨대. 민재오빠 아버진 생물학 박사셨대. 언니 그거 몰랐지?
지원 : 생물학?
옥주 : 응 농학쪽. 화학비료 말구 유기농법인가. 그거 연구하셨대. 그래서 맨날 시범 농장이랑 연구실에만 계셔서 민재오빠는
아버지 얼굴도 잘 기억못할 정도였대. 근데에.. 민재오빠 큰형님은 생명공학 연구한대. 정말 대단한 집안이야 그치?
민재오빠가 왜 그렇게 깐깐하게 구는지 알거 같애. 대단한 아버지랑 형님 밑에서 맨날 구박받고 컸을거야.
그래서 그렇게 딴딴해진거라구.
지원 : ... 너 안자니? 두 시간 중에 5분 지난 거 알어?
옥주 : 으아.. (후다닥 이불 덮어쓴다)
지원 스탠드의 불을 켜고 일어나 방의 불을 꺼준다. 책상으로 와 앉으려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S#36. 병실 (밤)
방의 전등불이 꺼져 있고. 창문으로 옅은 불빛이 새어들고 있다.
채영이 창가에 유리컵에 꼽은 개나리를 올려놓고 돌아본다.
민재의 모친은 잠이 들어있고 민재는 모친의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고 링거의 남은 약을 점검해보고 있다.
S#37. 병원 옥상.. (밤)
민재와 채영이 나란히 앉아있다.
민재는 생각에 잠겨 말이 없다. 채영 문득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지더니 스틱 캔디를 하나 꺼내 내민다.
채영 : 오다가 니 생각 나서 샀어. 고맙다구 그래.
민재 : 고마워. (받아서 껍질 까려다 만다. 다시 말이 없다)
채영 : 수술 잘 될거야. 여기 의사 선생님.. 심장 수술에 아주 실력있는 분이래. 아까 간호사 언니한테 슬쩍 물어봤거든.
민재 : ...
채영 : (말 붙이는 거 단념하고 먼데를 보는데)
민재 : (불쑥) 셋집 아저씨가 전화해주지 않았다면 엄만 나두 안 부르셨을거야. 그냥 혼자 입원하고 혼자 수술 받으셨을 거라구.
채영 : 나중에 느네 셋집 아저씨 아줌마한테 인사하러 가자. 이번에 아줌마두 병원까지 옮겨주셨대매.
민재 : 엄만 언제나 그러셔.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엄만 남들 앞에서 눈물 한방울 안 흘리셨어.
친척들이 다 독하다구 수근댈 정도루.
채영 : 알어. 그치만 그때 아줌마 장례 치르자마자 그대로 실신하셨잖아.
민재 : 그때 엄마 병원에서 깨나자마자 우리 형제한테 뭐라구 그랬는줄 아냐. ...니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빨리 학교로 돌아가.
채영 : 난 아줌마 존경해. 대단한 분이셔.
민재 : 우리 삼형젠 엄마가 냉면집 하시면서 다 키운거야. 아버진 돈만 생기면 연구비에 다 털어 넣으셨으니까.
채영 : 두 분 다 훌륭해. 너 무슨 생각하고 있는거야?
민재 :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건 말야. 엄마한테 보여드릴려구 그러는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엄마가 기뻐할 건 이거밖에 없으니까.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엄마가 안 계시면..
채영 : 민재야.
민재 : 나 공부같은 거 하고 싶지 않어. 아버지처럼 연구에 미친 학자는 되고 싶지 않다구.
채영 말을 못하고 보는.. 그러다 민재의 팔을 잡아주는데..
민재, 뿌리치더니 일어나 저만치 간다. 아마도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듯 하다.
채영 말없이 민재의 뒷모습을 본다.
어두운 밤 도시를 바라보는 민재. 눈물이 그렁거리며 맺힌다. 거칠게 쓰윽 닦아내버린다.
S#38. 밤 학교 캠퍼스 전경
S#39. 동아리방 (밤)
정태가 혼자 의자에 길게 기대어 앉아있다. 지친 모습이다.
야전 침대에선 재명이 잠들어있다.
정태, 회로도를 다시 펼쳐본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다.
S#40. 병실 (아침)
잠이 덜 깬 얼굴의 채영이 창문의 브라인드(커텐)을 제친다. 환하게 들어오는 햇살.
돌아보면 민재 모친이 채영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채영 : 좋은 아침이에요. 아줌마.
모친 : 그래. 어제 밤에 불편하지 않았니?
채영 : 어유 이 정도면 호텔급이에요. 전 의자 두 개만 붙여주면 어디서 든 잘 잘 수 있거든요.
(하며 침대 밑으로 보호자용 낮은 침대를 밀어넣는다)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민재.
채영 : 하이 좋은 아침.
민재 : (긴장된 얼굴로 미소지으려 애쓰며 모친에게로) 수술은 11시부터래요. 좀 있다가 간호사들이 혈압이랑 이거저거 체크하러
올거구요. 그리구.. 알아봤는데 수술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대요. 수술 하구 나면 중환자실루 가지만 별건 아니구요.
2주 후면 퇴원을 할 수 있대요. 그리구...
모친 : 민재야.
민재 : 예?
모친 : (침대 옆을 두들기며) 일루 앉아봐라.
민재 : (주춤거리며 가 앉는)
채영 : (재빨리 문으로 가며) 저 마실 거 좀 사올게요. 빵두 좀 사와야 겠다.. 다녀오겠습니다. (재빨리 나가는)
모친 : (채영이 나간 쪽 미소지어 보다가) 채영이는 여전하구나. 여전히 힘이 넘쳐.
민재 : 엄마.. 괜찮으시죠?
모친 : 난 괜찮아. 넌 아직 이 에미를 몰라?
민재 : 알죠오. (억지로 웃는)
모친 : 민재야 너 보기에 엄마는 아주 강하지 않았니?
민재 : 그럼요. 엄만 수퍼우먼 선발대회 나가면 챔피온 감이잖아요.
모친 : 그리구 니 돌아가신 아버진 아주 바른 분이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옳지 않은 일은 하신 적이 없어.
민재 : ... 예.
모친 : 넌 이 엄마 아버지 아들이니까 두 개 다 갖고 있어야 돼.
민재 : ...(불안해지는) 엄마. 알아요. 아니까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셔두 되요. 엄만 그냥 편하게. 수술 받으시구..그리구 2주 뒤에..
모친 : 니가 잊어먹을까봐 해주는 소리야.
민재 : ...
모친 : 그런데 느이 학교 식당 밥은 좀 나아졌냐? 여전히 똑같은 메뉴야?
민재 : (막 심각해지다가 억지로 웃는) 제일 형편없는 건 냉면이에요. 그거 드시면 엄만.. 일곱시간쯤 잔소리 하실걸요.
S#41. 로봇 실험실
정태가 굳은 얼굴로 보고 있다.
중희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을 해보고 있고.. 모니터 뒤에서 명환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옥주와 재명이 저만치서 선배들과 정태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고.
만수가 뻥과자를 씹으며 로봇들을 살펴보다가.
만수 : 선배님들 잘 좀 찾아봐주세요. 천하에 김정태가 자존심 다 버리구 고개 숙여가며 부탁한건데.
정태 : (씁쓸한데)
만수 : (정태의 어깨를 툭툭 쳐가며) 마. 인생은 돌발사고의 연속이야. 문제는 그 사고더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이거지.
명환 : (중희에게) 알고리즘은 완벽한 거 같은데..
중희 :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 그 이상하네..
명환 : (정태에게) 주파수 방해 때문은 아니고?
정태 : 반경 백미터 안에서 우리 주파수 방해할 요인은 없어요. 다 뒤져봤습니다.
명환 : 다시 한번 스타트 시켜봐.
중희 : (작동하면)
경기장 위에서 여전히 뱅뱅 돌거나 벽에 부딪치며 난리를 치는 로봇들.. 그 때 요란한 박수소리..
모두 보면 열려진 문가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대욱과 그 뒤의 진수.
대욱 : 대단합니다. 이건 완전히 광마돌진형이구만요. 예? 미친 말의 돌진.
만수 : 댁들은 뉘신가.
진수 : (대욱을 끌어내며) 레드존팀입니다. 지나가다가 문이 열려져 있길래 잠시 실례했습니다. 대욱아 가자.
대욱 : 야야 진수야 너 봤지? 기냥 벽에다 박아치는 로봇의 저 공격성. 우리 로봇들이 저 팀하구 부딪히면 다 박살나는 거 아냐?
만수 : 레드존? 아아아 니들 이번에 시범경기 나오는 팀이구나. 방가와요오..
진수 : 저흰 순수 학부생들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대학원 선배님들이 도와주거나 그러진 않구요.
있는 대로 실력을 발휘할 거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중희 얼른 로봇을 중지시키고. 명환과 중희 머쓱해서 서로 쳐다보는데..
진수 : 인사했으니까 가자. (먼저 가고)
대욱 : 내가 저런 걸 어디서 또 봤었는데.. 아 맞다맞다. 이차대전때 가미가제.. (뒤를 따르며) 일본애들 그거 있지.
기냥 날라와서 자폭해가지구 죽는 거. 가미가제. 맞지?
정태,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는다. 일이 도대체 안 풀리고 있다.
S#42. 박교수 연구실
마이클과 남희가 앉아서 각자 컴퓨터로 작업을 하며...
마이클 : 이건 완존히 매드로봇이에요. 자기 혼자 브레이크 댄스 추고 다이빙하고 난리 났어요.
남희 : 큰일이네. 지금이라두 빨리 이교수님께 가서 자수하는게 낫지 않겠니? 이번 시범경기 중요한 거라면서 늦기 전에
다른 팀을 수배하는 게 낫지 않겠어?
마이클 : 정태형도 지금 매드했어요. 머리에서 김이 보글보글나요. 민재형한테 나 믿어라 했는데.. 말짱 꽝 되서..
프라이드 팍 죽었어요.
남희 : (혀를 차며 보는데)
박교수가 서교수를 끌다시피 하여 들어온다.
박교수 : 남희양 우리 서교수님 오셨다. 맛있는 커피 부탁해두 나 미워하지 않을거지.
남희 : 아이구 참.. 앉으세요. (냉장고 쪽으로 가고)
마이클 : (일어나서 꾸벅 인사하고) 안녕하세요.
서교수 : 하하 이젠 한국식 인사에 익숙해졌구나 응?
박교수 : (자기 자리 서교수 자리를 부산하게 준비해주며) 그럼 오늘 아침에 귀국한거야? 그럼 형 지금 무지 졸리겠다.
서교수 : 아냐 비행기에서 내내 잤어. 인공위성 센터에 가봐야지. 며칠 비웠더니 불안하네.
박교수 : 아이구아이구 형이 무슨 컴퓨턴 줄 알어. 아니 컴퓨터두 너무 혹사시키면 수명 단축되는 거 알어?
그래 모교 찾아본 기분이 어때? 일리노이 대 여전하지?
서교수 : 내가 놀러간거냐? 이번처럼 지독한 세미나는 첨이었다.
박교수 : 난 모든 세미나가 다 지독하든데.
서교수 : 참 너두 갔으면 좋았을텐데. 거기 지금 Y2K 테스트를 하고 있더라구. 내 전공은 아니지만 아주 재밌게 보구 왔다.
우리나란 이렇게 가만 있어두 되나?
마이클 : (문득 뭔가 머리 속을 스친다.. 입으로 일리노이..일리노이..하고 중얼거려본다)
박교수 : 미국이야 89년부터 해결책 마련에 나셨잖아. 우린? 89를 거꾸로해서 98년에 시작했구.
사람들은 왜 컴퓨터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 같단 걸 모르나 몰라. 사랑을 준만큼 따라준단 말야.
서교수 : 내가 보기엔 애완동물 중에서 그렘린이다.
박교수 : 그렘린?
서교수 : 그 영화 있었잖어. 모구아이였나? 애완동물인데 물만 뿌리면 악마같이 변하는거..
박교수 : 그게 무슨 영환데? 예기해줘봐바. 응?
마이클 : 저기요. 익스큐즈미 합니다. 아까 일리노이 대학이라고 하셨어요?
S#43. 동아리방
정태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마이클.
마이클 : 형. 저번에 일리노이대학에서 자료 다운 받았지?
정태 : 일리노이? 할서버?
마이클 : 거기서 Y2K 실험했대. 서버 두 개 중에 하나는 테스트 했대.
S#44. 병실 복도 (낮)
민재 모친을 실은 밀차를 밀고 오는 남녀 간호사들.. 그 옆에 붙어 모친의 손을 잡고 따라오는 민재.
모친은 민재를 보며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채영, 어쩔수없이 겁에 질리며 따르고 있다.
S#45. 수술실 앞
밀침대가 수술실로 들어선다. 민재 모친의 손을 드디어 놓고 밖에 남겨진다.
채영이 민재를 조심스레 본다. 민재는 닫혀진 수술실 문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S#46. 수술실 내부
수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의사 3명, 간호사 2명, 기기담당 1명..
환자에게 인공호흡기가 부착되고. 인공심장기가 작동되고..
S#47. 수술실 밖 복도
민재, 고개를 숙이고 기도라도 하듯이 앉아있다.
채영 그런 민재를 슬쩍 보고, 살그머니 손목 시계를 보고. 그리고 슬그머니 일어선다.
S#48. 병원 공중 전화
채영이 전화 버튼을 누른다. (대전지역이겠지요)
채영 : 여보세요... 어 지원이구나. 거기 동아리 애들 없니?
S#49. 동아리방
방에는 지원이 혼자.
지원 : (전화) 애들 다 테스트 한다고 갔어. 아 로봇 오류는 해결봤대. 그게 글세 Y2K때문이었댄다. ..그래. 저번에 정태가
일리노이 대학 할서버에서 자료 다운 받은 거 있었지? 그 대학이 Y2K테스트 중이었는데 하필 그 서버의 것을
다운 받았었나봐. 느네 로봇 프로그램이 그 컴퓨터 안에 있었잖아. 그게 전이된 거였어.
S#50. 병원 공중전화
채영 소리도 못 지르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채영 : 내 그럴 줄 알았어. 내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구. 그래서 타임셋팅 새로 해봤대? 잘 된대지? 으흐흐 그래..
...뭐? 민재 어머님? ..(금방 시무룩해져서) 어..아마 지금쯤.. 수술 시작하셨을거야.
S#51. 수술실 내부
메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도구판이 보이고.
각각의 장비들이 작동되는 모습.. 모니터의 그래프 등이 스케치 되고..
수술대 주위에 모여있는 의사와 간호사들..
의사 : 다 준비됐죠? 이선생. 카디오플레지아 준비 됐어요?
자막 (cardioplegia : 심근 정지액)
기기담당 남자가 링거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튜브를 들여다보며,
남자 : 네.. 좋습니다.
간호사 : 잠깐만요.
모두 돌아보면 간호사가 놀라서 인공심장기를 보며.
간호사 : 인공심장기가 작동이 안되요.
의사 : 뭐요?
S#52. 수술실 앞 복도
채영과 민재가 앉아서 긴장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수술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간호사 한명이 뛰어나온다.
민재 채영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데. 간호사는 그들 앞을 지나쳐 달려간다.
뒤이어 기기담당 남자가 달려나오더니 역시 급하게 달려 지나간다.
민재, 거의 미쳐버릴 상태가 되서.. 수술실 안으로 튀어들어간다. 채영도 따르고.
S#53. 수술실 입구
민재 뛰어들려는 것을 간호사가 막아선다.
간호사 : 뭐하시는 거에요. 여기 들어오면 안되요.
민재 : 뭡니까. 무슨 일이 있는거에요. 왜 다들 뛰어나오구 그러는거에요?
간호사 난처한 듯 수술실을 돌아본다.
가로막고 있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술실 내부 장면.. 의사들이 기계 앞으로 몰려들어 왈가왈부하고 있다.
민재 : 지금 뭣들 하시는거에요? 수술 안해요? 예?
간호사 : (할수 없다는 듯) 기기에 이상이 생겼어요.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이상하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데.
민재 : 기기라니요?
간호사 : 인공심장기가 멈췄어요. 그게 작동되야 수술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환자분은 염려마세요. 아직 수술 전이라서...
민재 : 뭐라구요?
S#54. 병원 복도
민재가 미친 듯이 걸어오고 있다. 채영이 그 뒤를 급히 따르면서..
채영 : 어디 가는거야.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어?
민재 : 기기래잖어. 기계. 내가 전자과잖아. 내가 입때껏 공부한 게 전자전기잖어. 그러니까 뭔가 해야되잖아.
채영 : 얘 민재야. (잡으려지만)
민재 : (뿌리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초조하게 기다린다)
채영 : (한숨을 쉬고 같이 기다리다가.. 문득 엘리베이터 옆에 붙여진 공고문을 보더니..) 이민재.
민재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타려는데)
채영 : (민재를 끌어내어 공고문을 가르키며) 이거 좀 봐.
민재 : (급해서) 뭘 봐.
채영 : 이거.
공고문에는 [본 병원 전산실에서는 일요일 25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Y2K 영향평가실험을 실시합니다.]
민재 : Y2K?
채영 : 인공심장기 그거 중앙전산실에서 조절하는 거 아닐까?
민재 : (뚫어져라 보고만 있는)
채영 : 우리 로봇들 문제도 이거였대거든. Y2K. 이거 테스트 하는 대학에서 자료를 다운 받았는데..
그게.. 우리 로봇 프로그램에 전이되면서 로봇들이 미쳐버린거야. 그래서..
민재 이미 닫혀진 엘리베이터 문을 보더니 계단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S#55. 전산실 앞
엄격히 통제되는 구역이다.
민재, 채영을 말리는 전산요원 둘이 보인다.
전산요원 : 여긴 아무나 들어가는데가 아니라니까요.
민재 : Y2K 테스트 했었죠?
전산요원 : 했어. 근데 학생들 뭐야. 어서 나가요. 어?
채영 : 중앙컴퓨터 확인했어요? 시험작동 전으로 타임셋팅 제대루 했냐구요.
전산요원 : 얘들 대체 누구야. 어이 경비불러.
민재 : 어머니가 수술 받아야 되는데요. 근데 기기가 이상해졌거든요.
전산요원 : (듣지도 않고) 경비 부르래니까.
민재 : 어머니 지금 수술실에 계시거든요.
전산요원 : 글세 그걸 여기 와서 그럼 어뜩게 해.
민재 : (갑자기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앉더니) 한번만 확인해 주세요. 예? 어머니가 수술 들어가셔야 된다구요.
전산요원 : (당황해서) 아니 어이 이거봐.
민재 : 그냥 속는 셈 치구 한번만 확인해 봐주세요. 부탁입니다. 이렇게 부탁할게요. (고개를 숙이는)
채영 : (울거 같은 얼굴로 전산요원을 본다)
전산요원 : (난처해서 동료를 돌아보는)
S#56. 전산실 안
병원내 모든 기기를 통제하는 중앙컴퓨터 시스템이 설치돼있는 곳.
전산요원, 중앙컴퓨터 작동시키기 시작한다.
(시간경과)
민재 초조해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채영도 애가 타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채영이 소리를 지른다.
채영 : 이거요 이거.
타임이... 00년 01월 01로 되어있다.
전산요원 : (되려 기가 차고 놀라며) 아니 이거 왜이래 이거 제대로 확인 안했었어?
전산요원, 타임셋팅 99년 04월 24로 다시 셋팅한다.
민재, 채영, 서로 마주보더니 다시 달려나간다. 달려나가며 민재, 소리를 지른다.
민재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전산요원은 옆의 전화기를 들고 급히 버튼을 눌러대느라 듣지 못한다. 아주 괴로운 얼굴이다.
S#57. 수술실
힘차게 작동이 시작되는 인공심장기..
마스크를 쓴 의사와 간호사가 안도하며 서로 쳐다본다.
S#58. 수술실 밖 복도
초조하게 닫힌 문을 쳐다보는 민재와 채영.
문이 열리더니 아까의 간호사가 내다보고는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고 들어간다.
채영 좋아서 민재를 얼싸안는다. 민재도 너무 좋아 정신이 없다.
S#59. 병원 외경 (밤)
S#60. 중환자실
민재의 모친이 여러 가지 기기들에 둘러싸인 채 침대에 누워있다. 아직은 의식이 없는 상태.
이만치 유리창문 밖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는 민재와 채영.
채영, 민재를 돌아본다.
민재는 모친을 하염없이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다.
S#61. 병원 로비
채영과 민재가 걸어나오고 있다. 채영은 등에 가방을 메고 있다.
채영 : 정말 다행이야. 성공적인 수술도 그렇고 느네 큰형님 오신대는 것도 그렇고.. 언제 오신다구 했지?
민재 : 내일 도착할거야. 형수도 같이 온댔어.
채영 : 야아.. 나도 있음 좋을텐데. 느네 조카두 보구 싶은데.
민재 : 이번에 고마웠다.
채영 :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민재 : (시계를 보며) 서둘러야 겠다. 막차 놓치겠어.
채영 : 택시 태워주면 안 늦을텐데.
민재 : 알았다 알았어.
채영 : (히이 웃고 앞으로 가는데)
민재 : (멈춰선다) 아 근데 말이지.
채영 : (돌아보는) 뭐?
민재 : 너.. 아까 한 말 말이야.
채영 : 내가 무슨 말했는데?
민재 : Y2K 땜에 우리 로봇들이 미쳤다구 했든가...
채영 : (시침 떼며) 우리 로봇들이? 왜애?
민재 : 자 솔직히 털어놓으시지 그래. 뭐가 어떻게 된거야?
채영 : 내가 말이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한가지 확실하게 깨달은게 있는데 말이지. 그게 뭐냐...하면.. 인간이 만든 실수는
반드시 인간의 손으로 고쳐놓을 수 있다.. 이거야. 어때 멋지지?
민재 : 글세. 그 실수가 뭐고 어떻게 고쳤냐고.
채영 :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아 저기 택시 왔다 택시. (뛰기 시작 하며) 나 간다. 수고해.
민재 : 시범경기 똑바루 해!
채영 : (나가며 뒤로 손을 흔들며) 돈 워리. 비 해피!!
웃으며 보는 민재.
웃으며 뛰어나가는 채영.
첫댓글 진수 - 김정민, 대욱 - 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