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하루 갈까말까를 무척 망설였다.
혼자 남는 고3 넘이 좀 불쌍하기도 했는데..
과감하게 딸 문자 넣어보니 일욜 집에 안 가고 용인에 있는데
저녁 사 주면 안되냐는 제안에 애라이~
홍천으로 가자는 굳은 마음을 먹었다.
곧장 태균회장에게 통보했으니 공작산행이 바로 다가오는 듯 했다.
토욜 저녁 먹으면서 고3 넘에게 양보를 얻어냈다.
할일도 미루고
건강을 위해서
자다말고 일어나니 4시반
딸에게 전달해줄 물건 이것저것 트렁크에 담아서
고3 아침식사 할 준비해서 식탁에 밥과 국 빼고 다 챙겨놓고
5시반 분당으로 튀었다.
간간이 고속도로도 새벽이지만 번잡하다.
카메라와 번잡 때문에 140Km 씩 빨리 달리려 했지만,
잘 안된다.
6시50분 용인학교로 달려서 딸에게 필요한 물건 전달하자마자
7시 분당으로 날았다.
7시12분 분당이 코앞인데 영화대장이 전화했다. 터널지나는 터라 매너콜로 뜬다.
다시 바로 전화하니 어디냐고 해서 다 왔다고 했다.
7시20분 견인지역에 주차하니 뭔가 불안했다. 그래도 영화대장 빽을 믿었다.
분당은 역주변에 먹거리가 많아서 좋다.
7시43분 정확하게 삼부관광버스가 도착한다. 버스가 좋은 차다
산악회가 멋진 산악회인지 버스도 깔끔하니 좋다.
일단 움직이는데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운전을 딴 사람이 해 주니까
차가 움직인다. 다들 첨보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학오름 태균회장, 영화대장, 영원한 해병 재붕, 아직 몸이 불편하지만 산행의 욕망이 하늘을 찌르는
우리세대의 걸출한 스타 경식까지해서 총 5명이 중간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니
꼭 학오름 정기산행 온 것 같아서 좋았다.
9시48분 차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대관령과는 상관없이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홍천 공작산입구에
미끄러지듯 도착했다.
내심 걱정이 된다. 전문산악인에 드림팀이라고는 나 혼자인데,
처지지 않고 잘 따라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 무지무지 맘이 쫄았다.
시작부터 말없이 앞 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숨소리 쌕쌕대면 오르지 말라 칼까봐
무지 조심 숨쉬며, 눈 녹은 물이 개천을 이루는 장관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리 보다 힘이 좋은 팔을 이용해서 영화대장이 그렇게 스틱을 사용하라 한 이유를
체험했다. 팔힘이 도와주니 다리가 훨씬 수월해진다.
죽자 걸어서 꼴찌는 안되어야지 했다. 이미 무공팀보다 앞서가는 산악회의 산행대장은
보이지가 않는다.
공작산 정상 700M 남은 곳까지 2.6Km를 쉬지 않고 걸었다. 좀 미쳤다 싶었다.
숨고른 뒤 정상을 향해 도전, 이곳부터는 장난이 아니었다.
중간에 아이젠을 찼다. 응달에는 눈이 녹지도 않았지만, 밟아서 미끄럽기도 하고 눈도 20센티는 족히
쌓였던 것 같다. 500M를 걸었는데, 여태 왔던 것 보다 시간이 더 걸린 듯 힘에 부쳤다.
눈 덮힌 산길이 볼 수록 신비롭다.
나 라는 인간이 이런 신비로운 길을 밟으면서 줄지어 산행할 수 있다는 사실로만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길은 무지 경사가 높아 많이 걸었지만, 사실 걸은 거리는 얼마 안 되나보다
정상을 200M 남겨두고 다시 아이젠을 풀고 바위를 올랐다.
겨우 꼴찌로 정상에 오르니 나머지 학오름은 이미 도착해서 경치구경에 맛나고 신선한 공기 들이키느라
신선의 경지에 올라있는 듯 했다.
일단 한장 박고
태양열 집판기가 있는 옆 봉우리로 다시 절벽타기 한판하여 옮겨보니
가히 공작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멀리 홍천군청 쪽 너머 백운봉이 하얀 꼭대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장 더 박고
반대편 태백산맥도 하얀 봉우리가 천지 빽가리다
다들 아쉬워 한 곳도 이곳이다. 우리의 뻐꾸기 전사가 같이 왔더라면
채근담의 한줄과 멋진 시 한수를 읊어서 우리의 귀를 다시 한번 개운하게 했으리라고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뻐꾹아 담에는 꼭 같이 가자!
다시 돌아가는 길도 난감하다. 정상오르며 절벽 두어개 넘다보니 내려가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비실거리는 아줌마부대도 정상정복하고 가는데
아닌 척하며 능청스레 다시 내려와서 수타사로 빠지는 갈림길에서
산악회 아짐씨가 하나씩 나눠주는 초콜렛이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다.
우리 뒤는 항상 같은 페이스로 점잖게 따라오던 70대 중반의 아저씨(??)
나중에 약수봉을 오르며 보니 50대 초반이 나보다 체력이 좋으신 분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
70대중반임을 알고 전파한 경식이 조차 20년후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연발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내려오는게 아니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
헬기장에서 김밥과 떡, 막걸리 한잔으로 입가심 점심 때우고 다시 전진!
약수봉 400M 전까지 거의 바닥까지 내려왔다가 560M의 약수봉을 다시 오르는 통에
나는 에너지고갈로 그로기 상태에 돌입했다.
영화대장이 앞선 산악회 선두대장 따라 부지런히 걸어서 약수봉에서 내가 도착할 때까지
20분을 쉬었단다. 내가 바닥에서 시작할 때 약수봉에 올라서 기다린 셈이다.
흐느적 거리면서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서 겨우겨우 약수봉을 올랐다. 더 이상 죽어도 못 갈 것 같았는데
그래도 쉬엄쉬엄 514고지로 향했다. 2.8KM 남은 수타사가 이렇게 멀리 있어 보일 줄이야......
에너지 고갈 상태로
다리와 팔이 거의 따로 노는 상태같이 되었다.
쌔리 지기삔다캐도 더 이상 못 갈 것 같은 길을 다시 죽어라 걸었다.
500여M 꼭대기에서 보이는 수타사는 정말 그림같이 멋있었다.
이 장면에서도
뻐꾸기가 필요했다. 카~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급해서 두번이나 미끌어져 엎어졌지만
다치지는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쌓인 낙옆이 눈 만큼 미끄러웠다.
15시10분 수타사 옆 계곡에 먼저 도착한 태균회장과 영화대장이
용담(수타사 옆 계곡물)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이제 산행이 종료되었으니
한시름 놓고 개운한 물에 세수한번 하고 수타사를 구경하니 엄청난 고찰이었다.
수타사 연륜 등은 인터넷 참조하시고
15시30분 생태숲체험장까지 이동한 버스 옆에서
보리쌀을 섞어서 금방 해 낸 밥,
오뎅에 청양고추 하나씩 썰어넣고 무를 푹 삶아 끓여낸 오뎅국 (술안주로 죽인다고 했다.)
고사리 등 나물 두가지와 김치로
배도 고프고 에너지가 고갈된 몸뚱이에 에너지의 전률을 느끼게 했다.
다들 산행을 빨리 마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서
허겁지겁 먹었던 음식물들은 순식간에 정리되고
16시 서울로 향해서 버스는 출발했다.
중간 차차차 휴게소에서 쉬면서 버스는 세차하고 산행한 일행들은 휴게소내 TV보니
필리핀 가서 특정 어린이 찾는 미션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에젤이란 애의 엄마는 7남매를 버리고 남편이 죽자 애들을 쓰레기산에 그냥두고
재혼해버린 황당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개념없는 나라가 필리핀인가 싶었다.
하늘이 도와서 길이 안 막히고
분당 오리역에 내리니 18시 50분(?)
오면서 공중파TV3사가 펼친 밴쿠버의 영웅들 잔치가
월요일 온 신문, 인터넷 기사에 과다한 잔치로 피곤한 영웅이라는 글을 보니
방송사들이 너무 발광하는 듯해서 씁쓸했다.
19시반에 다시 용인학교로 가서 딸을 태우고 저녁 먹으러 나서니 학교앞은 술집과 음식점을 같이 경영해서
싫다고 한다. 결국 영화대장이 추천한대로 오리역까지 이동했다.
20시 오리역 먹자골목에서 불고기로 저녁식사, 배터지게 먹어치우고
21시20분 오리역에서 출발하여
21시50분 다시 학교에 딸 내려주고 나니 암만해도 고속도로에서 졸려 집에 곧장 가지 못할 것 같았다.
남이 운전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는
이렇게 되면 잘 느끼게 된다. ㅎㅎㅎ
결국 기흥휴게소에서 푹 자고 일어나서 집에는 새벽 3시에 도착했으니
22시간을 공작산을 위해 투자한 셈이다. ㅋㅋㅋ
그래도 산행한 중에 에너지고갈을 느낄만큼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건다.
영화대장!
담에도 이런 번개 가끔씩 쳐서 편안하게 다녀와보자. 참여한 학오름도 만세!!!!!! 응원해준 학오름도 만세!!!!!!!!!!
건강하게 살자
첫댓글 형주야! 수고했다. 그 먼길에 꼭두 새벽부터 왔다가 거진 산행 12 ~14 km 를 했다는 그것만 해도 니 체력 무지 좋은 편이다. 그냥 분당 인근에서 왔다면 훨 수월치 모르지. 어쨋거나 니 등산 실력은 당연히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딸 밥먹이랴 꼭두 새벽에 밥하랴.. 그래도 그게 사는 것 아이가 ? 금주 정기 산행에서 보자.
형주야 이젠 무공팀에 합류하고, 난 다시 2차 드림팀으로 올라야겠다. 수고했다 그리고 산행에 대한 애정이 너 따를 자 없어보인다.
와아 좋은산 잘 갔다왔네 부럽다 학오름 회장,대장,드림팀,해병대,무사회멤버들까지 다섯이면 특공조라고해도 되겠네 나도 갔어야 하는데 토욜 관악산갔다가 날씨가 포근해서 자켓벗고 등산 티만입고 타고 났더니 감기가 와버렸다 환절기라서 일교차땜에 주변에 감기환자 많더라 이번 일요일까지 건강 조심하고 불곡산에서 함성 한번 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