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로서의 풀은 지구표면을 가장 넓게 덮고 있는 피부와 같은 존재이다. 비교적 짧은 생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의 몸을 자연으로 신속히 돌려보내는 특성은 토양을 기름지게하고 수 많은 생물, 특히 초식성 생물들을 위한 먹이가 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짧은 생만큼 빠른 물질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토양 속으로 수없이 뻗어 들어간 뿌리들은 토양이 숨쉬게 할뿐만 아니라 그 속의 미네랄을 포함한 여러 영양소들을 다른 생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물론 목본, 곧 나무도 초본과 마찬가지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절대적이지만 큰 덩치와 높은 위치 그리고 강한 구조 등은 순환의 속도를 제한한다. 그럼에도 나무는 나무 나름의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지구상 그 어떠한 생물보다 많은 양의 유기물을 축적할 뿐 아니라, 연중 같은 장소에서 수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지구의 버팀목으로 살아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나무와의 경쟁에서 순리를 따라 적응하고 널리 퍼지며 그들과 공존해 온 것이 바로 풀, 초본인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초본류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태학적, 생물학적, 분류학적 측면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특별히 언급되지 않는 한 모든 내용은 목본과 초본 모두에 해당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초본류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재한다.
가. 식물군의 이해 - 생화학적 측면
이미 아카데미 과정에서 언급되었지만, 지구상의 식물은 그 생화학적 및 생태적 특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군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식물은 광합성 최초의 생성물이 무엇인가에 따라 C3, C4 및 CAM 식물로 나눌 수가 있다.
여기서 C는 탄소를 나타내며 숫자는 탄소의 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광합성으로 생성되는 유기물이 가지는 탄소숫자가 몇 개인가에 따라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다.
1. C3식물
온대지방을 비롯하여 지구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종이 가지고 있는 광합성 방식을 나타내는 식물군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처음으로 고정하는 경우 생겨나는 화합물이 탄소수가 3개인 PGA(phosphoglyceric acid)이다. 일반적으로 온화한 기후 조건에서 최적의 생존능력 및 생산성을 발휘한다.
흔히 우리가 보는 잎의 엽육조직에서 광합성이 진행된다. 온도변화와 빛 조건 그리고 수분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는 조건에서는 각종 기상재해를 입기 쉽다. 거칠지 않은 해부학적 기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식량자원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초본류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히려 이러한 특성이 병해충에 약하다는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구상 약 70-80%에 해당하는 식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2. C4식물
C4식물은 일조량이 아주 극단적으로 많고 기온이 높은 곳에 서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광합성 최초 생성물이 탄소수가 4개인 옥살로아테이트나 말레이트이다. 위에서 언급한 C3식물군의 경우와 달리 해부학적 구조가 좀 복잡하다. 잎에는 잎맥이 있으며 이 맥을 중심으로 유관속초가 발달해 있다. 이 유관속초를 벗어나면 엽육조직이 있으며 대부분의 광합성 회로는 이 엽육조직에서 진행된다.
덥고 일조량이 높다는 점은 어떠한 식물에게나 극단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다름 아닌 수분 스트레스이다.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을 경우 기공을 열어 광합성을 진행해야 하는데 기공을 여는 순간 지나치게 빠른 증산작용으로 체내의 수분을 소실하게 되고 결국 말라죽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덥고 일조량이 높은 곳에 사는 식물들은 기공은 열되 최소한의 크기로 열고 그 좁은 틈으로 수분을 내보내고 CO2를 들이며 산소를 방출하는 기능까지 해결해야만 한다. CO2를 받아들일 시간적 여유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이들은 한번 잡은 CO2는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C4식물은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바로 특수한 효소인 PEP Carboxylase가 아주 강력한 포획능력으로 CO2를 체내로 고정해주기 때문이다. 이때 생겨나는 화합물이 다름 아닌 옥살로아세테이트나 말레이트와 같은 탄소가 4개인 유기물이다. 이것들은 일시적으로 유관속초 내에 저장되어 있다가 엽육세포쪽으로 이동하여 CO2를 방출하면서 PEP 그리고 PGA로 전환되고, 이들은 다시 광합성에 필요한 CO2를 고정하기 위해 유관속초로 돌아가 순환하게 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이 대표적인 C4식물이다.
지구 온난화 및 가뭄의 장기화 등에 대비하여 관심을 끌고 있는 식물이 바로 이들이다. 북한에서 슈퍼 옥수수를 보급하여 유명해진 김순권박사의 연구테마도 바로 C4식물인 옥수수이다.
3. CAM 식물
위의 두 가지 식물군은 최초 생성물이 다르긴 하지만 태양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낮에 기공을 여닫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낮에는 아예 기공을 열어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인 사막에 사는 식물의 경우는 생존을 위한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
우리가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환경을 가진, 극단적으로 건조한 대기조건과 타버릴 것 같은 온도가 유지되는 사막에 서식하는 이들 CAM 식물들은, 낮에는 철저하게 기공을 닫고 있으며 해가 사라지거나 밤이 되면 기공을 열어 대기 중의 CO2를 흡수한다. 이때 처음으로 생성되는 화합물은 위에서 언급한 C4식물의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들은 해부학적으로 재미있는 구조를 활용한다. 흔히 식물은 몸 내부에 쓰레기통에 해당하는 액포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다 일시적으로 CO2 고정 산물을 저장해 두는 것이다. 쓰레기통에 말이다.
그리고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기공을 닫고 CO2고정을 중단하며 그 동안 저장한 액포속의 CO2를 꺼내어 광합성을 개시한다. 광합성은 액포가 아닌 엽육조직에서 진행되며, 이때 액포에서 광합성을 위한 CO2가 분리되면 C4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 CO2를 고정할 수 있는 중간물질인 PEP와 PGA가 재생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AM 식물중 하나가 바로 돌나물인데, CAM의 C가 다름 아닌 돌나물 속을 뜻하는 Crassulacean의 약어인 셈이다. 결국 돌에서 서식하는 식물, 다름 아닌 사막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오랜 시간동안 식물은 말없이 적응을 위한 노력들을 거듭해 왔다. 가끔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지혜와 적응력으로 지구상에 살아남았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남긴 지혜의 산물인 광합성 생성물을 얻어 쓰는 존재임을 좀 더 깊이 있게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나. 식물의 지혜와 전략
1. 꽃, 번식과 번성을 위한 절묘한 장치
초본과 목본을 떠나 식물은 자신과 닮은 후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간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기가 막힌 번식전략으로 세상을 다스려 왔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곤충들은 다름 아닌 식물의 노예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곤충이 식물을 먹고 곤충 때문에 또는 또 다른 생물들 때문에 식물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식물의 얼굴을 보면 어떤 곤충과 가장 친한지 어떤 생물과 가장 밀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쓰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생물의 세계에서 많고 많은 종류를 가진 곤충을 일꾼으로 두고자 한 식물의 지혜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날지도 못하고 섬세하지도 못하며 가끔은 게으르기도 한 인간과 같은 생물을 일꾼으로 두었다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래도 식물은 너무나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들만의 기관을 많이도 만들어냈다. 가장 흔히 관심을 끄는 것이 다름 아닌 꽃이다. 잘못 읽으면 꼬추가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실제 꽃은 꼬추다, 꽃을 꺾어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글자로 그려보면 바로 꼬추가 아닌가!
식물을 이해하고 그 이해의 첫 걸음으로 이름을 알고자 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바로 꽃이다. 꽃을 어떻게 구분하고 분류하며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느냐에 따라 심지어 하는 일이, 요즘은 밥벌이?까지도 달라지기도 한다.
지구상에 흔히 우리가 말하는 꽃을 단 현화식물이 등장한 것은 대략 1억 몇천만년전쯤이라고 추측된다. 물론 꽃을 어디에 기준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꽃의 탄생시기가 달라지겠지만, 흔히 속씨식물이 가진 기관의 하나로서 꽃을 다는 식물은, 1억 5천만년전쯤인 중생대를 전후로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한 식물이 지금은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니 꽃이 가진 위력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인간 역시 누구나 꽃 앞에? 무기력한 모양이다.
참고로 현화식물의 대부분은 두장의 자엽을 만드는 쌍떡잎식물과 한 장의 자엽을 가진 외떡잎식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일부는 분류적 특성이나 계통이 불분명한 것들이다. 이러한 식물들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목련류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꽃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식물들의 외형도 많이 바뀌었고 생존을 위한 수고로움을 더는 행태들이 무궁무진하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생대의 식물들 중 초본에 해당할 수 있는 고사리류들의 덩치가 거의 오늘날의 나무들만 하고 그것들이 지금의 석탄이 되었다는 점은, 추측이지만 번식과 그를 위한 전략에서 무기력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움직일 수 없기에 다른 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덩치를 키워야 했고, 경쟁관계의 다른 식물을 가리는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지구의 당시 환경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재로서는 추론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것은 식물의 진화상 쌍떡잎식물이 먼저 나타난 것으로 밝혀진 점이다. 보다 복잡한 쪽으로 변화 또는 진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외떡잎에서 쌍떡잎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지금부터 대략 7천만년전쯤에 외떡잎 식물이 등장한 것은 흥미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꽃을 가진 식물이 지구생태계의 주인이 된 점은 보는 우리로서는 여간 행운이 아닐 것이다. 미세한 홀씨로만 번식하는 특징을 가진 식물로 가득하다면 어찌 그 많은 식물들은 구별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만큼 얼굴모양처럼 기억과 분간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다름 아닌 꽃이며 이러한 꽃을 이해하는 것이 식물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꽃은 크게 꽃잎이 한 장으로 이루어지거나 합쳐진 합판화와 여러 장으로 갈라지거나 분리된 이판화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꽃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꽃잎, 꽃받침, 수술, 암술을 갖추고 있는 경우를 전재로 하지만 그중 한 두가지 요소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어느 경우든 꽃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이판화의 대명사라면 장미과 식물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장미의 꽃잎은 전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판화의 경우는 꿀풀과 초롱꽃과 석죽과 등이 예로 들 수 있는 경우이다.
꽃에서 볼 수 있는 기관들
암술
암술머리와 암술대
수술
수술머리와 수술대
자방
꽃잎
꽃받침
2. 꽃이 달리는 순서나 형상에 따른 표현들
무한화서 : 많은 꽃눈이 형성되며 맨 윗부분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구조를 갖는다. 또한 개화의 순서상 아래에서 위로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서서히 개화를 시작하는 꽃들을 말한다.
수직적 또는 수평적 분포가 한계를 가지지 않은 형상일 경우를 말하며, 대부분의 화서가 무한화서에 속하는 모양을 갖고 있다
유한화서 : 수직 또는 수평적으로 꽃의 개화나 출현에 한계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형상의 경우를 말하며 흔히 위에서 아래로 꽃이 피어내리는 것이 유한화서에 해당한다.
취산화서나 배상화서가 대표적이다
무한화서 :
총상화서 : 화축이 길게 신장하고 화경이 발달되어 있는 것 - 아까시나무, 때죽나무
수상화서 : 화축은 발달해 있지만 화경이 거의 없는 경우 - 사람주나무
산방화서 : 화경의 끝이 거의 같은 높이로 자라는 경우 -
산형화서 : 화축은 짧으나 화경이 길고 갈라진 곳에 총포가 있는 경우 - 송악, 생강나무
복산형화서 : 산형화서의 복합형
권산화서 : 화서가 말린 형상을 가진 경우 - 꽃마리가 대표적
원추화서 : 화서 전체가 원추형인 것 - 쥐똥나무
미상화서 : 연한 화축이 흘러내린 형상인 경우 - 참나무류
육수화서 : 화축이 육질형상인 경우 - 천남성과, 부들과
두상화서 : 화축이 극단적으로 짧아져 있고 화경이 없는 꽃이 달린 경우 -
은두화서 : 두상화서 중 특히 화축 끝이 안쪽으로 함입된 경우 - 무화과
유한화서 :
소취산화서 : 화축 끝에 한 쌍의 꽃이 달리고 그 아래에 소화경을 가진 꽃이 달리는 경우
배상화서 : 대극과 식물의 전형적인 화서. 컵모양의 화탁안에 한개씩의 암수술로 이루어진 꽃이 달린 경우
3. 화관
화관은 꽃받침의 내부에 또는 안쪽에 있으며 꽃잎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꽃잎이 서로 떨어진 경우는 이판화(離辦花) 또는 이판화관이라 하고 서로 붙어 있는 경우를 합판화(合瓣花) 또는 합판화관이라 한다.
꽃잎의 형상에 따라 많은 유형의 화관과 관련된 용어들이 등장한다.
A. 이판화관의 경우
접형(蝶形, 나비형) : 콩과식물의 경우
장미형 : 장미, 배, 사과, 해당화, 찔레 등
십자형 : 무, 냉이
백합형 : 백합,
투구형 : 투구꽃, 바꽃 등의 초오속 식물류
B. 합판화관의 경우
통형(筒形) : 국화과의 통상화가 여기 속함
통상깔대기형 : 유홍초의 꽃
깔대기형 : 병꽃류
종형(鐘形) : 도라지, 초롱꽃류
분형(盆形) : 담배꽃
축형 : 구기자처럼 짧은 판통에 판끝이 직각으로 펼쳐진 경우
호형(壺形) : 은방울꽃처럼 위는 좁아져 있지만 끝이 뒤로 젖혀진 형상을 한 경우
순형(脣形) : 꿀풀과 현삼과 등의 꽃이 대표적이다
4. 줄기의 행동
식물, 특히 초본의 경우 줄기가 땅위에서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유형과 민들레류처럼 줄기가 없는 것이 있다. 흔히 후자의 경우는 화병이 대단히 발달한다. 줄기가 유난히 짧은 경우는 잎이 몰려나와 방석모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식물의 외형중 특히 지상부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줄기에서 시작된다. 특히, 줄기는 그 존재의 목적에 따라 1년만 생존하는 1년생 식물, 2년을 생존하는 2년생 또는 숙근초를 가진 식물 및 그 이상을 생존하는 다년생 식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더 이상 광합성이 불가능한 겨울철에 지상부가 말라버리는 것을 초본류라 하고 그 일부가 다시 살아남아 계속 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목본이라 부른다. 물론 초본과 목본의 구분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줄기를 형태나 성장 패턴으로 나누어 보자.
흔히 토양에서 위로 수직으로 자라는 형상을 경상성(傾上性)이라 하고 완전히 옆으로 눕는 경우를 포복성(匍匐性)이라 한다.
포복성 중에서도 옆으로만 자랄 뿐 그 끝이 위로 자라는 경우는 복와성(伏臥性)이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눈향나무를 들 수 있다.
포복성인 줄기 중에는 땅에 닿은 줄기에서 뿌리가 나지 않은 것, 뿌리가 나는 것, 포복경이 나와 새로운 개체를 증식시키는 것 등이 있다. 이외에도 지하경에서 줄기가 나와 무더기로 자라는 것이 있다.
포복성인 덩굴 식물에는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경우, 덩굴손을 이용하는 경우, 흡반이나 흡기를 발생시켜 이를 이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5. 뿌리의 유형
생명의 출발에 가장 기본이 되는 풍부한 물이 오랜 시간 들어있던 바다를 근거지로 출현했다고 생각되는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지구 표면이 가지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이에 맞추어 줄기를 가진 식물조직의 일부가 그 형태적 변화를 꾀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이때 줄기만 그 변화의 역할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잎이 함께 하여 다양성을 갖추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도록 변화해 왔다.
그 예를 알아보자.
A. 지하경(地下莖) : 땅속에서 자라는 줄기. 옆으로 길게 자라는 것, 마디사이가 짧아져서 덩어리처럼 생긴 것, 그 중간형 등이 있다.
B. 포복경(匍匐莖) : 지하경과 유사하지만 지하경과 달리 땅위를 기어간다. 지하경보다 비교적 마디 사이가 길며 마디에서 뿌리와 잎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것이 번식의 한가지 방법이다.
C. 편경(扁莖) : 생장점이 넓어지거나 한쪽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줄기가 편평해진다.
D. 위엽(僞葉) : 편경과 같은 원인으로 생겨나지만 겉모양이 잎을 닮았다. 위엽에 달려있는 잎은 비늘모양이다.
E. 다육경(多肉莖) : 줄기가 매우 비대하고 광합성도 하며 잎이 퇴화하여 비늘처럼 되었다.
F. 괴경(塊莖) : 지하경이 비대하여 육질을 가진 덩어리로 되어있을 경우. 감자, 마 종류
G. 인경(鱗莖) : 잎이 육질화되어 짧은 줄기 주위를 덮어 밀생한 경우. 대표적인 것이 백합.
인경은 기왓장처럼 비슷한 크기의 것이 서로 포개진 경우와 파 종류처럼 보다 넓은 것이 바깥쪽에 보다 작은 것이 안쪽에 있는 것이 있다.
다. 식물의 생존 전략
a. 고산성 식물을 통한 이해
저지대 식물과 달리 고지대 식물들은 하나 같이 왜소하다. 겨우 주먹높이로 자라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홀로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군락을 이루거나 여럿이 뭉쳐 산다. 잎은 가늘거나 작고 지표면에 가까이 밀착하여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서 카펫모양이나 쿠션형태를 취한다. 방문하는 수분생물들이 적기 때문에 개체간의 수분을 꾀할 목적으로 꽃의 색깔이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며 자극적이다.
이러한 화려함은 대부분 안토시아닌 색소의 함량이 많은 까닭인데, 이 자극적인 색소가 곤충 등의 수분매개 생물을 유인하는 역할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맛이 유난히 쓰기 때문에 기피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초식성 생물에게 몸체뿐만 아니라 후손을 남기는데 절대 필요한 꽃을 뜯어 먹히는 경우를 줄여 생존의 기회를 높이는 기능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고도나 위도 이상이 되면 위로 자라는 나무들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구간을 수목한계선이라 한다. 대부분 극심한 바람이나 그로 인한 수분고갈 그리고 낮은 온도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심한 바람은 기온이나 수분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식물체 자체를 뽑아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덩치 크고 위로 자라는 나무들이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극한 바람과 싸우기 위해 몸을 땅 표면에 밀착시켜 주로 옆으로 기어 다니는 삶을 선택하였고, 서로 가지나 줄기를 얼기설기 엉키도록 함으로써 강한 바람이나 기계적 자극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은 고산성 식물이 나타내는 일반적인 생존을 위한 전략들이다.
대부분의 고산식물들은 지상부보다 훨씬 잘 발달한 지하조직이나 뿌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저지대 식물보다 수십배나 긴 지하조직인 뿌리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지대의 식물이 뿌리와 지상부가 1:1에 가깝다면 고산성 식물은 뿌리와 지상부가 최소 3:l 내지 최대 10:1까지 다양하다. 이는 높은 곳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고산성 식물은 혼자 살아남기보다 여럿이 뭉쳐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저지대의 식물들은 수평적 구조를 가져 개체 하나하나가 그 고유한 외형을 각자 지니고 있으나, 고산성 식물을 홀로서기보다 뭉쳐 살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이 반구 또는 바가지 모양을 하여, 가장자리에 위치한 식물은 키가 작고 중간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키가 커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은 전체적으로 바람이 빗겨가기 용이한 구릉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고산의 강한 바람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구릉형태이거나 바가지 모양을 하는 것은 어디서든 방향 없이 불어 닥치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밀집에 의한 보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리한 형상이다.
아울러, 서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얼어 죽는 법이 거의 없다. 고산 식물은 대부분 홀로이더라도 이러한 반구형 또는 바가지형의 모양을 갖는다. 얼마나 현명한 구조인가!
옆으로 눕는 경우는 찬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기 보다는 보온성이 뛰어난 눈 속에 몸을 묻어 둠으로써 동사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에스키모인들이 얼음을 잘라 만든 이글루가 사실 가장 훌륭한 보온장치임은 아이러니한 사실이지만 너무나도 잘 그리고 널리 알려진 인 것을 상기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즉, 다공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지열과 대기열의 비전도체 역할을 하는 나무를 덮게 되는 두툼한 눈은 사실 아주 훌륭한 방한복이 되어 주는 셈이다. 게다가 눈은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하시라도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인 셈이니 얼마나 좋은가?
둥글게 모양을 만들기 힘들면 전체적인 형태를 방석모양으로 변형시켜 지면에 낮게 깔리게 하는 로제트형상을 취해 추위나 바람을 극복하기도 한다. 또는 온 몸에 작은 솜털을 많이 달아 바람으로부터 열을 덜 빼앗기고 햇볕을 산란시켜 보온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고산지대에서는 같은 곳이라 하더라도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방향의 바위뒷면 등에 여러 가지 식물들이 옹기종기 자리잡아 살아간다. 바람을 마주하는 바위쪽에는 식물이 없지만 바람이 타고 넘어간 바위쪽에는 바위를 바람막이로 살아가는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한다. 이는 바위라는 자연적인 환경방패막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고산성 식물이 몸이 작은 것은 작은 양의 눈에라도 쉽게 묻혀버릴 수 있으며 큰 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양의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저지대에서는 햇볕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불거져 나온 곳이나 돌출된 곳에 식물이 정착하여 살아가지만, 이와 달리 고산지에서는 움푹 패이거나 바람에 가릴만한 경사를 가지거나한 곳이 오히려 식물의 삶을 보장하는 지역으로 인정받는다. 저지대와는 정반대의 환경을 필요로 하는 것이 고산식물이 처한 환경적 특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곳은 보다 많은 양의 물과 눈이 유입되어 생존에 절대 필요한 요소를 갖추어 주게 되는 장점이 있다.
저지대는 다양한 생존 조건이 조화를 이루지만 정반대로 고산지대에서는 한 두 가지 생명의 결정적 요소만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능력이 결정된다.
저지대의 식물들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친 개화시기를 통해 경쟁을 피하면서 수분을 기다리지만 고산성 식물들은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일시에- 서식여건이 불리하기도 하지만- 또는 동시에 개화를 함으로써, 한번 방문한 곤충 등의 생물을 활용한 보다 많은 수분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것도 벅찬 일의 하나이기 때문에 고산식물의 경우는 유성생식을 선택하기 보다는 무성번식이나 영양번식을 택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저지대 식물들과 달리 고산성 식물은 언제나 잎이 꽃보다 아래쪽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잎이 기상조건에 노출되어 말라 죽을 경우 개체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땅에 가깝게 배치하여 개체가 살아남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멀리서 찾아오는 매개 생물로부터 눈에 뜨이도록 함으로써 수분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참고 : 초본의 살아남기 - 생활형 -아카데미자료집에서 인용함
라운키에르의 생활형이란?
겨울을 맞이하는 식물이 가지는 적응의 특성을 가장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 바로 생활형에 관한 이론인데, 라운키에르라는 학자가 제시한 이 생활형이란,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여 나타내는 생활양식을 특성에 따라 묶은 것으로서 생장형 또는 영양형으로 부르기도 한다. 풀(초본), 한해살이 식물, 두해살이 식물, 여러해살이 식물, 여러해살이 나무(목본), 관목, 교목과 같이 식물의 크기, 수명의 길이, 목질여부를 가지고 생활형을 분류하기도 하였으며, 독립영양, 기생, 부생 등 영양의 독립수준으로도 분류하였다. 이외에도 다즙성줄기, 로제트형 등의 외부형태로도 분류하였으며, 상록성, 겨울낙엽성, 건조낙엽성, 침엽, 활엽 등의 잎의 형질이나 겨울눈의 위치 또는 환경과 관련한 생활사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였다.
생활형의 구분을 최초로 행한 것은 독일의 A.폰 훔볼트이며 1806년에 1816~1819의 기본형으로 구분했다. 이 구분은 야자나무형 ․바나나형 ․선인장형과 같이 영양기관의 상태에 기초를 둔 생태학적 식물군이기도 하다. 186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M.A.케르너와 1872년 독일의 A.그리제바흐가 행한 구분도 목본식물 ․초본식물 ․덩굴식물과 같은 생태학적 구분을 포함한다. 1888~1890년에 독일의 O.드루데는 식물형 구분을 총괄하여 하나의 구분원리를 발전시켰다.
생태계의 분류에도 이러한 이론이 적용되는데, 삼림, 관목, 초원생태계 등으로 분류하는 것 역시 생활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육상식물을 수분 조건의 변화에 적응한 유형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는데, 수생식물, 습생식물, 건생식물, 염생식물로 나누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라운키에르의 생활형은 1934년 (식물의 생활형과 통계적 식물지리학)이란 책에서 건조한 환경이나 겨울과 같은 식물에 불리한 상황을 견디는 겨울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아래와 같은 5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1)지상형(식물)
겨울눈이 지상에서 25cm이상에 있는 식물을 말하며 겨울눈의 높이가 30m이상에 있는 대형의 교목을 대형지상식물, 8-30m사이의 교목을 중형지상식물, 2-8m사이의 교목을 소형지상식물로, 2m 이하인 관목을 왜형지상식물로 분류한다. 지상식물은 주로 열대지역에 분포하며 위도가 높아질수록 감소한다.
(2)지표형(식물)
겨울눈이 지표면과 25cm의 사이에 있는 식물이다. 이러한 지표식물은 주로 고도와 위도가 높은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3)반지중형(식물)
겨울눈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식물로 주로 추운 지역에 사는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지면의 온도나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면 부분이 크게 생장한다.
(4)지중형(식물)
불리한 기후조건에서 오래 견딜 수 있도록 눈이 흙 속에 묻혀 있거나 양분이 저장된 뿌리줄기나 비늘줄기가 있는 식물이다.
(5)일년생형(식물)
기후가 좋을 때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어 불리한 여건에서는 종자로 살아남는 식물이 여기에 속한다.
【라운키에르(1860-1938)는 덴마크의 식물생태학자로서 코펜하겐대학교수를 지냈으며 1907년에 겨울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식물의 생활형(life form)을 분류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생활형이란, 생물이 오랜 동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낸 생활양식을 말한다. 식물이 생장에 불리한 계절을 견뎌내는 겨울을 나는 눈(bud)의 위치에 따라 고등식물에 한해 지상식물, 지표식물, 지중식물, 일년생식물 등 약 30가지 유형의 생활형으로 구분하였다. 이외에도 한 지역에 사는 전체 식물의 생활형을 통계적으로 조사하여 생태학적 해석에 활용하였다】
생물학적 스펙트럼 : 식물군집에서 서로 다른 생활형을 가지는 식물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을 생물학적 스펙트럼이라 하였다. 전 세계 식물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스펙트럼을 계산한 결과 지상식물 46%, 지표식물 9%, 반지중식물 26%, 지중식물 6%, 일년생식물 13%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물학적 스펙트럼은 지역에 따라 다르며 절대적인 값은 아니다. 또한 인간들의 간섭, 예를 들어 벌목, 오염, 방목, 경작 등에 따라 커다란 지역적 차이를 보인다. 침고로 우리 나라는 1982년에 이 생활형을 조사한 바 있는데, 라운키에르의 생활형 중 반지중식물이 주된 생활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온도와 생물의 생활형과의 관계
생태형 : 베르크만의 법칙 :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몸통이 크다.
: 알렌의 법칙 :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귀나 코와 같은 몸의 말단부가 작다.
계절형 : 호랑나비의 여름형은 봄형에 비하여 몸통이 크고 체색이 진하다.
: 물벼룩은 계절에 따라 체형을 변화시켜 몸의 비중을 조절한다.
: 춘화 처리 - 종자를 저온(0 ~ 5℃ 정도)처리하면 개화, 결실이 촉진된다.
동물의 동면, 식물의 단풍과 낙엽 등은 저온에 대한 적응 현상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
(1) 적 응 : 서식처의 환경에 알맞도록 몸의 구조나 기능을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오랜 세월을 통해 적응된 형질은 다음대로 유전된다.
(2) 순응 : 짧은 기간 동안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몸의 구조나 기능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순응이라고 하며, 이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생활형은 본질적으로는 종 고유의 것이다. 예를 들면, 소나무는 키가 높은 나무로 생육하고, 바랭이는 종자로 월동한다. 이와 같은 종에 따른 생활형의 차이는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식물과 이것들을 둘러싼 환경과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이룩된 하나의 적응형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서 널리 볼 수 있는 낙엽수림, 북쪽지방에서 흔히 보는 침엽수림 등은 우리에게 특유의 상관을 느끼게 한다. 다우(多雨)의 열대지방에 분포하는 강우림(降雨林) 등은 특유한 것이다. 단일종 또는 몇 종의 식물로 이룩된 단순한 식물군락에서는 단지 하나의 생활형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군락에서는 각각 구성하고 있는 종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많은 생활형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식물군락의 외관적 형태를 상관이라고 하며, 군락이 보여주는 상관은 구성종, 특히 우점종(優占種)의 생활형으로 결정된다.
겨울눈(winter bud)
추운 겨울을 넘기기 위해 식물이 만들어 내는 눈을 말한다. 휴지아라고도 부른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서는 잎이 떨어지기 전인 한 여름(지역마다 다름)인 7월경에 겨울눈을 만들고, 이듬해 봄에 여기에서 싹(혹은 꽃)이 나온다. 겨울눈은 비늘(동아, 芽鱗아린이라 함)잎이나 점액 또는 솜털로 싸여 추위에 견딜 수 있게 되어 있다. 겨울눈 중에는 꽃을 만드는 꽃눈, 잎을 만드는 잎눈, 줄기를 만드는 가지 눈이 따로 있는 것과 같이 있는 것이 있다.
b. 적극적 방어 기작을 통한 이해
아무리 훌륭한 환경에 대한 내성기구를 가지고 있다 해도 물리적으로 물어뜯거나 잡아 뽑는 행위 또는 우연한 사고 등으로부터 식물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식물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기계적 방어수단
대부분의 초식성 생물들이 노리는 식물체의 기관은 육상의 경우 잎과 연한 줄기 그리고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잎은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눈에 금방 뜨일뿐 아니라 얇아 저작(씹기)에도 유리하다. 따라서 식물은 잎을 보호해야하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갖는다. 그래서 잎의 표면에 잡다하다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달아 두었다. 가시와 부시부실한 털 그리고 가끔은 격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분비선들이 그것이다. 특히 작은 애벌레들의 공격은 큰 가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다 작은 털과 비늘 등의 물리적 구조물을 활용한다. 애벌레들은 흔히 포복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동을 제한하는 장치를 구비하기도 한다.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되는 식물들이 가지는 수 많은 기관들은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어무기를 갖춘 식물을 돌아보면, 가시투성이인 환삼덩굴, 며느리밑씻개, 청가시덩굴, 쐐기풀, 탱자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있다.
화학물질을 활용한 방어수단
가끔 TV에서 스컹크가 자기보다 훨씬 강한 대상을 만나면 엉덩이를 쳐들고 아주 고약한 냄새를 뿜어내고 여유만만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화학적 수단을 동원한 자기 방어의 전형인 것이다. 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상치의 경우는 락튜케리움이라는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이 들어있어 상추를 갉아먹는 애벌레에게 졸음을 유발하여 떨어지게 하는 작용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가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렇게 졸릴만한 양으로 먹지는 못한다.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상추의 경우는 그렇게 유효한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아무튼 식물은 자신을 위협하는 천적이나 식이생물을 퇴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한 효과를 발휘하는 화학물질과 수액을 생산한다. 봄에 먹는 쓴맛의 씀바귀, 맛이 떫은 탄닌이 그득한 감, 매운 맛을 내는 냉이의 뿌리 등은 먹이로서 별로 달갑지도 않고, 잘못하여 소화기로 유입되었을 경우 해롭게 작용하거나 심지어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미 언급한 사실이 있지만, 애기똥풀의 노랑색유즙은 맹독성인 물질이다. 천남성의 끈끈한 체액, 민들레 고들빼기 등의 흰 유즙 등 역시 만만히 보아서는 않되는 물질들이다.
살아있는 조직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저장을 위한 조직인 지하경이나 종자의 배유 등에도 치명적인 물질이 들어있거나 체내에 들어와 다른 경로를 통해 장기 등에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오히려 성숙하기 전에는 독성이 강하다가 성숙하면 독성이 사라져 먹음직스럽게 성상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물질들이 인간이나 대형 동물들에게는 전혀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고 오히려 좋은 약재나 생리활성물질로 확인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천연물에 관한 연구는 바로 이러한 사실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은 소화될 경우 치명적인 독성이 되는 물질을 감추고 있는 알칼로이드, 시아노겐발생 당성분, 글루코시노레이트 등이 있으며, 먹어도 전혀 소화되지 않거나 맛이 없게 느껴지는 탄닌 등을 함유한 화학물질의 덩어리를 가지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사과, 오얏, 풋복숭아의 배유 등이며 후자의 경우는 감, 밤, 도토리류의 열매 등이다.
내부 조직내에 성분을 강화하여 자신을 지키는 경우도 있는데 리그닌 같은 물질은 워낙 단단하여 먹기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소화가 거의 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 물질이다. 이는 거대하게 성장하는 나무의 조직내에 축적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자두나무나 복숭아나무 등이 상처를 입으면 끈적한 본드액 같은 물질이 줄줄 흘러나오는데 이는 수지로서 식물의 상처부위를 감싸고 병원균의 침입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도 이에 버금가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면역력을 강화하거나 기계적 내성을 갖추거나 오히려 독성물질을 가진 식물을 먹고 그 유효성분을 역이용하는 생물도 있으니 생태계의 긴 고리라고나 할까.
재생을 통한 생존 가능성 확대
재생으로 생명을 복구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생물은 바로 플라나리아일 것이다. 식물사회에서도 재생을 통해 자신을 지켜내는 종들이 비교적 많다. 아까시나무의 경우 강력한 맹아 발생력을 발판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능력이 대단한 식물이다. 벼과의 식물들은 생장점이 잎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낮은 땅속에 여러 개의 예비 눈을 만들어 감추어 두고 있는데, 어지간한 상처로부터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종자 생산을 통한 개체 증식 및 보전
자기 자신의 힘으로 개체를 늘리는 것이 어려울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숨어있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하여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기회를 보아 번성을 구가할 목적으로 만들어 둔 것이 바로 종자이다. 이 종자는 종자를 먹는 생물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소화되지 않을 경우 먹은 동물의 이동경로를 따라 종자가 배설물과 함께 널리 그리고 멀리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받기도 한다.
일부의 종자는 수백년 또는 몇천년을 지하 또는 수중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수명이 며칠에 걸쳐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귀화식물의 경우는 짧은 수명을 가진 종자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 개체를 불리는 전략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늘리고 생존의 기회를 높이는 것이다.
생각해 봅시다.
습지식물의 생존전략
해안식물의 생존전략
귀화식물의 생존전략
우리식물의 이해 - 생물다양성의 가치
자생종
고유종
특산종
천연기념물
라. 식물의 색소를 활용한 전략
(1) 자외선(UV)으로부터의 보호
태양광선에 포함된 여러 가지 파장의 빛 중에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 이외의 빛들은 다른 생물들의 활성에 여러 가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자외선 중 중간파장의 자외선은 생체내에서 강한 화학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자외선은 세포내에서 유전물질인 DNA를 손상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생명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와 같은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대기층을 이동하는 특성이 결정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외선A 와 특히 B군이다. A군에 비해 B군이 조직이나 생체내로 훨씬 깊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의 분류
UVA (320-400 nm) - 오존층에 흡수되지 않는다.
UVB (280-320 nm) - 대부분은 오존층에 흡수되지만, 일부는 지표면에 도달한다.
UVC (100-280 nm) - 오존층에 완전히 흡수된다.
식물은 이러한 자외선으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부에 여러 가지 방어 장치들을 설치해 두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자외선 반사를 목적으로 하거나 투과를 막는 큐티클층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물론 큐티클 층은 수분손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전리선에 의한 식물조직의 손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지대보다 고산 또는 고지대로 갈수록 이 층이 발달하는데 이 역시 자외선의 영향이 크다.
식물은 이러한 큐티클 층 뿐 아니라 잎에 색소들을 발생시켜 특정한 광선을 흡수하여 안전하게 처리하거나 반사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색소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플라보노이드계열의 색소,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 및 엽록소 a, b 등이 있다. 특정한 색감을 가지는 식물의 기관이나 잎은 바로 이들 색소의 비율이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흔히 식물의 쓰레기통으로 알려진 액포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이 자외선 B에 대비하여 적극적으로 생산해내는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이 액포는 잎의 표면이 주로 밀집해 있기 때문에 고산성 식물들의 꽃이나 잎이 가지는 색상이 짙고 화려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잎의 뒤쪽 표피세포에는 플라보노이드류의 색소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색소의 분포에도 차이를 두고 있는 이 같은 이유는, 첫째 자외선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둘째, 곤충을 비롯한 수분매개 생물의 유인에 이용되기 바람직하게 배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2) 계절알기
도대체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은 어떻게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며, 그에 맞는 생리적 활성을 조절하는 것일까? 한번쯤은 의아해했거나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식물은 바로 광선 중에서 적색광과 원적외선을 알아채는 색소가 이 같은 일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후손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바로 종자를 만드는 꽃을 언제 피게 하는가 하는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식물은 햇볕 또는 빛이 비춰지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개화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즉 식물의 잎이나 조직 내에는 광선을 수용하는 파이토크롬(식물색소라는 뜻)이라는 식물성 색소단백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적색광(660nm)을 흡수하는 색소(Pr)와 원적외선(730nm)을 흡수하는 색소(Pfr)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Pr이 적색광을 흡수하면 바로 Pfr로 전환되고 Pfr이 원적외선을 흡수하면 Pr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빛이 비춰지는 여건에 따라 두 가지 즉 Pr과 Pfr의 비율이 변한다는 점이며, 식물은 바로 이 비율을 감지하여 생리활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자연상태에서 밤에는 빛 즉 적색광이나 원적외선이 없으므로, 해가 뜨지 않거나 달리 광선이 제공되지 않는 한, 적색광이 없어도 Pfr이 서서히 Pr로 전환된다. 이때 식물은 바로 Pr과 Pfr이 서로 바뀌는, 전환되는 시간의 길이를 측정하여 광주기를 인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장일 식물은 짧은 밤이 계속되면 꽃눈을 형성하는 식물이고 이와 달리 단일식물이란 긴 밤이 계속되면 꽃눈이 형성되는 식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과 달리 전혀 광주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식물이 어느 성장 단계를 지나면 언제나 꽃을 만들 수 있는 식물을 중일식물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