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리와 여진머리 그리고 족른오름을 오르다(2007.11.10)
서쪽 지역 산행시 집합 장소인 신제주 노타리 공원에 벌써 모여 환담을 나누고들 있었다.
오늘의 화두는 뚜벅이님의 신형 SM5의 날씬한 자태. 물론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시승할 겸 해서 차량 차출을 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새 몸체에 흠이 갈 것은 분명하거늘.
무쏘 두 대에 나누어 타고 16년 된 프라이드가 덤으로 가기로 하였다.
오늘 탐방 할 오름은 서영아리, 여진머리, 골른오름, 무악인데 서영아리를 먼저 오르고 병악을 탐방 한 후 무악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지난 여름에 탐방 했을 때 ‘심 봤다 ! ’를 왜친 회원들이 있어 오늘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 영아리 초입의 계곡 속으로 접어들었다. 가을은 이곳에도 깊게 물들였다.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노랑, 빨강 나뭇잎을 쳐다 보느라 발 밑의 ‘심 봤다 !’ 는 잊은 것 같았다.
자연림 숲속 길을 따라 정상 능선에 오르니 큰 바위들이 늘 그렇듯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주변에는 하얀 자태를 드러낸 물매화가 도도하게 얼굴을 내밀었고, 자주빛으로 몸매를 자랑하며 향기를 품던 꽃향유는 계절과 이별을 하고 있었다. 뺨에 닿는 산공기도 차갑고 바람도 세게 불어 겨울이 온 느낌이었고 추웠다.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에서 보는 정경 역시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부악은 구름에 가렸지만 한라산의 웅장함과 남태평양의 드넓은 바다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사관님의 오름 지리학 강의도 이제는 관록이 붙어 정확하였다.
동쪽으로 하산하여 만난 들길에서 뚜벅이님이 용담을 발견하였다. 작년에도 이곳을 지나다 활짝 핀 용담을 만나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비록 한 송이지만 반가웠다.
오름 기슭에 도착하니 먼저 온 회원들이 ‘심봤다!’를 하고 있었다. 어쩜 참새가 방앗간을 그대로 지나치지 못한 것과 같이 우리도 그러하였다. 점심과 함께하는 그 향과 맛을 잊을 수 없었으리라.
상천리는 예전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오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배움의 장소였던 상천 분교의 옛터가 있는 삼거리를 돌아 골른오름이 보이는 목장 울타리 옆에 차를 두고 철조망을 통과하여 넓은 목장을 가로 질러 골른 오름을 올랐다.
내년 봄까지는 산불조심 강조 기간이라 오름 정상의 초소에는 산직이가 근무한다. 이 오름에도 초소가 있어 산직이가 근무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서명을 하는데 신고 인사만 받았다. 고구마와 달걀, 그리고 따끈한 커피 한잔을 드렸다.
여진머리를 향해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렸다. 오름 인구가 많이도 늘었음인지 여진머리를 오르는 능선에 샛길이 생겼다. 예전에는 없던 새 길이다. 가파른 능선 길을 올라 숲을 나서니 노랗게 피어난 들국화가 정상 까지 피어 늘어져 있었다. 참으로 고왔다.
정상에서 보는 경관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날씨가 좋으면 군산, 산방산, 단산, 송악산 넘어로 마라도 까지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는데 오늘은 수평선에 구름이 드리웠다.
염소 가족이 내어 놓은 서쪽 능선 길을 따라 내리면 굼부리 중간 지점에 늦가을 정취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오늘은 단풍이 덜 익었다. 작년에 왔을 때는 황홀 그 자체였다.
대신 잘 익은 꾸지뽕 나무 열매를 만나 너도 나도 맛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장전리 소재 늘푸른 산장에서 뚜벅이님이 쏜 토종닭 요리도 일품이었다.
이번에도 무악을 오르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갔다는 이유로.
첫댓글 정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코스도 좋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