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보도자료]
교정시설의 소수 종교 종교행사 보장 요구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1. 교정시설의 소수 종교 종교행사 보장을 요구하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되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천안교도소에 수용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외국인 수용자로 정교회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안교도소장이 소수 종교라는 이유로 정교회의 종교행사를 보장하지 않아, A씨는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월 00일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장관과 천안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2. 천주교 대전교구 교정사목부는 천안교도소·대전교도소 등 대전·충남지역 교정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수용자들과 함께 미사 등 종교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교정사목부 위원장 나기웅 신부는 최근 한 교정시설의 수용자로부터 자신은 성공회 신자이지만 기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종교만 정기적인 종교행사를 열고 있어 고충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 신부는 이 수용자에게 일치예식(유효하게 영세한 이들을 받아들이는 천주교 예식)을 하고 천주교 종교행사에 참여하도록 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수용되어 있는 천안교도소는 3대 종교에 더해 ‘여호와의 증인’도 정기적인 종교행사를 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수용자들은 종교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등 소수 종교를 믿는 수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천주교 종교행사에 와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3. 이후 교정사목부는 교정본부장과 대전지방교정청에 보낸 건의 공문을 통해 외국인 수용자의 인권과 교정교화를 위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들은 소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미뤘습니다. 교정사목부는 천안교도소장과의 면담 및 건의 공문을 통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것, △시간과 장소가 부족하다면 3대 종교에 할당된 시간과 장소를 다른 소수 종교에 나누어 할애하는 방식으로라도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것 등을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천안교도소장은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수형자 전담기관의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수용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주로 신봉하는 이슬람, 정교회 등의 종교집회 요청 민원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앞으로 더욱 고민할 계획이라며 건의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4. 국제인권기준과 한국의 형집행법령은 종교행사 참석을 수용자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넬슨만델라규칙 제2조 제1항은 “피구금자의 종교적 신념과 도덕률은 존중되어야 한다”, 제66조는 “실제적으로 가능한 한 모든 피구금자는 교도소 내에서 거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또 자기 종파의 계율서 및 교훈서를 소지함으로써 종교생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형집행법 제45조 제1항도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안에서 실시하는 종교의식 또는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개별적인 종교상담을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32조는 “수용자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예외로 “종교행사용 시설의 부족 등 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할 때”(제1호)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측은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종교행사의 종류와 횟수 등을 제한함으로써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5.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정보공개청구 결과, 2023년 10월 현재 전국 교정시설 54곳의 종교별 종교행사 실시 여부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독교(개신교)와 불교, 천주교는 모든 교정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열고 있지만, △원불교의 경우 6곳(대구교도소, 진주교도소, 청주교도소, 광주교도소, 전주교도소, 군산교도소)에서만, △여호와의 증인도 6곳(화성직업훈련교도소, 천안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광주교도소, 전주교도소, 순천교도소)에서만 종교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전국의 교정시설에서 3대 종교 위주로 종교행사를 열고 있는 반면 원불교 등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는 일부 교정시설에서만 열고 있는 실정입니다.
종교별 종교행사 실시 여부
- 첨부파일 참조
6. 다양한 종교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교정시설에서도 외국인 수용자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법무부의 <2023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1일 평균 수용 인원 48,990명 가운데 외국인 수용자는 2,644명으로 5.4%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외국인 수용자의 비중이 10년 전인 2013년의 2.5%(1일 평균 수용 인원 47,924명 가운데 1,222명)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에서는 소수 종교로 평가 받는 종교를 신봉하는 외국인 수용자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별 인원에 관한 통계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2022년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안산 지역 10개 국가 455명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교 12% △개신교 8% △가톨릭 5% △이슬람 5% △힌두교 2% △종교없음 66% 등으로, 한국에서는 소수 종교로 평가 받는 이슬람교나 힌두교의 비중이 외국인 중에서는 높게 나타났습니다(이주민의 종교실태 조사, numbers 171호, 2022. 12. 13.).
7. 헌법 제20조가 종교의 자유와 함께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유는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특정 종교 우대 행위나 제한 행위가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정시설에서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만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다수 종교와 소수 종교, 내국인 수용자와 외국인 수용자를 차별하는 법무부의 조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8. 교정시설 종교행사의 필요성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종교는 구속된 자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수용자의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9헌마527 결정). 이러한 순기능은 소수 종교의 신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외국인 수용자의 경우 사회와 격리되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축되어 있는 처지이므로, 이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교정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한편,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만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그 신자들에게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9. 이미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소수 종교의 종교집회를 허용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003년 7월 4일자로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종교 이외의 종교를 신봉하는 소수의 수용자들에게도 종파의 교의에 의한 종교집회를 허용하도록 산하 교정기관의 장에게 지시했음”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했습니다. 2011년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순천교도소장에게 수용자들에 대해 소수 종교 신자 현황을 파악할 것과 순천교도소가 종교집회를 허용하고 있는 4개 종교(기독교, 불교, 천주교, 여호와의 증인) 외에도 소수 종교 신자들에 대한 종교집회 허용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천안교도소를 비롯한 몇몇 교정시설에서 여호와의 증인 종교행사를 허용하고 있는데도 다른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차별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국인 수용자와 외국인 수용자, 다수 종교와 소수 종교를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10. 법무부와 천안교도소 측은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하기에는 시간과 공간 등 여건이 부족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적 조치가 있습니다.
○ 첫째, 교정시설의 종교행사 공간이 부족한 경우 유휴 공간을 확보하거나 시간대를 종교별로 조정하는 등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정시설은 대체로 대규모 종교집회는 강당에서 진행하고 소규모 종교행사는 종교실에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수 종교의 경우 그 신자가 적을 것이므로 종교행사에 필요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덜할 것입니다. 한편, 현재 요일별로 1~2시간씩 4대 종교의 종교행사가 진행되는데, 이를 종교별로 오전과 오후로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둘째, 현재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등 유휴 시간에 종교행사를 추가로 열 수 있습니다. 현재 종교행사는 대체로 3대 종교가 하루씩 매주 3일 진행하므로,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 종교행사를 연다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여지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 경우, 종교별로 주일 또는 예배일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종교행사 일정을 적절하게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교정시설은 기관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상시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종교행사를 열 수 있습니다.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필요할 경우 직원에게 대체 휴무를 부여하는 등 다른 보상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 셋째,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열기 어렵다면, 외국인 수용자 전담교정시설에서라도 종교행사를 열거나, 교정시설별 외국인 수용자 종교 현황을 파악한 후 소수 종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교정시설에 한해서라도 종교행사를 여는 등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조금이나마 보장하는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국인 수용자 중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의 경우 공판 출석을 위해 전국 교정시설에 분산 수용되어 있으나,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경우 남성은 대전교도소와 천안교도소, 여성은 청주여자교도소에 전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위와 같은 대안적인 수단을 적용하기에 용이한 환경도 이미 갖추어져 있습니다.
11. 2002년 5월 법무부가 제정한 ‘외국인 수용자 처우지침’(법무부예규 제598호) 제3조 제1호는 인종·피부색·성별·언어·종교·국적·신분 등에 관계없이 수용·계호·접견·서신·급여·위생·의료·작업 등 모든 영역에서 내국인과 법규상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며, 실질적으로도 동등한 처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10조는 “소장은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교도소 등의 안전 및 질서를 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당해 성직자와의 접촉주선, 거실 내에서의 예배나 종교행사 참석, 염주 등 종교적 용도에 사용할 성구나 종교서적의 소지 등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행사 등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6년 7개월 동안 시행되던 위 지침은 옛 행형법이 형집행법으로 전면 개정되는 과정에서 2008년 12월 폐지되었고 해당 규정은 형집행법령에 승계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공개된 법령에서는 외국인 수용자 또는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수용자의 종교행사 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12. 우리 단체들은 소수 종교 수용자의 종교 행사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유휴 공간을 확보하거나 시간대를 종교별로 조정하는 방안, △현재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등 유휴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 △외국인 수용자 전담교정시설에서라도 종교행사를 여는 방안, △소수 종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교정시설에 한해서라도 종교행사를 여는 방안 등 종교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산하 교정시설의 장에게 지시할 것과 함께 외국인 수용자를 포함한 수용자의 종교 현황을 조사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산안 수립 시 교도관 인력 증원 등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확대하기 위한 여건 마련에 소요되는 예산을 반영할 것을 권고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13. 또한 우리 단체들은 교정시설의 소장이 소수 종교의 종교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 수 있도록 △외국인 수용자를 포함한 수용자의 종교 현황을 조사할 의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다수 종교에 비해 차별 없이 보장할 의무 △현재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도 종교행사를 열 의무를 소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으로 형집행법령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하고, 피해자가 신봉하는 정교회를 비롯하여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것을 천안교도소장에게 권고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14.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