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샌들 하나면 그것으로 족하다. 운동화나 구두가 땀 많이 나는 이곳의 기후조건에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수시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이겨내기에는 툭툭 털어가며 신을 수 있는 샌들이 최고리라. 샌들은 그래도 멋있고 쉽게 벗어지지 않도록 발꿈치를 묶는 끈이라도 있지... 베트남 현지인들이 즐겨 신는 것은 바로 슬리퍼라는 발가락 부분만 걸치고 발꿈치 부분에 그어떤 장식도 없는... 그것을 좋아라 한다. 막신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고... 그러나 학생들이 등교할 때도, 운전기사나 세옴기사는 당연하고,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 그리고 위험스러운 공사판은 물론이요 총을 메고 훈련을 받는 군인들에게 조차 슬리퍼는 자유롭다. 심지어 헤어지기 섭섭해 곧 다시 만날 애인과의 만남에서도 이들이 즐기는 것은 슬리퍼이다.
해서 베트남의 슬리퍼는 다양한 패션을 지녔다. 예쁜 꽃무늬, 앞은 구두처럼 되고 중간부분 이후는 슬리퍼. 온갖 장식을 단 슬리퍼가 있는가 하면 우리네 슬리퍼처럼 단순한 진짜 신기에 아주 편리한 저렴한 슬리퍼도 있고... 가장 많은 이들이 즐겨 신는 것은 우리네 갈레 슬리퍼 즉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 사이에 지지대를 준 그런 슬리퍼이다.
나짱의 롱선사 본전에서 산 언덕에 있는 종각이나 좌불상으로 오르는 계단.
무더운 날에 가파르고 폭이 좁은 그러면서 울퉁불퉁 바짝 날이선 이 돌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사방이 돌로 되어진 계단, 자칫 헛발질이면 어김없이
돌에 살점이 찢겨 나가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이 할머니는 슬리퍼를 신었다.
뿐만아니라 양말까지 신었다. 양말을 신은 이유는 멋을 내자는... 발을 그 어떤 흉기로부터
보호하자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태양을 피하기 위함이다. 태양에 발그을림을 피하자는
것이다. 조각조각 깊게 파인 피부를 지닌 노인도 이러하니 젊은이야 오죽하겠는가?
베트남엔 호치민 샌들이라는 말이 있다. 국부이신 호치민씨가 애용했다고 해서 호치민 샌들이라는 유행어가 생겼고... 때문에 이네들은 샌들 혹은 슬리퍼의 사용에 자신도 타인도 모두 관대하다. 요즘 들어 외국인이 많이 찾아들고 외국상사에 근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출퇴근시에 구두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런 이들도 사무실이나 퇴근후에는 어김없이 슬리퍼 차림이 된다. 그러니까 슬리퍼는 가난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말씀이 된다.
북 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인 호치민씨와 그의 오른팔격인 보응우엔잡 국방장관.
소위 국가주석이라는 사람이... 재임기간에 주요간부를 만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슬리퍼를 신었다. 또한 복장이 얼마나 편해보이는가? 국정을 집무할 때는 물론
외교관을 접견할 때도 그의 모습은 이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이들이 그어디에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는 슬리퍼... 그 배경에는... 베트남의 초대 주석(임기 1945-69.10.2일 죽기까지)이있던 호치민씨는 재임 초기당시 우방국이었던 미국의 초청을 받아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그는 특유의 검은 노동복에 검은 슬리퍼... (실상은 샌들이고, 알려지기로는 폐타이어로 만들었다고 한다)를 신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 미국의 원조와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기에 국빈자격으로 방문하는 자리였지만 그는 국내에서의 일상처럼 구두가 아니라 샌들을 착용했다는 것인데... 가히 충격적이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그때의 사진은 호치민기념관이나 전쟁기념관 사진전시실에 전시되어져 있다.
전장에서의 호치민. 일명 호치민루트라고 해서 하노이에서 라오스. 캄보디아와의
국경 산악지대를 종단하여 사이공에 이른 전쟁길...험준한 산령과 날카로운 돌들이
기다리는 계곡. 빼곡하게 들어선 밀림을 헤처나가며, 무릎까지 빠져드는 늪을 건너가며
전쟁을 지휘했던 호치민. 역시 그때도 그의 발은 슬리퍼에 올려져 있다.
이래서 베트남 인들에게 있어 슬리퍼나 샌들 사용은 관대하다. 이것을 가지고 크게 탓할 일도 아니고 탓할 수도 없다. 대통령이신 호치민 옹께서 평소 즐기셨던 신발. 각료를 만나고 전쟁을 지휘하고 주민을 만나고 나아가 국빈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조차 벗지 않었던 그 신발을 내가 신었음에 남들이 뭐라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첫댓글 감사...감사...
흥미롭고 새로운 내용에 감사^^ 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세분 다... 들려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