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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운 날! 우리 한마음 산악회원님들은 설악산 귀때기 청봉을 다녀왔습니다. 대장님 사모님의 닉네임 “붉게 물든 산”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온 날입니다.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마음속 깊숙이까지 붉게 물들어 온 세상천지가 붉게만 보이는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산행을 하기 전까지 아침 저녁으로 성철이 아빠는 제게 묻습니다.“이번에 산에 갈 수 있겠나?” 산행을 하고 나서야 왜 그렇게 물어 보았는지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뭐뭐”하면 용감하다고... 저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용감성 때문에 설악산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산에 간다고 글을 올렸을때 대장님은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성철이 엄마는 우쨀라고 따라 나서노?" 라고요. 먼저 대장님을 비롯하여 함께 한 모든 회원님들 한분 한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고는 산행이야기를 쓸 수가 없습니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나 산행준비를 한 뒤, 세상이 고요히 잠자고 있을 때 하루를 먼저 열고 강릉시청으로 향하였습니다. 대장님과 사모님, 성심 원장님과 사모님, 약손 원장님, 보라 아버님, 규석이 아버님과 어머님, 주연이 아버님, 성우 아버님, 그리고 성철이 엄마 아빠! 이렇게 12명이 봉고를 타고 설악산 오색으로 향하였습니다. 어둠을 가르며 달려 양양 터미널 옆 기사 식당에서 된장찌개와 황태 해장국, 그리고 육개장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웃음이 넘치는 식당아주머니는 인심도 좋고, 음식 맛도 좋고, 반찬도 풍성해서 역시 나의 고향은 다르구나! 마음속으로 흐믓해 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양양 서면 상평초교 앞을 지나 한참을 달려 백암골 입구를 지나고 한계령 구불구불한 길에 몸을 실어 재량골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대장님이 차에서 내리면 얼른 통과하라고 해서 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등산화의 끈을 조이고 스틱의 길이를 조정한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각은 7시 36분이었습니다. 곳곳에 다람쥐들의 겨울 식량인 도토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도토리묵을 잘 만드시는 지희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숲길을 지나 조금 걸으니, 중장비로 파헤친 듯한 계곡이 보입니다. 집 체 만한 흔들바위(?)를 비롯하여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깨어진 굵은 돌들이 방금전에 계곡을 쓸고 지나간 듯 합니다. 엄청난 자연의 위력이 미쳤던 너덜 지대를 지나갑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보면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에 빨간 단풍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오늘 날씨는 복 받은 날입니다. 너널지대를 지나니 뽀얀 속살을 드러낸 바위가 계곡 전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깊은 계곡의 물소리는 새소리와 대화를 나누며 폭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조각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계곡의 바위도 보이고,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상투 바위도 보입니다. 청설모가 먹다가 남겨놓은 잣송이를 까서 고소한 잣도 나누어 먹습니다.
바위를 감상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하단 폭포에 이르렀습니다. 높은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저 암벽을 올라가야 하다니... 이곳저곳으로 올라갈 길을 궁리해 봅니다. 대장님과 성심 원장님이 심혈을 기울여 릿찌를 걸고 자일을 설치했습니다. 성철이 어머님부터 오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허리에 밧줄을 메고 위에서 끌어주고 아래에서 밀어 주고 받쳐 주고,,,고개를 돌려 아래는 보니 아득합니다. 손을 조금만 뻗으라는 대장님의 말대로 하니 바위의 폭 페인 면이 손에 잡힙니다. 몇 번 잡고 올랐으나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는 것을 확인 했을 때는 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장님이 받쳐 주고 성심 원장님이 위에서 끌어 주어서 밧줄을 잡고 1관문을 통과하여 안도의 숨을 쉬며 바위 턱에 걸터 앉았습니다. 저 아래에서 성철이 아빠가 쳐다보며 웃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설지 어머님! 역시 대장 사모님은 다릅니다. 사뿐히 올라왔습니다. 다시 자일을 위로 올려 2관문을 통과할 차례입니다. 대장님이 아래에서 올라와서 릿찌를 걸 곳을 물색합니다.“잘 되 있네”라는 소리가 위에서 들립니다. 다시 자일을 허리에 걸고 대장님이 위에서 끌어 올려주는 힘에 2관문을 통과하여 올라서니 아~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탕이 숨어 있었구나!” 단풍은 새빨갛고 절벽위에 마가목의 열매는 주렁주렁! 시루떡처럼 쌓아놓은 바위 조각들! 회원님들은 한분한분 통과할 때 마다 "완료“를 힘차게 외쳤고, 우리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12명의 회원님들이 하단 폭포를 모두 오르고 규민이 어머님이 직접 캐 삶아오신 고구마를 먹으며 자연을 감상합니다.
바위 계곡을 지나 상단폭포에 도착하였습니다. 주연이 아버님은 누군가 늘어뜨려 놓은 나무를 붙잡고 상단폭포 위를 올라갔으나, 우리들은 이번에서도 대장님이 설치한 자일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이제 계곡 왼쪽으로 난 숲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멀리 바라보았던 단풍을 이제는 눈앞에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 앞에서 사진을 한 컷씩 찍으며 산을 오릅니다. 마치 원시림을 통과하는 듯, 길을 찾아 올라가다 다래 넝쿨 발견! 대장님이 나무에 올라 따 주시는 다래를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모두 배부르게 먹습니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다래를 산새들과 실컷 나누어 먹고도 더 먹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산에 오릅니다.
이제 서북능선 길에 접어들면 눈치를 보며 살짝 합류해야 한다며 대장님이 먼저 길을 재촉하여 앞장섰습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점심 식사가 한창입니다. 이제 단풍은 물론 마가목 열매가 온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길을 재촉하여 귀때기 청봉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오늘 올라온 상투바위골을 조망해 봅니다. 계곡 속에 하얀 바위골과 멀리 가리봉이 보입니다. 귀때기 청봉을 바라보니 한켜는 바위들, 한켜는 붉은 단풍들! 정말 아름답습니다.
몸을 돌려 모르는 척하고 큰귀때기골 능선으로 접어듭니다. 등산로가 아님을 표시하는 밧줄이 매어져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키보다 높은 나무숲을 헤치고 몸을 감춥니다. 대장님이 경치가 가장 좋다는 바위 능선에서 이번에는 멀리 보이는 단풍을 감상합니다. 중청 뒤에 대청봉이 살짝 보이고, 바위 계곡 속에 조그맣게 보이는 암자가 봉정암! 그 옆으로 화채봉, 신선봉, 공룡능선, 용아장성, 그리고 대장님과 성심원장님네가 지난주에 야간에 올랐다는 작은 귀떼기골! 그 사이 사이에 알록달록 물든 단풍들! 경치가 장관입니다. 올라 올때의 힘들었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이 세상에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터득하며 자연을 감상합니다. 말로만 듣던 설악의 능선을 단풍을 곁들여 한 눈에 감상합니다. 평생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능선의 너널지대에는 돌로 만들어 놓은 초소가 곳곳에 있습니다. 무장공비가 나왔을 때 우리군인들이 지켰다고하니 밤에는 얼마나 추웠을까?
이제 고개를 돌려 우리들이 가야할 길을 조망해 봅니다. 저멀리 평지에 조그맣게 보이는 하얀 부분이 백담사! 적어도 7시 까지는 가야 되기에 이제는 속보로 걸어야 한다고... 고도가 팍팍 낮아집니다. 정신없이 걷습니다. 그러나 단풍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낙석이요"를 외치며 얼마를 내려 왔을까? 쉰길 폭포에 도착하여 점심 만찬을 합니다. 이번에는 회원님들이 정말로 다양한 점심 메뉴를 준비하여 오셔서 어느 것을 먹어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라면의 맛은 역시 일품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바위틈에 구불구불 뱀도 보입니다. 성을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뱀이 신기합니다. 쉰길폭포는 상단 50m, 하단 30m, 합쳐서 80m, 사람의 키를 160cm로 본다면 폭포의 높이가 사람 키의 쉰 길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마치 독주 폭포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설악산에는 이렇게 어마 어마한 폭포가 곳곳에 숨어 있었구나!
점심 식사 후 내려오다 만난 곳은 삼중폭포 상단! 이번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어떻게 내려가나? 가 큰 걱정거리입니다. 폭포 아래에 있을 때는 올라가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폭포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어쩝니까? 돌아갈 수도 없고,,, 방법은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주저앉았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섣불리 따라 나서서 다른 사람들 고생이나 시키고, 빨리 걷지도 못해서 시간이나 붙잡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메어놓은 밧줄을 붙잡고, 옆으로 길게 늘어뜨린 나무토막에 힘을 의지하여 건너기도 하고, 대장님이 발 디디라는 곳을 따라 내려와서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삼중폭포 하단에 이르러서는 정말 난코스였습니다. 절벽아래는 그대로 물입니다. 바위에 자일을 걸고 줄을 타고 내려간 뒤 등에 엎혀서 물을 건너야 됩니다. 위에서는 성심 원장님이, 아래에서는 대장님이 회원님들의 안전을 도우며 하강을 합니다. 성철이 엄마는 사전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상태라 허리에 자일을 메고 위에서 두 분이 당기고 아래서는 대장님이 받쳐주고, 쩔쩔매다 보니 어느덧 내려와서 주연이 아빠 등에 엎혔습니다. 몸무게가 너무 나가서 미안했습니다. 대 장정인 주연이 아빠가 휘청거렸습니다. 이번에는 대장님 사모님! L자 형을 유지하며 균형을 잡아서 암벽을 내려간 뒤 대장님 등에 엎혀 물을 건넜습니다. 계곡의 찬물에 발을 담그며 회원님들을 업어 나른 대장님! 주연아빠! 약손 원장님! 감기 걸리실까봐 겁났습니다. 배낭들은 줄에 메달려 내려왔습니다.
모든 회원님들 탈출에 성공! 날이 어두워 집니다.이제 헤드 랜턴을 켜고 어둠속을 헤치고 백담사까지 야간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 주었습니다. 오로지 불빛에 의지하며 무아의 경지로 걷기만 합니다. 모가 났던 돌이 동글동글 발에 밟힐 때 백담사가 가까워 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백담사에 도착하여 8시 5분 쯤 주연이 아빠가 잡아 놓은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내려오니, 보라 아빠가 먼저 와 계셨습니다.
안전산행에 감사를 하며 봉고를 타고 미시령 터널을 지나 속초를 거쳐 강릉으로 향하였습니다. 마트에 들러 맥주를 사서 오늘의 산행을 축하했습니다. 우리 대장님의 감정이 이입된 설악산 예찬 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시절 산악회 동아리 활동 추억도 들려 주셨습니다. 역시 멋진 대장님이십니다. 속초를 거쳐 강릉에 도착하니 9시 50분 쯤 되었습니다. 평지 해장국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11시였습니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 대장님 이하 함께 산행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한마음 산악회 회원인 것을 다시 한번 자랑스럽게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다음 산행에는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모든 분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8. 10. 7.
성철이 엄마 (드림)
첫댓글 와~~~ 한마음만이 할수있는 정말, 멋진 산행에 박수부터보냅니다. 함께 산행한것같은 생동감에 저까지 어떤 용기가 막 생기고.(이번주 일요일 외설악쪽산행., 지금 망설이고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며 용기 가져봅니다) 이런 경험들은 한마음 아니면 어디서 경험할수있을까요? 성철이어머님 산행기 너무나 감사합니다. 한마음회원님들 정말 대단하셔요. 멋지십니다!!!!!
이번에 좀 힘드셨죠?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신 복사꽃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시간 날때 마다 조금씩 운동하시면 다음엔 한결 수월하실 겁니다.. 산행 진행과정을 하나도 빼지않고 묘사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다시 산행한 느낌이 듭니다..
힘들여 내려오시는중에도 하나도 빠뜨리지않고 다보시고 다 기억하셨네요. 끝까지 잘 걸으셨어요. 정말 이번 산행은 한마음에서만 가능한 산행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복사꽃님! 산행기 잘 읽고 간접 산행을 하였습니다. 평생에 잊지못할 아름다운 붉게물든산을 이번산행에 놓쳐 너무나 아쉽습니다. 한마음 회원님 모두 위대하십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아주 상세하게 잘도 써 주셨네요 한번읽을때마다 한번 다녀온 느낌 입니다. 언제 메모를 해두셨는지, 아님 컴퓨터 보다 정확한 기억력을 보여 주셨습니다. 잘 읽었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예지, 성철 어머님! 정말 산행기 잘쓰셨어요. 대장님은 내 아이디 "붉게 물든 산"을 이상하다고 비웃는데 저는 그래도 산꾼의 와이프라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데 속상해요. 붉게 물든 산 좋았죠? 저도 산행기 읽으면서 그날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답니다. 산행만큼 진실된 스포츠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한마음 회원님 모두 화이팅!!
저도 선약이 없었다면 뭐뭐하면 용감하다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네요. 가을설악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산행사진들과 산행기를 보며 못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가을 산의 색들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아!!! 역시 부럽네요. 한마음은 점점 전문산악회가 되어 가는 것 같네요. 늦은 밤 성철어머님 산행기에 그대로 녹아있는 가을산행의 향기에 잠시 취해 봅니다. 좋은글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