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착한 요리란 소박한 음식이야. 한마디로 예전에 할머니가 해 주셨던 자연의 맛 그대로의 음식들이지"
윤혜신은 도시 사람이다.
태어나 자란 것도, 학교를 다닌 것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것도 모두 도시에서였다.
그런 그가 연고 하나 없는 시골로 내려가 둥지를 틀고, 밥집을 하며 살고 있다.
요리는 그의 주업이고, 글쓰기는 부업이었다.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로부터 배운 손맛은 어엿한 요리 선생님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사로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고,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글재주는, 윤구병 선생님의 추천으로 쓴 [살림살이](2009년, 보리),
월간 <작은책>의 연재 글들을 모은 [착한 밥상 이야기](2009년, 동녘라이프)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요리와 글쓰기는 그에게 한 덩어리의 재주이다.
그가 만든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고, 글 속에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만드는 밥상은 '착한 밥상'이다.
무생물인 밥상에 감정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는 밥상에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더 정확하게는 그것을 먹는 사람을 이루는 음식이야말로
건강한 몸은 물론 좋은 마음, 착한 마음을 만드는 재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키우는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뜻일 게다.
그러니 재료 하나, 조리법 한 가지에도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건강한 마음이 깃든 밥상. 이것이 바로 '착한 밥상'이다.
'착한 밥상'은 그의 삶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밥상을 차리는데 정성을 다하듯 그는 삶을 가꾸고 만들어가는 데에도 정성을 쏟는다.
도시보다는 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시골의 삶을 택한 것도
시골에서 밥집 아줌마로 밥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삶을 사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또한 그를 둘러싼 이웃과 공동체에 어울려 그가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솜씨와 마음씨 그리고 이야깃거리
윤혜신의 착한 밥상 이야기는 전 책([착한 밥상 이야기](2009년, 동녘라이프))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명을 얻었다.
이제 사람들은 소박하고 건강하면서도 맛있고 멋있는 음식에 '착한 요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밥상에 대해, 요리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면서도 정서적인 이름을 붙인 예가 있었을까?
[착한 요리 상식 사전]은 [착한 밥상 이야기]를 위한 실용 지침서이다. '
착한 밥상'을 만들려는 사람을 위해
재료의 준비에서부터 상차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더듬으며 그에 필요한 정보를 꼼꼼하게 담아 놓았다.
또한 계절 별 상차림,
집들이나 어르신 생신 등의 특별한 상차림의 메뉴,
정성스럽고 깔끔한 밥상을 위한 마지막 비법까지 모조리 털어놓는다.
각 장마다 조리방법이나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보여주고,
착한 밥상에 기본이 되는 착한 요리 레시피 135개도 꽉 채워 넣었다.
그뿐 아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들며 떠오르는 사람 생각, 세상 생각은 에세이로 담겼다.
또, 두 딸과 친지, 이웃들에게 보낸 편지는 '음식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키우는 양식'임을
아주 생생하고도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착한 밥상'이 만들어지고 나누어지는 모든 과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윤혜신의 밥상은 단순한 솜씨가 아니라 마음씨이고 재미난 이야깃거리인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따스하다.
딸에게 일러주듯, 옆집 새댁에게 얘기하듯 정감 있고 따스한 말투로 먹을거리와 요리와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식 재료를 얘기할 때에도, 조리방법을 얘기할 때도
관련된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는 물론 거기에 얽힌 추억, 경험담 그리고 저자 ...자신의 감상과 노하우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며 요리를 하는 사람은
엄마가 들려주는 차근하면서도 똑바른(?) 코치에 한눈 팔 사이도 없이 이야기에 빠지고
음식에 빠져들어 자기도 모르게 뚝딱 '착한 밥상'을 차려낼지도 모르겠다.
착한 밥상의 기초
부드럽고 따뜻한 어투와는 다르게 저자의 이야기는 사뭇 전투적(?)이다.
착한 밥상을 차리려면,
'생협에 가입하라'(23쪽)거나,
의심스런 수입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행동을 촉구하고(23쪽),
'가공식품을 먹으면 죽는다'(20쪽)거나, '식품회사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152쪽)거나,
손질된 먹을거리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식이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 거북스러울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어릴 적 추억, 친구·이웃과의 에피소드에 담겨 재미있고 흥미롭게 술술 잘도 읽힌다.
저자의 '글발'이 살아나는 대목이다.
'착한 밥상'은 밥상을 차리는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또, '착한 밥상'이라는 스타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심,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진득한 애정,
자신에 대한 신뢰,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최고의 밥상이 바로 '착한 밥상'이다.
그렇다고 '착한 밥상'을 차리는 데 무슨 대단한 가치와 신념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앞의 얘기도 찬찬히 뜯어보면 모두 당연하고 지당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하며 사는 것들이다.
저자는 자칫 소홀해지기 쉽고 폄훼되기 쉬운 작은 가치들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것이다.
그럼에도 단언적으로 말해보자. 착한 밥상에는 단 두 가지가 필요할 뿐이다.
사랑과 관심
첫댓글 참 광범위한 독서..ㅎㅎ 게으른 사람에게 좋은 책 알려주어서 계속 고마워요~^^
내 좋아서 하는 일에 님께서 고마워하면 더한 기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