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식당...한 번 구경하시렵니까?
희로애락(喜怒哀樂). 기쁨과 노함과 슬픔과 즐거움.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는 기본적인 감정을 네 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것이다.
희는 기쁨이다. 기쁨은 인간이 가지고 싶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다.
락은 즐거움이다. 즐거움도 기쁨과 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감정이다.
희락이 내면의 감정이라면 그것은 거의 모든 경우 외면으로는 웃음과 표정으로 나타난다.
희락의 반대편에 서는 내면의 감정인 노애는 화를 냄과 눈물과 슬픈 표정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그것이 외면으로 나타나는 웃음을 추구한다.
만일 슬픔, 비극, 눈물을 추구하는 부분도 있지 않으냐고, 그래서 특히 우리 민족의 경우
눈물로 범벅을 한 비극들이 흥행에 성공한 일도 많지 않느냐고 누가 반론을 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비극을 좋아하는 사람도 실상은 비극, 눈물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극을 통해서, 울음을 통해서 얻는 카타르시스가 그 목적이고 슬픔이나 두려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카타르시스가 가져다 두는 것이 결국 기쁨과 즐거움이라고..
따라서 인간이 비극을 좋아한다고 증거는 될 수 없노라고....
희와 락을 더 좇는 인지상정으로 인하여 고대부터 희극(코미디)이 발달되고
TV에서는 수많은 코미디,개그가, 그리고 사이버 상에서의 유머, 깔깔, 엽기 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세상엔 웃기는 사람도 많고 웃기는 것도 많다.
그런가 하면 우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우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웃음을 유발하는 각종 장르의 예술이
유사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노일노(一怒一老)요, 일소일소(一笑一少)인 것이 진리라는 것이 증명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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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는 걸 보고 다음에 무슨 큰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시는 분도 있을 듯하나 정작 지금부터 보여드리는걸 보고 픽, 웃을 분도 있을
것이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것도 없다.
그저 약간의 관심과 마우스의 이동에 드는 노력만 투자하면 그로부터 얻는 웃음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경기도 의왕시 모처에 있는 웃기는 식당에 관한 소개의 서두를 이렇게 거창하게 해본다.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웃기는 것, 그리고 싼 가격에 맛있게 구운
갈치 한 토막까지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 가본 날 사진 몇 장을 찍어 보았다.
한 번에 다 보여드릴 수도 있으나 보시는 분들, 특히 느긋하신 성격의 독자들을
위해서 감질나게 만들어 드릴 수 밖에 없다.
아니 성급한 독자분들 약을 올리기 위해서 느긋하게 갈 수 밖에 없다.
다 재미와 웃음을 위해서다.
일단 안에서 밖으로 본 식당의 모습이다. 4인용 식탁 8개의 작은 식당이다.
골목 맞은 편에서...그냥 평범한 변두리 식당으로 보인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가까이에서 보아도 여느 변두리 식당과 다른 것이 없다.
여길 보면 약간의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으나 필(feel)이 꽂히기에는 부족하다.
여길 보면 어? 이거 뭐야 할 것이나 글씨가 작아서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고...
소주 뚜껑으로 장식해 놓았는데 근시인 나는 처음엔 무슨 초록빛의 화초를 걸어 놓은 줄 알았다.
자, 이제부터다. 웃기는 것은...
식사 메뉴는 '배뽈록' 이다. 하긴 맞다.
술, 좀 유식한 말을 쓰자면 주류는 '알딸딸'이다. 끄떡끄떡... 하긴 맞다.
다음. 안주, 반찬류.
'밥도둑'이다. 허긴, 그것도 그렇다. 맛만 있다면...
그런데 내용물을 보자...
해물잡탕..응아 18,000원(원은 생략할 예정이다) 아마 다음의 아가 15,000과 대비해 놓은 걸
보면 응아는 형님을 말함이렷다.
닭도리탕.. 큰집 18000 작은집 15000
김치전골 큰형님 18000, 형님 15000, 아우 12000
친가형제들 다 쓰고나니 처가로 넘어간다.
동태전골 장모 18000,처형 15000, 처제 12000
좀 확대를 해보면 잘 보이시는지?
다음은 반대편 벽이다.
두루치기라는 경상도식의 음식이 있다.
이 집의 수식어를 넣어서 두목두루치기.
머릿음절은 따서 두.. 장모 18,000
목.. 처형 15,000 목살이란다.그래서 목이다.
김.. 처제 12,000
그 아래의 치,두,루,치,기의 항의가 심하다. 왜 나는 없는 거얌...
그래, 그래, 만들어 줄께 좀 기다려 봐... 나의 말이다. 달래는 게 내 특기니까...
동동주는 세 종류... 동. 온통,동 반통, 동.새끼---아마 대포 한 잔인 모양이다.
그리고, 옆에 보이는 글들...
인터넷 상에서 본 글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좌우간 웃기는 글이다.
여느 식당에선 볼 수 없는...
이 글은 처음 읽고 좀 어리둥절했는데 곧 주인 아줌마의 뜻을 알 것 같다.
영(뇽)감님께서 가끔 쥐어 박나 보다.
이렇게라도 해서 여론 형성을 해서 그 주먹에서 벗어나고자 함이 아닐까?
(아줌마, 아저씨 틀려도 나 뭐라 하지 말기...)
제일 중요한 것이 사실은 위의 사진이다.
먹으러 들어 온 식당, 우습기만 하면 다냐?
아니다.
첫째, 맛있어야 한다.
둘째, 싸야 한다.
셋째, 써비스가 좋아야 한다.
위의 메뉴판 '배뽈록' 중의 시골 밥상이다. 5000냥의...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칼치구이 때문이다.
적당하게, 정말 알맞게 구워진 칼치 한 토막. 구운 정도가 가히 최고다.
그리고 고등어 졸임 토막, 그리고 돼지고기 두루치기 약간. 그리고 쌈 야채.
5000원 짜리치고 생선 두가지 육류 한가지 나오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는 그렇다. 제법 푸짐하다.
약간은 칼칼한 된장찌개. 그리고 몇가지 반찬 더.
쌈야채를 포함, 된장,초장 빼고 15가지의 반찬. 누룽지 한 사발까지 추가로 준다.
이러면 손님으로서는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
누룽지 사진 찍는 것을 잊고 한참 먹다가 찍었다. 그 뒤가 아직 다 먹지 못한 돼지고기 두루치기.
여러분, 어떠신가? 이 정도면 ...
메뉴판 사진을 찍던 나에게 옆상에 온 손님들이 말을 붙인다.
"뭐하는 양반이쇼? 사진 찍을 것 같으면 화장실도 한 번 가 보시오..."
그래서 가 본 화장실이다.
역시 뭐가 하나 붙어 있다.
혼자 좀 낄낄 대다가 사진으로 남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서 그 손님들과 몇 가지의 우스운 이야기가 오고 간 다음이다.
이걸 물어 보랜다.
"아줌마,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게 뭐요?"
"바로 나예요. "
"예?..." 버~~~엉~~~
"아, 나라니까요..."
위의 미소를 활짝 짓고 있는 이 식당 사장님의 명답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