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대표님
잘 지내고 계지지요?
당연히 그러리라 믿습니다. 또 그래야 하구요.
보내주신 노래 ‘이 모든 이유 때문에 당신을 사랑해’ 잘 들었습니다.
샹송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살며시 흔드는데
애수에 젖은 듯한 앙리꼬 마시아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숨어있던 애잔한 일들이 스멀스멀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가사를 찾아 봤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후로 나는 노래하지 않아....난 내세울게 없어 그냥 평범한 남자야...
내가 살아온 인생은 당신을 기다리는 삶이었어.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들어 가길 바랬어.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난 당신을 사랑해’
마치
창가에 앉아 오미자차를 마시며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가슴 아린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입니다.
좋은 음악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구 보니 12월 들어 두가지 소득이 있었군요.
다른 하나는 이지수님의ㅐ ‘날마다 떠나는 여행’이라는 수필집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이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오랜 만에 좋은 작가를 만났으니까요.
섬세한 감정하며 진솔한 표현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옆에 있다면 와락 껴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수학은 이지수님을 만난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세밑, 올해 끝자락에 다시 앙리꼬 마시아스를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올해가 가려면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왠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스컴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습을 일흔해 넘게 해온 일인데
막상 그날이 되면 담담하기는커녕 공연히 마음 허전하기 마련이지요.
자선냄비 종소리 따라 바람 차가워지고
하늘하늘 빗방울인가 싶은데 눈발 소록소록 흩날리더니
빨간빛 냄비는 어느덧 자취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 뒤를 따르는건
멀리서 들리는 쩡쩡 얼음 어는 소리겠습니다.
겨울은 겨울 다워야 한다지만
날씨 추운 것만이 겨울인지요?
제 모습 닮은 눈사람 엉성하게 만들어놓고
검정숯 눈섶 코 입술 정성스럽게 꽂고
벌겋게 언손 호호 불고
손뼉치며 깔깔대던 그런 분위기가 겨울인게지요.
아, 아.....덧없는 무상의 탄식에
어느새 한 해의 끝이 바로 눈앞입니다.
이렇게 또 습관처럼 한 번 숨 고르고 나서
새해를 맞는 건 몸에 밴 우리의 습관이지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자연의 섭리.
일 년 열두 달 잘도 달려왔습니다.
얼굴 마주보고
마시고 먹고 떠들고 목울대 세우느라
늙어가는 얼굴 서로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달리보면 그만큼 젊어졌다고 봐야겠습니다.
한사모에 발길 자주하는 회원님들은
병원 출입 별로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려진 보너스인 것을요.
그만큼 즐겁고
그래서 건강 다질 수 있다는 거 아닐는지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얼굴 자주 못본 회원님들고 있습니다만
올 갑오년은 빨리 가게 하고
오는 을미년은 빨리 오도록 소리쳐야 겠습니다.
함수곤 대표님
모쪼록 좋지 않았던 일
잊고 싶은 사연 몽땅 잊으시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세상 품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 앞에서
내외분이 토닥토닥 사랑놀이 다툼도 가끔은 보여주시구요.
노년의 행복이 바로 그런 것일테니까요.
그날 두분 노래하시던 모습보며 어찌나 기분 좋았던지...
늘 인자한 미소와 함께
사근사근 챙겨주시는 박현자 님의 하얀 마음도
새해엔 더 여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두손 모아 빕니다.
박동진 방규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