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 씨알]
배달학당 과정에 함께해서 행복했다. 내내 긴장하고 성찰하게 했다. 나한테 가장 울림이 있었던 것은 뭘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가장 낮은 씨알로 살자. 둘째 씨알정신과 사상으로 씨알조직운동을 펼쳐야 한다. 셋째 어버이 뵈옵듯 씨알을 어버이로 받든다. 넷째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 다섯째 우리 인생은 완성되지 않은 미정고다. 이 다섯 가지를 내 안에 화두로 던지면서 지냈다. 그동안 사람들과 진심으로 사귀지 못하고 진실 되게 살지 못한 것 같았다. 몸이 아니라 말로 사는 거 같아서 반성이 됐다. 또 주민들을 시혜적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됐다. 정일우 신부님 말씀 중에 공동체는 비빔밥이라는 말을 접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씨알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주민 속으로 들어가서 성공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우리 인생은 미정고라는 말씀을 새기면서 현재의 불안전한 모습에서 많은 노력을 해서 개선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채 혁 씨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처음이다. 내가 생각하는 씨알의 삶은 나 자신을 변화시켜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섬김이라는 것이 정말 힘든 거 같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섬기는 것을 배워야겠다. 나도 못 섬기면서 남을 섬기는 것은 안 되니까. 씨알 공부를 통해서 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공부하는 중에 실수 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하나를 깨달았다. 내가 나를 보게 됐다. 술을 마시더라도 만취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나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다. 씨알은 나부터 성찰하며 사는 사람이다.
[이현옥 씨알]
씨알공부를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고 함께해서 행복했다. 오늘 마침보람기행을 하면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씨알공부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했지만 내 삶이 씨알의 삶으로 살았다는 생각이다. 아주 오래전에 함석헌 선생님을 신명자 여사와 찾아뵌 적이 있다. 그런 경험들과 함께 내 주변에 유영모 선생님, 제정구 선생님의 혼들이 함께한다고 생각된다. 제정구 선생의「가난뱅이 하나님」을 읽다보니 곁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고 정말 보고 싶다. 늘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역시 오래전 일이지만 제정구 선생님과 해인사에 갔을 때 제 선생님이 ‘보왕삼매론’을 사서 나눠주셔서 그런 말씀들을 기억하고 이런 삶으로 이끌어준 것을 감사한다. 이런 말씀들을 어떻게 내 삶으로 살 것인가 생각했다. 또 제자리, 씨알의 자리는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다. 내 자신이 먼저 행동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씨알이 어떤 곳에 떨어져 싹을 틔워야 하는가 생각한다. 내 인생에 가시덤불과 돌밭도 있지만 나는 좋은 곳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감사한다. 씨알사상 공부를 내 삶 안에서 정말 놓치지 않고 붙잡고 싶다.
[선동수 씨알]
배달학당을 개당한 4월 11일, 아내가 문자를 줬다. 축하한다고.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평소 살면서 씨알사상을 깊이 생각은 안했지만 이렇게 듣고 공부한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되고 깨달음이 되었다. 그래서 올 한해는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기관의 소식지에 글을 썼다. 내용은 씨알공부를 하면서 읽은 책을 참고로 씨알로서 내 나름대로 생활수칙 서른 가지를 만들어 봤다.
[이시경 씨알]
고맙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라는 말씀을 듣고 그림책이 생각났다. 네 마리의 쥐 이야기다. 쥐가 같이 겨울 식량을 모으려고 일하는 얘기다. 한 마리 쥐가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다른 쥐들이 “너 놀고 있지” 그러면 “나는 햇살을 모으고 있어” 하고 또 일하다 “너 지금 졸고 있지” 그러면 “나는 지금 색깔을 모으고 있어”라고 대답을 한다. “너 지금 다른 생각하지”, “나는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나머지 쥐는 순수노동을 하지만 한 마리 쥐는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한다. 나머지 쥐들은 한 마리 쥐가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눈에 보이는 생산 활동만을 노동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겨울에 식량이 다 떨어지고 그 한 마리 쥐가 생각나서 찾아갔다. 찾아가서 네가 모은 것을 보자 하니 자신이 모았던 햇살을 다 뿌려주고 세상에서 본 영감을 나눠줬다. 프레드릭의 그림책이다. 내가 그림책을 보면서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을 생각했다. 예전의 내 모습이 많이 생각났다. 경쟁을 위에 두고 살았던 그리고 내가 나답게 사는 것조차 인식도 못했던 삶, 씨알공부가 바로 내 삶의 이런 모습들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잣대들을 가지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비추어 남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나나 상대방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문에 함부로 상대방을 씨가 있네, 없네 하고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안목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조영정 씨알]
너무 부담이 컸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공부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나는 주민들을 항상 주체라고 하는데 그 동안 생각 없이 “주민이 주체”라는 말을 했다는 느낌이다. 씨알공부를 통해서 보니까 정말 생각 없이 주체를 얘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가난한 사람들, 주민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지 크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또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내가 나답게 사는 맛을 알아야겠다. 그 맛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제정구 선생님에 대해서 표면적인 활동만을 보고 평가를 해왔는데 이제는 내면의 깊은 생각을 담아서 겸손하게 얘기하고 싶다. 또 다른 이를 이해하는 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채혁 씨알을 보면서 정말 닮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존경하게 되었다.
[노인경 씨알]
나를 더 잘 알고 살았으면 좋겠다. 또 지역에서 주민을 만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씨알공부를 하면서 개념이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복숭아(桃) 비유에서 배웠다. 껍질은 나를 과시하는 것, 과육은 남에게 주지 않으면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 씨앗은 움트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 이런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항상 나를 곧추세워야 한다는 생각과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나를 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늘 삶이 반복된다고 생각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으면 그 때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남의 탓을 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병권 씨알]
씨알공부를 하면서 강의를 녹취하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정말 좋은 말씀이 많다고 생각했다. 기축시대 예수, 공자, 석가, 소크라테스 등의 말씀들이 우리 시대에는 씨알사상과 정신으로 표현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씨알의 의미를 사회에 확산해야 한다. 오늘날 어려움에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 왜 젊은이들이 지금 안철수와 박원순에 열광하는가? 그건 아마도 기성세대가 늘 우리 말을 듣고 따라라 했다면 이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보다 잘 이해해주고 잘 들어주고 용기를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씨알사상이 젊은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고 방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경쟁만 하지 않고 서로를 보듬고 함께 격려하며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길을 씨알사상이 제시한다. 이런 씨알사상과 씨알의 삶을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전파 할 수 있을까 모색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여러 조직이나 단체가 유연성을 가지고 후학을 기른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배달학당에 젊은 친구들이 함께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배달학당뿐 아니라 각자가 활동하는 곳에서 이런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김영실 씨알]
공부를 열심히 못했지만 항상 내 안에서 생각이 불타고 있다. 아까 ‘보왕삼매론’을 얘기했는데 한 때 시집살이를 하면서 큰 힘이 됐다. 씨알공부를 하면서 내가 그동안 충실히 열심히 살지 못했던 것을 반성했다. 씨알공부는 내 삶에서 숨 쉴 수 있는 숨길이 되었다. 씨알은 주체로 사는 것이다. 내가 주체로 살면서 남을 주체로 대하는 것, 이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꺾이지 않고 꿋꿋이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주체다. 씨알은 숨길이다.
[하태욱 씨알]
내가 생각하는 씨알은 나답게 살고 내가 거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모든 일에 대해서 저지른 것들을 모두 거둬들여서 문제되는 것은 책임을 지고 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삶 속에서 일들에 끌려 산다. 그래도 부지런하게 살면서 내가 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또「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보면서 사람이 귀가 얇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의 중심을 제대로 세우고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하겠다.
[박재천 씨알]
배달학당을 진행하면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씨알을 공부하면서 유영모, 함석헌 선생님의 정신과 사상과 깊은 생각이 우리시대의 정일우, 제정구에 연결이 되고 우리까지 연결이 되는 것을 확인하니까 참으로 신비롭고 신기하고 이게 생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정구 선생님 묘소에서 많은 생각이 됐다. 내려오면서도 생각이 나고 또 애절한 그리움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자꾸 솟아났다. 배달학당 학승들이 함께 묘소에서 시간을 보내니까 나 자신이 감격했다. 더군다나 박재순 박사님이 불편하신데도 함께 하셔서 제정구 선생이 참으로 기뻐하실 것 같다. 또 작년에 공부한 것을「다석 유영모 - 가난공동체생명으로 배우다」책으로 엮어서 영전에 바치니까 참 기뻤다.
[박재순 씨알]
‘정일우 이야기’를 읽고 정 신부님이 놀라운 분임을 알았다. 정 신부님을 만나 인터뷰 하면서 정말 좋은 분임을 확인했다. 정 신부님의 삶과 정신은 소박하고 자유로우면서 넓고 깊다. 정 신부님이 널리 알려지고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란다. 신부님을 만나보니 건강을 잃으셔서 걷기도 힘들고 말씀하시기도 힘들었다. 마치 선문답하듯 짧게 말씀하셨지만 짧은 말씀 속에 핵심을 드러내셨다. 정 신부님이 제정구 선생님과 함께 했던 그 열정과 헌신의 삶이 놀랍고 소중하다. 이분들처럼 빈민굴에 들어가 평생 한결 같은 맘으로 빈민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기쁘고 신나게 사신 분들이 어디 있나?
제정구 선생에게 인간적인 서운한 사람도 있고 제정구 선생이 과거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은 2차적인 것으로 본다. 제정구 선생이 사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정치적으로 야합 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중심을 봐야 한다. 삶의 중심과 근본을 보고 지향을 보고서 그 사람의 말과 처신을 평가해야 한다. 그 점에서 나는 제 선생을 믿는다. 제 선생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해도 악한 마음으로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 제정구를 가장 잘 알았던 정 신부님은 제정구를 그렇게 믿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제정구가 비록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해도 그 잘못 때문에 제정구의 삶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
제정구 선생은 20세기 한국의 의인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바쳐 빈민과 더불어 살았다. 곧은 마음과 양심을 가지고 이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며 정치에 투신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동기와 목적이 선하다면 그의 선택과 판단도 선의로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