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李白: 701~762) 問余何事棲碧山 내게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사느냐 묻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않아도 마음은 한가로웠다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잎 뜬 시냇물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인간 세상 아닌 별천지라네.
※ 杏然去: 글 짧은 어느 시골 훈장의 일화. 옛날 서울에서 벼슬 살던 어떤 양반이 낙향했다. 하루는 동네 서당을 지나가다 호기심에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훈장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태백의 <산중문답>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복사꽃잎 뜬 시냇물 아득히 흘러가니(桃花流水杳然去)'라는 구절을 '도화유수묘연거'라 하지 않고 '도화유수행연거'라 하는 것이었다. '아득할 묘(杳)'자를 '살구 행(杏)'자로 착각한 것. 읽기는 그리 읽었으되 그렇다면 해석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던 양반이 숨죽이고 들었다. 그런데 훈장은 태연하게 '도화유수가 살구머니 흘러가니'라고 해석을 하더라는 이야기다. 만약 그 양반이 에헴하고 훈수를 뒀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아마 훈장은 "어찌 내가 그것도 모르겠소. 다만 흥을 더해 향가의 이두(吏讀)식으로 읽었을 뿐이외다" 정도로 나오지 않았을까.(강판권의 『나무열전』 10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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