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11회
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형제봉-벽소령대피소
20220519
1.지리산 조망의 환희, 지리산의 눈과 가슴과 가르침으로
화개재 뱀사골 입구에서 출발한다. 벽소령 대피소까지 7.8km, 빠르게 걷지 못하여 천천히 걸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는 데 약 40분이 걸렸고, 벽소령 대피소까지 총 4시간이 걸렸다.
5월의 지리산은 싱그럽다. 초록의 나뭇잎들이 넘실거리며 녹음이 짙어져 간다. 날씨는 미세먼지 탓에 부옇지만 혼자 걷는 산행길이 편안하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는 지리산 능선의 산봉들과 그 주변의 풍경을 조망하였는데, 비록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능선의 봉우리들과 위치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반야봉, 노고단, 토끼봉, 명선봉을 조망하기는 쉽지만 삼도봉 조망하기가 어려웠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조망한 삼도봉은 반야봉 아래 비스듬한 모양을 취하는데, 삼도봉의 옛 이름이 낫날봉임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토끼봉을 지나서 지리산 천왕봉 능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왕봉을 매년 여러 차례 오르지만 서쪽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참 오랜만이다. 서쪽에서 바라보는 천왕봉 능선이 장터목으로 내닫다가는 촛대봉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촛대봉에서 방향을 서쪽으로 꺾어 굽이치며 토끼봉으로 향하여 온다.
연하천 가는 도중의 명선봉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명선봉은 지리산 산행에서 우회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스쳐가기가 일쑤다. 명선봉을 우회하여 연하천 대피소에 이르니 산객 두어 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길손 또한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연하천은 안개 연煙, 노을 하霞, 샘泉. 연하천(煙霞泉)은 안개와 노을과 샘, 즉 아름다운 자연을 뜻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품 연하천 대피소에서 꼭 하룻밤을 묵었다. 그 시절이 아득하다. 이제 다시 이곳에서 지리산의 밤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하천 대피소 벽에는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발췌한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늘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라는 구절을 적은 나무판이 붙어 있다. 첫 마음을 지켜나가는 끈기, 변하더라도 첫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담긴 시구 같다. 또 하나의 나무판에는 "지리산의 눈으로/ 지리산의 가슴으로/ 지리산의 가르침으로"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지리산은 무엇이길래 눈과 가슴과 가르침을 모두 지리산의 울림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배우라는 것인가? 지리산은 그만큼 원대한 이상, 큰 포용력, 높은 덕이 있다는 뜻일 것이라 생각한다.
벽소령 가는 능선에서는 전망 좋은 대표적인 곳이 삼각고지와 형제봉일 것이다. 해발 1492m 삼각고지는 지리산 남쪽 조망이 적합한 곳이다. 삼각고지는 피의 능선이라 불린다. 해방 이후 여순사건으로부터 6.25 전쟁까지 빨치산과 토벌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살륙의 도가니가 되어 지리산 능선과 계곡을 핏물로 적셔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아픈 민족의 상흔은 언제 아물 것인지. 한민족 전체가 함께 노력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어느 쪽에서 보건 서로에게 평화의 분명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서로를 힐난한다.
이 구간에서 단연 최고의 조망지는 형제봉이다. 전망바위에서 북쪽을 제외하고 지리산 동서남쪽이 모두 잘 조망된다. 지리산 남부능선과 삼신봉능선, 지리산 주능선의 동쪽 방향과 서쪽 방향, 지리산 남쪽 구례와 하동 방향이 모두 손금을 읽듯 읽힌다. 남쪽 아래 하동의 의신마을, 그곳에서 벽소령으로 올라오는 계곡에서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된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모두 민족의 가슴에 사무치는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 형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이 남서쪽으로 벋어내리는 주능선과 북동쪽 중봉, 하봉으로 벋어내리는 능선이 모두 조망되고, 그 맞은편 벽송사와 서암정사, 그리고 칠선계곡이 가늠된다. 그리고 북쪽 아래에는 음정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의 눈, 지리산의 가슴, 지리산의 가르침으로 지리산을 조망하였다. 큰 희열의 물결이 가슴에 출렁거린다. 그 희열의 물결을 타고 형제봉 아래 두 개의 바위 형제봉으로 내려왔다. 벽소령으로 가는 길에서는 지리산 선쪽 능선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동쪽 능선보다 서쪽 능선이 더 잘 조망되기 때문일까? 아마도 걸어온 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반야봉으로부터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이 분명하게 들어온다. 다만 삼각고지는 형제봉 뒤에 숨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삼각고지를 보기 위해서는 피의 능선 끝 벽소령에 이르러 뒤돌아보면 형제봉과 삼각고지가 함께 조망된다. 흔히 말하는 삼각고지에서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피의 능선은 벽소령에서 조망할 때 분명히 보이게 된다.
희망이다. 지리산을 걷는 일은 이상의 눈, 희망의 가슴, 끝없는 의지로 미래를 향하는 길이다. 지리산의 눈과 가슴과 가르침은 바로 희망이다. 벽소령(碧宵嶺)은 '푸른 밤의 고개'라는 뜻이다. 이 고개에서는 밤하늘에 밝은 달이 떠올라 지리산을 비추면 달빛이 푸르게 빛난다고 하여 벽소령(碧宵嶺)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어둠을 밝히는 달빛처럼 겨레의 상흔을 씻어내고 겨레가 함께 평화의 길로 나가는 우렁찬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 길은 오직 희망이어야 한다. 불가능이나 단념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패배이다. 벽소령(碧宵嶺)에 겨레의 대합창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2.산행 과정
이곳에서 토끼봉을 향하여 오른다.
왼쪽에 뾰족한 노고단이 보인다.
왼쪽 뒤에는 왕시루봉, 오른쪽 뒤에는 노고단이 보인다.
해발 1534m 헬기장인 토끼봉을 떠난다.
중앙 뒤의 천왕봉에서 촛대봉-영신봉-덕평봉을 이어 중앙 왼쪽의 형제봉, 왼쪽 앞 명선봉으로 이어지고 있다.
왼쪽에 토끼봉, 오른쪽에 반야봉, 그 왼쪽 아래로 낫날처럼 구부러진 삼도봉을 어림한다.
명선봉은 왼쪽으로 우회하여 연하천 대피소로 내려간다.
안개 연煙, 노을 하霞, 샘泉. 연하천은 안개와 노을과 샘, 즉 아름다운 자연을 뜻하는 말이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낫능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의 눈으로/ 지리산의 가슴으로/ 지리산의 가르침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벽소령 대피소까지 3.6km, 천왕봉까지 15km 거리이다.
동의나물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음정마을 6.6km, 벽소령 대피소 2.9km, 벽소령 방향의 지리산 주능선으로 진행한다.
중앙에서 왼쪽 뒤에 왕시루봉 머리가 보인다. 그 동쪽 앞으로 불무장등 능선이 벋어내리고 있다.
오른쪽 뒤에 왕시루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왕시루봉 동쪽 앞은 불무장등 능선, 남쪽 앞은 구례의 오산 능선인 듯.
영신봉에서 벋어내리는 지리산 남부능선이 삼신봉과 내삼신봉, 상불재, 불일폭포, 쌍계사로 이어진다. 낙남정맥 줄기는 삼신봉에서 외삼신봉으로 이어져 낙동강의 남쪽을 아우르며 벋어내려 김해 낙동강에서 끝을 맺는다.
해발 1492m 삼각고지는 해방 이후 여순사건으로부터 6.25 전쟁까지 빨치산과 토벌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피의 능선이라 불린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영신봉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신봉에서 덕평봉, 바로 앞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조망된다.
중앙 왼쪽 뒤에 천왕봉 능선이 장터목으로 내리벋고 있으며, 오른쪽 앞은 형제봉이다.
맨 뒤쪽에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에 명선봉, 중앙 왼쪽에 토끼봉, 중앙 뒤에 반야봉이 가늠된다.
중앙 왼쪽 뒤에 구례의 왕시루봉이 가늠된다. 오른쪽에 토끼봉이 확인된다.
천왕봉에서 촛대봉으로 내리벋는 능선, 촛대봉에서 서쪽으로 꺾어 영신봉과 덕평봉으로 내닫는 능선이 들어온다. 목적지 벽소령 대피소가 중앙에 보이고 바로 앞 바위는 형제바위이다.
오른쪽으로 지리산 남부능선이 길게 벋어내리고 있다. 왼쪽 중앙에 벽소령 대피소가 보이며 바로 앞 바위는 형제 바위이다.
오른쪽 끝에 지리산 천왕봉이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 멀리는 합천의 가야산 방향이다.
형제봉 북쪽 아래는 음정마을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장터목으로 움푹 꺼지고 촛대봉으로 길게 이어지다가 방향을 서쪽으로 꺾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맨 뒤에 반야봉이 보이고 그 앞 왼쪽에 토끼봉이 들어온다.
오른쪽 끝에 토끼봉, 중앙 뒤에 왕시루봉이 분명히 보인다.
앞 중앙 산봉과 오른쪽 산봉 사이 움푹 파인 중앙에 벽소령 대피소가 있다. 중앙 뒤쪽에 덕평봉, 중앙 왼쪽 맨 뒤에 천왕봉과 중봉이 조망된다.
벽소령 대피소까지 700m가 남았다.
앞 오른쪽부터 형제바위와 형제봉, 그 뒤 왼쪽이 명선봉, 맨 왼쪽이 토끼봉, 그 오른쪽 맨 뒤가 반야봉, 분명히 확인된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왼쪽에 형제봉과 그 두 오른쪽 뒤에 삼각고지가 보인다.
형제봉과 삼각고지를 배경하여
음정마을 6.7km, 세석대피소 6.3km, 천왕봉 11.4km
예전에는 벽소령이 한자로 적힌 현판이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벽소령(碧宵嶺)은 '푸른밤의 고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