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신학대학 졸업생, 불투명한 그들의 진로
“신학대 졸업생, 교회 수에 비해 너무 많다”
교단마다 ‘교역자 공급 과잉현상’심각
한국교회의 교역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그것도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도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비상이다. 다시 말해서 해마다 목회자를 지마하는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수천 명씩 쏟아져 나온다. 교회가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잉여 인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교회와 학교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회는 학교에서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하교 측에서는 교회가 졸업생의 진로를 더 많이 열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학대학원 졸업생의 경우, 다른 학과와는 달리 목회의 길 이외에는 다른 길을 찾으려 하지도 않고, 또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어려워 교회와 학교 측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한국교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신학교 졸업생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목회자나 교회의 수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본지 취재진이 국내 주요 신학대학원에서 올 졸업식을 통해 배출된 ‘목회학석사(M Div)의 수를 파악해본 결과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 대부분 목회로
파악 대상을 ‘목회학석사’의 수로 제한한 이유는 이들은 대부분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따라서 거의 대부분 목회자의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해 배출되는 목회학석사의 수와 지난해 교단에서 배출된 목사의 수, 지난 한 해 동안 교회 수의 변화를 차분히 비교해 보면, 목회자 공급 과잉 현상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취재에 착수했다.
우선 국내 주용 8개 교단이 직영하는 17개 신학대학원에서 이번에 배출된 목회학석사의 수는 총 2,319명에 달했다. 교단마다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8개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대학원이 17개나 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이 학교들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의 수가 웬만한 중급 이상의 교단을 하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7개 신대원서 2,319명 배출
교단별로 구체적인 졸업생의 수를 살펴보자. 우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이 장신대 등 국내 7개 직영 신학대학원에서 모두 86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수치는 각 지방의 신학교 졸업생들이 진학하는 목회연구과정 졸업생을 합친 것이다. 장신대 신대원이 336명으로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했고, 호남신대, 서울장신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3개 신학대학원에서 433명의 목회학석사를 배출했다. 단연 감신대가 24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목원대, 협성대 순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만 339명이 목회학석사로 졸업했다. 이 수치는 ‘교단 직영’이 아닌 ‘교단 인준’ 신학교, 즉 칼빈대 등 11개 신학교를 제외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에서는 81명, 그리고 예장 합신측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는 98명의 목회학석사를 각각 배출했다.
성결교의 경우,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서울신대 신학대학원에서는 245명이, 그리고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성결대 신학대학원에서는 52명이 목회학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기독교한국침례교회는 침례신학대학에서 187명, 수도침신에서 15명의 목회학석사를 배출했다.
더 많은 무인가 신학교 출신
2319명이라는 수치 자체가 놀라운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정식으로 대학원 인가를 받고 목회학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학교들 중에서 본지 취재를 통해 졸업생의 수를 확인한 경우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인가를 받은 교단 직영 신학교들 중에서 이번 취재에서 확인을 하지 못한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원 인가를 받지 못한 신학대학원도 있다. 또 수십 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창로교단들은 예외 없이 교역자를 양성하는 무인가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단이 운영하지 않는 무인가 신학교의 수도 엄청나게 많다.
그러하면 이렇게 수치가 파악된 졸업생들은 모두 안수를 받아 목회지로 나가게 되는가? 각 교단의 통계는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교단에서 한해에 배출되는 목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통합측이나 합동측 같은 유수의 장로교단들은 교단 산하 노회에서 몇 명의 모사가 안수를 받았는지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부분 노회들이 노회 현황보고서를 충실하게 작성해 제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장로교단에서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의 수는 교역자 수의 변동 상황을 통해 어림짐작 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통합측의 경우 지난 2005년 교단 소속 목사의 총수는 12,223명이었던 반면, 2006년에는 12,854명으로 늘었다. 한 해 동안 631명의 목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망이나 목사직 반납, 취소 등으로 아예 목사 명단에서 지워진 사람들의 수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런 ‘자연감소 비율’을 10% 정도로 잡는 다해도, 통합측의 지난 해 목사 수 증가는 최소 550명에서 최대 600명 정도가 되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즉, 550명에서 600명의 목사가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안수를 받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수 못 받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이 수치는 올해 신대원 졸업생 총수인 869명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대원 졸업생의 수가 해마다 거의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260명에서 300명 정도가 목사안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동교단의 교회 수가 고작 197개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목사 수의 증가는 더욱 미미해, 목회지를 얻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된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임지를 얻어 연회의 회원으로 허입된 사람의 수는 3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 역시 동교단의 3개 신학대학원을 통해 올해 배출된 433명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동교단의 또 다른 통계는 더욱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교단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회에 허입되지 못한 ‘잉여인원’의 적체가 1,175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에서 2007년까지 1년 동안 동교단의 교회 수는 133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 2006년 교회통계에는 미주특별연회가 포함돼 있지 않아 국내 교회 수의 증가분은 이보다도 적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신대원 졸업생 433명에 비하면 정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성결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성의 경우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의 수는 100명 정도지만, 개척된 교회의 수는 50개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대 신대원 졸업생의 수가 24명이라는 점을 생각할 대, 목사 안수를 받지 못했거나, 받아도 임지를 찾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 절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한마디로, 각 교단마아 교세 확장 추이를 냉정하고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신학교를 세우고 신학생을 늘임으로써 교역자 수급 정책이 ‘파국’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 대해 교단측과 학교측은 각각 서로 상대방을 탓하는 처방을 내놓아 상황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생략) 4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