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는 인증의 대상의 아니다> ④
책읽기를 강요하고 관리하는 시대,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회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빼앗는 여러 프로그램들과 정책들을 비판하고, 폐지하는 운동을 벌여 왔습니다. 첨부한 글은 올바른 책문화의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우리회 입장에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을 정리해 보고,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폐지 운동의 의의와 방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활동들이 결국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것임을 확인하고,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다짐해 봅니다.
-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탄생
-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문제점
-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폐지 운동의 의의와 방향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문제점>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는 <독서교육종합시스템>은 폐기 되어야 한다
1. 책읽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책읽기는 책 속의 삶, 혹은 생각과 만나는 것이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만나는지는 개인의 몫이다. 개인이 살아오는 동안 쌓아온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책 속의 어떤 경험이나 생각을 만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한순간 정리되거나 안개가 걷힌 듯 맑게 보이는 순간 희열과 깊은 감동을 느낄수 있다. 그 지점은 각 개인이 가진 간절함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쓰지만 읽는 이에 따라 수 천권, 수 만권의 책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 하고자 하는 방식은 책 목록을 주거나 읽은 책에 대해 특정한 답을 요구하므로서 개인이 자유롭게 느낄수 있는 감동을 막아버리고, 책을 정답을 학습해야 하는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2. 대입에 적용함으로서 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이 대입을 위한 과정이 되어버린다
독서를 대입에 반영하기 위해 초중고시절 읽은 책을 기록하여 평가의 수단으로 하는 것은 수학이나 국어 과목 평가를 그동안 공부한 참고서나 문제집의 양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더구나 초중고 시절은 각 시기마다 성장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오로지 대학을 가기위한 준비단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모든 학과목을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체력과 인지력을 능가하는 배움의 과정에 내몰려 힘겹게 보내고 있는 것은 대학입시를 향한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다. 거기에 독서마저 대학입시로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선행해야할 불안감을 하나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양한 책을 읽는 경험과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더욱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가는 동안 성장의 기쁨을 맛볼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독서마저 초중고 12년에 걸친 교육과정을 ‘대학 수험생의 길’ 이라는 외길을 걷게 하는데 동참함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더 단순하고 메마른 삶을 강요하는 것이다.
3. 사교육을 확대한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읽은 책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읽은 책의 내용과 이해도 확인을 위한 문제풀이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독후활동지- 감상 동시쓰기, 감상화 그리기, 감상 편지쓰기, 기사 쓰기 등등-를 첨부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었다하더라도 내용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지 않다면 내용 확인을 위한 문제풀이는 누구나 부담을 갖는다. 그래서 문제집을 보거나 문제풀이를 위한 학원을 다녀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에 문제 풀이로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2차 관문인 독후활동을 하기위한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더 나아가 학생 대신 기록을 전담해주는 등 기록을 잘 남기기 위해 부모나 교사가 편법을 쓰는 것을 용인하는 일이 발생한다. 책을 읽고 학생의 감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록을 잘 하기위한 방법들을 배우는 일에 치중하게 되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해야 할 일이 또 생기게 된 것이다.
4.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풍부한 경험의 과정을 기록하여 관리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생활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모든 사람은 인격의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삶을 책임있게 영위해갈수 있는 잠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교과부가 나서서 학생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관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발상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독서기록은 책을 선택하거나 읽는 것을 제한함으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만나고 경험하는 것들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여 필요할 때마다 평가의 잣대를 삼겠다는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고, 개인이 자유롭게 경험하며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갈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5.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들을 평가하고 강제하여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할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정부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성장을 돕는데 독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방법이 잘못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자유로운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빠른 시간내에 독서를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효율성만을 내세워 강제하고 평가한다면 아이들은 그런 삶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독서의 중요성을 앞세운 취지가 사라지게 된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라고 하면 독서를 즐겁게 할수 있는 환경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독서 환경이라고 하면 주변에 책을 읽고 대화하고 삶을 고민하는 어른들이 많이 있으면 된다. 그렇지 못하면 학생들의 독서를 위해 물리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이 익숙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공간과 다양한 자료에 대한 이해,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서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책을 읽는 것이 인류의 다양한 사상과 가치관을 두루 경험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선택하고 확장해갈수 있다는 것을 격려받으며 공부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교과 학습 방법도 함께 이어진다면 아이들은 저절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되고 익숙한 문화로 만들어 갈 것이다.
책문화- 환경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회.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