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마라톤아줌마께서 춘천에서 첫 마라톤을 준비하는 나의 일지를 보고 귀중한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 춘마에 가면 앞만 보고 뛸게 분명하고, 그러다보면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될테니 기회되면 미리 구경하라는 내용이었다.
조언대로 미리 관광도 할겸 춘천의 코스도 답사할 겸 시간을 내어 1박 2일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 왔다. 코스에 대한 사전 정보는 대회 코스도와 김완기 선수가 작성한 "춘천마라톤 코스 공략하기"를 참조하였다.(회색으로 표기)
이 부족한 글과 사진이 춘천에서 가을의 전설을 준비하는 모든 런다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① 출발∼5Km
운동장을 빠져 나와 광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약 3Km가량 되는 경사 6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첫 오르막이면서 힘이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나. 오르막에서 시간을 좀 벌어두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로 오산이다. 초반에 무리하게 되면 완주에 필요한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어 완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오르막이 끝나면 바로 내리막이 이어진다. 오르막에서의 손해를 내리막에서 보상받으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오르막에 비해 내리막은 보폭을 크게 해서 경쾌하게 달린다. 내리막에서는 평지보다 많은 하중이 아킬레스건과 관절에 가해지므로 가볍게 달리는 것이 좋다.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다 보면 종합사격장을 지나고 5Km지점을 만나게 된다. 5Km 지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과 반드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마시고 싶지 않더라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몸에서 갈증을 느끼는 시기가 오면 탈수가 일어난 상태이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마셔두어야 한다.
춘천 종합운동장 전경
아침 일찍 혼자서 코스를 한 바퀴 돌았고, 낮 시간에 가족과 함께 다시 한 바퀴를돌았다. 그러다보니 아침과 낮의 사진이 섞여 있다.^^
이른 시간에 운동하는 춘천 시민들
경기장 입구(멀리 보이는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나타나는 초반 오르막
3km가 계속 오르막은 아니고 중간에 굴곡도 있다.
3km 지점부터 시작되는 내리막(춘마 때는 공사가 끝나려나?^^)
4km지점 춘천사격장 표지판
계속되는 내리막
5km 지점(저멀리 도로의 끝에서부터 오른쪽에 의암호가 펼쳐진다.)
② 5∼10Km
이후 6Km 지점까지는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시원한 의암호를, 왼쪽으로는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을 사이에 두고 달리게 된다. 7Km 지점에서는 의암댐을 오른쪽에 두고 90도 방향으로 틀면서 의암교를 건너게 된다.
의암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7.5Km 지점 표지판이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의암호와 가을 단풍을 사이로 펼쳐진 완만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평탄한 길을 달리다 보면 붕어섬 초입인 10km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6km 지점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의암호
아침안개 사이로 보이는 의암교
의암교
(가운데 노란 중앙선 말고 코너에 파란 선이 보이는가?
주최측에서 갈림길마다 파란선으로 코스 표시를 해 놓았다. 참고하시길...)
의암교 오른편으로 보이는 아침의 의암호
의암교 오른편으로 보이는 낮의 의암호
(아침과 낮의 풍경이 이렇게 다르다.^^)
7.5km 지점
9.0km 지점
의암호에서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
10.0km 지점
③ 10∼15Km 긴장감이 감돌았던 출발 지점과 초반 레이스의 초조함을 잊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전개해 보자.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훈련해 왔던 경험을 살려 페이스를 조절해야한다. 훈련해 왔던 기록보다 페이스가 늦더라도 절대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컨디션이 좋다고 서두르면 자칫 오버페이스에 말려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10Km지점부터는 전체적으로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른쪽의 시원한 의암호와 변화가 많은 도로를 달리면서 즐기면 지루함이 조금은 덜할 것이다. SK 주유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를 지나면 15Km 지점인 성어촌 앞에 다다를 것이다.
아름다운 카페
아름다운 호수
11.0km 지점
12.5km 지점(조금 굴곡이 있다.)
14.0km 지점 애니메이션 박물관
15.0km 지점
④ 15∼20Km 도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농가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박사마을과 신숭겸 장군 묘역 앞을 지나 두 번째의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오르막의 길이는 약 300m 에 불과하지만 11도 경사의 가파른 오르막이라는 점과 레이스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이라는 것이 러너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르막이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므로 리듬을 타고 가볍게 달리면서 오르막에서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18.7Km 지점의 신매주유소를 지나서 서상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20Km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16.0km 지점의 짧은 오르막
오르막 이후 이어지는 내리막
17.5km 지점
18.0km 경찰 충혼탑(가운데 전봇대 뒤의 조형물)
서상초등학교
20.0km 지점
⑤ 20∼25Km
22Km 까지는 평탄한 코스를 달리게 되나 서서히 피로가 오기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거운 다리와 부자연스러워진 팔 동작, 어깨마저 묵직함을 느낄 것이다. 달리면서 팔을 털어 어깨를 풀어주면서 달리면 한결 편하게 달릴 수 있다.
23km지점에서부터 26Km까지는 지루할 정도의 긴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리듬이 깨지고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25Km 급수대는 오르막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다소 지치고 귀찮다고 해서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한다. 페이스를 조금 줄이더라도 물을 마시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을 농촌의 넉넉한 풍경
22.5km 지점
23.0km 오르막 시작
도로 끝에 멀리 보이는 춘천댐
⑥ 25∼30Km 25Km를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춘천댐을 만나게 된다. 엘리트 선수들도 어느정도 부담이 되는 힘든 구간이다. 피로가 누적된 러너들에겐 큰 고비가 되는 구간이 될 것이다. 다행히 27Km지점을 지나면 내리막 길이 시작되므로 누적된 피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면서 달릴 수 있는 구간이다.
춘천댐에서 내려다 본 23.0~26.0km 오르막
(이곳이 전체 레이스에서 꽤 고비가 될 듯 하다.)
춘천댐
27.5km 지점
주로 오른편 농촌 풍경
30.0km 지점
⑦ 30∼35Km
'마라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굳은 의지가 필요할 때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시기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은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충분히 훈련된 러너라면 남은 12Km는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테니까.
시내로 접어들면서 넓고 곧게 뻗은 길을 달리다 보면 35Km 지점인 법무부 갱생보호소 앞을 지나게 된다.
32km 지점의 102 보충대
(이 곳을 지나면 거의 평탄한 시내 도로가 펼쳐진다.
힘이 남은 주자라면 서서히 스퍼트를 준비해도 될 듯...)
32.5km 지점(시내로 접어 든다.)
34.0km 지점(6차선으로 도로가 넓어 진다.)
35.0km 지점
⑧ 35∼40Km
흔히 말하는 '마라톤의 벽'을 만나게 된다. 체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이다. 고도의 정신력이 내 자신을 이끌어가고 있을 것이다. 37Km 지점인 소양2교를 지나면서도 내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38Km지점부터 시작되는 넓고 지루한 도로는 지친 러너들을 더욱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고통이 내 자신을 지배할 때마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진정한 러너라면 때론 고통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37.0km 지점의 소양2교
소양2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돌면 37.5km 지점
⑨ 40Km∼골인
연도의 시민들이 보내는 환호와 함성은 계속된다. 마치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나온 것 같은 착각도 해본다. 고통을 이겨내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자랑스런 내 모습을 느껴보자. 벅차오르는 감격과 함께 희열을 느끼면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 들어와서 트랙을 한 바퀴 돌면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드디어 골인이다. 무의식적으로 기록을 확인해 본다.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승리한 여러분에겐 기록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춘천마라톤의 주인공이다.
다시 돌아 온 운동장
마지막으로 이 곳을 돌 때의 기분은 어떨까?
반가운 이가 기다리고 있다면 더욱 힘이 나겠지...
대회를 마치고는 춘천 명물 닭갈비를 맛보자^^
깊어가는 가을의 단풍도 즐겨보고...
코스를 돌아보는 중간 중간에 춘마 코스를 따라 달리고 있는 몇몇의 달림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서 성지를 순례하는 자의 경건함이 느껴지는 건 나 만의 착각일까?
전설의 땅, 춘천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운 좋게도 한강변의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10월 19일 춘천에서 나만의 전설을 이루어 내고, 내 마음 속의 불꽃을 하늘 높이 피워 올리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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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7.5Km지점 왼쪽에 전주.. 그 왼쪽에 우리집이에요~~ ^^*
내리막 구간인데.
노랑 페인트마커 하나 사다거 저 전봇대에다 별 그림 그려줄까?
음.. 딱 중간 지점인데.. 저기에 양인모 응원 문구새겨서 하나 새워 둘까요?? 그럼.. 힘날까..?
그런거 해두면 양인모는 쉬었다 가버릴 수 있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