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와 슈퍼 채소 -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 개작
작가: 코키 폴
출판사: 비룡소
“으음, 정말 맛있어! 역시 채소가 최고야.”
마녀 위니는 숟가락을 든 채 행복한 표정을 지었어요. 채소가 맛있었거든요. 토마토랑 양상추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가 아삭아삭 신선했어요. 강낭콩이 송송 박힌 빵은 고소했지요. 노릇노릇 잘 구워진 호박은 입에서 달콤달콤 사르르 녹았어요.
“냐오옹, 난 스푸가 좋아! 부드럽고 맛있어! 그러니까 한 그릇 더!”
까만 고양이 윌버가 말했어요. 이런, 수염에 수프가 잔뜩 묻었네요. 어이구, 코에는 당근 조각까지 딱 붙어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윌버는 크림이 들어간 야채 스푸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아, 어쩌지? 채소가 다 떨어졌어!”
“뭐, 벌써?”
마녀 위니가 울상을 지었어요. 까만 고양이 윌버는 화들짝 놀라서 뛰어올랐지요. 채소가 다 떨어졌다고 하잖아요. 채소를 좋아하는 둘에게는 이건 정말 큰일이에요.
“에휴. 금방금방 냉장고가 빈다니까. 또 시장에 가야겠네.”
“냐옹, 얼른 가자. 당근이랑 호박이랑 피망이랑 잔뜩 사와야지.”
고양이 윌버가 빗자루를 가리켰어요. 마녀 위니는 요술 빗자루를 타고 토요일마다 장을 보러 가지요. 왜 가냐고요? 그거야 물론 채소를 사기 위해서지요.
“으아, 빗자루 너 똑바로 좀 날란 말이야! 엄마야, 기울어졌잖아! 왼쪽, 왼쪽으로 .....”
“위니, 앞에 나무, 나무가 ..... 냐오오옹!”
요술 빗자루가 마구 출렁거렸어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위로 훽 올라갔지요. 채소 바구니가 너무 무거워서 그래요. 그러다 어이쿠, 그만 채소들을 우스스 떨어뜨리고 말았지 뭐-예요.
“아, 정말! 이게 뭐야? 아까운 채소! 얼른 담아야지. 앗, 감자가, 감자가 더 못생겨졌어! 원래도 잘생기지 않았는데..... 그래도 맛은 좋아.”
“먀아, 토마토가 터졌어! 오이는, 오이는 어디로 굴러갔냐옹!”
마녀 위니는 입을 부루퉁 내밀고 불평을 했어요. 윌버도 투덜투덜 수염을 비죽 세웠지요. 그때 마녀 위니의 머리에 짜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하, 그래! 시장에 가지 말고 직접 길러서 먹으면 되겠다!”
“냥, 찬성! 좋은 생각이야.”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는 정원을 텃밭으로 꾸몄어요. 둘은 밭에다 온갖 채소를 듬뿍듬뿍 심었지요. 그리고는 잘 자라라고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었어요. 그런데 채소 기르기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우우, 이거 너무 늦게 자라잖아! 이래서는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야?”
“냥, 토끼! 당근 도둑 잡아라!”
“야, 달팽이랑 애벌레! 니들 누가 내 상추 먹으래!”
채소들은 너무 느리게 자랐어요. 게다가 애벌레와 달팽이, 토끼들이 몰래 야금야금 먹기도 했지요. 결국 마녀 위니는 살짝 마법을 쓰기로 했어요. 텃밭에 채소들이 쑥쑥 자라는 마법 말이에요.
"수리수리 마아수리~!"
마녀 위니가 요술 지팡이를 흔들며 외쳤어요. 그런데 채소들은 꿈쩍도 않하네요. 옆에서 지켜보던 까만 고양이 윌버가 말했어요.
“위니, 주문 틀렸어.”
“아, 맞다! 뭐, 잠깐 헷갈린 거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
마녀 위니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어요.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텃밭에 채소가 자라기 시작했지요. 요술이 성공한 거-예요.
“히히, 이제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내일은 야채 샐러드를 해먹을까?”
“냥, 난 스푸!”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밤도 아닌데 집안이 너무 깜깜하지 뭐-예요. 창밖을 내다보니 마법에 걸린 채소들이 어마어마하게 자라고 있지 않겠어요. .
“우와, 너무 크잖아! 얼른 멈춰야 돼!”
“먀옹, 문이 안 열려! 양배추가 막고 있어!”
“창문이야! 윗층으로 가자!”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는 계단을 올라갔어요. 그리고 창문으로 나와서 거대한 완두콩 넝쿨을 타고 내려왔지요.
“얏호! 이거 재밌는데? 슈퍼 완두콩 미끄럼틀이잖아!”
“냐아! 이게 텃밭이야 밀림이냐옹?”
밭에 채소들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자라 있었어요. 감자는 바위만한 슈퍼 감자로, 상추는 양탄자보다 더 큰 슈퍼 상추로, 당근이랑 오이는 자동차 만큼이나 큰 슈퍼 당근과 오이로 변했지요. 그때 윌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어요. 지붕에 뭔가 엄청 크고 둥그런 것이 올라가 있었거든요.
“저게 뭐야? 괴물?”
“세상에, 저건 호박이잖아! 우와, 엄청 커! 슈퍼 호박이다!”
“냥, 이러다 집 무너지겠어!”
그때였어요. 슈퍼 호박이 땅으로 쿵 떨어지고 말았지요. 마녀 위니와 윌버는 호박에 문을 만들고 호박 속을 파냈어요. 탁탁, 슈퍼 오이랑 슈퍼 감자, 슈퍼 당근도 껍즐을 벗기고 잘랐지요. 콸콸, 슈퍼 토마토랑 슈퍼 상추도 깨끗하게 씻었어요. 물론 요술 지팡이로 말이에요. 샤라랑, 요리도 요술 지팡이를 휘둘러서 뚝딱 만들었지요.
“수리수리, 나와라 호박파이! 수리수리, 오이 토마토 샐러드가 되어라! 수리수리, 완두콩 빵이 되어라 얍!”
“스푸도 만들어줘. 크림을 넣은 감자 스푸! 그리고 토마토는 주스!”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는 배가 빵빵해지도록 채소 요리를 먹었어요. 그래도 채소가 너무 커서 많이 남았지 뭐-예요. 그래서 위니는 대문에 안내판을 달았어요.
“공짜 채소 요리, 마음껏 드세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채소 요리를 모두 가져갔어요. 이제 채소의 껍질이랑 씨만 남게 되었네요. 감자랑 오이, 당근 껍질, 피망의 씨, 이걸 다 어쩌죠? 버리기에는 너무 크잖아요. 마녀 위니와 까만 고양이 윌버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집은 이미 있으니 필요없고. 카펫도 깔려있으니까 됐고.”
“냥, 정말 이걸로 뭘 하지?”
“그러게. 호박은, 신데렐라처럼 호박마차를 만들어서 무도회나 갈까?”
고민하던 중에 번쩍 멋진 생각이 떠올랐어요. 마녀 위니는 지팡이를 흔들며 외쳤지요.
“짜잔~! 풍성한 슈퍼 채소콥터 대령이요!”
속이 빈 호박은 핼리콥터가 되었어요. 호박이 주황색이니 몸체도 예쁜 주황빛이죠. 까만 고양이 윌버가 입을 떡 벌렸어요.
“냐아, 근사해!”
“히힛, 이걸로 장보기 문제는 해결이야!”
마녀 위니가 가슴을 쭉 내밀었지요. 타다다닥, 감자 껍질이 변한 프로펠러 멋지지 않나요? 피망 씨앗은 전등이 되었어요. 번쩍, 밤에도 핼립콥터를 탈 수 있을 거-예요. 그 후로 마녀 위니와 윌버는 장터에 가서 온갖 야채를 채소콥터에 가득 담아올 수 있었답니다.